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판타스틱
가구 산업은 1950년대에도 크게 성장했지만 그 추세가 1960년대에 들어 더욱 가속화했다. 1962년 영국 디자이너 로빈 데이가 폴리프로필렌 소재에 사출성형 공법(플라스틱 소재를 녹여서 원하는 형태로 성형)으로 일체형 의자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면서 플라스틱은 대량생산을 비롯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소재로 떠오른다. 컨틸레버 구조의 판톤 체어, 조 콜롬보의 우르베르살레 체어 등 이전까지 소재의 한계 때문에 유기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시각언어를 보다 자유롭게 추구한 디자인은 지금도 창작의 원천이요, 최고의 모더니즘으로 각광받고 있다.
레드 컬러 보핑거 체어Bofinger Chair ‘No.BA 1171‘은 보핑거 제품으로 비투프로젝트,1960년대 우리나라에 수입되어 탄산음료 시장을 열어준 코카-콜라는 한국 코카-콜라, 컨틸레버 구조로 해먹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판톤 체어 시리즈 중 하늘색 주니어 체어는 에이후스, 블랙과 화이트 컬러 판톤 체어는 루밍 판매. 사출성형 방식으로 제작한 보비 트롤리는 조 콜롬보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그레이 컬러는 루밍, 블랙 컬러는 세그먼트 판매. 발받침 형태가 독특한 아이보리 컬러 플라스틱 체어는 1970년대 빈티지 제품, 유광 재질이 돋보이는 퍼플 컬러 판톤 체어는 비투프로젝트 판매.
가구, 아트 심벌이 되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를 달군 ‘모더니즘’의 고상함에 반기를 들었다고 할까? 가구의 보편적 형태를 뛰어넘어 심벌릭 아이콘이 될 수 있는 아티스틱한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에타노 페셰가 디자인한 업Up 체어는 체인으로 억압된 여성성이라는 당시 시대상을 디자인에 반영한 제품. 발포 폴리우레탄 소재의 특성을 활용해 볼드한 형태와 독특한 질감을 구현했으며, 압축 진공포장으로 배송 시 부피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였다. 윌리엄 모리스의 꽃무늬 벽지가 인상적인 공간은 1970년대 다가구주택을 개조한 성수동의 카페 오르에르. 공간이 품고 있는 세월의 가치를 유지ㆍ보존하며 갤러리, 편집매장 등 콘텐츠를 부여한 자그마치의 김재원 대표가 오픈한 공간으로 다양한 시간의 레이어를 경험할 수 있다.
업 체어는 B&B 이탈리아 제품으로 인피니, 블루 소파 세즈 로그는 제프리 하코트가 디자인한 제품, 페르시안 카펫은 챕터원 꼴렉트, 원목 사이드 테이블과 블루 찻잔은 비투프로젝트 판매, 오렌지색 라운지 소파 통그는 피에르 폴랑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aA디자인뮤지엄 판매.
스페이스 에이지
스탠리 큐브릭의 공상 과학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를 기억하는가. 1961년 첫 유인 우주선이 지구 궤도에 도달하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은 달 착륙에 성공하는 등 1960년대는 ‘스페이스 에이지’라 부를 만큼 우주 개발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던 시대였다. 사람들은 우주와 지구, 달 등의 행성에 관심을 가졌고, 우주는 그 자체로 모든 디자인 영역의 모티프가 되었다. 우주선을 닮은 듯한 유기적 형태, 크롬을 중심으로 한 금속 소재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미래적’이다.
크롬 소재 플로어 램프는 게포 네덜란드GEPO NETHERLANDS 제품, 유기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라 폰다 암체어는 찰스&레이 임스 디자인, 비행접시 형태의 브럼버리 테이블 램프는 1970년대 빈티지 제품으로 비투프로젝트, 2단 유리 선반에 금속 홀더가 돋보이는 테이블은 1960년대 이탈리아 빈티지 제품으로 aA디자인뮤지엄, 로켓 형태의 소금 그라인더와 우주인 형태의 꽃병은 셀레티 제품으로 세그먼트, 반구형 테이블 램프는 베르너 판톤 제품으로 에잇컬러스, 실버&골드 컬러 2단 서랍장 콤포노빌리는 카르텔, 스모키 컬러의 유리 상판과 골드 다리가 인상적인 마테고 커피 테이블은 구비 제품, 블랙 손잡이의 AJ 티포트는 아르네 야콥센 디자인, 원통형 바쿰 저그는 스텔톤 제품으로 모두 이노메싸, 모카팟은 알레시 제품으로 세보코리아, 실버 그리드 형태의 의자는 베르너 판톤 제품으로 aA디자인뮤지엄 판매.
