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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산과 케냐산 장미, 어떤 꽃을 살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에코 지능
2월의 어느 날, 런던에서 친구 집을 방문한다고 상상해봅시다. 영국 사람은 꽃을 좋아하니 친구에게 줄 선물로 장미 한 다발을 사는 게 좋겠습니다. 2월 한 달간 런던에서 판매되는 장미는 보통 1만 2천 송이이며 여기에는 이웃한 네덜란드산 장미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케냐산 장미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두 장미의 가격은 같습니다. 평소 지구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하고 싶은 당신, 둘 중에 어느 장미를 사려 합니까? 이 선택이 바로, 당신의 에코 지능 수준을 알 수 있는 좋은 예시입니다.

세계 각 나라의 환경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뒤쪽의 오렌지 주스 팩에는 영국의 탄소발자국이 찍혀 있고, 중간에 놓인 헤어 에센스 뚜껑에는 스위스의 탄소 라벨링 스티커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린 워싱, LCA를 아시나요?
<행복> 편집부에서는 많은 기자가 네덜란드산 장미를 사겠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가까우니 운송할 때 에너지 소비가 적을 것이고 친환경적 농법이 발달했으니 좋은 제품을 수출하겠지요. 자, IQ 못지않게 EQ(감성 지능)와 SQ(사회 지능)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현대사회의 지능 패러다임을 바꾼 미국의 심리학 석학 대니얼 골먼이 새로 낸 책 <에코지능>의 87쪽을 펼쳐 답을 찾아봅시다. 놀랍게도 네덜란드산 장미가 멀리서 온 케냐산 장미보다 탄소발자국이 무려 여섯 배나 많습니다. 이는 네덜란드산 장미가 지구를 여섯 배나 더 오염시킨다는 의미이니, 그 장미를 고를 때마다 지구는 점점 더 병드는 겁니다.

기후가 고온 다습하고 화학비료를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케냐에서는 소규모 농장에서 장미를 재배합니다.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첨단 공장식 설비를 갖춘 온실에서 장미를 생산합니다. 그러니 네덜란드의 멋진 이미지를 잠시 떼어놓고, 장미 생산의 전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항목별로 계산해 합해보면, 케냐산 장미를 런던까지 비행기로 운송하더라도 네덜란드산 장미가 여섯 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 것입니다. 우리가 친환경적이라고 믿는 대부분의 소비 활동이 실제로는 이런 이미지의 착각 속에서 행해집니다. 지구 환경에 해로운 제품을 많이 살수록 그것이 환경 재앙으로 돌아와 나와 우리 가족을 공격할 텐데, 어떻게 해야 이런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대니얼 골먼은 앞으로 50년 넘게 세계시장을 주도할 단어는 ‘에코 지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먼저, 에코 지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용어부터 살펴봅시다. 네덜란드산 장미가 더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 품질 표시, 브랜드, 광고와 이미지 등 눈 앞의 감각적 자극에 영향을 받아 미래의 위험까지는 예상하지 못합니다. 그린 컬러와 재생 용지로 제품 용기를 디자인하고 ‘에코’라는 근거가 희박한 문구만 써놓아도 소비자가 기분 좋게 구입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친환경적 기업이라고 믿는 많은 기업이 소비자의 이런 심리적 약점을 이용해 환경 친화성이 높지 않거나 종종 환경을 오염시키기까지 하는 제품을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해 판매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에코 지능을 높이려면 자신의 감각적 반응만 믿지 말고 그린 워싱을 구별해내는 똑똑함, 즉 이성적 판단력을 발달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반면, 그린 워싱을 추적해 잡는 명탐정을 ‘LCA’라 고 부릅니다. 케냐산 장미가 훨씬 친환경적이라고 밝힌 계산법이 전 과정 평가, 즉 LCA(Life Cycle Assessment)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직접 보지 못하는 제품의 구성 요소와 생산, 유통, 폐기까지 다 분리해 각 요소와 과정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한 수치로 계산하는 입체적이고 복잡한 계산법이지요. 이 명탐정 LCA를 출동시켜보면, 우리가 그간 친환경적 소비라고 굳게 믿은 일상의 활동도 지구에 해를 끼치는 것임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트에 갈 때 종이봉투나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가져갈까요?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하는 게 더 친환경적일까요? 실내 난방 온도를 낮추는 것이 더 절약하는 것인가요? 이런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은 마치 추리 소설처럼 복잡 미묘합니다. 일상의 계산도 겨우 해내는 우리가 매 순간 이런 위대한 수학자가 될 리 만무하지요. 그런데도 LCA에 익숙해져 매와 같은 눈으로 그린 워싱을 구별해낼 줄 알아야 미래 사회에서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대니얼 골먼 박사가 주장하니, 좀 더 쉽게 에코 지능을 높일 방법은 무엇일까요?

