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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목∙허성경 부부의 1人 한 분 한 분, 귀히 대접하다
카페에 앉아서도 습관적으로 일회용 잔을 사용하고, 기꺼이 주문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고 뒤처리까지 하는 패 스 트푸드가 만연한 세상. 한 사람 앞에 한 상씩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담음새까지 고려해 손님을 맞이하는 ‘1人일상’의 등장이 반갑다. 이곳에서는 귀하고 멋진 당신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

한옥을 짓고 손님을 초대하며 상차림을 고민하다 정성껏 대접하는 1인 1상 문화에 푹 빠졌다는 배윤목・허성경 부부. 한옥마을 입구 새로 지은 건물에 카페와 타파스 바, 가구 숍을 오픈했다. 사진 속 공간은 3층 가리모쿠 가구 쇼룸으로 부부의 살림집 ‘목경현’을 꼭 닮았다.
<행복> 2015년 9월호에 소개한 은평 한옥마을의 1호 주택을 기억하는지? 2층 구조 ‘목경헌’의 주인인 배윤목ㆍ허성경 부부가 재미있는 공간을 오픈했다고 연락해왔다. 한옥마을 초입에 자리한 검은색 외관의 5층 건물, ‘1人’. 계기는 이랬다. 배윤목 대표는 한옥으로 이사한 뒤 집으로 손님 초대할 일이 잦아졌다. 한옥에 어울리는 재미난 상차림을 고민하다 양병용 작가의 소반 위에 술상을 차려 한 사람당 하나씩 내주곤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조선시대 풍속화에 등장하는 독상 문화를 재현하듯 혼자 술을 마실 때에도 애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는 이러한 콘셉트로 손님을 한 명 한 명 대접하는 가게를 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런 불경기에 술집을 덜컥, 남들은 작품으로 벽에 걸어둔다는 양병용 작가의 소반을 술상으로 덜컥, 깨지면 하루 매상이 휘청할 만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를 식기로 덜컥…. 왜 이렇게 덜컥 일을 벌이시냐 물었더니 ‘이왕 하는 거, 광고하듯 하고 싶었어.’(중략)” 광고 업계 후배가 보내온 글처럼 배 대표는 마치 광고를 만들 듯 최고로 아름다운 것, 착한 감동이 있는 것, 애정을 다해 쓴 러브레터 같은 것을 만들고 싶었으리라. 아름다운 소반에 정갈한 안주를 놓고 오롯이 자신을 위한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느낌이 좋았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1人의 시작이다.


광고 만들듯 정성스럽게
1~2층은 별다방, 콩다방, 맥다방이 아닌 손님을 귀히 여기는 카페 ‘1人일잔’이다. 전문 바리스타가 공들여 내는 커피는 프랑스 도예 장인들이 화산재로 만들어 손맛까지 느껴지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머그잔에 담겨 나온다. 물론 양병용 작가의 소반 위에 놓여! 카페에서 쓰려고 머그잔만 2백 개를 샀다는 그는 컵 하나만 보아도 이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한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컵을 손에 쥐었을 때 가볍고, 입술이 닿는 부분이 얇고 날렵해 느낌이 제법 괜찮은 데다, 커피를 마시려 고개를 젖히는 순간 북한산 자락까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니 이 시간이 진지하고 행복해졌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장인이 만든 식기를 카페에서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가격도 만만찮지만, 관리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저희는 조금 연약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듯이 손님뿐 아니라 직원도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딱 하루, 일회용 컵을 사용했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다시는 불편함 때문에 본질을 흐리지 말아야겠다고 깨달았거든요.”

5층 테라스에는 한옥 한 채를 지었는데, 소규모 모임 공간으로 사용하기 제격이다. 

4~5층은 타파스 바 ‘1人일상’으로 운영한다. 

양병용 작가의 소반 위에 김상인 작가의 고족 접시와 최성우 작가의 젓가락을 올려 차린 한 상. 

1층 카페 ‘1人일잔’ 모습. 원목 테이블은 아이네클라이네 제작. 커튼은 창덕궁 인정전 커튼과 동일한 것으로 , 한복기술진흥원 박현주 원장이 제작했다.

한옥의 무한한 포용력
배윤목ㆍ허성경 대표의 큐레이션을 짚어보는 것 또한 1人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다. 카페를 지나 한 계단 더 오르면 3층은 일본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 쇼룸이다. 집에서 가리모쿠 가구를 사용하며 매력에 푹 빠진 그는 한옥과 현대적 가구의 만남이 퍽 좋았다. 자신이 경험한 일상을 그대로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어 쇼룸 안쪽을 한옥처럼 꾸몄다. 4~5층은 타파스 바 ‘1人일상’. 카페와 마찬가지로 1인 소반을 한 개씩 내는 것은 동일하지만 좌식과 입식 중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타파스 바는 ‘그안에 맛있는 레스토랑’의 유상원 셰프를 영입했다. 동서양을 접목한 퓨전식을 1인용 타파스 형태로 선보인다. 테이블웨어는 김상인 작가의 백자 그릇을 사용하는데, 제례용 그릇처럼 굽이 있는 고족 접시가 단연 돋보인다. 젓가락은 최성우 작가 작품이다. 5층은 내부 공간에 딸린 야외 테라스가 일품. 테라스에 한옥 한 채를 지어 올렸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라이브 공연이나 소규모 파티도 계획 중이다. “광고를 할 때 늘 새로운 것, 남이 생각지 못하는 것을 고심 하곤 했어요.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묻어난 것 아닐까요?” 어떤 이는 1人의 가치를 값으로 환산하며 남는 게 있느냐 묻지만, 부부가 바라는 것은 돈보다는 ‘멋진 경험’이다. 이 곳에 머무는 시간만큼은 누구나 특별해지고, 미감을 공유할 수 있다면 부부의 계획은 이미 성공이다. 주소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134-31 문의 02-357-1111

글 손지연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