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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국제 선물전&가정용품 박람회 참관기 이것이 바로 '타이 스타일'
태국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대개 비슷할 것이다. 거대한 쇼핑센터와 야시장, 마사지, 타이 푸드…. 하지만 디자인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기자가 태국의 리빙페어인 ‘2015 방콕 국제 선물전&가정용품 박람회’를 취재하며 접한 다양한 자국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캐릭터는 ‘방콕’이라는 글로벌 도시의 특성만큼이나 다이내믹했다. 흡입력 강한 도시 문화와 태곳적 자연, 올드&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조화를 이루며 고유한 개성을 드러내는 태국 디자인은 그 열기만큼이나 뜨겁고 또 새로웠다.

1 2014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뽀라맛 와라완나Poramats Varavarna 모듈러 베이스.
2 원석 빛깔에 따라 투영되는 빛이 모두 다른 쪼안Joar의 스톤 조명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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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태국도 정원 아이템에 관심이 높다. 온실과 세라믹 베이스를 소개한 야른까른Yarnnkarn 아트&크래프트 스튜디오.

따지고 보면 유럽보다는 동남아시아 국가가 지리적ㆍ문화적으로 가깝다지 만, 그들의 디자인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사실이다. 지난 6월 청담동 라꼴렉뜨에서 열린 Live Chic in Thai Style> 전시에서 만난 태국의 리빙 디자인은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태국 디자인=수공예 기념품” 정도로 생각했던 편견을 날려버릴 모던&컨템퍼러리 디자인은 물론, 전 세계적 화두인 지속 가능 디자인 철학과 고유한 수공예의 매력까지 모두 담고 있었으니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이미 선전하고 있는 태국 디자인의 ‘반전’, 사실은 ‘현주소’와 직면했다고 할까?

그리고 지난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린 ‘방콕 국제 선물전(Bangkok International Gift Fair)’과 ‘방콕 국제 가정용품 박람회(Bangkok International Houseware Fair)’에 참관해 직접 두 눈으로 경험한 태국 리빙 디자인은 놀라움과 의구심을 넘어 ‘워너비 디자인’이 되었다. 정부의 장려 속에서 지역 특성을 덧입혀 끊임없이 발전하는 현지 리빙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 상품, 시니어와 반려동물 등 사회현상을 친근한 어조로 소개하는 프로젝트 전시까지…왜 태국 디자인을 ‘아시아의 북유럽 디자인’이라 일컫는지 알 수 있었다. 방콕 국제 선물전&가정용품 박람회에서 발견한 타이 모던 디자인의 진면목을 세가지 키워드로 소개한다.

전통을 존중한 모던 디자인 박람회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전통과 현대, 기술과 예술을 아우르는 태국의 컨템퍼러리 디자인. 전통 등공예 기법으로 꽃잎을 형상화한 모듈 조명등을 선보인 나키드 디자인 스튜디오Nakkhid Design Studio, 황동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로 다양한 가죽과 금속 소재를 매치한 트렌드한 가구 레트러처Letrature, 오브제와 가구를 제조하는 차다Chada 컬렉션, 스틸 소재 프레임에 전통 직조로 위빙한 시트를 더한 암체어로 주목받은 켄쿤 디자인Kenkoon Design, 북유럽 디자인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세라믹 브랜드 다나바디Dhanabadee 등은 태국의 고유한 수공예적 가치를 유지하며 모던 디자인을 접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다.

4 카사바를 재활용해 만든 에콜로지스트의 모듈러 조명등. 
5 태국의 대표 브랜드 ‘오탑’은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한 리빙 아이템을 선보인다. 
6 전통 기법으로 황동 오브제를 제조하는 차다 컬렉션의 리빙 제품도 만날 수 있었다. 

매해 바이어와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오탑OTOP 전시장에서도 태국 전통 수공예의 가치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오탑은 ‘한 지역 하나의 상품(one tambon one product)’을 뜻하는 이름처럼 태국 각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는 토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각 지역의 전통 기법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향유할 수 있는지 효과적인 롤을 보여준다. 패브릭과 테이블웨어, 향초, 장식품 등은 태국의 DNA를 그대로 담으면서도 모던한 감각을 덧입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실제 방콕 공항에 가면 오탑에서 선물을 구입하는 외국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다). 핸드메이드 테이블웨어와 산악 지역의 세라믹 인형을 모던하게 해석해서 선보인 하트스롭Heart Throb의 오브제 역시 오탑의 인기 아이템이다.