일회성 아트
냉전 시대와 반사회주의 등 사회적으로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달 착륙과 인터넷이라는 첨단 기술을 경험하며 사람들의 허무주의는 극대화됐고, ‘당장 행복하자’는 실리주의는 재미ㆍ변화ㆍ다양성ㆍ일회성 등을 강조하며 좀 더 자극적인 키워드를 주창했다. 이는 비단 건축이나 가구뿐 아니라 그래픽이나 팝아트, 픽토그램과 같이 다방면 분야에 영향을 주었다. 대량 소비주의와 대중문화가 합쳐져 예술마저도 소모품이 된 1960년대 팝아트. 앤디 워홀의 수프 캔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컷 만화같이 하위 문화에서 영감받은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일상을 환기시키는 디자인 요소로 많은 이의 지지를 얻고 있다.
블랙 컬러에 총 패턴이 프린트된 포스터 건gun, 벨벳 언더그라운드&니코 데뷔 앨범 재킷의 포스터로 제작한 바나나 프린트 포스터는 앤디 워홀 작품으로 아티초크, 테이블 일체형 디자인의 TV는 스티그 린드버그Stig Lindberg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비투프로젝트, 앤디 워홀 스타일을 재현한 베어브릭, 메릴린 먼로와 앤디 워홀 얼굴을 프린트한 피겨와 바나나 프린트 피겨, 앤디 워홀의 그린&블루 실크스크린 작품을 프린트한 피겨는 모두 킨키로봇, 남녀 프린트 판화와 말이 그려진 판화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으로 abc 갤러리 판매. 박스의 그래픽 패턴은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 전시와 ‘I ♥ NEW YORK’의 밀턴 글레이저를 오마주해 제작. 사탕은 1969년 달리가 디자인한 포장지로 유명한 추파춥스의 미니메가 버전.
디자인의 ‘경제적’ 기준
1920년대 바우하우스에서 시작한 모던디자인의 계보는 1960년대 초까지 이어졌으며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 사조와 1960년대의 간결하고 탈장식적 디자인이 만나 질서와 조화, 경제성을 강조한 굿 디자인(미니멀리즘)의 초석이 만들어진다. 대표적 제품은 디터 람스의 606 유니버셜 셸빙 시스템. 산업 소재, 기술의 진보를 통해 완벽한 미니멀 디자인을 구현한 제품으로, 필요에 따라 확장해서 쓸 수 있는 모듈 디자인에 전선을 랙에 숨기는 등 기능을 더해 수납 가구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평이다.
선반의 길이, 폭 을 달리 조합할 수 있는 알루미늄 소재 모듈 선반 606 유니버셜 셸빙 시스템은 데 파도바 제품으로 보에 판매. 실버 컬러의 튜너 CE 251과 앰프 CSV 250은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남세라믹웍스 문의. 디터 람스의 철학을 계승하는 브라운사의 원형 벽시계는 코발트샵, ‘NEW YORK’ 드로잉 서적과 선반 하단에 펼쳐진 디자인 서적은 마이 페이버릿, 브라운사의 화이트 탁상시계는 루밍 판매. 빙하가 녹아내리는 듯한 질감이 돋보이는 유리 피처 울티마 시리즈는 이딸라 제품. 심플한 유리잔은 타임&클래식 제품으로 보에, 그린색 올소 테이블 램프는 힐 제품으로 비투프로젝트, AJ 플로어 램프는 아르네 야콥센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몰테니&C 판매.
