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색 벽지를 사용한 대신 도장 느낌의 벽지를 선택해 무거워 보이지 않도록 했다. 여기에 기존 테이블과 잘 어우러지는 감각적 디자인의 조명등을 설치했다.
파란색 문으로 주방에 포인트를 준 다용도실. 바닥에는 타일을 격자무늬로 깔아 경쾌함을 더했다.
베란다에 허니콤 업사이드다운 블라인드를 설치해 집의 채광을 조절한다.
주방 옆에 있는 서재는 붉은색 벽지로 꾸몄는데, 기본 책장 외에도 길게 사용하던 AV을 쌓아 낮은 책장으로 활용했다.
뉴욕의 부티크 호텔을 본따 꾸민 거실. 검은색 가죽 소파와 버터플라이 체어로 공간에 힘을 실었다.
흔히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혹은 일상에서 잠시 쉬어 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광고인 박웅현의 말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산다면 굳이 집을 떠나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며 사는 송용욱・구소연 부부. 결혼한 지 1년 반이면 ‘반半신혼’이라며 너스레를 떨지만,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과 추억은 가구와 소품이 되어 집 안 곳곳에 담겨 있다. 집을 마련하기 전, 부부는 집 구조나 인테리어 마감재보다 가구에 집중했다. 소파, 침대, 식탁 등 자주 사용하고 부피가 큰 가구가 집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여긴 것. 그러나 그 생각은 내 집을 마련하면서 곧 고민으로 바뀌었다. 온전히 부부의 취향에 맞춰 구입한 가구는 제각각 개성을 뽐냈고, 이를 신혼집에 잘 버무려낼 디자이너를 찾다 마르멜로 디자인컴퍼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사실 기존 가구들이 요즘 유행하는 심플하고 콤팩트한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20년 된 아파트다 보니 평수에 비해 구조가 답답했지요.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기존 가구는 최대한 살리면서 좁은 공간을 똑똑하게 활용하는 것을 디자인의 기본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마르멜로 디자인컴퍼니의 최혜리 팀장은 이러한 기본 틀을 바탕으로 부부와 논의 끝에 ‘여행’과 ‘휴식’이라는 키워드로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했다.
“맞벌이 부부다 보니 자연스레 집은 쉬는 공간이라는 판단을 했어요. 하루의 대부분이 직장에 매여 있지만 집만큼은 여행지에 온 듯 여느 휴양지의 리조트나 부티크 호텔처럼 꾸미고 싶었죠.” 아내는 여행을 다니며 눈여겨본 이국적 인테리어를 떠올렸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공간을 직접 그려가며 디자이너와 함께 구상했다.
슬라이딩 도어를 제작해 공간을 확보한 드레스룸.
소재와 디자인이 독특한 침대는 한국가구에서 구입. 침대 옆에는 숙면을 돕는 향초를 모아두었다.
물에 닿아 변형되지 않도록 다리를 높인 욕실 수납장. 일자 파이프를 타일 줄눈에 설치해 매거진 랙으로 사용하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부티크 호텔을 닮은 집
요즘 짓는 아파트에 비해 천장이 낮은 데다 확장한 베란다와 거실 중앙, 배관이 설치된 주방 세 곳은 천장 높이가 제 각각이었기에 천장을 최대한 높이는 작업을 먼저 했다. 천장을 약 10cm 정도 높인 뒤 조명등과 에어컨을 매립해 거실이탁 트인 느낌을 냈다. 벽에는 짙은 회색 벽지를 일부만 발라 포인트를 줬는데, 기존 검은색 소파와도 잘 어우러져 통일감이 느껴진다. 최 팀장은 “벽에 짙은 컬러를 사용할 때에는 실내의 채광 정도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채광이 좋지 않은 집에 벽이 짙으면 실내 분위기가 무거워지기 때문이죠. 또 일부만 짙은 컬러로 포인트를 줄 때에는 가구의 높이를 고려해야 합니다”라며 페인트를 칠한 듯한 느낌을 주는 도장 벽지를 선택하면 짙은 색이 주는 무거운 느낌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거실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모던&빈티지 스타일. 남편과 뉴욕을 여행하며 머무른 부티크 호텔 ‘에이스 호텔’의 인테리어에 매료된 아내가 제안한 것이다. 부티크 호텔과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현대적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타이포그래피, 기하학무늬가 그려진 액자를 크기별로 매치해 깔끔하고 모던하게 연출했다. 