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얄코펜하겐 Royal Copenhagen +서영희 Suh Younghee
선물 같은 일상
블루 컬러로 상징되는 덴마크의 왕실 도자기 로얄코펜하겐과 한국 선비 정신의 상징인 고매한 푸른 빛이 조우했다. 전시 주제는 ‘선물’. 스타일리스트 서영희는 조각보를 모티프로 푸른색 원단으로 감싼 상자를 벽에 리듬감 있게 설치한 뒤 전통 혼례의 의미가 깃든 웨딩 기프트 공간을 연출했다. 색동저고리와 기러기, 족두리, 꽃신 등이 로얄코펜하겐의 블루 플레인, 블루 메가, 블루 하프 레이스 한식기와 어우러져 들여다보는 묘미를 더했으며 감사, 축하, 사랑 등 ‘선물’하면 떠오르는 설레는 감정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문의 한국로얄코펜하겐(02-749-2002)
심희진Sim Heejin +두닷Dodot
벽, 취향을 비추는 거울
늘 포토제닉한 부스 디자인으로 관람객의 발길을 이끄는 가구 브랜드 두닷. 그 뒤에는 언제나 스타일리스트 심희진의 활약이 숨어 있다. 올해는 ‘개인의 취향’을 콘셉트로 취향이 각기 다른 8인의 가상 공간을 연출, 눈에 띄는 제품상을 수상했다. 액자, 시계, 토스터, 브러시, 집게 등 일상 속 오브제를 규칙적으로 배열한 벽 꾸밈은 평범하고 베이식한 디자인의 가구로도 얼마든지 취향 충만한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된다. 문의 두닷(02-585-8937)
민송이ㆍ민들레 Min SongiㆍMin Deulre +에어비앤비Airbnb
여행 같은 삶
우리가 여행 중 만날 수 있는 일상적 삶의 공간. 에어비앤비가 근사한 비주얼로 전시장에 착륙했다. 대중적 주거 형태를 기본으로 합리적 가격대의 가구와 소품, 기법으로 꾸민 스토리룸 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바로 에어 라운지. 스타일리스트 민송이・민들레는 에어비앤비의 공식 컬러 중 핑크에 오렌지빛이 가미된 라우시raush를 메인 컬러로 사용해 경쾌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공간을 완성했다. 네온사인, 빈티지 트렁크, 오렌지색 주방용품 등 지난 여행의 즐거웠던 추억을 소환하는 기분 좋은 일탈의 현장이었다. 문의 에어비앤비(www.airbnb.co.kr)
최지아Choi Jia +보에BOE
컬러로 즐기는 디자인 아이콘
왼쪽부터 라스빗의 펜던트 조명등, 프리츠한센의 알파벳 소파와 시리즈7 체어, 로체어.프리츠 한센, 비트라 등 클래식 디자인 아이콘은 물론 글라스 이탈리아, 라스빗 등 세계 각국의 특색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보에BOE. 선보이는 브랜드의 결이 다른 만큼 이를 하나의 공간에서 따로 또 함께 매칭하는 방법이 중요했고, 스타일리스트 최지아는 ‘컬러 매치’로 승부수를 띄웠다. 올해의 트렌드 컬러인 로즈쿼츠와 세레니티 컬러를 기본으로 버건디, 그린 등 딥 컬러를 더해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는 전시 공간을 완성. 몬드리안 면분할을 모티프로 한 부스 외벽은 전시 내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의 보에(02-517-6326)
청송백자 Cheongsong Baekja +문지윤Moon Jiyoon
팜 투 테이블
청송백자의 선문 접시, 백자 아락잔과 함께 연출한 사과는 무릉외갓집, 빵은 더벨로, 잼은 선데이잼, 식물은 르포지 협조. 2011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를 통해 세상에 선보인 청송백자. 두 번째 전시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청송백자의 스타일링을 맡은 문지윤은 누구보다도 청송백자의 가치를 잘 아는 든든한 후원자이자 홍보 대사다. 군더더기 없고 담박한 청송백자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고,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그는 그 마음을 담아 풍성한 결실의 테이블을 아트워크로 선보였다. 청화 두 줄이 선명한 접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빨간 사과가 수반에 가득 담긴, 소담해서 시선이 더 머무는 공간. 평범하지만 여럿이어서 더 비범해지고 일상적이지만 함께 나눠 더욱 특별해지는 삶의 장면 아닌가. 문의 청송백자(054-873-7744)
