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 서울오픈아트페어 전시장 전경.
심심한 맹물 같은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의 풍경 사진이든, ‘물방울=김창렬’이란 브랜드로 읽히는 김창렬 화백의 회화든, 미술관 한 채를 ‘땡땡이 호박’으로 점령해버린 일명 ‘미친 땡땡이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이든 이제 미술 작품은 우리에게 꽤 살가운 대상이 됐다. 그림 사는 계 모임까지 생겨났다니 바야흐로 감상의 시대에서 구입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 21세기 문화인을 꿈꾸는 이라면 아트페어에도 한 번쯤 들러봤을 것이다. 마치 대형 할인점에서 쇼핑을 즐기듯 그림을 마음껏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그림 시장’, 작가 수백 명과 작품 수천 점을 한꺼번에 만나는 ‘아트 멀티숍’이 바로 아트페어다.
서울오픈아트페어가 5월 7일부터 11일까지 삼 성동 코엑스에서 아홉 번째 시장을 열었다. 말 그대로 누구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열린 미술 장터’인 서울오픈아트페어는 여느 아트페어보다 한층 더 문턱을 낮추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오픈아트페어는 온 나라가 세월호 사건의 충격에 휩싸여 나눔과 위안이 필요한 때 특별한 대주제 ‘LOVE’를 내걸고 진행했다. ‘LOVE’라는 의미와 연결할 수 있는 기업 컬래버레이션, 스타들의 자선전, 문화 나눔 전시, 호주 원시 예술 전시 등을 열었다. 특히 이번 특별전과 자선전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난치병과 싸우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 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에 기부해 ‘LOVE’라는 주제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 윤신혜 Yoon Sin-Hae / 가족 Family Drawing and cut-out animation 1080p 2분 2012.
4 오트말 훼얼, ‘벤 Ben’, 37×13×12cm, plastic, 2005.
명실상부한 아트 멀티숍
예화랑, 더컬럼스갤러리, 청작화랑, 박영 덕화랑, 더페이지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 89곳, 아트센터 마이애미, 보데 갤러리 등 해외 갤러리 4곳이 참여한 이번 서울오픈아트페어는 갤러리 문 앞에서 쭈뼛거리던 일반 대중도 쉽게 들어가 즐기는 ‘미술 시장’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전시장을 아이쇼핑하듯 유람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작품을 그 자리에서 구매할 수도, 작가나 화랑주•미술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명실상부한 아트 멀티숍이라 하겠다.
원로부터 중진, 신진 작가에 이르기까지 회화와 조각, 사진, 미디어 아트, 설치, 판화 등 2천여 점이 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서울 오픈아트페어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보다 국내 갤러리 중심이고 화랑 협회 위주의 행사인 화랑미술제보다 대중적이어서 문턱이 한층 더 낮은 것도 큰 장점. 올해엔 신생 갤러리들이 참여해 새로운 시각의 한국 미술 시장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었다.
5 신수원, ‘Love’, 100×73cm, acrylic oil pastel on canvas, 2013.
6 박인우, ‘Sipohya1152’, 117×97cm, acrylic on canvas, 2013.
