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대표가 경기도 가평 산자락에 담박한 시골집을 짓고 목공 작업실을 마련했다. 핀란드 피스카르스 공동체를 모티프로 만든 이곳은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를 경험하는 것은 물론 누구나 자유롭게 목공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다.
2007년 홍대 한복판에 상업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공간이 생겼다. 낯선 인더스트리얼 분위기에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가 툭툭 놓인 카페. 1800년대 영국에서 태어난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와 세월이 곧 문양이 된 나무 바닥을 걷다 핀 율 체어에 앉아 쉬는 그곳, aA디자인뮤지엄이다.
20대부터 가구가 좋아 여유 있을 때마다 발품 팔아 한두 개씩 모아왔다는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대표. 25년간 모으다 보니 어느새 빈티지 가구가 10만여 점이 됐고, 누구나 디자인 체어를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이던 디자인 카페를 오픈했다. 지금이야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새로운 가구를 찾는 일이 수월하지만, 그 시절에는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김 대표가 해외를 다니며 본격적으로 가구를 모으기 시작한 컬렉션의 황금기는 레스토랑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40대다. 운 좋게 40대 초에 돈에서 해방됐고, 권력 대신 자유를 택하니 자연히 ‘디자인’이 따라왔단다. “문화는 세대별로 편식을 하게 마련이에요. 치열했던 20~30대, 열정이 뭉근하게 남아 있던 40대, 자유로워진 50대를 보내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문화의 중추는 20대도, 30대도 아닌 40대라는 것을. 디자인 세계에서 나이는 내공과 비례합니다. 숫자가 더해지면 내실이 더욱 단단해지고 창조적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죠. 그러니 40~50대 청년기를 어떻게 하면 더 창 조적으로, 더 신나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가평 aA 동키 아뜰리에는 40대 청년에게 고하는 외침을 담은 공간이에요.”
1 문짝과 창문을 조합한 가벽과 수납장으로 최대한 심플하게 구성한 부엌. 2 김명한 대표가 책 읽는 자리. 창밖으로 덱과 숲 속 풍경이 펼쳐진다. 프레임 안에 풍경이 담기는 걸 좋아해 통창 대신 부분 창을 구성했다. 3 aA에서 제작한 원목 가구와 통영 정숙희 누비 장인이 만든 침장으로 아늑함을 더한 게스트 침실. 4 전망 좋은 화장실. 진정한 휴식 공간으로, 앉아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두었다.
“가진 것을 나눠라”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 어느새 신록이 우거진 오솔길로 접어든다. 내비게이션상으로 목적지에 다다르자 일곱 살 순동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 나와 객을 반긴다. 김명한 대표가 지난 1년간 찬찬히 지은 세컨드 하우스 겸 아틀리에. 낮고 담박한 건축물 뒤로 펼쳐지는 야생 산책로가 피스카르스 마을을 떠오르게 한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두 시간 남짓 떨어진 피스카르스 마을은 주민의 4분의 1이 작가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공동체 마을이다. 김명한 대표는 해마다 5~6월 중 한 달간은 꼭 피스카르스 마을에서 지낸단다. <캐비닛>을 출간하며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는 거의 만났고, 못 본 것 없이 통달한 장본인인데, 무엇이 그토록 그의 가슴을 뛰게 했는지 궁금했다.
“공동체 정신입니다. 직업과 취향이 똑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되 경쟁이 없지요. 가장 좋아하는 곳은 나카리 목공소예요. 직원은 다섯 명뿐이고, 유통과 판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구조입니다.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만 사용해 지역색을 지키고 서로 협력해 작업합니다.” 설명과 함께 컨테이너에 들어가니 목공 기계와 aA 의 가장 큰 자산인 잘 말린 나무가 가득 쌓여 있다. 목공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이용할 수 있는 곳. 워크숍 기간에는 맞은편 건물 게스트 하우스도 사용할 수 있는데, 기계 사용료와 숙박료 모두 무료다(오직 나무 재료비만 받는다). “보통 목공을 즐기는 사람이 기계가 없어서 손작업만 하는 한계가 있어요. 큰 기계를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여기에 오면 기계를 자유롭게 쓰고 또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조언도 구할 수 있죠.”