여기에 가죽이 멋스럽게 바랜 버터플라이 의자와 주물 소재의 소파 테이블, 원목 마루로 빈티지함을 더한 것. 거실과 이어지는 주방에도 에이스 호텔의 이미지를 녹여냈다. 다리가 넓고 상판이 두꺼운 식탁이 공간에 잘 어우러지도록 거실에 사용한 짙은 벽지를 주방 벽 전체에 적용했다. 컬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방 가구와 아일랜드 식탁은 모두 화이트로 통일했고, 다용도실로 이어지는 문은 파란색으로 도장했다. 다용도실 바닥과 주방 벽면은 타일로 마감했는데, 최 팀장은 신혼부부의 예산을 감안해 국산 타일을 사용했다. “마감재 중에서도 타일은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아이템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수입 타일 못지않게 내구성 좋고 디자인이 예쁜 국산 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다용도실에 격자무늬로 배치한 타일, 주방 벽면에 시공한 빈티지 타일 모두 국산 제품이에요.”
눈에 띄는 인테리어 아이디어
1 베트남 식스센스 닌반 베이 리조트에서 도어링으로 사용하는 소품을 구입해왔다. 눈을 뜬 모양은 안에 사람이 있다는 뜻.
2 고재 나뭇조각 거울과 잘 어울리는 나무 보관함.
3 오리엔탈과 모던의 오묘함에 매료돼 구입한 태오홈의 화병.
4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환기시킬 수 있는 업다운 방식의 허니콤 블라인드.
트렌드보다 취향이 우선인 공간
부부는 기본인 하얀 벽지보다 컬러 벽지를, 아기자기한 신혼 가구보다 부피감 있고 묵직한 가구를 선호했다. 침실 또한 그러하다. 방의 역할이 여실히 드러나도록 침대와 조명등, 붙박이장 세 가지로만 콤팩트하게 꾸몄다. 특히 성인 네 명은 거뜬히 누울 수 있을 만큼 큰 슈퍼킹 사이즈 침대는 시멘트처럼 입자가 거친 점토 소재로 만들었는데, 독특한 소재와 디자인 때문에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침대 이미지가 워낙 강해 침실에는 실외에서 사용하는 투박한 디자인의 조명등을 선택했어요. 안락한 느낌이 들어야 할 침실이 자칫 차갑고 딱딱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붙박이장과 벽지를 세련된 네이비 컬러로 시공했습니다.” 현관 앞쪽에 마주 보는 서재와 드레스룸은 침실과는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짙은 회색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한 드레스룸은 베트남의 리조트를 염두에 두었다. 고재 조각을 이어 붙여 테두리를 완성한 거울과 나무 밑동 모양의 트레이에 용신목 선인장을 매치해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 것. 다소 심심하게 느낄 수 있는 서재는 빨간색 벽지로 확연한 차이를 주었다. 최혜리 팀장은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가구와 벽지를 과감하게 매치할 수 있었던 것은 부부가 트렌드보다 자신의 취향을 우선시했기 때문입니다”라며 베이스 컬러만 잘 선택하면 의외의 컬러 매치로 개성 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테리어도 패션과 마찬가지다. 유행은 어차피 돌고 돌며, 집은 취향이 분명한 곳이라 오롯이 이 공간에 사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 부부처럼 트렌드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콘셉트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매일 휴양지로떠나듯 ‘여행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과 시공 마르멜로 디자인컴퍼니(02-588-9216, www.marmelo.kr)
- 방배동 112㎡ 아파트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신혼부부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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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인테리어는 좁은 공간과 한정된 예산, 가구와 기본 살림살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가 서로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한 가지 콘셉트로 집을 꾸민 신혼부부의 방배동 아파트는 이러한 면에서 더욱 특별하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