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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심장을 탐구하다 스웨덴 엘름훌트에서 만난 이케아
올 연말이면 한국에서도 이케아 매장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거대 매장을 뛰어넘어 최대 규모 매장으로 등극한다는 이케아 광명점을 대면하기 앞서, 이케아의 철학과 감성, 어제와 내일을 한데 모아놓은 국제적 시골인 엘름훌트Almhult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1 세계 최대 이케아 매장이 있는 스톡홀름 전경. 올 연말 이케아 광명점이 문을 열면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광명점으로 옮겨간다. 
2 엘름훌트의 이케아 매장. 고객이 반품한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이케아 핀드 매장과 붙어 있다. 

우유를 부은 머그잔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스위치를 누르려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물었다. “그 컵 전자레인지에 사용해도 되는 거야?” “글쎄? 확인 안 해봤는데.” 여름 해변에서 별안간 우박을 맞은 듯 당황스러웠다. 돌잔치 답례품, 친구 선물, 모양이 예뻐 산 머그잔을 여태 전자레인지에 수없이 넣으면서도 왜 사용 가능 문구를 확인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주방에 있는 대부분의 컵과 접시에 제조 성분이나 안전 표기가 없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고는 새 컵을 사러 나가 보니 막상 국내외 유명 주방 용품 브랜드에서도 안전 기준을 정확히 표기한 컵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난 제품이 바로 이케아. 통관 기준이 까다로운 유럽, 북미, 일본에서도 두루 사용하니 그만큼 제품의 안전 기준이 투명할 것 같았다. 대행 수입을 하는 곳에서 구입한 이케아의 제품에는 역시 예상대로 ‘마이크로 오븐 세이프, 오븐 세이프’ 등 각 그릇의 사용 가능한 안전 기준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었고, 덕분에 따뜻한 우유에 소담한 숟가락으로 푹 퍼서 넣은 달달한 코코아 향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

3, 4, 5 이케아 박물관에서는 초창기의 제품과 배송 방법 등의 역사를 전시한다. 
6 스톡홀름 매장에서 가구를 고르는 부부. 룸 세트에서 원하는 가구를 보고 창고에서 해당 플랫 박스를 찾아 집으로 가져간다. 

국제적 시골 엘름훌트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세 시간가량 기차를 타고 가는 엘름훌트. 이케아의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가 여기에서 태어났고, 이케아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이케아 오브 스웨덴(IOS), 이케아의 주방 가구 생산 공장인 스웨드우드, 멋진 카탈로그와 광고를 제작하는 이케아 커뮤니케이션즈, 역사 박물관과 호텔 등 이케아의 자회사 열네 곳이 이곳에 모여 있어 ‘이케아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얻은 곳이다.

중심가의 인구가 고작 9천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에 회의하러 교육을 받으러 전 세계 이케아 관계자가 수시로 방문하기 때문에 ‘국제적 시골’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케아 제품의 품질 시험 기관인 ‘테스트 랩’도 이 도시가 ‘국제적’이라는 수식어를 얻는 데 일조하는 곳. 1년에 1만 가지 이상 시험하는 이곳은 ISO/IEC 17065, 즉 국제 표준화를 구축한 시험소로 이 연구소의 인증은 국제적 신뢰와 상통한다. 앞서 예로 든 머그잔처럼 이케아는 제품을 만들기 전의 원자재부터 완성 제품까지 엘름훌트를 포함한 두 군데 자사 테스트 랩과 1백여 곳의 국제 표준 시험소에서 엄격한 품질 시험을 한 뒤 합격한 제품만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한다. 신규 제품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도 나사만 하나 바뀌어도 다시 품질 시험을 거쳐야 하고, 특히 어린이용품에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1 작은 도시 엘름훌트는 이케아 자회사 열네 곳이 모여 있는 이케아의 심장이다. 이케아 직원 4천여 명이 엘름훌트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그중 2천여 명이 엘름훌트에 거주한다. 
2 국제 표준 인증으로 세계적 공신력이 있는 이케아의 테스트 랩. 

