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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지금, 이케아가 궁금해하는 것들

1 쓰레기 수거함이 함께 구성된 조리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케아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안반드바르Anvandbar 컬렉션은 집에서도 간단하게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한다. 
2 이케아의 고향, 스웨덴 엘름훌트의 이케아 매장. 
3 유리 세공 디자이너이자 도예가인 잉에게르드 라만Ingegerd Raman이 만든 빅티그Viktig 컬렉션. 부레옥잠, 등나무, 대나무, 해초 등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해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4 음식을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멋진 삶이라 것을 보여주는 시트닝Sittning 도자 컬렉
션. 

지난 5월 12일, 이케아의 심장이라 일컫는 스웨덴 남쪽 도시 엘름훌트에 세계 각국의 기자 2백여 명이 모였다. 민주적 디자인을 모토로 매해 신규 컬렉션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퓨처 디자인 이슈를 소개하는 이케아의 글로벌 행사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Democratic Design Day’ 2015. 올해의 화두는 ‘푸드&키친’이다. 이름도 생소한 스웨덴 남부 지역 엘름훌트Almhult. 핀란드 헬싱키를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또다시 버스를 타고 스웨덴 국경을 넘어 이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마치 거대한 세트장처럼 비현실적으로 단정하고 고요한 이곳에 유일하게 사람이 북적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이케아 캠퍼스다.

이케아의 탄생지를 찾는 여행객과 취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제품 개발을 총괄하는 이케아 스웨덴Ikea of Sweden을 비롯해 박물관으로 레노베이션 중인 이케아의 첫 매장, 박물관, 인더스트리, 스튜디오, 호텔까지 이케아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기자와 이케아 본사의 디자이너, 개발자, 관리자가 해마다 이곳에 모여 이케아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공유한다. 드디어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가 시작됐다. 이케아 그룹 회장 겸 CEO 페테르 앙네피알Peter Agnefjall의 인사말과 함께 화면에는 “Because we’re curious… Are you?” 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케아는 늘 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실용성과 내구성, 디자인, 품질을 갖추는 것은 물론 가격도 합리적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민주적(democratic) 디자인의 핵심 가치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지속적으로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연 우리가 생활하는 무대 뒤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 이케아의 새로운 질문이 시작됐다.

5 올 8월 국내에 선보일 신넬리그Sinnerlig 컬렉션. 리조트 무드의 편안한 공간을 완성해준다. 
6 이케아 제품이 탄생하는 이케아의 전략 기지, 이케아 오브 스웨덴(IoS)에서 신상품 품평회가 열렸다. 본사 직원과 협업 디자이너들이 곳곳에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 테이블, 조리대 위 식품을 인식해 어떤 음식을 만들 수 있는지 레시피를 제안하는 콘셉트 키친의 한 모델.
8 아웃도어 신상품을 디자인 센터에서 미리 만날 수 있었다. 

맛있으면서도 저렴하고 건강한 음식은 없을까?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음식이 주목받은 적이 있을까? 바야흐로 음식의 황금 시대요, ‘食’ 사회다. 우리는 매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수십, 수백 장의 요리 사진과 레시피를 접하며 음식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취향은 물론 최신 소비 문화 트렌드를 읽는다. 음식을 시켜 먹을 수도 있지만 반대급부로 직접 만드는 음식에 대한 관심 역시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식사는 여전히 가족, 친구들과 교류하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고 일상생활의 대부분이 부엌에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음식은 1960년대부터 이케아 리테일의 핵심 요소였다. 1971년 매장에 최초로 레스토랑을 도입했고(물론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물며 쇼핑하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1990년대에는 환경 정책과 맞물려 지속 가능성, 건강, 웰빙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이케아 푸드 관리 이사인 미헬 라 코우어Michael la Cour는 “사람들은 식자재가 어디에서 재배되고 어떻게 공급되며 어떤 가공 과정을 거쳐 우리 가정에 오는지 알고 싶어한다. 기본적으로 채식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육류를 먹는 플렉시테리언의 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이케아 레스토랑 메뉴에 적극 반영했다. 미트볼 대용으로 출시한 베지볼에 이어 소프트아이스크림 대용의 요구르트를, 청량음료 대용의 프루트 워터fruit water를 건강 메뉴로 출시했다. 이케아는 이미 20여 가지의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며, ‘가구만큼 건강하고 훌륭한 음식’이라 자부한다. 보기에도 좋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 이케아의 핵심가치인 민주적 디자인이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9 이케아 레스토랑에서는 1년에 평균 1억 5천만 개의 미트볼이 팔린다. 소비자에게 더욱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미트볼 대용으로 베지볼을 출시했다. 
10 나무와 가죽의 조화가 인상적인 틸팔Tillfall 컬렉션. 
11 2015 라이프스타일 이슈와 이케아의 비전을 소개하는 데모크래틱 데이의 프레젠테이션. 

