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용품 디자이너 _ 정의선
한옥에 꾸민 리얼 도심 텃밭
농사도 세련되게 지을 수 있다는 정의선 디자이너. 판교의 넓고 여유로운 작업실을 떠나 그가 택한 장소는 의외로 원서동이었다. 좁고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이곳은 30년 된 주택 일부를 한옥 스타일로 레노베이션한 것.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는 수많은 제약 조건을 갖춘 이곳에서 그는 ‘파머스러브레인’의 자존심을 걸고 진정한 도시 농사 솔루션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1 테이블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주방을 꾸미고 창가에는 작물을 심은 컨테이너를 배치했다. 파머스러브레인의 컬러별 모종삽을 나란히 건 벽면이 인상적이다. 2 수확한 작물은 샐러드를 만들거나 오븐에 굽는 등 간단하게 요리한다.
판교의 넓은 작업실을 두고 좁은 서울로 이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판교는 주방과 야외 텃 밭을 갖춘 최적의 작업실이었지만, 그곳에서의 작업은 내가 생각한 도시 농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실제로 도시민은 햇볕이 들지 않거나 통풍이 원활하지 않고, 협소한 집과 사무실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들 모두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서울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중 업무차 들른 조용한 원서동에 반해 지
금의 공간을 얻었다. 30~40년 된 낡은 이용원이 있던 곳인데, 집주인이 외관을 한옥처럼 레노베이션해 운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상품을 진열하는 것부터 작업대를 배치하고 주방 공간을 꾸미기까지,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한 듯 보인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고재 테이블은 아버지의 농장에 있던 팔레트를 분해하고 재조립한 것인데, 이케아에서 구입한 받침대로 받치니 근사한 테이블이 완성됐다. 이곳에서 주로 디자인 작업과 아이디어 구상, 미팅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한다. 뒤돌아서면 바로 보이는 주방에서는 수확한 작물로 간단한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은 쇼윈도 앞에 꾸민 아기자기한 텃밭이다. 크고 작은 컨테이너 여러 개를 활용해 다양한 작물을 심었는데 멀리서 보면 아무도 작물인 줄 몰라본다(웃음). 가까이 와서 들여다봐야 벼, 상추, 골파 등이 눈에 띈다.
3 도심 텃밭을 꾸미기 위해 원서동의 작업실을 택한 정의선 디자이너. 4 텃밭을 가꾸는 데 필요한 기본 도구도 판매한다.
파머스러브레인은 본래 어떤 디자인을 추구하는가? 도시 농업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도심에서 건강하게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농사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예쁜 모종삽, 호미, 핸디포크 같은 수공구를 디자인한다. 집에서 작물을 키우는 이들은 먹기 위해서가 아닌, 일상의 소소한 취미 생활로 즐기는 것이다. 시골 농사일처럼 힘들면 오히려 관심이 떨어진다. 그러기 때문에 가드닝에 파밍을 접목해서 예쁜 도심 텃
밭을 가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새로운 작업실로 옮기고 일상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면? 작업실 앞에 벼, 배추, 부추 등을 심은 컨테이너를 놓아 나만의 도시 텃밭을 꾸몄다. 이곳에서 직접 농사 지어보니 상추 하나도 기르다 포기하는 도시민의 고충이 이해됐다.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작물의 위치도 옮겨줘야 하고, 적당히 자라면 때맞춰 수확도 해야 한다. 출근하면 반나절은 이렇게 작물을 돌보는 데 쓴다. 작업실 앞에 텃밭을 꾸며놓으니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도시
농사를 시작한 이들이 꽤 있다. 이들에게 작물과 화기를 추천하고, 흙을 배합하는 요령이나 작물을 키우는 법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수확한 작물로 간단하게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 편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요리를 만들어 파티를 열기도 한다.
