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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막을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잡아라 윗집 아랫집 사이에 참다 지친 층간소음이 있다
아이들 뛰는 소리, 쿵쿵 울리는 발소리, 진공청소기 소리, 음악 소리…. 아파트에 산다면 윗집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음에 짜증스레 천장을 쳐다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동주택이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보지만, 때로는 그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이웃 간에 얼굴 붉히며 싸울 수도 없는 노릇. 과연 참다 지친 아래층 위층 사이, 층간 소음에 해답은 없는가?

‘최근 우리 아파트에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 이사를 오셨나 봅니다. 낮에도 밤에도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원하지 않을 때 들리는 음악은 소음일 뿐이라는 것을 아시지요? 소리를 줄여주시거나 헤드폰을 사용해주세요. 특히 늦은 밤에는 조심해주세요.’

서울시내 한 아파트 게시판에 익명으로 붙여진 호소문의 내용이다. 이처럼 완곡한 문구의 건의는 상황이 양호한 경우. 층간소음은 때로 이웃 간에 얼굴 붉히는 다툼으로 번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 살인사건으로 번져 저녁 뉴스에 등장한 적도 있다. 이처럼 아파트 층간소음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도 괴로운,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아파트 생활의 ‘뜨거운 감자’.

문을 여닫고, TV를 켜고, 씻고, 요리하는 등 소리는 사람이 생활하는 데 늘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이 위층으로부터 침입하는 층간소음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같은 소리라도 ‘층간소음’이 되면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데 여기에는 까닭이 있다. 이른바 ‘칵테일 효과’라고 불리는 청각적 특성 때문. 시끌벅적한 소리가 한꺼번에 섞여 들려오는 칵테일 파티장에서도 주의만 집중하면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듯이, 여러 가지 음원 중에서 원하는 소리만 선별해 듣는 현상을 칵테일 효과라고 한다. 오케스트라 음악을 감상할 때 바이올린, 첼로 등 한 가지 악기 소리만 골라 들을 수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한 원리. 이 같은 칵테일 효과는 층간소음의 경우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한번 윗집 소리가 귀에 거슬리면 그다음부터는 유독 그 소리만 예민하게 잘 들리게 되고 이것이 스트레스가 되고 마는 것. 또 하나 층간소음의 특징은 우리 집 진공청소기 소리보다 윗집 사람의 작은 발소리가 더 크게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소리가 작다고 해서 불쾌함이 적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 간헐적으로 들리는 소음이 규칙적으로 지속되는 소음보다 듣는 이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한다.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날지, 예측 불가능한 소음은 사람을 한층 긴장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층간소음 이처럼 층간소음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정부는 2004년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 방지 기준’을 만들어 경량충격음에 대한 기준을 시행했으며, 2005년 7월부터는 중량충격음에 대한 기준을 내놓았다. 층간소음의 종류는 크게 작은 물건이 떨어지거나 긁히는 소리인 경량충격음과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거나 부딪히는 중량충격음으로 나뉜다. 식탁을 끌거나 마늘 찧는 소리는 경량충격음, 사람이 뛰거나 걷는 소리는 중량충격음에 해당된다. 경량충격음은 발생 시 사람을 놀라게 하지만 잔향殘響(소음이 그친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소리)이 없어 불쾌감이 적은 반면, 중량충격음은 불쾌감을 갖게 하며 심하면 정신적 고통을 일으킨다. 건설교통부는 2004년에 경량충격음 허용 최소 기준(58db 이하)을 만족시키는 바닥 구조 5종을 새로 마련, 보급했는데 이는 벽식 구조 아파트의 경우 두께가 180mm인 것으로 이전보다 약 33% 두꺼워진 것이었다.

건설교통부에서 제시한 바닥 구조를 사용하지 않아도 소음 기준을 만족시킨다면 각 건설사는 자체 바닥 구조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아파트 회사는 입주자 모집공고나 분양공고 때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나뉘는 소음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지난 2월부터는 소음을 발생시킨 집에 ‘인근소란죄’로 최고 10만 원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정된 법에 강제성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새로운 기준이 생기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소음에 시달릴 것이고, 새 기준대로 바닥이 두꺼워져도 층간 소음을 100%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층간소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층간소음은 아파트 바닥을 두껍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소리는 진동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윗집 아랫집이 동일한 ‘벽’을 공유하는 한 한계가 있습니다.

