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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순환기, 정말 필요할까?
언젠가부터 우리 생활에 공기 순환기(에어 서큘레이터)란 것이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주로 캠핑장에서 가스 배출과 난방 보조용품으로 사용해온 공기 순환기가 지금은 절전 가전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강풍기’로만 생각한 공기 순환기가 대체 선풍기와 뭐가 다르고, 어떻게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는지 궁금해졌다.

황선태, ‘커튼이 있는 방’, 강화유리에 샌딩, 유리 전사, LED, 2012, 80x102x5cm
공기 순환기를 구입해 한 달째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선풍기처럼 생긴 이 가전제품에 무슨 특별한 기능이 있을까 반신반의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며칠도 안 되어 의심은 사라졌다. 바람을 직접 맞아야 시원함을 느끼는 선풍기와 달리 공기 순환기는 간접 바람으로 공간을 시원하게 만든다. 팬이 나를 향해 돌지 않는데도 어느 순간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온몸을 감쌌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공기 순환기를 작동하면 집 안에 냉기가 돌 정도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경험에 따르면 공기 순환기는 확실히 선풍기보다 바람이 세고 바람이 닿는 범위도 훨씬 넓다. 공기 순환기 제조 회사들은 공기 순환기는 처음부터 날개 각도와 형태, 그릴 모양, 모터의 힘 등을 선풍기와 다르게 설계해 항공기 제트엔진과 같은 ‘흡입-압축-연소-배기’ 원리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후면부에서 흡입한 공기를 압축해 강력한 회오리바람으로 만들고, 전면부 회전 그릴을 통해 힘껏 내보낸다. 그래서 바람이 퍼지고 멀리 이동하지 못하는 선풍기와 달리 공기 순환기 바람은 10m 이상 뻗어나간다. 이 강력한 바람이 천장과 벽을 치고 돌아와 실내 공기를 순환하게 만드는 것이다.

에어컨을 켜면 그 주변은 춥고 멀리 떨어진 곳은 후텁지근해 에어컨 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냉방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곤 했다. 공기 순환기는 앞서 말한 공기 순환 원리로 에어컨과 온풍기의 시원하고 따뜻한 바람을 골고루 전달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실제로 공기 순환기와 에어컨을 함께 사용하면 에어컨 냉방 온도를 2~3℃ 높게 설정해도 체감온도는 낮다. 에너지관리 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1℃만 올려도 에너지가 7%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공기 순환기를 사용하면 에어컨 설정 온도를 2~3℃ 높게 설정해 14~21% 정도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바람은 공기 순환기의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공기 순환기는 선풍기에 비해 소리가 큰 편이다. 이는 모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아니라 바람을 가르는 소리다. 그만큼 바람이 강하고 뿜어내는 공기량이 많다는 의미지만, 예민한 사람은 처음에 공기 순환기를 켜놓고 쉽게 잠들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공기 순환기가 여름철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는 계절 가전으로 각광받지만, 특정 계절에만 사용하는 가전이 아니다. 고인 물이 잘 썩듯이 집 안 공기도 고여 있으면 건강에 해롭기 때문이다. 공기 순환이 꼭 냉난방을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란 얘기. 공기 순환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냉방 효율을 높이는 방법
스탠딩 에어컨과 함께 사용할 때는 에어컨 바로 앞이나 밑에서 냉기를 보내고자 하는 쪽으로 팬 방향을 잡고, 천장형이나 벽걸이형은 아래에서 위로 에어컨을 향하게 하면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에어컨 대신 선풍기와 함께 사용한다면 선풍기를 회전시키지 않아야 공기 흐름이 엉키지 않는다. 공기 순환기는 선풍기보다 4~5배 정도 멀리 바람을 보내므로 선풍기 여러 대보다 공기 순환기 한 대가 더 효율적이다.

공기 순환기와 공기청정기
공기 순환기를 켜니, 갑자기 공기청정기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이건 실내 공기가 순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공기청정기는 혼자서 실내 공기를 구석구석 빨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공기 순환기를 함께 사용하면 공기청정기가 닿지 못하는 곳의 공기를 순환시켜 필터링하게 도와준다. 공기청정기 외에 가습기나 제습기와 함께 사용해도 효율적이다.

주방 후드보다 공기 순환기
요리를 한 후 주방 후드를 켜놓아도 냄새가 잘 사라지지 않을 때 공기 순환기를 작동하면 도움이 된다. 공기 순환기로 냄새를 배출하는 방법은 창문을 연 뒤 공기 순환기를 주방을 등지고 창문 쪽을 향하게 두는 것. 그러면 공기 순환기가 후면부로 음식 냄새를 흡입해 창문으로 빠르게 내보낸다.


<행복>기자들이 직접 써보니
국내에 판매하는 공기 순환기 중 네 개 브랜드 제품을 기자들이 직접 사용해보았다. 공기 순환기를 처음 써본 기자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동양이지텍 윈드보이, 편의성을 강조한 디자인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걸 싫어하는데, 공기 순환기를 사용하니 에어컨 근처에 있지 않아도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닿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주방에 정체된 음식 냄새도 금방 사라졌다. 윈드보이는 본체 위에 손잡이가 있고 풍량 조절 레버도 본체 옆에 위치해 편리하다. 최대 소비 전력 65W(10인치), 12만 8천 원. _주거문화팀 김민서 기자
써큐온 V3, 좌우 회전이 가능한 공기 순환기
에어컨이 방 안에 있어 거실에서는 찬 바람을 느낄 수 없었는데, 공기 순환기를 거실 쪽을 향해 놓아두니 거실 공기가 순식간에 시원해졌고, 바닥도 제습기를 사용한 듯 보송보송해졌다. 좌우 회전하고, 리모컨이 있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더울 때 유용하다. 최대 소비 전력 53W, 12만 8천 원. _음식문화팀 김혜민 기자
보네이도 V-팬, 공기 순환기 디자인의 클래식
에어컨의 공기 청정 기능과 공기 순환기를 잠깐 켜놓았는데, 공기가 훨씬 빨리 순환되었다. 선풍기 대신 사용하니 거실 전체가 시원해졌고, 덕분에 에어컨 작동 시간이 줄었다. 전기 요금도 절약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 빈티지한 디자인과 색감이 마음에 든다. 최대 소비 전력 42W, 29만 8천 원. _미술팀 전지원 기자
발뮤다 그린팬 서큐, 저전력 저소음
환기를 자주 하지 못해 아침마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20~30분 정도 선풍기를 켜놓곤 했다. 공기 순환기로 바꾸니 바깥바람이 훨씬 빠르게 집 안으로 들어왔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 구석방에 켜놓으면 꿉꿉한 냄새가 덜 났다. 최대 소비 전력 20W, 29만 8천 원. _미술팀 심혜진 기자

취재 협조 동양이지텍(1588-9902), 발뮤다(422-34-1701), 보네이도(02-2034-0115), 써큐온(02-3272-4720)

 

글 김민서 기자 | 사진 이창화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