식사 패턴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제안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은 모든 것의 시작점’이라는 화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올해 이케아가 주력하는 공간 프로젝트는 당연히 ‘부엌’이다. 음식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부엌은 내가 꿈꿔온 공간.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주방에서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먼저 전 세계 사람이 어떻게 요리하고 먹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주방 공간을 사용하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조사’ 그리고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케아 그룹 리서치 총괄 책임자인 미카엘 위드홀름Mikael Ydholm은 베를린, 런던, 뭄바이, 뉴욕, 상하이 등 8대 도시에서 8천5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인 가구 세 명 중 한 명은 주중에 더 자주 다른 사람들과 식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이가 있는 가정의 약 4분의 1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빈도수가 늘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재미있는 것은 응답자의 52%가 주방이나 식당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식사를 한다는 점이에요.”

이는 1인 가구의 증가,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결과다. 도시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고 거실, 서재, 다이닝룸, 작업실 등 공간을 구분하던 개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대신 식사와 사교 활동, 수면까지 한 곳에서 모두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의 공간을 이케아는 ‘유동적 집’이라 정의하는데, 특히 음식과 식사의 관계에서 그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부엌이 아닌 집 안 곳곳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조촐한 모임을 하는 새로운 생활 방식을 반영하기 위해 이케아 365+는 음식을 더욱 편리하게 옮길 수 있는 다용도 식기 컬렉션과 이동식 테이블을 선보인다. 또 부엌은 아이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창작의 원천 장소다. 조사 결과 부모 중 90%는 음식과 관련한 활동에 자녀를 참여시키고 싶어 하고, 31%는 실제 요리를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머물 수 있는 공간, 또 엄마와 아이가 각자 일과 놀이를 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멀티형 주방이 필요한 이유다.

1 데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행사를 위해 마련한 푸드&키친 쇼케이스. 직접 식물을 키우거나 손으로 커피 원두를 갈아 마시는 아날로그적 삶을 조명했다. 
2 지난 4월 10일 밀라노에 오픈한 팝업 전시 . 세계적 디자이너 마탈리 크라세, 파올라 나보네, 토마스 산델 등과 협업해 다양한 주방 공간을 꾸며 메토드 주방 가구의 무한 가능성을 입증했다. 
3 아이의 실제 그림을 공모해서 수상한 작품으로 소프트 토이를 출시할 예정. 12월 한정 판매로 판매 금액 중 1유로씩 기부한다.
4 이케아 메토드 주방. 벽 수납장을 경사진 천장에 맞춰 설계. 다양한 크기의 벽 수납장을 조합하고 문을 최소한으로 설치해 평범한 주방용품으로도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게 했다. 

2025년 주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디자인 센터 2층에 마련한 부엌 전시관 투어가 이어졌다. 주방 가구 메토드Metod 시리즈를 비롯해 냉장고, 개별 수납장, 소품까지 스타일과 기능별로 연출한 다채로운 부엌 가구를 보니 이런 주방이라면 요리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사실 주방은 크기에 관계없이 항상 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지기 마련. 이케아의 키친 솔루션은 아무리 많은 물건이 쌓여 있더라도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비용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신선한 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수납장과 함께 그릇과 요리 도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매일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 시간이 더욱 즐거울 수 있다는 것. 올여름 전 세계에 동시에 출시하는 메토드는 서랍장ㆍ문ㆍ정리용품을 수천 가지 다양한 조합으로 연출할 수 있는 블록 방식의 주방 가구로, 크기와 모양에 관계없이 주방의 모든 공간을 구석구석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단한 서스펜션 레일로 수납장을 혼자서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 전통 스타일, 모던 스타일, 믹스 매치 스타일 모두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5, 7 ‘2015 IKEA Life at home’ 리포트를 토대로 음식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자, 주거 형태의 변화로 다기능 가구가 인기를 끌 전망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6 스톡홀름의 이케아 매장에서도 메토드의 자유로운 배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80cm 수납장에는 40cm 앞판을 두 개 달 수 있는데, 열어보면 내부 서랍이 있어 시각적으로 공간이 널찍해 보이는 것은 물론 물건을 수납하기 편리하다. 
8 베딩에Veddinge 화이트는 아주 기본적 형태를 갖추었지만 동시에 화사하다. 모던한 스타일의 상판은 산뜻한 느낌을 주는 반면 벽 수납장 도어는 선명한 색채감으로 주방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일상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까?
이케아의 마지막 질문은 여전히 ‘지속 가능성’이다. 이케아는 제품을 개발할 때 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것만 사용하며, 리사이클링이 잘되는 제품으로 만들면 내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2013년에는 룬드 대학교의 잉바르 캄프라드 디자인 센터, 에인트호번 공과대학교 학생 50명과 가상의 주방 시스템 ‘콘셉트 키친’을 개발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칼로리의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으며, 유럽은 음식 산업에서만 전체 이산화탄소의 29%가 배출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음식물 쓰레기와 에너지 낭비를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인 것.