젊음을 응원하다 태국에서 디자인 붐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신진 디자이너의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제품이 많았다. 원목 소재 소품을 선보이는 파나 오브젝트Pana object는 동그란 구멍 한쪽에 동전을 끼우면 오프너가 되는 홀더와 휴대폰을 끼우면 소리가 증폭되는 스피커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고,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 꽁까랍 위리얄람빠Kongkalp Wiriyalampa는 자신만의 이상이 담긴 집을 나무로 구현한 오브제 ‘모델 시티’로 태국 영 디자인 파워를 증명했다.

7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아이디어 소품과 문구를 선보이는 파나 오브젝트. 
8 최근 태국도 정원 아이템에 관심이 높다. 온실과 세라믹 베이스를 소개한 야른까른Yarnnkarn 아트&크래프트 스튜디오. 
9 구리와 대리석을 매치한 레트럭처의 디자인 가구. 
10 태국의 대표 브랜드 ‘오탑’은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한 리빙 아이템을 선보인다. 

집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이미지를 스케치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하나 둘 만든 나무 집은 현재 방콕의 내로라하는 편집매장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도 페이스북으로 주문하는, 그야말로 핫한 장식품이 되었다. 부모님이 의류 가공업을 한다는 이즈Ease의 디자이너 니체빡 또르수트까녹Nichepak Torsutkanok은 태국의 전통 직물 방식을 패턴화해 재봉틀로 문양을 구현, 마치 기하학 패턴의 일러스트처럼 액자에 넣어 벽 장식으로 활용하는데 모던한 패턴과 패브릭이 주는 손맛이 독특한 감성을 연출한다. 세라믹 아티스트 브랜드 SUR이 선보인 조명등은 동물 몸체에 알전구를 끼워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원하는 문양을 핸드 페인팅으로 그려 넣을 수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장식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인기란다.

이처럼 텍스타일, 건축, 페인팅 등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신진 디자이너의 배경에는 든든한 지원군, 바로 태국 정부가 있다. 박람회를 총괄하는 무역진흥부 수윗 매신세Suvit Maesincee 장관은 오프닝 스피치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의 크리에 이티브한 작업을 극찬하며, 디자인이야말로 태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뉴 비즈니스의 원동력임을 강조했다. 가구나 조명등 같은 인테리어 제품뿐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 장신구, 강아지용품, 노트와 지우개 등 소소한 아이템까지 망라해 소개하는 ‘탤런트 타이Talent Thai’ 부스는 젊은 디자이너가 포트폴리오를 펼칠 수 있는 장이요, 제품의 시장성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11 전해의 우수 디자인상을 수상한 제품을 선보이는 DE 마크 특별 부스. 
12 자신만의 문양을 그려 넣을 수 있는 SUR의 세라믹 조명등. 

또 매해 가구, 라이프스타일, 패션, 인더스트리얼, 패킹, 그래픽 분야의 우수 디자인상(Design Excellence Award)을 선정해 수상작은 DE마크를 부여하고 이 마크를 부착한 신진 디자인 제품은 ‘DE mark’ 특별 전시관에 입점(현재까지 누적 5백68개), 홍보와 해외 바이어, 제조사 연결 등 정부가 직접 프로모션한다. 태국 총리상과 TTM(신뢰할 수 있는 태국 제품) 인증 제품을 전시한 ‘I+D 스타일 카페’도 좋은 예다. I+D 스타일 카페는 방문객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친근한 분위기의 카페로, 환경 예술적이고 혁신 소재로 장식한 것이 특징. 카페 곳곳에 디자이너가 상주해 함께 차를 마시며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스스럼없이 설명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제조업체와 생산업체는 이곳에서 태국 디자인 및 무역진흥실(Office of Design and Innovation for Trading Promotion)이 주최하는 녹색 및 친환경 원료 프로젝트의 자문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너와 나, 지구를 위한 디자인 현재 전 세계적 화두인 지속 가능한 디자 인은 태국 리빙 디자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 재료가 풍부한 나라임에도 자원 고갈에 대한 염려, 배려가 남다른 태국 사람들은 특히 환경문제에서는 인위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 자체에서 영감을 얻고 치유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태국의 주식인 쌀에서 나온 희뿌연한 컬러,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 하는 망고나무를 소재로 한 원목 가구, 자연에서 얻은 종이로 만든 소품에 열광하는 이유다. 리사이클링 디자인을 선보인 그린 라벨과 에코 존에서 가장 눈에 띈 제품은 벼 껍질에서 추출한 원료로 제작한 종이, 카사바를 원료로 만든 식기와 모듈러 조명등이다. 에콜로지스트 qologist 제품으로 무엇보다 자연 소재를 창의적 디자인으로 승화한 모습이 돋보였다.

1 태국 역시 아파트, 맨션 등의 주거 환경에 맞춰 심플하고 작은 가구가 인기. 하리 오라의 원목 가구는 일본, 싱가포르 바이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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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먼츠세덴 Elementseden의 집 오브제 ‘모델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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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콜로지스트에서 선보인 벼 껍질로 만든 종이.