문턱을 넘어선 예술
다른 아트페어와 확연히 구별되는 서울오픈아트페어의 강점은 장르, 문화권, 전문가•비전문가 사이에 놓인 문턱을 넘나들며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 올해 호주 대사관에서 후원을 받아 진행한 특별 전시 <호주 원시 예술>은 특히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점으로 그린 풍경화, 과감하고 빠른 붓 터치로 그린 그림을 통해 호주 원주민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던 특별한 기회. ‘원시 예술’이라는 타이틀 탓에 미개한 것으로 알기 쉬운 호주 원시 예술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주목을 받으며 기존의 시각과 이해의 폭을 확장시키는 예술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해마다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라는 이름의 특별전을 꾸미는데 올해는 BMW, 크라운 해태, 앱솔루트 등의 브랜드가 참여해 세 개의 컬처노믹스전을 꾸몄다. 매년 서울오픈아트페어와 함께하는 BMW는 비주얼 팝 아티스트 275c(이재호)의 작품으로 공간을 채웠다. 독특한 콜라주 작업을 선보여온 275c는 과거와 현재를 뒤섞는 조합과 신비로운 비주얼 작업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 세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앱솔루트가 후원하는 ‘국내 역량 있는 젊은 작가의 등용문-SOAF Young Artists’도 호응을 얻었는데 권현진, 김고은, 김민정, 김진숙, 유둘 작가 등 서울오픈아트페어에서 선정한 작가 열 명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무엇보다 그라피티graffiti 아티스트 유승백의 그라피티 아트로 꾸민 앱솔루트의 부스가 큰 관심을 끌어 이 작품이 그대로 다른 전시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행복이가득한집>은 VIP 라운지의 미디어 후원사로 참여해 서울오픈아트페어를 방문한 국내외 VIP들이 <행복이가득한집> 매거진과 김용호의 사진 작품으로 단장한 라운지에서 감성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
한편, 대중과 소통하기를 꿈꾸며 제4회 때 김혜수, 심은하 등 스타들의 작품전으로 톡톡한 홍보 효과를 누린 서울오픈아트페어는 올해도 ‘스타 자선전’을 열었다. 배우 강석우, 김영호, 김혜진 작가 등의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이 아트테이너들의 작품은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면서도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높은 가격에 판매되었다. 특히 작년 서울오픈아트페어 자선 판매에서 7백만 원에 판매된 강석우의 작품은 올해도 큰 인기를 얻어 화가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7 유미란, ‘Look’, 72.5×53cm, 한지 위 채색, 혼합 재료, 2013.
8 유둘, ‘돼지’, 45×23×25cm, FRP 우레탄 도색, 2013.
서울오픈아트페어 사무국 유애리 팀장이 조언하는
아트페어에서 그림 쇼핑 성공하는 비법
“예술품 쇼핑은 가구나 옷 쇼핑보다 훨씬 신중하고 망설이기 마련이죠. 초보자일 수록 계획 없이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판매자의 권유에만 의지해 구입했다가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이나 열정이 금세 사그라지기 십상이고요. 구입 당시에는 좋아 보였지만 곧 싫증 난다 해도 되팔거나 버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작품입니다. 그림 초보일지라도 아트페어에서 작품 쇼핑에 성공하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우선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구입하기 전 평소 ‘좋은 갤러리’를 찾으세요. 여기서 좋은 갤러리란 컬렉션을 도와주고 가이드해줄 수 있는 갤러리를 말하는데, 꾸준히 좋은 전시를 열었는지 체크해봐야 합니다. 최근 3~5년 동안 어떤 전시를 열었는지 살펴보고, 그 갤러리에 소속된 작가들도 살펴보세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성향의 작가가 많은 갤러리를 골라야 나중에 다른 작품으로 바꾸고 싶을 때 위탁해서 되팔거나 다른 작가의 작품을 소개받는 게 수월합니다. 이사를 하거나 인테리어를 바꿔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을 걸고 싶을 때도 계속 인연을 맺은 갤러리가 있다면 조언을 얻을 수 있어요.
좋은 갤러리를 이미 점찍어두었다면 아트페어 전시장에 들러 윈도쇼핑을 하세요. 아트페어는 규모가 워낙 방대하므로 처음엔 수박 겉 핥기 식으로 전체 분위기를 살핀 뒤 집중해서 다시 볼 작가나 부스를 선별하는 게 좋아요. 처음부터 한 부스 한 부스 정독하듯 살피다 보면 아트페어의 제맛을 느끼지도 못한 채 금세 지쳐버릴 겁니다. 구매에 나설 때는 신중해지세요.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완성도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습니다. 구입하고 싶은 작품을 정했다면 먼저 구두로 예약 하세요. 그런 다음 최종 구매를 결정하기 전 충동구매가 아닌지 꼭 체크하세요. 미술품 구입은 지출 규모가 너무 크면 후유증이 오래 가니까요. 초보 컬렉터는 연봉의 10% 내외가 적당합니다.”
자료 제공 서울오픈아트페어 사무국(www.soaf.co.kr)
-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미술품 장터 서울오픈아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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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미술 장터’를 표방하며 문턱을 낮춘 서울오픈아트페어(SOAF)가 올해로 아홉 번째 전시를 열었다. 전문가와 대중 간, 장르 간, 문화권 간에 놓인 문턱까지 낮추며 호응을 얻은 서울오픈아트페어 되짚어보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