·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한국 패션계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이자, 아모레퍼시픽 비주얼 컨설팅을 비롯해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열린 한불 수교 1백30주년 기념 전시 의 예술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서영희. 2012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이너스 초이스> 전시에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자수 조명등을 선보여 디자이너 상을 수상, 2014년에는 ‘행복한 식구’를 주제로 엄마의 부엌 공간을 연출해 호평받은 그가 올해 전시에는 ‘블루’를 테마로 선물 같은 공간을 선사했다. “제가 로얄코펜하겐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청명한 블루 컬러예요. 블루를 조금 더 한국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톤이 조금씩 다른 푸른색 원단을 조각보처럼 매치하는 방법을 생각했죠.” 로얄코펜하겐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브랜드다. 2013 년부터 다양한 라인의 한식기를 선보이고 있으니, 한국적 코드를 매치해도 잘 어우러 진다는 것은 이미 일상의 식문화로도 충분히 증명한 셈. 스타일리스트 서영희는 전통 혼례를 상징하는 한국적 오브제에 푸른색이 지닌 좋은 기운을 스토리텔링으로 더해 로얄코펜하겐이 올해의 캠페인 이슈로 강조하는 ‘선물’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근면하고 진취적인 선비 정신이 깃든 푸른색 혼례상은 예단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정성 어린 소망을 표현한 것. 코리안 블루와 데니시 블루의 의미 있는 만남은 물론 코너 공간을 활용해 선물 박스를 리듬감 있게 구성한 아이디어도 돋보이는 아트워크였다.
· 스타일리스트 심희진
광고 비주얼 촬영과 매장 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디자인까지… 두닷과 스타일리스트 심희진은 오래 호흡을 맞춘 만큼 서로의 취향과 장점, 가능성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파트너다. 두닷은 대중이 원하는 평범하고 베이식한 가구 라인을 선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적 공간에서만큼은 개개인의 취향이 오롯이 드러나길 바란다. 브랜드의 이런 이중적 생각을 꿰뚫어본 심희진 실장은 ‘오타쿠의 방’을 테마로 크리에이티브한 공간을 완성했다. 레드, 그린, 블루, 민트 등 공간에 강한 색감을 적용한 후 액자, 시계(오직 둥근 시계만 모았다!), 토스터, 청소 브러시 등을 반복 배열했다. 아주 일상적인 물건이라도 열 개 이상, 어떤 규칙을 정해서 모으면 그 자체로 콘셉트 있는 오브제가 되는 법. 벽에 거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가구가, 무미건조한 일상이 ‘색깔’ 있게 변신하는 것을 증명한다. “어디서 본 듯한 혹은 남의 취향을 따라 하는 것보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해요. 평소 관심이 가는 물건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저한테는 청소 도구가 그런 오브제예요. 가구 위에 조르르 걸어 장식하면 대량으로 찍어내는 아트 포스터보다 개성 있는 벽 꾸밈을 완성해주죠.”
· 스타일리스트 민송이・민들레
스타일링 전문 스튜디오 세븐 도어즈7 Doors를 운영하며 푸드&인테리어 스타일링을 비롯해 제품 디스 플레이, 카페 등 상업 공간 디자인, 스타일링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민송이・민들레 실장. 바쁜 일정 속에서도 여행을 즐기며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는 그들이기에 ‘에어비앤비’의 전시 부스 디자인을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야말로 ‘환상의 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 자매는 홈메이드 밀에 관심이 많아요. 여행 가서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현지에서 시장과 마트를 누비며 장을 보고 그 지역 채소와 식재료로 만든 한 끼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것 또한 여행이 선사하는 커다란 즐거움이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늦은 점심을 만들어 먹고, 쉬고 싶을 때는 한없이 게으름 피울 수 있어 ‘아파트먼트’ 숙소를 선호하고요.” 현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데 현지의 리얼 주거 공간만 한 곳이 또 있을까? 공간의 공유를 넘어 삶과 문화의 공유를 추구하는 에어비앤비의 감성을 한국의 가장 대중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콘셉트로 풀어낸 민송이・민들레 실장. 잡지 화보, 카페 등의 상업 공간 디자인, 공간 설치까지… 가장 재미있는 분야를 묻자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우문현답이 돌아온다. 웬만하면 막을 수 없는 이 자매가 여행 후 또 어떤 행보를 펼칠지 자못 기대되는 이유다.
