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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에 탄생한 백색 건축의 노래 씨마크 호텔
바다라는 단어와 최고급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경포대의 절경을 읊으면 ‘씨마크SEMARQ’라는 휴식의 노래가 완성된다.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디자인한 건물에서 소수를 위한 6성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씨마크 호텔이 이 별곡의 새로운 주인공이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야외 수영장. 사진 김정한.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을 잇달아 밟아 신선이 탄다는 수레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조선 선조 13년에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송강 정철이 대관령 동쪽 관동 지방의 절경에 감탄해 쓴 <관동별곡>은 파랗게 일렁이는 동해 바다와 얼음을 다림질한 듯 잔잔한 호수가 만나는 경포대 부분에서 절정을 맞는다. 붉게 물든 저녁 하늘에서 내려다본 경포의 수려한 풍광을 수레 탄 신선처럼 조망할 수 있는 명소가 경포대에 새롭게 생겼으니, 그 이름은 씨마크 호텔이다.

자연이 최고의 아트월이라고 생각한 리처드 마이어는 건물 외벽을 풍경이 환히 내다보이는 유리창으로 디자인해 건물 내 어디서든 자연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한 하늘 위 수영장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씨마크 호텔을 설계하면서 마치 수백 년 전의 송강 정철과 교감한 듯 호텔 5층에 아찔한 야외 수영장 ‘비치 온더 클라우드’를 배치했다. 야외 풀의 수평선과 동해안의 수평선이 맞닿아 수영장 끝까지 수영을 하면 저 넓은 대양으로 빠져들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해외 유명 리조트에서 자주 경험하는 인피니티 풀을 경포대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동해 바다의 쪽빛과 하늘의 청량한 빛이 만드는 파노라마를 새하얀 선베드에 누워 내려다보는 휴식이라니, 생의 걱정과 한숨은 사라지고 대자연이 전하는 위로와 평안에 흠뻑 취하는 이곳을 송강 정철이 보았다면 아마도 2015년의 관동팔경으로 꼽지 않을까.

씨마크 호텔의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 투숙객은 물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에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해안선의 파노라마 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수평선을 따라 기다란 테이블을 놓은 배치의 미학이 탁월하다. 
관동팔경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으로 일컫던 이곳은 원래 ‘현대호텔 경포대’가 있던 자리. 현대중공업은 故 정주영 회장의 탄생 1백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옛 호텔을 새롭게 단장하기로 결정했고, 천혜의 자연 속에서 옛 선인이 느끼던 여유와 풍류를 가장 잘 재생할 건축가로 리처드 마이어를 선택했다. 백색 표면의 절제된 디자인으로 주변이 최고의 배경이자 장식이 되도록 하는 ‘백색 건축’이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 철학으로, 프랑크푸르트 장식미술관, 애틀랜타 하이 뮤지엄, LA 근교의 게티센터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이처럼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건축가는 씨마크 호텔의 디자인뿐 아니라 유지 시스템에도 친환경 유리, LED 램프, 저수은 램프, 빗물 조경수 사용 등을 적용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높였고, 국제 친환경 건축물임을 공인하는 미국그린빌딩위원회의 LEED NC 인증을 획득했다.

수영을 하다 보면 멀리 동해 바다로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한 풍광을 선사하는 호텔 5층의 야외 수영장.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인피니티 풀로 디자인했고 그늘을 제공하는 카바나와 스낵바 등의 편의 시설을 완비했다. 
백색 건축으로 스며든 경포대
주변보다 높은 부지에 위치한 씨마크 호텔의 로비에 들어서면, 독일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거대한 설치 작품인 ‘골든 리본’ 너머 유리창으로 동해안의 해안선이 파노라마 뷰로 펼쳐진다. 그 아름다운 절경 앞에 수평선처럼 긴 테이블을 놓아 자연, 공간,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배치의 미학도 인상적이다. 그러니 로비로 들어선 방문객은 무의식적으로 그 긴 테이블로 걸어가서 지인과는 나란히, 바다와는 마주 보며 앉아 수평선처럼 여유롭고 차분한 분위기를 멋진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다.

자연을 최고의 아트월로 사용하는 리처드 마이어의 공간 미학은 1백50개의 객실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3m의 높은 천장 아래 최소 가구만 갖춘 객실은 욕실과 침실, 발코니가 바다를 향해 일직선의 유리벽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대부분의 객실에서 동해의 드라마틱한 수평선이 두 눈에 밀려든다. 프리미엄 딜럭스룸 1백19실, 규모와 장식이 빼어난 스위트룸 30실, 그리고 별도의 한옥 스위트인 호안재蝴安齋를 포함해도 객실 수가 총 1백5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6성급 호텔을 지향하는 서비스를 더욱 한가롭고 호사롭게 누릴 수 있다. 특히 ‘나비가 편히 쉰다’는 뜻의 한옥으로, 전통 한옥 양식과 첨단 스위트 객실이 만난 호안재는 황두진 한옥 건축가가 설계했다. 안채, 별채, 사랑채로 나뉘고 각각의 공간에 독립된 마당이 딸려 있는데 가족과 수행원을 대거 동반한 특별 손님만을 위한 공간이다. 고즈넉한 쪽마루에 앉아 동해를 바라보며 최고급 객실 풍류와 호사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하룻밤 숙박비가 1천만 원이 넘는 현대의 고관대작을 위한 동해의 별장이다.