향후 50년간은 세계 시장경제를 ‘에코 지능’이 주도한다고 주장한 대니얼 골먼의 책 <에코지능>. 
탄소성적표지를 확인하세요
먼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6년째 접어드는 탄소성적표지 인증 마크가 무엇인지 알아볼 것을 추천합니다. 혹시 상점의 진열대에 놓인 제품에 이산화탄소를 나타내는 CO2라는 글자와 나뭇잎을 조합해 만든 작은 로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이 마크를 탄소성적표지라고 부르는데, 아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국제 표준 ISO 방식에 따라 LCA와 유사하게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한 인증 마크입니다.

탄소성적표지는 총 3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는 ‘측정’ 마크로,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양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해 보고한 ‘측정 기업’의 제품에 인증 마크를 줍니다. 나뭇잎 위에 쓰인 숫자가 이산화탄소의 양이지요. 예를 들어 브랜드가 다른 두부 제품이 나란히 있는데 A사 제품에는 이 마크가 있고 B사 제품에는 없다면, A사는 소비자에게 투명한 환경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한 것이고 B사는 그 노력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또, C사의 두부에는 CO2 100g이라고 써있고 D사 제품에는 200g이라고 써 있다면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C사 제품을 구입해야 하겠지요. 2단계는 ‘저감’을 뜻하는 저탄소 제품 인증 마크입니다. 나뭇잎 위에 아래로 향하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어요. 이는 1단계를 인증받은 제품이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한 후 전 과정 평가를 다시 받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탄소 배출량을 줄였거나 동종 제품의 평균 배출량보다 적게 배출하는 제품에 2단계 인증 마크를 줍니다.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성과는 이 2단계부터 확인할 수 있지요.

“저탄소 제품 인증이 도입된 2011년 이후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 2백28개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약 2백만 톤에 달합니다. 이는 제주도민 전체가 1년 동안 전기를 사용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양과 같으니 놀랍지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이현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기관이 2009년 탄소성적표지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난 5년간 총 1백89개 기업이 참여했고 식음료, 전자 제품, 호텔과 열차 등 1천6백67개 제품이 탄소성적표지 인증을 받았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한 영국(1만 2천여 개)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증 제품을 확보한 것입니다. 아마도 탄소성적표지 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의 소비량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면, 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업은 아무리 까다롭더라도 이 인증 마크를 받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또한 2단계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이 더 많이 팔린다면, 1단계 인증 마크를 받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시설과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며 2단계로 올라서려고 노력하겠지요. 이처럼 전 세계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에코 지능이 높아져 일상에서 똑똑한 소비를 하면 거대 기업을 움직이고 기업이 대규모로 움직이면 지구가 처한 어려움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1 우리나라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물발자국의 포스터와 보고서. 농산물 하나를 수확하기까지, 제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사용한 물양을 측정해 알려주어 우리가 일상에서 잊은 물의 소중함과 낭비 실태를 일깨워준다. 
2 커피 한 잔을 제공하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사용한 물양을 알려주는 태그. 