· 스타일리스트 최지아
대림미술관 전시 중 4층 전시관의 디렉팅과 스타일링을 맡아 색 잘 쓰는 디자이너로 맹활약 중인 스타일리스트 최지아. 다른 의미로 ‘컬러’가 모두 다른 제품을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 보에의 전시 부스를 디자인하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각적 임팩트였다. 어느 각도에서나 포토존이 될 수 있는 공간, 한편으로는 비밀스러우면서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는 컬러와 몬드리안 패턴을 결합했다. 패치워크 외벽은 부분적으로 일부만 뚫어 관람객의 궁금증을 유발했으니 페어의 브랜드관이 갖춰야 할 신선함, 흥미로움 등의 요소를 두루 챙긴 셈. 평소 비주얼 화보와 전시 공간을 둘러보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는 만큼 관람객의 시선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잘 찾았다는 평이다. 20년간 인테리어&플라워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며 여전히 잡지 화보에 가장 ‘애정’을 느끼고 매달 새로운 이슈를 접하는 이 일이 여전히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의 ‘행복’한 작업은 <행복> 인테리어 화보로도 만날 수 있다.
· 스타일리스트 문지윤
“청송 지역은 밤낮의 일교차가 뚜렷하고 일조량이 많아 당도가 높은 맛있는 사과로 유명하죠!” 언제나 대화는 ‘청송 예찬’으로 시작한다. 4년 전, 청송백자 전시를 준비하며 서울과 청송을 무려 스무 번이나 오갔다는 문지윤 실장은 전수자들을 만나면서 백자를 더 알고 싶어 자연스럽게 공부하고 그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었단다. 청송백자만의 흰색, 설백색이라고 하는 고유한 색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 공간에 자연에서 얻는 소재를 즐겨 사용한다는 그는 이번에도 커다란 고재 테이블과 리넨 원단, 돗자리를 활용해 싱그러운 만찬 테이블을 연출했다. “관상하는 백자가 아닌 지금 바로 사용하고 싶은 백자”가 관전 포인트.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좋아하는 잔에, 혼자 식사를 하더라도 아끼는 그릇에 담아 풍성하게 먹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일상을 좀 더 풍요롭게 즐길 수 있는 팁이다. “시간에 쫓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제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름의 해석을 하며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제 명함에 ‘listener&writer’라고 써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랍니다.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를 비주얼로 다시 들려주는 화자가 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촬영 협조 TWL(070-4223-0151), 갤러리 토스트(02-532-6460), 김리아갤러리(02-517-7713), 김석빈도자기(010-6202-1720), 김혜령 작가(010-3103-3586), 로쇼룸(02-545-5417), 루밍(02- 6408-6700), 모엠 컬렉션(070-8159-3159), 박진일 작가(010-3390-9630), 세그먼트(02-533-2012), 세인트제임스(02-6911-0773), 스켑슐트 코리아(02-2296-1906), 스페이스로직(02-543-0164), 어텀(02-793-7773), 에이치픽스(02-718-1226), 에이후스(02-3785-0860), 에잇컬러스(070-8654-3637), 유앤어스(02-547-8009), 윤현핸즈(02-540-6650), 이노메싸(02-3463- 7752),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갤러리(02-541-8484), 짐블랑(070-7803-3798), 챕터원(02-517- 8001), 핀치(02-3445-5458)
- 전시 공간을 빛낸 스타일리스트의 아트워크 일상을 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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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나 SNS 속 멋진 비주얼 아래에는 하나같이 “화보처럼 멋있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화보, 즉 우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나는 트렌디한 비주얼은 모두 이들 손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아는지? 똑같은 공간이라도 색다르게 꾸미는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자신 있는 5인의 정상급 스타일리스트가 전시장 부스 디자인으로 저마다의 감각을 뽐냈다. 로얄코펜하겐, 두닷, 에어비앤비, 보에, 청송백자 등 톱 브랜드와 만나 완성한 화보 같은 일상의 한 장면들. 자, 당신은 어떤 공간을 꿈꾸는가?#서울리빙디자인페어 #로얄코펜하겐 #에어비앤비 #두닷 #보에 #청송백자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6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