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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동 116㎡ 주택 위 아래로 늘린 입체적 레노베이션
아파트에 살던 네 가족이 마당 있는 주택으로 이사했다. 평면적 단층집은 수직으로 확장해 입체감이 더해졌으며, 주방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소통한다. 무엇보다 단독주택에 살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고민인 이에게 작은 집을 아름답게, 경제적으로 레노베이션하는 방법을 제시해 매우 의미가 있다.

오래된 주택을 레노베이션하는 것으로 주택살이의 꿈을 이룬 김진경·유광진 부부와 일곱 살 나연, 여섯 살 호림 남매. 카키색으로 도장한 외관이 처마의 흰색 라인과 대비되어 한층 감각적이다. 
아파트 전세금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특별한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최근 많은 30~40대 부부가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으로 주거를 옮겨갔고, 새로운 패턴의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아파트 이외의 주거 공간을 찾고 있다. 노원구 월계동의 한적한 주택가. 지은 지 40년 된 벽돌집을 레노베이션한 김진경 씨 가족 역시 근처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를 처분해 마당 있는 집을 갖게 된 케이스. 마당 겸 주차장을 빼면 스무 평 남짓한 작은 집이지만 천장을 털어내고 지하를 파는 등 평면 구조를 수직으로 늘려 넓이뿐 아니라 채광이나 통풍, 생활 동선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 사실 작은 집을 설계할 때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공간을 확보하는 일. 레노베이션을 맡은 김학중 소장은 대담하게 단면 계획을 수정하는 것으로 디자인을 시작했다.

중층인 주방을 중심으로 지하 AV룸, 1층 거실, 2층 다락방까지 단차이를 둔 입체적 구조가 돋보인다. 
작을수록 공간을 열어라
김진경 씨는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 살았다. 평소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하며 남의 집 살림 구경하길 즐긴다는 그는 우연히 김학중 소장의 구기동 집 사진을 보았다. “오래된 주택을 레노베이션한 사례라 흥미로웠어요. 아이들이 한창 뛰놀 때라 주택을 꿈꾸면서도 서울에서 땅을 사고, 집을 새로 짓는 건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구기동 주택처럼 30평형 대 땅에 지은 오래된 주택을 찾으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무엇보다 오래된 주택을 고쳐 살면 그 집만의 스토리가 생긴다는 점이 기대되기도 했고요.”

가을볕이 유난히 좋은 어느 날, 1978년에 지은 단층 주택을 덜컥 구입한 김진경 씨. 솔직히 운치 있는 옛날 집이라기보다는 야말로 그 시대 집 장수가 지은 노후한 주택이었을 뿐인데, 집을 보는 순간 막연히 고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곧바로 안팍건축에 설계를 의뢰했고, 월계동 집에서 김 소장을 처음 만났다. “집은 뭔가에 홀려야 산다는 말이 실감 나더라고요. 사고 보니 문제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덜컥 겁이 났어요. 고맙게도 소장님의 ‘괜찮은데요?’ 한마디에 다시 용기를 얻었지요.”

2층 작은 거실에서 내려다본 거실은 내추럴하고 담백한 원목 가구로 꾸몄다. 높은 천장, 마당이 내다보이는 통창 등으로 개방감을 더해 면적이 작지만 답답하지 않다. 
집을 짓는 수많은 건축주 중 유경험자는 드물다. 김진경 씨 역시 생애 첫 집을 지으며(거의 새로 짓는 수준인 레노베이션을 하며) 궁금하던 것도, 두려운 것도 많았다. 우선 한정된 공간에 네 식구의 개별 공간과 수납공간을 모두 만들 수 있을까? 단열과 난방은 효과적일까? 동선이 불편하진 않을까? 공사하다 집이 무너지지 않을까? 등등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실제 살아보지 않고는 증명하지 못하는 고민들이다. 김학중 소장은 네 식구의 개인 공간과 널찍한 거실, 취미 공간까지 건축주가 원하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붕 아래 유휴 공간과 지하를 활용했다. 집은 대문을 정면에 두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꺾인 역ㄱ자형 구조로, 현재 정면에 자리한 주방이 원래 안방 자리였다. 마당에서 연결되는 지하 보일러실과 기존 안방을 연결하면서 안방 아래 지반을 충분히 파낸 뒤, 그 위에 다락을 만들어 안방과 아이 방을 복층으로 구성하려던 첫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그리고 안방 자리에 주방을, 다락방은 원래 있던 작은 방 위에 구성했다.

“침실이나 아이 방, 욕실 같은 사적인 공간을 배치할 때는 생활 방식을 먼저 이해해야 해요.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평상시 손님들이 자주 오는지 등 생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검토하는 것이 좋지요. 집주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평소 요리를 좋아하고, TV 프로그램보다는 영화를 많이 보며, 아이들과 주로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천장을 높여 개방감을 준 두 공간에 거실, 주방을 배치하고 부부 공간, 아이들 공간, 취미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구획을 나눴고요.”

낮 시간엔 아이들과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거실 아래 보일러실을 개조한 AV룸에서 남편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김진경 씨. AV룸은 2인용 가리 모쿠 소파를 두어 아늑한 느낌을 더했으며, 거실에는 소파 대신 커다란 테이블을 두어 다용도로 활용한다. AV룸은 부엌과 연결되는 구조라 식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로도 유용하다.

