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전진하는 화이트
2007년 화이트는 색이 아닌 형태로 기억된다. 단순함, 그리고 이를 강조하는 화이트가 결합된 ‘화이트 미니멀리즘’이 인테리어와 패션에 걸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날카로운 고전적 미니멀리즘과 달리 유기적인 곡선과 부드러운 소재로 표현되면서 보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전진해간다.
반투명하고 매트한 질감이 특징인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사용해 만든 책장 겸 파티션 ‘클라우드Cloud’. 프랑스 디자이너 형제인 로낭&에르완 부흘렉Ronan&Erwan Bouroullec이 디자인한 것으로 모듈 형식이라 원하는 만큼 쌓아 올리고 연장할 수 있다. 가볍고 견고한 실용적인 디자인도 매력. 가구 숍 디옴니에서 판매한다. 화이트에도 퓨처리즘futurism 코드가 두드러지는 것이 추세이다. 페티코트처럼 부풀려진 화이트 칵테일 드레스와 반짝이는 에나멜 광택이 미래주의적인 무드를 강조한다. 칵테일 드레스는 질 스튜어트 제품, 레더 웨지 힐 슈즈는 구호 제품이다.
색깔이 아니라 빛이다
자칫 밋밋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화이트는 ‘질감’이나 ‘톤’의 차이로 다채롭게 변주된다. 화이트의 매력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소재로 지목된 것은 바로 매끄럽고 반투명한 PVC. 플라스틱에 더해지는 화이트는 맑고 순수한 이미지에서 화려함까지 다양하다.
1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빠진 유기적 디자인의 ‘슈퍼내추럴 Supernatural’ 의자.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으며, 의자 등받이 부분의 타공 장식은 빛을 통과시키며 의자 자체가 지닌 화이트 색감을 더욱 화사하고 가뿐하게 만들어준다.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모로소Moroso사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두오모에서 판매한다..
2 이번 시즌에는 빛이 통과할 정도로 비치는 소재의 화이트가 눈길을 끈다. 부드럽고 로맨틱한 시폰 블라우스나 원피스, 속이 훤히 비치는 오간자 재킷 등은 화이트의 순수한 느낌을 돋보이게 한다. 화이트 시폰 스트랩 드레스와 블랙 퍼 케이프 모두 바네사 브루노 제품이다. 비닐 클리어 파일 수백 장을 책으로 묶은 형상이라고 하면 맞을까. 아코디언처럼 접고 펼쳐지는 자바라 스타일로 디자인된 원형 스툴. 둥그렇게 펼치면 반투명한 비닐 한 장 한 장 사이로 빛이 스며들면서 환상적인 화이트의 매력을 분출한다. 디옴니에서 판매한다.
선과 면을 강조할수록 세련되다
요즘 잘나간다는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콘셉트는 바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연출하겠다는 것. 무엇을 더하고 장식해야 할까가 아닌, 무엇을 덜어낼까가 세련된 디자인을 결정짓는 관건이 되고 있다. 과장된 장식을 배제하고 최소 단위인 선과 면으로단순함을 살리는 미니멀 디자인은 이번 시즌 컬러 코드인 화이트와 결합되면서 한층 깔끔하고 도회적인 감각을 발산한다.
화이트의 매력은 큼직하면서도 단순한 선과 면을 통해 한층 더 느낄 수 있다. 심플한 직선의 대형 식탁 세트와 선과 면이 강조된 사각 볼과 접시 세트 등은 이번 시즌 화이트 인테리어에서 주목할 만한 디자인. 식탁과 의자 세트는 주문 제작한 것이다. 화이트 식기 중 왼쪽의 맨 아래 대형 사각 볼은 코헨 제품, 그 위로 쌓아 올린 접시와 볼은 빌레로이&보흐 제품이다. 오른쪽의 그릇은 정소영 식기장 제품이며, 맨 위에 놓인 커피잔은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장식을 최대한 자제한 미니멀리즘 룩은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빛을 발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 시즌에 비해 현저히 짧아진 길이를 꼽을 수 있다. 재킷과 스커트, 팬츠 모두 마이크로 미니라고 해도 될 만큼 짧은 아이템들이 핫 스타일을 주도하고 있다.
