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벽돌로 마감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는 거실. TV를 없앤 대신 6인용 식탁과 전면 책장을 배치해 오픈형 카페 느낌을 냈다.
2 거실 한 면을 월플렉스로 짜 넣었다. 칠판처럼 사용할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는 한 짝만 제작해 뒤쪽에 꽂힌 책을 유동적으로 가릴 수 있다.
인더스트리얼풍 카페 인테리어에서나 볼 법한 파벽돌을 거실 한복판에 과감히 적용한 건 부부가 건축학과 시절부터 꿈꿔온 장면이기 때문이다. 파벽돌 인테리어는 시공하기 힘들기로 소문난 작업인 것은 고사하고라도, 공간을 어둡고 강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어 많은 사람이 주거 공간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로망으로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벽돌 고유의 자연스러움과 따스함 때문에 예전부터 꼭 써보고 싶은 소재였어요. 파벽돌로 꾸민 벽과 잘 어울리는 공간 콘셉트를 고민하느라 인테리어팀과 고생을 좀 했지만, 너무 예쁘지 않나요? 만족, 대만족입니다”라는 것이 진차범ㆍ이유미 부부의 소감. 특히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회벽돌을 이용한 덕분에 블랙과 그레이 등 모노톤으로 모던하게 꾸민 집과 잘 어우러진다. 그리고 나무 소재로 제작한 벤치형 소파와 6인용 원목 식탁 덕분에 한결 아늑한 분위기다. “지금은 아이들이 어리지만, 거실은 도서관 이나 카페처럼 오픈형 공간으로 여유 있게 꾸미고 싶었어요. 그래서 TV도 방으로 집어넣고, 식탁 맞은편 벽에 책장을 짜 넣었습니다.” 아내 이유미 씨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할 일을 하면서 담소도 나눌 수 있는 홈 카페를 원했다. 여섯 살, 세 살인 딸 희원ㆍ여원이와 함께 숙제도 하고 미술 놀이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1 주방에는 톤 다운된 녹색을 들이고 식탁과 문고리에 검은색을 매치해 블랙&화이트로 마감한 집 분위기와 차분하게 어우러진다.
2 두 개의 현관을 헐어 확장한 전실. 벤치와 러그, 액자로 아늑한 공간을 연출했다.
3 침실은 부부의 휴식과 취미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사이드 테이블 역할을 겸하는 헤드보드를 제작한 침대 옆으로 가벽을 세워 공간 분할을 꾀했다. 한쪽은 바느질을 좋아하는 아내, 반대편은 독서와 기타를 즐기는 남편의 개인 공간이다.
4 침실 내 욕실은 파우더룸과 간이 드레스룸으로 활용한다. 슬라이딩 도어에는 거울을 부착해 공간을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다.
일곱 가족을 위한 수납 솔루션
이 집의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옐로플라스틱 이고운 실장은 두 가지 사항에 중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부부가 파벽돌 인테리어를 마음속에 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친정 부모님과 오빠, 부부와 두 딸 등 일곱 명의 대가족이 사는 집이라는 것.
149㎡(46평) 크기의 이곳은 독특한 구조가 돋보인다. 본래 두 세대가 살 수 있도록 현관 입구부터 두 채로 분리된 집을 하나로 연결했다. “먼저 입구 두 곳이 맞닿아 있던 공간을 헐고 전실로 만들었어요. 일반 아파트에 비해 전실이 넓다 보니 전면에 신발장을 설치해 수납공간을 늘리고, 긴 벤치를 짜 넣어 편리함을 더했지요.” 이고운 실장은 가족 구성원을 고려해 집 안 곳곳에 수납 시스템을 풀 가동했다. 전실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 역시 붙박이장을 짜 넣어 소형 가전이나 생활 소품 등을 보관하도 록 한 것. 이때 수납장은 모두 손잡이가 없는 형태로 제작해 걸리적거리는 요소를 줄였다. 오픈형 카페 분위기를 연출한 거실 또한 수납 기능이 숨어 있다. 식탁 맞은편은 월플렉스wallplex 형태의 책장 세 개로 구성했는데, 대부분 가운데에 TV를 넣고 슬라이딩 도어를 제작해 ‘가리는’ 데 비해, 진차범ㆍ이유미 부부는 아이 책을 꽂고 수납장을 모두 개방한 것. 칠판처럼 쓸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를 한 짝만 제작했더니 두 딸은 직접 그린 그림을 붙이거나 세계지도를 걸어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평소에 책 읽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보이는’ 수납을 감행했지요.” 부부는 TV를 없앤 대신 가족이 둘러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월플렉스 위쪽에 빔 프로젝터도 설치했다. 6인용 식탁과 함께 구성한 소파형 벤치는 아래 칸에 수납공간을 배치하고, 왼편에 컴퓨터장을 만들어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거실과 아이 방 날개벽에도 수납장을 짜 넣어 한층 실용도를 높였다.
