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본문 바로가기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나무만큼 세월의 미덕을 보는 것이 어디 있으랴. 우직하게 솟아올라 꿈쩍도 않은 채 시간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는 나무. 거칠고 험난한 인생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건 인내하며 견뎌온 세월의 보상이다. 나무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우리가 나무를 사랑하는 이유가 이 안에 있다.

켜켜이 쌓인 나무의 결
책을 펼친 듯한 형태의 나무 작품은 이용기 작가의 ‘Book & Story 1004’. 작품 위에 놓은 벚나무 판재는 나무수작 판매.

똑같은 토양에서 똑같은 태양을 바라보며 자란 나무일지라도 저마다 결이 다른 것이 나무의 속성이다. 인공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나무의 결은 한평생 한자리를 지켜온 그의 일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목공예가 이용기 작가는 이런 나뭇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옻칠을 입히니, 느티나무의 굵은 결이 또렷이 드러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세 가지 크기의 참나무 스툴 겸 테이블은 홍동희 작가 작품으로 JJ 중정갤러리, 흰색 페인트를 칠한 벚나무 스툴, 그 위에 쌓은 물푸레나무와 참죽나무 스툴은 모두 나무수작, 물고기 오브제와 나무 두 덩어리를 붙여 만든 스툴은 모두 메종르베이지 판매.

기둥을 자른 나무둥치는 있는 그대로 멋스럽다. 홍동희 작가의 작품은 땔감으로 사라질 뻔한 참나무 기둥을 통째로 다듬어서 옹이지고 갈라진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한다.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 나무가 갈라지고 썩어문드러지자, 벌어진 나무 틈 사이에 쇳물을 채워 넣었다. 치밀하게 계획해서 갈고 닦지 않아도 나무는 스스로 제멋을 찾아간다.


서서 자는 나무
키가 큰 플로어 스탠드와 화이트 색상의 갓을 씌운 테이블 스탠드는 디에디트, 브라운 테이블 스탠드와 나뭇조각을 붙여 갓을 만든 테이블 스탠드는 와츠, 빈티지한 강아지 오브제는 컬러미스페이스, 강아지 목에 건 목걸이는 챕터원, 종려나무 볏과 대나무 대로 만든 빗자루와 마담스톨츠의 빈티지 바스켓은 메종드실비 판매.

덩그러니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어쩜 그리도 우아할 수 있을까. 나무의 숭고함은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우직함에 있다. 나무는 존재 자체만으로 널찍한 그늘과 쉼터를 선사한다. 우뚝 서서 공간에 은은한 빛을 비추는 조명등은 그런 나무를 닮았다.


나무의 포용력
류정호 작가의 느티나무 테이블은 뮤어우즈, 테이블 위에 올린 참죽나무 접시는 박홍구 작가 작품으로 챕터원, 접시 위 나무 보틀은 데오볼렌테, 망고나무 화병은 메종르베이지, 스톤 쿠션은 로넬 조르단 제품으로 옴니디자인 판매. 아까시아나무 머그잔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류정호 작가의 테이블은 1백 살이 넘은 고목 상판에 금속 장인 차인규가 만든 철제 다리를 달았다. 물성이 서로 다른 나무와 금속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어디 이뿐일까. 나무는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는 너그러운 포용력을 지녔다.


고목의 두 번째 인생
나무 형태를 살린 조지 나카시마 의자는 인엔, 가지가 뻗은 나무 오브제는 나무수작, 새 오브제는 더 패브 판매.

“나무의 부분 부분은 저마다 고유한 운명이 있으며, 난 그 의미를 표출해 죽은 나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나무의 선과 결을 살리는 데 노력한 조지 나카시마는 죽은 나무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뿌리가 뽑혀 성장이 멈춘 나무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조지 나카시마 가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고전으로 남아 있다.


단단하지만 소박한 꿈
가장 위에 있는 호두나무 도마는 블루레뇨 판매. 사과 접시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 아래 호두나무 도마는 나무수작, 단풍나무와 호두나무로 만든 도마는 블루레뇨, 백양나무와 자작나무로 만든 컵 홀더와 접시는 모네랄 제품으로 네추럴기프트, 올리브나무 스푼은 RYM 제품으로 챕터원 판매. 

인류가 불을 지피기 시작할 때부터 사용한 나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장난감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원시적이고 근원적 재료인 나무에서 향수를 느낀다. 쉽게 자르고 깎을 수 있는 나무의 물성 덕에 칼 한 자루와 인내심만 있으면 원하는 걸 만들 수 있다.

스타일링 민송이・민들레(7doors) 어시스턴트 공효선, 서진아, 김초롱 캘리그래피 강병인 제품 협조 나무수작(031-8017-9237), 네추럴기프트(031-916-0370), 더 패브(02-571-8060), 데오볼렌테(02-547-4314), 디에디트(02-549-3773), 메종드실비(02-518-2220), 메종르베이지(02-749-5667), 뮤어우즈(02-517-0434), 블루레뇨(070-8814-5141), 옴니디자인(02-538-8224), 와츠(02-517-3082), 인엔(02-3446-5102), JJ 중정갤러리(02-549-0207), 챕터원(070-8881-8006), 컬러미스페이스(02-542-7548)

진행 김민정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