(왼쪽) 안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가 트리밍된 미니멀한 재킷은 에스까다 제품, 이너웨어로 입은 슬리브리스 톱과 버튼 포인트 미니 팬츠, 투명한 비닐 소재의 플랫폼 힐은 모두 샤넬 제품이다.
(오른쪽) 어깨의 볼륨감이 사랑스러운 미니멀 볼륨 셔츠와 코튼 미니스커트, 허리에 두른 포멀한 커머번드 모두 로에베 제품이다. 투명한 플랫폼 힐은 샤넬 제품.
크고 단순할수록 포인트가 된다
미니멀리즘의 화이트는 크고 부피감 있게 시원스럽게 연출된다. 공간 전체를 화이트로 연출하는 것보다는 부피감 있는 단순한 형태의 가구와 소품 등을 화이트로 선택하면 그 자체로 화이트의 강력한 매력이 전달된다.
3 우유가 담긴 투명한 유리컵을 그래픽화한 실사 벽지를 그림 액자처럼 만들고, 그 앞에 화이트 원형 러그와 스툴 하나를 매치했다. 벽지에서 보여지는 화이트의 이미지는 공간 전체를 우윳빛으로 물들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대형 실사 벽지는 동현인터내셔널에서 판매. 흰색 스툴은 보루네오 지 갈리 제품, 러그는 한일카페트 제품이다.
4 슬림하고 길어 보이게 하는 롱&린 라인의 옷들이 강조되면서 높은 굽의 플랫폼 슈즈가 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인을 강조한 화이트 슈트와 매니시한 블랙 베스트, 버클 포인트 가죽 벨트 모두 셀린느 제품이다. 이번 시즌 최고의 액세서리인 블랙 플랫폼 슈즈는 펜디 제품이다. 대형 화분은 인디테일에서 판매한다.
무겁지만 가볍게, 많지만 적게
아무리 복잡하고 무거워 보이는 것도 화이트로 표현되면 단순하고 가뿐하게 보인다는 사실. 텅 빈 듯하고 밝은 느낌이 드는 화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색이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도 화이트면 가볍게 느껴지고, 많은 양의 물건이 쌓여 있어도 화이트면 한층 정돈되어 보인다. 규칙적이고 반복적인형태와 패턴을 화이트로 연출하면 보다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화이트 패널과 벽돌로 만든 심플한 책장. 칸칸마다 화이트 컬러의 책과 오브제를 반복적으로 배치해 연출한 그래픽적인 이미지가 한층 세련된 공간을 만들어준다. 여백의 미를 살릴수록 안정감 있고 시원스러운 미니멀 화이트의 감각을 강조할 수 있다. 책장은 나무 패널과 벽돌을 활용해 만들 수 있다. 맨 위칸의 반투명한 화이트 유리 화기는 하선 플라워 갤러리에서 판매, 같은 칸의 블랙 플랫폼 슈즈는 샤넬 제품이다. 두 번째 칸에 놓인 미니어처 의자는 제인인터내셔날, 동물 형태의 손잡이가 달린 티포트는 정소영 식기장 제품이다. 세 번째 칸에 놓인 블랙 와인 글라스는 LSA 제품으로 하선 플라워갤러리에서 판매, 흰색 미니어처 의자는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그릇은 정소영 식기장 제품. 네 번째 칸에 있는 화병은 하선 플라워 갤러리, 철제 미니어처 의자는 제인인터내셔날에서 판매. 우아함을 강조한 하이 네크라인 백 리스 블라우스는 샤넬 제품, 하이 웨이스트 미니 팬츠는 로에베 제품이다. 메탈릭한 골드 포인트가 감각적인 플랫폼 슈즈는 샤넬 제품이다.