도시 농사를 꿈꾸는 이에게 현실적 조언을 부탁한다. 도시 주거 공간의 특성상 실내나 베란다에서 작물을 기를 수밖에 없는 이가 많다. ‘농사’이기 때문에 땅이나 부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름이 30cm 정도 되는 토분만 있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새로 컨테이너를 구입하는 대신 양동이, 우유통 등 기존에 갖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하면 된다. 요즘 같은 때에는 기르기도 쉽고, 차로 마시기 좋은 허브 종류나 노지 월동이 가능한 작물을 기를 것을 추천한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아임 파머’라는 메시지를 각인한 팔찌를 출시했고, 도예 작가 하경아와 협업해 작물에 잘 어울리는 다양한 화기를 제작했다. 실내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도록 적합한 광원을 갖춘 미니 온실도 개발 중. 작물 하나를 선정해 농사짓는 법부터 수확 후 조리하는 법까지 알려주는 시티 파밍&쿠킹 클래스도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글 이새미 기자 사진 김동오 문의 070-4155-8746
세라믹 디자이너 _ 윤남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도예 작업실
상수동에 작업실을 만든 세라믹 디자이너 윤남. 이곳에서 그는 디자인 작업과 양산은 물론 작업실 한쪽에 주방을 꾸미고 요리도 한다.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집 같은 ‘남세라믹웍스’에는 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디자인 작업이나 미팅을 하는 응접실 겸 쇼룸. 한쪽에 주방을 꾸민 뒤 요리하면서 자신의 접시를 사용해보기도 한다.
남세라믹웍스를 간략히 소개하면? 일상에 활기를 더하는 위트 있는 디자인의 테이블웨어를 비롯해 세컨드 브랜드 노벨티Novelty에서는 핸드 페인터, 일러스트레이터와 협 업한 테이블웨어와 데스크용품, 오브제 등을 선보인다. 대표작은 멜팅 시리즈. 마치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모양의 컵과 화병, 캔들 홀더는 공간 속 포인트 역할을 한다.
1층 두 곳과 지하까지 총 세 개의 스튜디오로 구성했다. 각각의 공간마다 주어진 역할이 있나? 1층 쇼룸 겸 응접실에서는 디자인 작업을 하거나 주로 미팅을 한다. 이 공간을 꾸밀 때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주방이다. 이곳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서 내가 만든 식기가 내구성이 좋은지, 음식을 담으면 어떤 느낌이 나는지 직접 확인해보곤 한다. 테이블을 차릴 때도 마찬가지고. 나머지 두 공간은 진짜 작업실이다.
곳곳에 디터 람스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평소 그의 디자인을 동경해왔나? 처음 디터 람스의 디자인을 마주했을 때 간결한 아름다움에 반해 그때부터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작품을 곁에 두고 보면서 자극받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오리지널 포스터부터 턴테이블, TV까지 모두 그의 디자인인데 지금 봐도 여전히 아름답다.
1 디자인 작업부터 양산까지 도맡아 하는 윤남 디자이너. 2 선인장 가시를 위트 있게 표현한 접시와 스시 모양의 소스 용기. 3 지하 1층에 꾸민 작업실에서는 세라믹 제품을 만드는 주요 작업을 한다.
새롭게 작업실을 꾸민 뒤 일상에 변화가 있다면? 디자인 작업부터 양산까지 혼자 해야할 업무가 많아 하루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다. 그래서 더욱 집처럼 편안하고 개성 있는 스튜디오를 꾸미고 싶었다. 쇼룸에서는 낡은 턴테이블에서 지직거리며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배경으로 작업하고, 때때로 일에 지칠 때면 지하 스튜디오로 내려가 빔 프로젝터를 활용해 영화를 보기도 한다.