황두진 한옥 건축가가 우리 한옥을 최고급 휴식 공간으로 디자인한 씨마크 호텔 호안재 전경. 동계 올림픽과 음악제 등 다양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있는 강원도를 찾아올 세계 최정상 손님이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안채, 별채, 사랑채가 전통 양식대로 자리한 호안재는 각 실의 툇마루 너머로 동해의 특급 전망을 자랑한다. 
이처럼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과 황두진의 건축미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씨마크 호텔은 모든 투숙객에게 올 인클루시브 서비스를 제공한다. 웰컴 드링크, 미니바, 조식이나 브런치, 실내ㆍ외 수영장, 피트니스 클럽, 키즈 클럽, 전용 비치 등을 무료로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객실 어메니티는 배우 이영애가 론칭해 주목받은 리아네이처 제품으로, 친환경 호텔과 향기로운 천연 어메니티가 만나 동해에서 보내는 휴가에 향기롭고 부드러운 촉감까지 더해준다.

딜럭스룸 전경. 테라스, 침실, 욕실을 일직선으로 배치하고 벽 대신 시선을 방해하지 않는 유리 벽으로 디자인해 객실 어느 곳에서도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씨마크 호텔에서 경험하는 리처드 마이어식 백색 건축의 백미다. 
소수를 위한 프라이빗한 부대시설
느지막이 일어나 ‘더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아침 식사. 지역의 제철 요리, 하몽과 치즈 등 글로벌 식재료로 준비하는 뷔페 메뉴와 달걀 요리를 주문했더니 해산물을 곁들인 알 라 카르트A La Carte 메뉴가 나왔다. 소규모 손님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호텔의 배려다. 또 조식 시간을 놓친 투숙객은 브런치 메뉴를 이용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는 원하는 만큼 단잠을 자도 불편함이 없다.

더 레스토랑은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으로 디자인했다. 대관령 준령의 유제품, 고랭지 채소, 평창 메밀 등 강원도의 제철 식재료와 해산물을 활용해 지중해풍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관동 퀴진’이 오픈 키친에서 완성된다. 보다 특별한 미식 경험을 원한다면 ‘쉐프스 테이블’의 만찬을 예약하시기를. 당일 공수한 지역 식재료를 셰프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풀어낸 요리를 독립된 룸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호텔 로비 한편에 멋스러운 이탈리아 디자인 가구를 놓은 ‘더 라운지’는 스페셜티 커피와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기 좋은 휴식 공간. 특히 저녁 시간에는 크래프트 맥주와 멋진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니 해변의 로맨틱한 밤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수평선을 따라 열린 로비에 파도처럼 흐르는 나선형 계단을 배치해 공간에 긴장감을 더했다. 
동해 바다의 최고 묘미인 수영을 즐기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호텔 5층에 있는 아찔한 인피니티 수영장인 비치 온더 클라우드는 마치 절벽 위에서 바다를 향해 수영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선베드와 프라이빗한 휴식을 보장해주는 카바나, 음료와 스낵을 제공하는 바, 수영의 피로를 풀어주는 저쿠지가 바다를 향한 넓은 덱 위에 펼쳐져 마치 열대 섬의 리조트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이곳은 씨마크 호텔 건축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는 곳으로, 사계절 내내 온수풀로 운영하기 때문에 여름이 지나도 멋진 비경 속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실내 수영장인 ‘더 풀’과 바다를 향한 유리 벽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더 짐’ 역시 리처드 마이어가 추구한 백색 건축의 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 유리 벽 너머 거대한 수평선이 펼쳐져 실내에서도 마치 대자연 한가운데서 레포츠를 하는 것 같은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호텔 앞 해변은 안전 요원과 비치 클럽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숙객만을 위한 전용 해변이다. 전국의 해변이 인파로 붐비는 여름에 선베드와 파라솔, 타월 등이 준비된 프라이빗한 해변에서 신선한 해풍과 파도를 느끼며 조용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으니 이 또한 다른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다.

사면으로 바다를 조망하도록 디자인한 스위트룸 거실 전경. 
해풍을 느끼며 좀 더 정적이고 나른한 휴식을 원한다면 건식 및 사우나와 야외 저쿠지를 갖춘 써멀 스위트에서 피로를 풀어도 좋다. 일본 해안 마을의 조용한 료칸에 온 듯 한가로운 실내ㆍ외 사우나가 일상의 노곤함을 다독여준다. 천연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스파 트리트먼트 ‘리프레시’에서는 숙련된 세러피스트가 오리엔탈 방식의 마사지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니 자연의 향기로 몸과 마음에 위로와 에너지가 채워진다.

대자연을 오롯이 끌어안은 백색 건축과 1백50실의 투숙객만을 위한 프라이빗한 서비스. 불필요한 것은 비우고 자연만을 채운 공간이기에 씨마크라는 백색 건축을 찾아가는 마음이 즐겁다. 건축가가 비워둔 여백에 깊고 충만한 휴식과 감성이 가득 채워지는 특별한 경험이 당신을 기다린다. 

글 김민정 기자 | 사진 박찬우 | 사진 제공 씨마크 호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