블랙이라는 화룡점정이 있어야 제 맛
화이트는 온전히 화이트만으로 연출되지 않는다. 인테리어에서는 화이트의 고급스럽고 도회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차분한 그레이 또는 블랙이 매치되는가 하면, 크롬 빛의 진주와 창백한 유리를 조화시켜 모던 미니멀을 강조한다.
5 손으로 드로잉한 듯한 자연스러운 라인의 패턴이 포인트인 패브릭. 모던 화이트를 힘 있고 멋스럽게 연출해준다. 패브릭은 마리메코 제품, 납작한 블랙&화이트 화기는 S 갤러리 제품, 호리병 모양의 대형 화기는 하선 플라워 갤러리에서 판매한다.
6 퍼프 소매 셔츠는 레베카 테일러 제품, 러플 케이프는 샤넬 제품, 화이트 7부 팬츠는 페라가모 제품, 화이트 웨지 힐은 구호 제품이다. 패브릭으로 자연스럽게 스탠드 형태를 연출한 조명등은 솔로 라이트 제품, 원형 패턴 쿠션은 마리메코 , 플라워 패턴은 코헨, 줄무늬 쿠션은 웰즈에서 판매한다.
7 순수한 화이트 컬러와 시폰, 시스루, 오간자 등 로맨틱한 소재가 유행하면서 옷에서의 볼륨감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시즌에는 상의 볼륨감을 강조하는 것이 트렌드여서 보디라인을 따라 우아하게 흐르는 퍼프 소매 블라우스가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맨틱한 시폰 블라우스는 모그 제품, 무릎 길이의 매니시한 더블 버튼 팬츠는 구호 제품, 화이트 밀짚모자는 헬렌 카민스키 제품이다.
절제된 곡선에서 볼륨을 찾다
이번 시즌의 화이트는 절제된 곡선에서도 자연스러운 볼륨감을 내세운 것이 특징. ‘각’을 없애고 부드럽게 연결해 전체가 하나의 라인으로 연결되는 형태와 화이트의 만남에 가위로 오려낸 듯한 유려한 라인과 매끈한 질감이 더해져 마치 하나로 이루어진 듯 볼륨감이 느껴진다.
8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라인이 특징인 순백의 테이블웨어.‘자연’을 이미지화한 콘셉트로 원형 도자기 형태에서 과감히 탈피한 디자인이 특징. 간결한 곡선이 이루는 입체적인 형태미 또한 매력적이다. 빌레로이&보흐의 ‘뉴 웨이브’ 시리즈 제품이다.
순수함과 도도함, 순백의 카리스마
화이트는 역사적으로 보면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컬러. 고대로부터 흰옷을 입을 수 있었던 사람은 학자나 종교 지도자, 귀족 계급뿐이었다. 창백하리만치 새하얀 컬러는 이번 시즌 매트한 질감과 결합하여 인테리어와 패션을 넘나들며 때론 순수하고 청초하게, 때론 도도하고 근엄하게 동전의 양면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자연 그대로의 색감과 촉감을 지닌 초벌구이 백자는 화이트의 순수함을 전하는가 하면, 한데 무리 지어 있음으 로써 발산하는 고고하고 도도한 느낌은 사뭇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백자는 모두 경기도 이천에 있는 산청초벌전시장에서 판매한다. 이번 시즌에는 정말로 흰, 순백의 화이트가 눈에 띈다. 화이트 미니멀리즘이 자칫 심심하다고 느껴진다면 순백의 화이트가 지닌 힘을 느껴보라. 실크 러플 볼륨 블라우스는 에스까다 제품, 하이 웨이스트 스키니 팬츠는 손정완 제품, 골드&블랙 플랫폼 힐은 샤넬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