예를 들어 인덕션 조리 공간, 식탁, 조리대 등이 위에 놓인 식료품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식품을 인식한 조리 공간은 어떤 요리를 하면 좋은지 레시피를 제안하는 것은 물론, 이미 갖고 있는 다른 재료까지 활용한 응용 레시피를 제안한다. 궁극적으로는 냉장고 속에서 상해 버려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준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싱크대도 있다. 식물에 물을 주거나 청소 또는 집 안팎에서 재사용하기 위해 중수 같은 여분의 물을 저장하고 폐기물을 수집ㆍ압축하는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모두 10년 후에는 충분히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밀라노 전시에서는 자원 재생 처리기가 내장된 싱크대를 구성했다). 사실 유행이 바뀔 때마다 가볍게 다른 제품을 구입하라고 얘기해온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의외다.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단지 홍보 문구에 그칠 테지만, 이케아는 뒤에서 조용히, 고집스러운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이를 실천하고 있다.

누구나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물건으로 아름다운 집을 꾸밀 수 있다는 근본이념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필요한 제품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명백한 이유를 찾아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이케아의 의미 있는 행보를 느낄 수 있었던 데 모크래틱 디자인 데이. 출시를 앞둔 신상품을 둘러보며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단순히 가구와 소품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제품을 통해 일상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여정, 이케아를 찾는 것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나?” “나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언제 행복한가?”, 나에게 질문하고 나를 관찰하며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이케아가 궁극적으로 말하고픈 민주적 디자인의 메시지일 테니.


Interview
마르쿠스 엥만(IoS 디자인 매니저) 메토드, 스타일과 개성 더한 드림 키친
고등학생 시절 견습생으로 일하다 커뮤니케이션 과 인테리어 디자인 매니저, 마케팅 매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현재 IoS의 디자인 수장으로 활동하는 마르쿠스 엥만Marcus Engman에게 이상적 주방 시스템을 물었다.
2015년 신제품 중에서 한국 소비자에게 권할 만한 제품이 있다면?
아이, 어른 모두 ‘놀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칠드런스 이케아Childrens IKEA 시리즈에서 올해 10월 선보일 라티오Lattjo 컬렉션은 사람이 더 많이 어우러져 놀기를 바라는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엄마와 아이가 각자 일과 놀이를 하며 공존할 수 있는 주방 공간에 경쾌한 포인트를 줄 듯하다.

새롭게 선보인 메토드 주방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
메토드는 블록을 조합하는 단순한 방식이기 때문에 수천 가지 다양한 조합으로 연출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직접 설치할 수 있어 무엇보다 스스로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클 거라 예상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쓰는 주방도 궁금하다.
내 주방도 메토드다. 낮은 서랍장, 빌트인 냉장고, 벽걸이 오픈 수납 선반만으로 작지만 효율적으로 꾸몄다. 앞판, 상판, 싱크대부터 모든 가구를 화이트로 통일해 공간이 한결 넓어 보인다.

신진 디자이너 워크숍에서 소개한 음식물 쓰레기 폐기 테이블이 흥미로웠다.
리사이클링은 지금 세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 아닌가? 디자인은 무언가를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번 워크숍에서는 사람과 세상 모두에게 골칫거리인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구입하는 음식의 3분의 1 가량이 버려지고 있으니까. 그래서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더 오래 보관하고, 더 많이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소재 스페셜리스트와 테크니션을 모두 동원했다. 모든 디자이너에게 직접 일상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보고, 그중 일부는 갖고 오라고도 했다. 덕분에 무수한 자료가 쌓였고, 이제 현실 가능성을 타진해볼 차례다.

디자이너로서 한국이 주는 영감이 있나?
한국이 20년 간 산업디자인 측면에서 이룩한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바로 그 점이 불가능은 없다는 나의 신념에 영감을 준다.


취재 협조 이케아 코리아(www.IKEA.kr, 02-310-8700)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