가장 까다로운 안전 기준이 이케아의 기준
각 시험실에는 소파, 전구, 나무 테이블, 패브릭 등 다양한 제품이 ‘수고’를 하고 있었다. 시험 기계는 충격을 주고, 제품은 묵묵히 버텨내고, 연구원은 반응을 관찰하고, 컴퓨터는 그 모든 과정을 저장하니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모두가 시험에 몰입한다는 표현이 옳겠다.

예를 들어 소파는 120kg의 기계가 눌렀다 폈다하는 과정을 4만 번 반복하는 동안 쿠션이 주저앉지 않아야 하고, 서랍은 10만 번 열고 닫는 사이 부품이 마모되지 않아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는 소금에 담그는 부식 테스트, 테이블은 물, 오일, 술을 표면에 흘려 변화를 관찰하는 표면 테스트를 통과해야 안전성과 내구성을 인정받는다. 이 까다로운 안전도와 내구성 시험에서 탈락한 제품은 제아무리 디자인이 멋지더라도 세상에 나갈 수 없다.

“세계 각 나라마다 인증 기준이 다른데 이케아는 어느 눈높이에 맞추려고 이 복잡한 시험을 하나요?” 하는 질문에 테스트 랩의 연구원은 “가장 까다로운 나라의 기준이 이케아 스탠더드가 됩니다”라고 답했다. 전 세계 이케아 지사가 제품별 해당국의 안전 인증 기준을 모아 본사에 전달하면 본사 전문가들은 그중 가장 까다로운 기준에 이케아 스탠더드를 맞춘다.

또한 어린이 제품과 같은 특정 제품은 그 이상의 기준을 책정하니 ‘이케아 스탠더드’는 언제나 세계 최고로 까다롭다. 그러니 생활 제품에 대한 안전 기준을 미처 갖추지 못한 나라 사람들도 이케아 제품을 사용하면 선진국의 까다롭고 세심한 안전 기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로 삶이 업 그레이드되는 효과를 누린다. 이것이 바로 저렴한 가격에 담긴 의미, 즉 ‘많은 사람을 위해 더 나은 생활을 창조하기’를 꿈꾸는 이케아의 핵심 가치이자 오늘날 이케아 제품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3 물류 배송비를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플랫 박스 포장은 이케아 정신의 상징이다. 
4 이케아의 초창기 로고. 
5 엘름훌트를 찾아온 여행자는 물론 출장 온 이케아 직원들이 애용하는 이케아 호텔. 

민주적 디자인의 감각
이케아 가구의 멋진 스타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엘름훌트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이케아 자회사 어느 곳엘 가도 들리는 말인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은 저렴한 가격에 스타일과 내구성까지 겸비한 제품을 탄생시키는 주문이다. ‘기능, 디자인, 저렴한 가격, 지속 가능성, 품질’이라는 다섯 가지 중요 요소 중 한 가지도 빠지지 않은 빼어난 신생 제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가구 회사에서는 디자이너가 멋진 디자인을 내놓으면 재료와 공정 비용을 더해 최종 가격을 책정하지만 이케아의 신생아 탄생 과정은 정반대다. 민주적 디자인의 원칙에 따라 프로젝트 매니저가 새롭게 선보여야 할 제품의 가격표를 미션으로 준다. 열두 명의 이케아 소속 디자이너와 수십 명의 협력 디자이너는 물론 원료 공급자와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민주적 디자인을 실행하는데 보통 2년이 걸리고 마침내 ‘이 가격에 이런 제품이!’라는 이케아 제품 역사의 계보가 이어진다.