팰린드롬Palindrome 스튜디오나 힙합퍼HIPHOPER와 협업한 제품을 보면 본래 디자인 색깔과 많이 달라 보인다. 평소보다 더 과감하게 디자인하는 편이다. 패션 브랜드 힙합퍼와는 열쇠 모양의 문진, 해골 모양 손잡이가 달린 접시류를 디자인해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했고, 팰린드롬 스튜디오와는 그들의 그래픽 작업을 입힌 머그에 골드 컬러의 손잡이를 매치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새롭게 공개할 작품에 대해 소개해달라. 달걀초밥, 연어초밥 등 스시 형태의 소스 용기들로 패키지도 실제 초밥 용기와 똑같이 디자인한 점이 특징이다. 선인장을 모티프로한 접시 3종도 곧 출시할 계획이다. 글 이새미 기자 사진 이기태 기자 문의 070-4108-8206
패션 디자이너 _ 김희진
컬러와 소재 대비로 완성한 아틀리에
2015 서울패션위크에서 처음으로 컬렉션을 선보인 ‛키미제이’ 김희진 대표. 블랙과 퍼플을 메인 컬러로, 어번&록 시크 스타일을 표방하며,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스타일리시한 패션으로 주목받은 배우 고준희 의상으로 유명하다.
1 수납과 전시,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파이프 시스템 가구는 김희진 디자이너가 직접 스케치해 주문 제작한 것. 2 털실을 감아 갓을 만든 파이프 조명등. 키미제이의 가죽 재킷, 소품류와 파이프의 차가운 느낌이 만나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3, 4 작업실에서는 컬렉션 구상과 간단한 스케치, 스와치 매치 등의 작업을 한다.
키미제이는 어떻게 시작한 브랜드인가? ‘나만의 디자인’이라는 포부를 안고 패션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2015 서울패션위크 F/W에서 선보인 컬렉션은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형상화한 것이다. 뻥 뚫리고 갈기갈기 찢긴 상처가 치유되듯 딱 떨어지지 않는 자유로운 디자인과 소재 매치를 시도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질감으로 불규칙하게 니팅한 스웨터나 퍼 디테일을 더한 가죽 재킷, 시스루 스타일 상의와 벨벳, 스터드를 더한 장갑 등이 그러하다.
파이프 가구가 인상적이다. 이곳은 어떤 콘셉트로 꾸몄나? 공간이 좁아 보이지 않는 것은 현관 맞은편에 전면 거울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왼편의 파이프 시스템 가구는 키미제이의 메인 소재인 가죽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가구 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려 수납과 전시, 작업을동시에 할 수 있도록 주문 제작한 것. 파이프의 밸브는 일부러 모두 살렸는데, 작은 액세서리와 끈, 체인 등 부자재를 손쉽게 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세한 디테일을 모두 실현하고자 원하는 디자인과 크기를 직접 스케치했다.
작업실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파이프 가구 한쪽 귀퉁이에 넓은 패널을 설치해 책상을 만들었는데, 오전에는 대부분 여기에 앉아 스케치를 하거나 다음 시즌 테마를 구상한다. 이쪽 벽면을 스크랩 보드처럼 사용하는 이유다. 원단 스와치를 검토할 때나 샘플 작업을 할 때는 바닥을 십분 활용한다.
파이프와 가죽 모두 강한 이미지인데도 공간이 따뜻해 보이는 건 조명 때문인 듯하다. 파이프에 알전구를 연결해 코너마다 적절히 배치했다. 특히 쇼윈도에 설치한 조명등에는 보라색 털실을 감아 전등갓처럼 연출했다. 이곳에 배치한 철제 문손잡이, 실타래, 랜턴, 조명등 등은 모두 개인 소장품이다. 쇼룸처럼 결국 취향을 담은 자신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결정하는 요소가 아닐까?
보라색은 패션에서도 인테리어에서도 매치하기 어려운 컬러라는 선입견이 있다.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시크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내는 데 보라색은 최적이다. 게다가 블랙을 매치하면 도시적이면서도 차가워 보이지 않고 화려하거나 떠보이지 않는다. 금속과 가죽, 퍼플과 블랙처럼 보완되는 소재와 컬러를 매치하길 추천한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문의 070-7582-78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