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중심부에 자리한 어나더 스튜디오 오피스. 화사한 햇살과 자연 소재가 어우러져 집처럼 포근한 무드를 자아낸다.
‘장수의 나라’ ‘요구르트의 나라’라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 불가리아는 바이오 산업이 발달한 국가다. 과일, 채소는 물론 장미, 라벤더, 리넨, 오일 등 유럽 각지에서 소비하는 유기농 제품의 원료 대부분을 공급한다. 특히 건축, 인테리어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은 불가리아 정부가 힘 쏟는 사업 중 하나로, 친환경 이슈를 적용한 다양한 공간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어나더 스튜디오는 2014년 안드레이 안드레예프Andrey Andreev, 페탸 니콜로바Petya Nikolova가 설립한 건축 디자인 그룹으로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를 비롯해 이탈리아, 도쿄 등을 무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2014년 소피아 중심부 루보트란Lubotran 거리에 6층 규모의 주상 복합 건물을 신축하며 사선 발코니를 활용해 채광ㆍ환기 효과를 높인 설계로 주목받았고, 그 인연으로 스튜디오를 건물 1층으로 이전하며 사무 공간을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꾸몄다.
개방형 워크룸에서 바라본 작은 워크룸. ‘집’을 테마로 한 사무 공간을 상징하듯 박공지붕 형태로 가벽을 뚫어 포인트를 줬다.
작은 부엌을 지나 화장실이 연결되는 구조. 부엌과 화장실은 패턴 타일로 마감해 자연스레 업무 공간과 영역을 구분했다. 소나무 합판으로 만든 수납장 겸 파티션은 작은 워크룸과 공간을 분할해주는 요소로 윗부분에 봉을 설치해 옷을 걸 수 있도록 했다.
보편적으로, 쉽게 적용하는 에코 라이프
“현대인에게 일터는 어쩌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입니다. 사무 공간이지만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에코 시스템과 환경친화적 소재를 최대한 활용했어요.” 어나더 스튜디오의 공동대표 페탸 니콜로바는 공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장식은 배제하고 단순한 소나무 합판 마감으로 미니멀한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120㎡의 아파트는 벽이 없이 최소한의 기둥으로 이뤄진 오픈 플랜식 구조로 두 개의 워크룸과 미팅룸, 작은 주방과 욕실, 발코니로 구성했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패턴 타일로 마감한 전실을 지나 책상 세 개를 Y자로 배치한 워크룸이 펼쳐지고(주거 공간이라면 거실에 해당한다), 워크룸 오른쪽으로 발코니와 미팅룸이 이어진다. 중앙 워크룸 왼쪽으로는 또 하나의 작은 워크룸과 주방, 욕실로 구성. 모든 공간은 벽 대신 오픈 장, 유리, 슬라이딩 도어, 커튼으로 각각 영역을 구분하되, 시각적으로는 연결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안드레이 안드레예프는 환경에 따라 사고의 폭이 달라진다고 조언한다. “스트레스받고 답답한 공간에 있으면 건강한 마음을 지니기 힘들고, 반대로 여유롭고 아름다운 공간에 있으면 창의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특히 벽이 없는 유연한 공간에서 수평적으로 커뮤니케이션했을 때 더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어요.”
열린 공간을 통한 건강한 생활과 작업 환경은 어나더 스튜디오의 디자인 철학인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용도를 규정짓지 않는 플렉서블한 공간은 사용자의 목적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른 공간으로 쉽게 변경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 페탸는 친환경, 에코 디자인을 ‘특별한’ 마케팅 수단으로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친환경 디자인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어떤 공간에나 ‘자연스럽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가리아는 겨울이 길고 여름은 덥고 건조해요.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통창은 피하되, 채광과 환기가 좋도록 작은 창문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죠. 스튜디오는 오픈 플랜 방식이라 어떤 공간에서도 자연 채광이 좋아요. 건물 자체에 기밀성 좋은 단열재와 3중 유리를 사용해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하고요.”
작은 워크룸에서 바라본 개방형 워크룸과 발코니. 발코니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휴게실과 미팅룸은 발코니에서 연결되는 하얀 커튼을 닫으면 워크룸과 완벽히 분리되는 구조다. 커튼을 두꺼운 이중 코튼으로 제작해 겨울철 단열에도 효과적이다.
패턴 타일로 경쾌한 느낌을 자아내는 욕실.
어나더 스튜디오의 공동대표 안드레이 안드레예프와페탸 니콜로바.
두 대표가 사용하는 작은 워크룸. 책상, 파티션 겸 수납장 모두 소나무 합판으로 제작해 따스한 분위기가 난다.
지속 가능하고 합리적인 원목 마감
도쿄에 2년 정도 살며 일본식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페탸는 조명을 제외하고 데커레이션 요소를 최소화했다. 공간에 사용한 책상과 책장 등 대부분의 가구는 소나무 합판으로 제작해 특유의 나뭇결과 질감이 살아 있어 별다른 장식 없이도 따스하면서 생동감이 넘친다. “소나무는 나뭇결이 아름다워 마감재로 많이 이용해요. 습기에 강하고, 뒤틀림이 적어 가구로도 손색없고 가격이 적당해 ‘지속 가능한’ 재료라고 할 수 있죠. 어나더 스튜디오는 공간을 구분하는 장을 모두 소나무 합판으로 제작했어요. 특히 작은 워크룸과 부엌 사이 벽은 서랍을 많이 구성했는데, 소나무 합판이라 비교적 합리적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었죠.” 한편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은 바닥 패턴으로 변화를 줬다. 워크룸은 오크 원목 바닥재를 시공하고 부엌과 전실, 욕실 등은 패턴 타일을 깔아 자연스레 공간의 역할을 구분한 것. 같은 원목 마루도 빗살과 사선 등 시공 방법을 달리했는데, 빗살과 사선이 교차해 공간이 한결 역동적으로 보인다.
도심에서도 숲처럼 쾌적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데 주력한 어나더 스튜디오 오피스. 업무 효율성을 위해 커다란 책상과 속도 빠른 컴퓨터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공간에 따스한 숨을 불어넣고 머물고 싶은 즐거운 일터를 만드는 것 또한 오피스를 디자인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키워드가 아닐까. 하루하루 일상이 쌓이고 꿈과 이상이 모이는 또 다른(another) 집, 이것이야말로 어나더 스튜디오가 품은 속뜻이 아닐는지!
- 에코 스페이스 숨 쉬는 오피스, 어나더 스튜디오
-
불가리아의 건축 디자인 그룹 어나더 스튜디오Another Studio가 사무 공간을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하게 꾸몄다. 소나무 합판 등 자연 친화적 소재를 사용하고 변화와 소통을 키워드로 열린 공간을 구성한 또 다른 집, 어나더 스튜디오 오피스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