창의적인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 한쪽에 해체되어 있는 달리의 블랙 에디션 체어가 눈에 띈다. 앉아보고 사용하고, 필요하면 해체까지 해봐야 오리지널 디자인의 구조와 균형감을 이해할 수 있으니 학습에 필요한 오리지널 퍼니처는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단다. 김 대표가 얻는 건 무엇이냐 물었더니 “이제 서로 가진 걸 나눌 때”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이사를 했는데 집에 가구가 필요하대.” 혹은 “다들 본 건 있어서 갖고 싶은 건 늘 비싸잖아? 그래서 같이 만들어보자 시작했지”이거나, “갤러리나 박물관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 날이 많았어. 뭐라도 좋으니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서”라는 담백한 바람이 조건 없이 통용되는 곳이다.
1 1백 년 전 유럽에서 사용하던 빈티지 문. 시간의 공력이 느껴지는 고재와 손잡이 장식 등이 공간에 표정을 더해준다. 2 시골집은 단열이 중요하다. 벽만큼 두꺼운 프레임에 공예품과 빈티지 오브제를 장식한다. 3 aA디자인뮤지엄에서 사용하고 남은 핸드메이드 타일을 모아 바닥을 마감했다. 두세 종류의 다른 타일을 섞어 사용해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4 디자인으로 인연을 맺은 네덜란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려준 당나귀 일러스트. 우직하게 일하는 당나귀 캐릭터와 손으로 묵묵히 작업하는 목공 작업실의 의미가 잘 맞아 ‘동키 아뜰리에’의 상징처럼 건물 외벽에 걸어두었다. 5 오래된 창문을 조합해 거실과 부엌을 나누는 가벽으로 활용했다. 창문의 문양과 녹슨 물조리개, 랜턴, 빈티지 유리병, 펜던트 조명등 등이 조화를 이룬다. 6 목공 작업실 2층에는 화사한 색깔 유리 문을 설치했다.
7 고철 기름통으로 만든 사슴과 사람 오브제는 아프리카 여행 중 발견한 보물. 8 조명에 전선을 연결하는 애자도 이렇게 모아두면 장식이 된다. 9 거실에서 바라본 부엌. 빈티지 하부장을 조합하고 은은하게 톤 차이가 나는 타일을 붙여 흔히 볼 수 없는 재활용 콘셉트의 부엌을 완성했다.
“잃어버린 30대를 찾아라”
“30년 전, 선친이 은퇴한 후 가평에 집을 짓고 산다고 했을 때, 왜 시골로 들어갈까 이해하지 못했어요. 근데 이제 숲이 좋아요. 집 뒤편 늪, 청정 1급수를 자랑하는 계곡 모두 산책로예요.”
북유럽의 여름 집을 떠올리게 하는 40평 남짓한 담박한 집.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소박한 외관에서는 짐작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진다. 우선 널찍한 스프루스spruce 판재로 벽을 마감해 알싸한 나무 향이 먼저 다가온다. 뵈르게 모겐센과 마리오 벨리니의 소파, 레몽 로위의 조명과 테이블 등 전문가의 안목으로 고른 멋진 디자인 가구들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사진처럼 프레임 안에 풍경이 담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공간에 통창을 두지 않는다. 한 번에 다 보이는 것은 왠지 김이 빠진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봤을 때 기분 좋은 창의 위치와 크기를 정한 뒤 목재 프레임으로 한 번 더 마감해 목가적 분위기를 살린다. 전원 주택이면 응당 적용하게 마련인 박공지붕 대신 일정한 높이의 단층 마감을 했는데, 이는 겨울이 춥다는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거실이 펼쳐지고 좌우에 방들이 자리하는 평범한 구조지만 결코 일반 아파트 같지 않고 이국적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시간의 공력이 쌓인 마감재 덕분. 바닥은 aA에서 쓰고 남은 핸드메이드 타일로, 양이 모자라 두 종류를 섞어 깔았다. 형태와 크기가 다른 문은 영국에서 빈티지를 공수한 것. 아이를 배려한 낮은 손잡이가 인상적이다. 스프루스 패널 역시 오랫동안 말린 원목을 켜서 사용했기에 새것 같지 않고 아늑한 느낌을 배가한다. 이 집의 백미이자 가장 전망 좋은 화장실에는 의자를 하나 두었다. 그러고 보니 창문 앞에는 제각각 다른 1인용 암체어가 자리하고 있다. 이름하여 ‘멍 때리는’ 공간이다.
“카페랑 레스토랑을 1년에 몇 개씩 오픈하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겁도 없이 했지요. 우리 아들과 며느리한테 30대를 잃어버리지 마라, 천천히 살아라고 얘기해요. 너무 바쁘게 살아서 잃어버린 30대를 찾는 일, ‘lost analog’는 그런 의미예요. 바쁠수록 천천히, ‘밤’이 있는 삶을 살라는 뜻이죠.”