진동을 보다 확실하게 차단하는 방법으로 ‘건식 이중바닥 구조’, ‘차음 이중 천장공법’ 등이 있지만 이 또한 완전하지 않고, 고비용과 층고 문제로 아파트에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지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구철 씨의 설명. 결국 층간소음은 아파트 건설사만을 탓할 일도, 위층 사람들만을 미워할 일도 아니다. 기준에 따라 성실하게 아파트를 지었다고 해도 층간소음은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위층에 사는 아이들도 뛰어놀 권리가 있고 어른들도 음악을 듣거나 영화도 보고 청소도 해야 하는 법이다. 좁은 땅, 많은 인구가 사는 도심에서 아파트라는 주택 형태는 감수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인정하고 서로 조심하는 것이 숙명이자 해답. 1층이나 꼭대기층에 살지 않는 이상, 나 또한 누군가의 아래층이자 위층이다. 아파트 주민이라면 누구나 층간 소음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쿵쾅거리는 발소리, 음악 소리에 짜증스럽게 위층을 쳐다보는 사이, 어느새 우리 집에서도 소음이 새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쿠션 바닥재, 저소음 가전제품, 약음기로 완화 그렇다면 어떤 보완책이 있을까? 시중에 나와 있는 흡음재, 차음재 등을 통해 층간소음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괴로움을 호소하는 층간소음은 쿵쿵거리는 발소리. 성인 남자가 걷는 소리, 어린이가 뛰거나 달리는 소리는 불규칙적이고 잔향이 남아 불쾌감이 심하다. 이같은 바닥 충격음은 진동으로부터 시작되어 공기음으로 전달된다. 사람이나 아이가 뛰어서 진동이 발생하게 되고 아래층 천장과 맞닿은 공기를 통하여 사람 귀로 들리게 되는 것. 이를 줄이려면 진동이 바닥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완충 역할을 하는 쿠션 층을 더하면 된다.

한창 뛰어노는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간단하게는 아이가 집안에서 놀 때 양말을 신기거나 면 소재로 된 슬리퍼를 신는 것만으로도 소음을 다소 줄일 수 있다. 혹시라도 모를 안전사고를 고려해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양말을 신기는 것이 좋다. 거실 마룻바닥에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을 떨어뜨리면 큰 소리가 나게 되므로 플라스틱 장난감은 침대나 쿠션 위에서 가지고 놀도록 하고, 마루에서는 인형이나 천 재질 장난감을 사용하도록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쿠션이 있는 전용 바닥재를 까는 것이다. 아이들이 뛰는 진동을 확실히 흡수해주어 효과적이다. 아이들의 정서에 맞게 디자인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가전제품 작동 소리는 비교적 규칙적이기 때문에 그나마 스트레스가 덜한 경우다.

그러나 이 역시 줄여야 할 대상. 가정에서 큰 소음을 내는 가전제품 중 하나가 진공청소기인데, 가전 브랜드마다 속속 저소음형 진공청소기를 선보이고 있다. 그 밖에 믹서, 주서 등 모터가 작동하는 전자제품을 쓸 때에는 주방 매트 등 진동을 완화해줄 수 있는 소재 위에서 사용하면 좋다. 최근에는 홈시어터의 보급, 취미 생활 등으로 영화 소리, 음악 소리 또한 주요한 소음 중 하나. TV 뒤, 오디오 앞, 피아노 뒤 등 소리가 나가는 방향의 벽면에 모듈형 마감재인 ‘아트보드’를 붙이면 소리를 효과적으로 흡수해준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경우 흡음 매트를 피아노 뒷면이나 벽면에 부착할 수 있다. 바이올린이나 기타 현의 진동을 줄여주는 약음기, 색소폰 연주용 케이스 등 악기별로 다양한 약음기도 마련되어 있다.

혼자 살 수 없다면 이웃을 ‘요리’하라 이 같은 제품의 도움을 받아 소음을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여기에 <행복> 독자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몇 가지 아이디어를 소개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경기도 광명시의 박지원 씨는 “우리집, 위층, 아래층이 3자 대면해 실험을 했다. 위층에서 뛰거나 물건 떨어뜨리는 소음이 어느 정도인지 함께 실험을 해본 후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한층 조심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경기도 부천시의 김동수 씨는 “주의를 주어도 달라지지 않는 위층 소음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엘리베이터나 동네에서 만날 때마다 위층 가족에게 일부러 인사도 하고 더 친절하게 대했다. 처음에는 모른 척하던 윗집이 점차 미안해하며 조심해주었다”고 전한다. 한편 경기도 이천시의 김민순 씨는 “아이들이 어려 소음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로 시간을 정해 그때만 아이들을 뛰놀게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며 나름의 해결책들을 들려주었다. 결국 소리를 발생시키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람이듯이 이를 줄이는 것도 사람에게 달렸다. 이 같은 아이디어와 여러 가지 마감재 사용에도 불구하고 층간 소음의 괴로움에 시달린다면 그 피해배상은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02-504-9303, http://edc.me.go.kr)로 문의, 신청할 수 있다.