1 현관에서 거실을 바라본 정면 벽은 나무 패널을 포인트 월로 사용했다. 자연스러운 나뭇결이 돋보이는 바닥재는 구정마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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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둘째 아이 방 창문을 열면 지하 AV룸과 거실 사이에 있는 주방이 내다보인다. 책상을 창문 아래에 배치해 숙제나 공부를 하면서도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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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 침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전면 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 상부에 좌우로 길쭉한 파노라마 창을 만들면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 채광을 확보할 수 있다. 

주방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집
이 집의 신의 한 수는 사선으로 배치한 주방 가구. 개인적으로 밥해 먹는 주방이야말로 가장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집주인의 바람을 담아 주방은 디자인, 수납, 동선 모두 심혈을 기울여 한 땀 한 땀 완성했다. 아일랜드를 거실 방향으로 틀어 설치해 주방에서 요리나 설거지를 할 때 늘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고, 맞은편 벽면 위쪽에 좁고 긴 파노라마 창을, 아래쪽에 커다란 통창을 내어 채광을 확보했다. 수납이 우선이어야 하는 공간인 만큼 정면에는 키 큰 장을 설치했다. 단, 키 큰 장을 벽면에 꽉 채우는 대신 낮은 사다리를 두고 안정적으로 물건을 넣고 꺼낼 수 있는 정도로만 높이를 제한해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어느 집이나 막연하게 많은 수납공간을 원하지만 수납은 ‘양’보다 ‘질’이라는 사실. 김학중 소장은 어디에 무엇을 둘지 위치를 정하고 수납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매일같이 넣고 빼는 물건, 주말에만 사용하는 물건, 계절용품, 취미용품 등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현관, 거실 테이블 옆, 계단 옆, 2층 다락방 앞 거실 등 적재적소에 매입형 수납장을 마련했다.

한편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는 단연 계단이다. 사실 밖에서 보면 평범한 단층집이지만 지하 AV룸, 중층인 부엌, 메인 주거 공간과 다락방까지 하루 종일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이 집은 분명 4층 집인 셈이다. “수평 방향이 대부분인 생활 동선에서 계단은 유일하게 수직 방향의 장소예요. 상하로 뚫린 계단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갤러리의 근사한 오브제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 집의 경우 옛집의 흔적을 기억하는 요소로 활용했어요. 이 동네에 많은 붉은 벽돌집을 모티프 삼아 빨간 벽돌 타일로 마감해 마치 동네 골목길 같은 정서를 담았지요.”

밥해 먹는 주방이야말로 집에서 가장 힘줘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김진경 씨. 디자이너는 주방의 위치를 잡는 것부터 가구 배치, 창 위치까지 꼼꼼하게 계획해 주방을 집의 중심 공간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다락방으로 오르는 계단은 놀이터의 미끄럼틀처럼, 정글짐처럼 놀러 온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삼삼오오 모여 걸터앉아 노는 그들만의 아지트가 된다. 김진경ㆍ유광진 부부 역시 계단이 많아 불편하기는커녕 일상이 좀 더 바지런해진 것 같아 만족한다. 한정된 면적에서 내단열을 보강하다 보니 벽이 안으로 두꺼워져 아쉽다는 김학중 소장의 말에 “아파트에 살면서 가장 걱정하던 단열, 난방 문제 역시 무더웠던 5월을 시원하게 나고 보니 걱정 없다”는 말로 화답하는 김진경 씨. 건축주의 꿈이나 요망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그 꿈이 누더기가 되지 않도록 아름답게 짜깁기하는 능력이 바로 건축가의 역할일 터. 네 식구의 개인 공간은 물론 널찍한 거실과 주방, 부부만의 취미 공간, 수납공간까지 사는 이의 취향과 생활 습관을 반영해 알뜰살뜰 챙겨준 디자이너에게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드는 이유다.

“철거를 하고부터 내일은 또 무슨 일이 터질까 매일매일 걱정했는데, 이렇게 집을 완성하고 두 달 살아보니 역시 용기 내길 잘했다 싶어요. 거실에 앉아 책을 볼 때도, 주방에서 일할 때도 아이들을 살펴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안심이 되고요. 저는 ‘뛰지 말라’는 말 안 해서 좋고, 아이들은 ‘4층 집’을 뛰어 다니며 온종일 까르르 웃어 좋고요.”

삼각 지붕 아래 고요한 빛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2층 나연이 방. 다락방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원더랜드가 된다. 오른쪽 작은 창문을 열면 거실이 보이는 구조로 가족이 각자의 공간에 있을 때도 서로 소통하는 느낌이 든다. 
작은 공간 알뜰살뜰 활용한 아이디어
1 벽 안쪽 여유 공간을 활용한 틈새 수납장. 벽면에 매입한 미닫이문은 시각적 개방감을 느끼게 하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또한 문의 위치를 나란히 이으면 반복 효과로 공간에 깊이감이 생긴다.
2 계단 옆 자투리 공간에도 폭 좁은 수납장을 짜 넣었다. 수납장 상단이 선반 역할을 해 화분을 장식할 수 있다.
3 세 개의 서까래와 높은 천장고를 살린 거실. 별빛이 쏟아지듯 지그재그로 매치한 매입 조명등이 디자인 포인트다.
4 그림 그리길 좋아하는 나연이를 위해 비스듬한 지붕 구조를 살려 그림 그리는 책상을 만들었다.
5 현관문이 있던 자리의 단 차이를 이용해 푹 파인 수납공간을 마련한 현관 한편.
6 부부가 취미 생활을 즐기는 지하 AV룸.
7 안방의 부부 욕실은 수압이 센 해바라기 샤워기와 작은 세면대를 함께 구성해 작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디자인과 시공 안팍(02-3417-8000)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