버리는 헌 옷과 폐타이어를 재활용해 카무플라주 가구를 선보이는 가멘토Garmento, 재활용 패브릭 카펫 브랜드 부아 밧Bua Bhat, 폐가죽이나 종이 소재로 만든 문구 라브라도어Labrador 등은 태국의 친환경적이고 독창적 디자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 태국어로 ‘보통, 평소’라는 뜻의 다마다dhammada 가든의 디자이너 시라윗 차이아삐싯Sirawit Chaiapisit은 재활용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성”이라 꼽았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넣는 봉투로 노트 커버를 제작하는 그는 봉투 자체에 적힌 다국적 폰트와 누런 종이의 감성, 15kg은 거뜬히 견딜 수 있는 내구성 등 ‘주어진’ 것에 약간의 바느질만 더해 디자인을 완성했는데, 마치 프라이탁 가방처럼 하나도 같은 게 없어 더 재미있다.

4, 5 좋은 퀄리티의 플라스틱 소품을 제작한 퀄리Qualy의 북앤드. 플라스틱 빙하에서 동물 오브제를 뽑아 책갈피로 사용하는 아이디어 제품이다. 
6 웁Whoop의 그릇장. 안쪽이 들여다보이는 철망 도어로 유니크한 감각을 더했다. 

이번 박람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반려동물 존.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 태국과 일본 시장을 겨냥한 실용적인 펫 용품을 가구부터 장난감, 먹거리까지 다양하게 소개했다. 고령 인구를 고려해 실버 세대를 위한 주얼리부터 코즈메틱, 운동복 등을 편집해 선보인 ‘60+ 프로젝트’ 특별전 역시 인기 부스. 점잖고 화려한 것보다 귀엽고 활기찬 ‘보통’ 디자인을 좋아하는 시니어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다사왓이나 쿤 등 아웃도어 가구의 인기, 하리 오라Hari Ora와 웁Whoop 등 작은 집에 유용한 원목 소가구가 많았다는 점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가깝게 만날 수 있었던 방콕 국제 선물전&가정용품 박람회. 비록 부스 디자인이나 전시를 푸는 방식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의 관심사를 반영한 콘텐츠와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공예 기술 등 고유한 인프라를 창의적 산업으로 발전시킨 모습은 충분히 살펴볼 만했다. 지금, 우리의 생활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는 것이 내일의 디자인을 기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명제도 함께.

1 반려동물을 위한 아이템이 모여 있는 펫 특별전. 
2 반려동물 가구를 선보이는 젊은 디자인 그룹 대디 펫Daddy Pet의 고양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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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세대의 야외 활동을 즐겁게 도와주는 경쾌한 아이템들. 
4 천의 직조 방식 자체를 문양화해 독특한 벽 장식을 선보이는 이즈ease.

태국 리빙 디자인이 궁금하다면!
방콕 국제 선물전&가정용품 박람회는 2001년부터 태국 상무부국제무역진흥국이 주관해 연 2회 개최하는 생활용품 박람회로, 방콕 바이텍BITEC 전시장에서 열린다. 올가을 제40회 전시는 봄 전시와 같이 ‘ASEAN LIFE+STYLE’을 메인 테마로 진행했다. 4만㎡의 공간에 1천6백여 개의 전시 부스를 마련, 5백 여 제조업체 또는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가구ㆍ인테리어 소품ㆍ생활용품을 취재진과 바이어, 시민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전시장은 크게 디자인홀과 BIG홀, BIH홀, 해외 섹션(아세안 연합전) 등 네 구역으로 구성했으며 컬러별로 관
람 동선을 나누어 각자의 관심도에 따라 선택, 관람할 수 있었다.

규모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와 비슷하지만 정부 주도하에 연 2회 개최하는 만큼 특별 전시로 볼거리를 더한 것이 특징. 역량 있는 브랜드와 디자이너를 알리겠다는 박람회의 취지에 집중하기 위해 첫째 날은 프레스, 둘째와 셋째 날은 해외 바이어, 넷째와 마지막 날은 시민에게 개방하는 순차적 일정을 고집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일반 관람객에게 개방하는 넷째, 다섯째 날 전시 품목을 살 수 있다). 일본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미국, 영국 참관객이 많으며 실제 많은 일본 기업이 제품 제조사나 디자이너 등 협력 업체를 찾는 마켓이다. 참관 문의 주한태국대사관 상무공사관실(02-795-2431)

취재 협조 태국 상무부국제무역진흥국(www.ditp.go.th/korea)

#태국리빙디자인 #방콕국제선물전 #방콕국제가정용품박람회 #오탑전시장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