1 색소폰 약음기. 집안에서 색소폰을 연주할 때 케이스 안에 색소폰을 넣고 까만 구멍으로 손을 넣어 연주하면 한결 조용하게 연습할 수 있다. 중앙악기에서 판매. 
2 푹신한 쿠션층이 발소리를 막아주는 특수 바닥재. 소음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보행시 발의 피로도 덜어준다. 
3밀레의 저소음형 진공청소기. 
4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되어 있는 어린이용 매트. 푹신한 쿠션으로 아이들이 뛰는 충격음을 흡수한다. 
5 피아노 바퀴를 통해 아래층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완화해준다. 중앙악기에서 판매.

층간 소음 줄이는 아이디어 제품들
어린이용 쿠션 매트 푹신한 쿠션으로 층간소음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뛰다가 다치는 것도 방지한다. 한때 놀이 매트에서 유해 성분이 나온다는 논란이 있었던 까닭에 친환경 처리를 한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스와니매트롱(02-2216-3322), LG화학(02-3773-1114), 예슬넷(www.yesl.net/mat), 선영산업(www.sunyoungind.com) 등에서 판매한다.

특수 바닥재 탄성이 좋아 푹신푹신한 카펫처럼 소음을 흡수하도록 한 PVC 소재의 특수 바닥재. LG소리잠(080-005-4000), 한화소리지움(02-729-5700), KCC 이웃사랑(080-022-8200) 등의 제품이 있다. PVC 소재이다 보니 강화마루, 원목마루처럼 고급스럽지는 않다. 특수 바닥재의 거친 질감이 아쉽다면 고급스러운 원목마루에 흡음층을 더한 페르고(02-3443-7981) 마루 제품도 있다.

저소음 가전제품 층간소음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가전제품의 작동 소음은 스트레스다. 최근 소음을 줄인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밀레(02-3451-9332), 일렉트로룩스(1566-1238)에서 저소음 진공청소기를 구입할 수 있다. 저소음 식기세척기, 저소음 후드도 출시되어 있다.

아트보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압착해 만든 보드로, 소리의 진동을 분산시켜 흡수한다. 홈시어터 공간, TV 뒤, 오디오 앞, 피아노 뒤 등 소음이 나가는 부분에만 붙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다양한 컬러가 출시되어 있어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연출할 수 있으며, 단열의 효과까지 있다. 아트보드(www.artboard.co.kr),티멕스(www.t-maxkorea.com)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피아노 흡음 매트 패브릭우레탄으로 만든 피아노 흡음 매트는 피아노 자체의 뒷면에 붙이면 반향파를 없애 소리를 줄여주고 연주자가 원음만을 들을 수 있게 한다. 피아노가 있는 방 벽면에 붙여도 좋다. 오케이피아노www.okpiano.co.kr 또는 중앙악기(02-3672-6000) 등 낙원상가의 대형 악기 매장에서도 판매한다. 피아노 바퀴 밑에 장치해 아래층으로 전달되는 피아노음을 차단하는 바퀴용 흡음재도 있다.


소음 저감 마감재로 조용하고 아름답게
1 보통 차음, 흡음 기능이 있는 마감재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디자인이 거칠고 조악하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선택하는 제품 나름이고, 연출하는 아이디어에 따라 좌우된다. 조금만 노력하면 소음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집안 꾸밈에 탁월한 감각으로 역전된다. 

2 고전적 방법이지만 가장 효과적, 테니스 공 의자 끌리는 소리를 막아주는 원형 볼. 소음을 막고 바닥 마감재에 긁힘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동그랗고 선명한 컬러로 디자인 효과까지 준다. 테니스공을 커버링해 다리에 덧대었다. 빨간 의자와 바퀴 달린 수납장은 모두 카르텔 제품.

3 소리까지 막아주는 아트월
, 아트타일 악기 소리 나가는 방향의 벽면에 부착하는 아트월은 여러 가지 컬러가 있는데, 같은 톤으로 약간 다른 색상을 엇갈리게 배열하면 그 자체로 멋스러운 아트월이 된다. 피아노는 영창피아노, 흡음판은 아트보드 제품.

4 카펫과 바닥재로 흡음 작용을
디자인이 다채로운 카펫은 흡음과 장식의 효과를 동시에 낸다. 마루 바닥재 또한 PVC가 아닌 원목마루에 흡음층을 첨가시킨 제품으로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거실을 만들 수 있다. 카펫과 의자는 웰즈, 쿠션은 세컨드 호텔, 스탠드는 아르테미테에서 판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