1 두 딸을 위해 엄마가 직접 꾸민 아이 방. 2층 침대에 스텐실로 새긴 이니셜과 갈런드, 침대 밑 공간에도 수납장을 설치한 공간 활용도, 오픈형 수납장과 조명등의 매치까지 엄마의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2 침실 옆 가벽 너머에 자리한 아내의 공간. 취미로 종종 바느질을 즐기는 아내는 공간에 맞춰 재봉틀 테이블을 짜 넣고 빈티지 서랍장과 조명등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 벽돌과 나무로 마감한 거실. 소파 대신 나무 소재로 벤치를 제작해 일곱 명의 가족이 넉넉하게 앉을 수 있다. 벤치는 아랫부분과 옆면을 서랍형으로 제작해 부족한 수납 문제를 해결했다.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는 집
거실 월플렉스 뒤편에 자리한 안방은 아내와 남편의 개인 취향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고운 실장은 “가족 구성원이 많다 보니, 부부에게 작게나마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취미 생활을 하거나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안방에 가벽을 세워 자투리 공간을 만들었지요“라며 가벽 뒤로 왼편은 남편, 오른편은 아내의 공간으로 꾸민 사연을 밝혔다. 남편은 자신의 취미 생활인 기타 연습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색의 공간으로, 아내는 재봉틀과 바늘ㆍ실패ㆍ패브릭 꾸러미로 채운 아늑한 바느질 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친정엄마와 오빠 그리고 여섯 살ㆍ세 살 두 딸까지 일곱 명이 함께 살다 보니 집이 복작복작해요. 혼자 조용히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더라고요.” 가벽 옆으로는 헤드 부분을 길게 제작한 침대를 놓고, 화장대와 드레스룸 그리고 안방 욕실을 구성했다. 원래 다른 세대가 입주해 살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보니, 안방은 마치 본채와 분리된 독채처럼 모든 요소를 갖춘 부부만의 공간이 된 셈이다.
1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수납하기 곤란한 소형 가전을 보관할 수 있도록 전실로 이어지는 복도에 키 높은 장을 짜 넣었다. 손잡이 대신 터치형으로 제작해 마치 벽처럼 보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2 인터폰 기기를 가리기 위해 작게 철제 덮개를 제작했다. 파벽돌의 거칠면서도 세련된 느낌은 해치지 않으면서 공간에 잘 녹아든다.
3 아이 방 문은 큼지막한 창문이 있는 흰색 슬라이딩 도어로 제작하고 갈런드로 데커레이션했다.
4 침실 한쪽에 꾸민 남편의 개인 공간. 크기는 작지만 휴식을 즐기기에는 충분하다고.
한편 주방은 검은색과 회색이 주를 이루는 모던한 이 집에서 유일하게 ‘녹색’을 적용한 공간이다. “파벽돌과 블랙&화이트만으로는 집이 너무 차가워 보일 가능성이 높았어요. 그래서 모던함은 유지하면서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컬러를 고심했지요. 주방과 마주한 오빠 방 문에 톤 다운된 녹색을 칠하고, 그보다 한층 밝은 컬러를 주방 가구에 적용했습니다. 문손잡이와 주방에 놓은 6인용 식탁, 화장실 문은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감을 주었고요.” 컬러를 세련되게 매치한 이고운 실장의 주방ㆍ거실 인테리어에는 남편 진차범 씨의 공이 숨어 있다. 신혼 때 구입한 붉은색 냉장고와 에어컨이 집 안 컬러와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은박 시트를 구입해 덧붙인 것. 감쪽같이 은색으로 둔갑한 냉장고 덕분인지 주방은 한층 넓고 쾌적해 보인다. “제 또래가 한창 집을 구입할 때라 주변 사람들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요. 누구는 어떻게 했다더라같이 주변에서 다양한 인테리어 케이스를 들었어요. 저는 회사 동료 소개로 옐로플라스틱을 알았는데, 미리 홈페이지를 섭렵하고 상담한 덕분인지 이곳의 콘셉트나 인테리어 느낌을 이해하기 쉬웠지요. 저희 집 전담 디자이너가 있어서 문손잡이부터 숨은 수납공간까지 과연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더라고요. 공사하는 도중에는 결과물이 처음 계획한 것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주저 없이 뜯어내고 다시 할 만큼 퀄리티도 높았어요. 물론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저와 남편은 ‘현재’에 투자하는 셈 치기로 했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이니까요”라며 아내 이유미 씨는 집에 중심을 둔 부부의 가치관과 만족감을 덧붙였다.
디자인과 시공 옐로플라스틱(070-7709-3542, www.yellowplastic.co.kr)
- 휘경동 149㎡ 아파트 서로의 공간을 인정하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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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와 오빠, 남편 그리고 어린 두 딸까지 일곱 가족이 사는 이유미 씨의 집은 모두가 공유하는 가족실은 물론 부부의 개인 공간까지 갖추었다. 각자의 시간을 존중한 공간 덕분에 ‘집’에 투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5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