1 집 뒤편에는 습지와 1급수 청정 계곡으로 연결되는 산책로가 있다. 30여 년간 가족이 손수 일군 야생 정원, 그야말로 피스카르스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다. 2 순동이와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김명한 대표. 집 뒷마당에는 작은 오두막을 한 채 지을 예정이다.
3 프레임 같은 두 개의 창문과 창문을 향해 놓인 윙백 체어 그리고 가구 위치에 맞게 배치한 조명등까지 디자인 가구와 조명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4 자유로운 워크숍이 이뤄지는 목공 작업실. 작업실 2층엔 김 대표가 수십 년간 잘 말려둔 목재와 컬렉션한 빈티지 의자 등이 가득 쌓여 있다. 올 가을부터 워크숍 프로그램을 구성할 예정. 목공이 취미라면 누구나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작게 더 멀리”
홍대 aA디자인뮤지엄도 올가을 리뉴얼을 앞두고 있다. 책을 매개체로 40대가 맘껏 놀 수 있는 테마 있는 편집매장 ‘퓨앤파 few & far’를 론칭 할 계획. ‘few & far’는 이름처럼 흔하지 않고 작은 걸 멀리(널리) 퍼뜨리겠다는 포부를 담은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다. 50여 명의 재기 발랄한 작가, 디자이너와 협업해 소품부터 가구까지 디자인&공예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 색깔이 나는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해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김 대표의 역할. “파리의 메르시, 런던의 민트, 서울의 아름지기 모두 너무 좋은 공간이지만 사실 하이엔드를 타깃으로 하죠. 10년 전부터 많은 브랜드를 소개하면서 깨달은 점이 바로 디자인의 ‘가성비’예요. 우리나라에도 이미 한국 색깔을 내는 실력있는 디자이너와 작가가 쏟아져 나오는데 문제는 ‘가격’입니다. 좋은 재료를 개인이 수급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매입해 싸게 제공하고, 대량 아닌 ‘다량’으로 생산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아주 심플한 경제 논리를 대입했죠.”
책은 영화, 음악과 함께 대중에게 가장 쉽게 다가오는 매개체로 40대를 공간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장치다. 40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걸처져 있는 세대다. 한때는 386세대라 불리며 한 시대의 주역으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인터넷을 넘어 모바일 시대와 마주하니 당혹스러운 게 현실이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의 낭만을 아는 이 세대를 위한 시장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책’을 매개체로 한 문화 공간이 더더욱 중요하다. “저는 종이 문화는 죽지 않는다고 봅니다. 과거처럼 밀리언셀러는 흔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책을 통해 여전히 감동을 받을 거예요. aA의 앵글로 선정한 책을 매장 곳곳에서 차를 마시며, 또 공예품을 고르며 곁에 두고 펼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예요.”
짝퉁과 타협하는 공간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표시이자, 명품이라 부르는 핀율, 임스를 당신 또한 일상에서 누려보라는 이중적 외침을 카페에 오리지널 체어를 쫙 까는 퍼포먼스로 보여준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대표. 피스카르스 마을처럼 나이, 국적, 성별 불문하고 취향 맞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사회적ㆍ문화적 공유 가치!
“나이 먹을수록 비워야 하잖아요. 이제 가구 안 사려고 결심했는데, 지난번 출장가서 또 아르텍 빈티지 스툴을 1백 개나 샀어요. 가을에 오픈 파티할 때 숲에 깔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젊은 시절 가구에 대한 욕망을 불사르던 컬렉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유 대신 나눔을 먼저 생각한다. 새로운 공간과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은 그에게 여전히 가장 신나는 일이다. 독자 여러분도 가평 aA 동키 아뜰리에에서 숲 내음 맡으며 정직한 나무 작업의 매력에도 빠져보시길.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aA디자인뮤지엄 김명한 대표의 가평 아뜰리에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6월 24일(금) 오후 2시 인원 8명 장소 경기도 가평 참가비 1만 원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오픈 하우스’ 코너에 참가하고 싶은 이유를 간단히 적어 신청해주세요.
▶ 신청 바로가기 : http://www.designhouse.co.kr/event/event_detail/200
‘좋은 가구는 많이 경험해봐야 하다’는 가치를 실천하는 김명한 대표에게 식물성 스킨케어 브랜드 달팡에서 ‘스티뮬스킨 플러스 리쉐이핑 디바인 세럼’ ‘스티뮬 스킨 플러스 멀티 코렉티브 디바인 크림’ ‘카모마일 아로마틱 에센셜 오일 엘릭시르’를 선물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