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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공예 작가 이승원 나에게 위로가 되는 식생활과 도구

1 거실에 앉아 차를 즐기는 이승원 작가. 그가 사용하는 은 주전자가 그의 첫 주전자다. 뒤쪽에 그의 작품을 진열한 그릇장이 눈에 띈다. 
2 자주 사용하는 기성품에 옻칠을 입혀 자신만의 생활용품 컬렉션을 만들었다. 위부터 금속 소재로 만든 차 뜨개, 밥숟가락, 방산시장에서 구입한 나무꽂이, 형태감 살려 직접 만든 포크, 찻숟가락. 

기능에 초점을 맞춘 작품
외관은 지극히 ‘작품’처럼 보이지만, 무엇보다 기능과 쓰임에 초점을 둔 이승원 작가의 금속 주전자를 들여다보면, 그가 대하는 공예와 일상의 경계를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은을 소재로 한 주전자 작업에 몰두했어요. 그러다 은 기물을 관리하는 게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옻칠에 눈을 돌렸습니다.” 우리가 지금 보는 그의 대표 작업인 색색의 옻칠 금속 주전자가 탄생한 계기다. 그는 그때옻칠에 매료되었다. 어떤 물건이든 옻칠을 하면 방수, 방습, 방염, 항균 효과로 실용적이고 예술적인 ‘생활 공예품’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옻칠은 작업 대상을 넘어 실생활과의 연장선 상에있습니다. 그래서 제 살림살이의 10분의 9는 옻칠을 적용한 것이지요. 종이컵 대신 옻칠한 스틸 컵을 갖고 다니고, 방산시장에서 다발로 구입한 나무 꽂이에 옻칠을 했더니 두고두고 사용하는 저만의 공예 살림이 되었어요.”

이승원 작가가 좋아하는 닭 모티프 제품들.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서 사 온 것이 대부분이다. 견과류를 담는 유리그릇부터 철제 달걀 바구니, 세라믹 달걀 홀더 등 소재와 쓰임도 제각각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숟가락과 젓가락, 심지어 취미로 즐기는 다구까지 모두 옻칠을 입혔다. 하찮은 생활용품도 귀하게 사용하는 그만의 살림노하우다. 밥상에 오르는 다양한 식도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 식생활과 관련한 살림 도구에도 관심이 많다. 그릇장의 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다구. 한국차・중국차・서양차 등 차종에 따라 주전자와 워머, 촛불 끄는 도구, 차관, 찻숟가락, 숙우 등을 종류별로 소장하고 있다. “주전자에 관심이 많다 보니 다양한 문화의 주전자를 수집해요. 재미있는 것은 차 문화가 발달한 중국이에요. 값비싼 차를 벌컥벌컥 마실 수 없으니, 찻주전자가 크면 잘 팔리지 않아요. 그래서 다구의 크기가 작지요.”

1 색색으로 옻칠한 젓가락은 전용 꽂이에 꽂았더니 하나의 예술품이 되었다. 
2 금속 화기는 전해근 작가의 작품, 심플한 세라믹 컵은 황갑순 작가 작품이며, 차 뜨개와 차 거름망은 이승원 작가의 제자 박미경 작가 작품. 

공예와 살림은 나에게 행복이다
다구를 제외한 생활 도구들은 대부분 독일 유학 시절부터 그를 따라다니던 것. “서양사람은 소소한 것까지 모두 전용 도구를 사용합니다. 호두 속을 파내는 얇고 긴 도구, 파 껍질을 긁어내는 도구, 식재료를 끝까지 자를 수 있도록 돕는 꼬챙이 등 종류도 다양해요.” 정성들여 모은 찻잔은 그릇장에만 넣어두지 않고, 박달나무 위에 조르르 올려 컬렉션처럼 꾸몄다. 색색으로 옻칠한 젓가락도 전용 꽂이에 꽂으니 생활 속 작품이다. 3년 전부터 몰두하고 있는 나무식판 작업은 음식의 담음새가 드러나도록 넓게 만들어 그림처럼 벽에 걸 수도 있는데, 현대인의 공예 쓰임을 고려한 결과물이다.

3 집 안 코너 공간에 단단한 박달나무를 두고, 찻잔을 조르르 모아 컬렉션 공간처럼 꾸몄다. 박달나무는 속이 옹골차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마늘을 찧거나 도마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벽에는 푸른색 성화 접시를 작품처럼 걸고, 이승원 작가의 작품인 옻칠 나무 기둥 옷걸이를 함께 매치했다. 4 최근 작업 중인 나무 식판에 샐러드를 차린 모습이 마치 그림처럼 느껴진다. 벽에 걸수 있도록 고리를 만들어두어 작품처럼 감상할 수도 있다. 식탁 위 치즈 플레이트와 보리수 잼을 담은 소서, 수저받침과 도구는 모두 작가가 직접 옻칠한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아침 식사 해야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루 중 식사 시간은 저에게 큰 위로가 되거든요. 식문화와 관련한 공예품이 중요한 것은 ‘삶의 균형’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식기를 제대로 갖추어 차려 먹으면 기분이 좋을 뿐 아니라 과식을 할 수가 없어요. 삶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감 그리고 그것을 균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지요.” 지금까지도 설에는 세뱃돈 대신 공예 장신구를 선물하고, 주변 사람에게는 공예품의 생활화를 실천해 보인다는 작가는 공예와 살림을 ‘행복’에 비유한다. “그날 취해야 할 행복을 쟁취하지 못하면 그건 자기 자신에게 굉장히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문화, 살림, 공예는 저에게 그런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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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지연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