판타지가 필요해
급진적이며 미래적 디자인 요소에 히피, 스윙, 로큰롤 같은 반사회적 문화가 편승해 키치한 위트가 돋보였던 1960년대 스타일. 부분을 확대하거나 초현실적 이미지를 통해 환상적 분위기를 배가했으며 보색 배색 등 자극적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포르나세티를 시작으로 셀레티, 모오이 등이 계보를 이으며 현실을 비틀고 왜곡하는 풍자와 장난스러운 이미지로 공간에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피에로 포르나세티의 수집품을 프린트한 보더 벽지 fornasetti Ⅱ 9760과 부엉이 프린트의 보더 벽지 fornasetti Ⅱ 9750는 콜앤선 제품으로 다브, 열쇠 형태 스푼은 셀레티 제품으로 루밍, 새 프린트 접시는 셀레티 제품으로 10꼬르소꼬모, 끝부분이 볼트를 조이는 스패너로 디자인된 포크는 셀레티 제품으로 세그먼트, 화이트 컬러에 블랙 패턴이 들어간 커피 잔과 손ㆍ얼굴 형태를 프린트한 원형 접시는 포르나세티 제품으로 10꼬르소꼬모, 화이트 커피 잔과 소서, 기계 부속품 형태의 브론즈 캔들 홀더는 모두 셀레티 제품으로 세그먼트. 곤충 문진은 브로스테 제품으로 마이알레 판매.
과거와 첨단의 접점
결국 유행은 돌고 도는 법! 그때나 지금이나 신기술에 대한 반발로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는데, 덴마크 스타일 목재 가구와 수공 제품의 인기가 다시 높아진 ‘반미학’이라는 당시의 복고 트렌드가 바로 그것이다. 많은 디자이너가 지속 가능성과 천연 소재에 눈을 돌리되 값싼 베니어합판을 사용하거나 이질적 스틸 소재를 믹스 매치하는 등의 변주를 꾀했는데, 이러한 디자인적 진화에는 새로운 제조 공정과 플라스틱 분야의 신소재 개발, 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기술의 진전이 큰 역할을 했다.
가장 한국적인 몰딩, 1970년대 주택의 전형적인 목재 패널 벽 장식이 돋보이는 공간은 카페 오르에르의 오피스. 스틸 프레임이 인상적인 나무 서랍장은 1960년대 벨기에 빈티지 제품으로 aA디자인뮤지엄, 화이트&레드&실버 컬러의 분리형 촛대는 BMF 제품으로 귀뚜라미디자인 판매. 소방서 블록 장식과 소방관 피겨는 레고의 시티 소방서 시리즈. 오렌지색 찻잔은 토마스 제품으로 비투프로젝트 판매. 오렌지색 빈티지 커피 머신과 그라인더는 플로리안 자이페르트Florian Seiffert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남세라믹웍스 문의. 베르너 판톤의 네온 컬러 도트 문양을 입은 카펫은 렉슈어 제품으로 구다모 판매.
스타일링 심필영, 권도형(스타일내음) 어시스턴트 제은빈 제품 협조 구다모(www.gudamo.co.kr), 귀뚜라미디자인(www.guiturami.com), 까르텔(02- 517-2002), 남세라믹웍스(070-4108-8206), 다브(www.dav.kr), 루밍(www.rooming.co.kr), 마이알레(02-3468-9466), 마이페이보릿(02-544-9319), 몰테니&C(02-543-5093), 보에(02-517-6326), 비투프로젝트(02-6369-2900), 세그먼트(02-533-2012), 아티쵸크(02-3785-0924), 알레시(www.alessi-shop.co.kr), 에잇컬러스(070-8654-3637), 오르에르(02-462-0018), 이노메싸(www.rooming.co.kr), 이딸라(www.iittala.com), 인피니(02-3447-6000), 챕터원 꼴렉트(02-763-8001), 킨키로봇(02-3444-7044), 한국 코카-콜라(1588-2653), 10꼬르소꼬모(02-3018-1010), aA디자인뮤지엄(www.aades -ignmuseum.com), abc갤러리(02-545-3799)
- 디자인의 회귀 본능 화려한 시절 6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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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한 하나의 스타일로 시대정신을 충실히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과거를 탐구하고 현재와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ㆍ중첩(콜라주)하는 것이 21세기 시각 문화에서는 필수적 창조의 방식. 그렇다면 지금 디자인계에서는 어떤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을까? 지속되는 경기 불황과 사회적 갈등으로 ‘상실의 시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지금, 1960~1970년대 디자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시대 지은 다가구 건물이 ‘재생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창조되면서 당시 유행했던 건축 기법, 마감재, 패턴, 형태 등이 복고 트렌드와 맞물려 대중의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시기에 탄생한 제품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똑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되어 여전히 높은 판매를 기록한다는 사실이다. 달 착륙이라는 인류 최고의 사건을 경험하며 무한 상상력을 펼친 그 화려한 시절! 2017년에도 여전히 건재한 1960~1970년대 스타일의 미학을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