줄일 수 없다면 나무를 심어요
탄소성적표지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의 첫 번째 인증서 수여식이 지난 1월 8일에 열렸습니다. 나뭇잎 위에 ZERO라고 쓰여 있는 디자인으로, 이는 ‘상쇄’를 뜻합니다. 2단계 인증을 받은 제품이 또다시 감축 활동을 하거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면 마침내 이 마크를 얻게 되지요.

상쇄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합니다. 올해부터 우리나라도 탄소배출권(유엔기후변화협약에 의해 국가별로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양을 배정받고 기업도 규제를 받음. 기업은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여분의 배출권이 있는 기업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권을 구매해야함) 거래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어보셨지요? 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제품의 남은 온실가스를 상쇄하거나 아니면 제품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양만큼 나무를 심으면 됩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두 경우 모두 많은 비용 지출을 하는 어려운 결정이지요. “이번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제품, 광동제약의 음료 제품, 한국서부발전의 정제회 등 총 13개 제품이 3단계인 탄소 중립 제품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13개 제품이 상쇄하는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했을 때 총 12만 톤 규모로 30년생 소나무 1천 8백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같습니다.” 이현 연구원의 설명처럼 3단계 인증 마크를 받은 기업이 구매한 탄소배출권은 영국이나 호주처럼 상징적인 소각 행사를 열어 범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선포합니다. 또한 인증 기업이 낸 산림조성기금은 매년 식목일 전후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인증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해 매립지, 수변 구역 등에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데 사용합니다.

3 첫 번째 컵은 탄소성적표지의 1단계 측정 인증 마크, 그 옆은 2단계 저감 인증 마크다. 아래쪽은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거나 산림조성기금을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 ’으로 만든 3단계 상쇄 인증 마크. 
코백을 사용하는 것이 종이가방보다 친환경적인지를 에코백을 제작하는 전 과정을 분석해 계산하는 것이 에코 지능이다. 

세계에도 탄소 라벨링이 있어요
개인이 에코머니 제휴 카드를 이용하는 것도 에코 지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린카드라고도 부르는 이 카드는 친환경 제품이나 친환경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대중교통 이용, 에너지 사용량 절감 등을 할 때마다 정부와 관련 기업이 그 사람에게 포인트를 쌓아 주는 방식의 신용카드입니다. 그린카드로 탄소성적 표지 인증 마크가 붙은 제품을 구입하면 최고 5%의 포인트를 적립해줍니다. 특히 3단계인 탄소 중립 인증 제품을 구입하면 추가 포인트까지 받게 됩니다. 이 포인트는 전국 국립공원이나 공공시설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관련 업체의 제품 구입에도 사용할 수 있으니 그린카드 홈페이지(www.greencard.or.kr)를 살펴보고 이왕이면 그린카드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겠지요.

우리나라의 탄소성적표지처럼 제품에 이산화탄소량을 표시하는 시스템을 탄소 라벨링이라고 부르는데, 영국,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일본, 태국, 중국 등 총 11개 국가가 이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탄소 라벨링 디자인은 나라마다 다른데 영국은 사람 발자국, 일본은 두 팔로 지구를 껴안은 모양, 스위스는 지구 속에 CO2라는 글씨를 써 넣은 모양입니다. 모든 나라의 환경 인증 마크 디자인이 똑같으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이는 각 나라의 자연과 사회 환경이 달라 모든 국가에 같은 방식의 측정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물발자국(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전 과정에서 이용하는 직간접적인 물 사용량, www.waterfootprint.org) 도입 방안도 모색 중이니 자신의 에코 지능을 세계 수준으로 높이려면,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그곳의 제품에서 환경 마크를 살펴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당신은 아직도 그린 워싱에 속는 사람인가요? 이제부터 ‘그린 green’이라는 단어를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고 생각하세요.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형용사보다 동사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에코 지능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 사회이니까요.

참고 도서 <에코지능>(대니얼 골먼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글 김민정 기자 | 사진 이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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