공장 설비는 최대로 기계화해 인건비를 줄이고, 컨테이너에 최고로 많이 쌓을 수 있는 플랫 박스(이케아의 모든 제품은 조립 직전의 형태로 평평한 플랫 박스에 담아 판매한다)의 수치까지 제품 디자인 단계에 반영해 물류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제품에 1mm 더 작은 나사를 사용하거나 기존 책장의 선반 길이를 살짝 줄여 디자인하는 아이디어로 비용을 절감하면 가격이 더 내려가 더 많은 세계인이 일상에서 품질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1 엘름훌트의 이케아 매장에는 주변 지역은 물론 가까운 덴마크 사람들도 쇼핑을 하러 온다. 
2 이케아는 세계 각국에서 수시로 개인 가정을 방문하는 ‘홈 비짓’을 중요시한다. 실제 가정의 생활을 살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이 과정은 이케아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 

집에 대한 꿈을 촬영하는 곳
하나의 제품만이 아니라 멋진 공간 전체를 다 구입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드는 ‘룸 세팅’을 보여주는 이케아 카탈로그는 가격과 품질 못지않은 이케아의 매력 요소. 이케아 카탈로그만 수집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이름도 높고 인기도 높다. 엘름훌트의 이케아 박물관은 이 카탈로그의 역사를, 이케아 커뮤니케이션즈는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곳.

1951년, 이케아의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는 엘름훌트에서 제품을 그린 종이 카탈로그를 만들어 주변 지역에 배포 했고, 이를 본 사람이 연락을 해오면 우유 배달부 편에 포장한 제품을 보내는 홈쇼핑 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교통편이 좋지 않던 당시 엘름훌트는 지금보다 더 외진 시골이었으니, 몇 년 후 그가 엘름훌트에 파격적인 규모의 가구 쇼룸을 낸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그런 쇼룸은 수도인 스톡홀름에나 어울리지 누가 이 먼 곳까지 불편한 기차를 타고 가구를 보러 오겠냐”고 걱정하면서 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대반전! 평소 종이 카탈로그를 보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잉바르 캄프라드가 쇼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서너 시간 떨어진 스톡흘름에서는 물론 이웃 나라 도시인 코펜하겐에서도 엘름훌트로 몰려든 것.

3, 4 엘름훌트 외곽의 한 가정을 직접 찾아간 홈 비짓. 이케아 제품과 타사 제품을 적절히 믹스해 집을 장식했고, 아이 방은 아이가 이케아 매장에서 가구를 골라 직접 꾸몄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 더 오랫 동안 가구를 구경하고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쇼룸 안에 식사 공간을 만들었고 제품이 얼마나 견고한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 시설도 한 편에 설치했다. 그 전통이 지금까지 남아 이케아 매장 내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테스트 시설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오전에는 전 세계에서 온 이케아 직원이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이케아 박물관에서 이케아 70년의 흥미로운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와 영상, 그리고 역대 인기 제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케아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곳은 엘름훌트에 자리한 이케아 커뮤니케이션즈. 사진가의 스튜디오 수십 개를 합쳐놓은 듯한 규모의 이곳은 이케아 전 제품과 다양한 소품까지 갖추었고 촬영을 위한 침실과 욕실이 금세 세워졌다 이내 사라지는 비주얼 아트 공간이다. 이곳에 모인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은 트래디션tradition과 모던modern, 스칸디나비안 scandinavian과 파퓰러popular의 네 가지 축 안에서 디자인한 이케아 제품을 멋스럽게 믹스 매치해 소비자들에게 멋진 집 연출의 꿈을 심어준다.

제품 하나만이 아니라 그 공간까지 다 사고 싶도록 만드는 지면 화보, 이케아 제품을 이용한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주는 홈페이지의 콘텐츠, 이웃 나라에서 방영할 CF까지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이미지를 직원 스물 아홉 명이 외부 인력과 협업해 만들어간다. “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 잉바르 캄프라드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는 방송국 같은 이곳에서 한국 국민을 위한 CF를 제작할 날이 머지않았다. 올 연말이면 한국어로 된 카탈로그가 우리에게 도착해 인생에서 아름다운 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우쳐줄 테니까.


사진 제공 이케아 코리아


글 김민정 수석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