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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고르고 쓰기 요리 연구가의 애지중지 그릇
그릇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향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음식을 만들고 차리는 것이 일상인 요리 연구가의 그릇에는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다. 음식을 빛내는 좋은 그릇과 쓰임새 많은 그릇을 선별하는 안목을 엿볼 수 있는 것. 그릇에 남다른 심미안을 갖춘 요리 연구가 3인이 애착하는 전 방위적 그릇과 쓰임새를 소개한다.



1 친정어머니가 쓰던 중국 찻잔 세트.
2 인사동에서 구입한 토기.
3
중국에서 산 앤티크 옻칠 합.
4 섬세한 그림의 일본 찻잔과 종지 역시 친정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
5 벚꽃 문양 양각 디저트 접시는 일본 애프터눈티에서 구입.
6 굽 있는 작은 일본 술잔은 황학동에서 구입.
7 인사동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작은 찻잔들.
8 임명환 작가의 흑유.
9 생선 비늘 문양의 볼은 일본 갓바바시 도리에서 구입.
10 사진가이자 목수인 최수연 작가가 선물한 나무 접시.
11 매끈한 질감의 목기는 일본에서 구입.
12 지인이 선물한 옻칠 접시.
13 넓적한 옻칠 술잔은 일본에서 구입.
14 밝은색 나무 3단 찬합은 일본에서 구입.
15 자연스러운 옻칠과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찬합은 가장 많이 쓰는 것으로 일본에서 구입.
16 두부망.
17 영국에서 앤티크 공부를 한 숙모에게 받은 앤티크 그릇 세트.

메이의 그릇
“나만의 사연이 있는 그릇을 가질 것”
 내가 가진 그릇에는 저마다 사연이 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똑같은 것을 사는 법이 없어 그릇마다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자연스레 그릇에 취향이 녹아든 것. 우리 도자기 중에서는 검은빛 흑유를 좋아하는데, 어떤 음식을 담아도 잘 어울리고 차분하면서 세련된 상차림을 연출해주어서다. 결과 질감이 살아 있는 나무 그릇도 편안한 분위기를 낼 때 자주 쓴다. 특히 단풍나무와 참나무 소재의 그릇은 단단하고 결이 고와 과일만 담아도 정물화처럼 근사한 풍경이 연출된다. 접시나 볼은 아니지만 가장 좋아하는 그릇은 찻잔과 술잔, 종지, 찬합 등이다. 사이즈가 작아 반찬을 소량씩 담아 1인 상차림에 내거나 전채나 후식을 낼 때 쓰면 유용하다. 따라서 유일하게 20개씩 다량 구입하는 그릇이기도 하다. _메이(메이스테이블)



의외의 쓰임새
1 찬합은 도시락을 쌀 때도 쓰지만 디저트를 담아 손님 초대상에 내면 기품을 더할 수 있다. 손님 수가 적다면 1인 세팅으로 내고, 손님이 찬합 개수보다 많다면 가운데 두고 개인 접시를 따로 준비한다.
2 목기에 국물을 담으면 따뜻한 느낌이 배가된다. 이때 그릇 받침을 깔면 세심한 배려가 돋보일 것. 찌개, 탕 등 국물 요리를 낼 때 건더기만 건질 수 있는 두부망을 수저와 함께 세팅하고 개인 주전자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찬을 담은 그릇은 작은 술잔을 활용한 것. 이렇게 반찬을 조금씩 담아 1인용으로 내면 반찬 가짓수와 양에 대한 부담을 덜 수도 있다.
센터피스
3 식탁 위에 화려하게 두기보다 작은 소스병이나 컵, 소품 등을 활용해 개인별로 세팅하면 식탁 위에 화룡점정으로 제격이다. 이가 빠진 작은 그릇을 활용해도 좋다.

테이블 세팅
4 그 옛날 대갓집에서 잔칫날 귀한 손님에게 일일이 독상을 대접했듯, 1인 상차림에는 음식을 받는 이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주로 나무 트레이를 개인 매트로 사용하는데, 가족 밥상이나 초대상을 일상식으로 음식을 한 번에 차릴 때는 찻잔이나 종지에 반찬을 담고, 코스로 낼 때는 앞 접시를 두 개 정도 받친다. 다양한 질감과 소재, 컬러를 믹스 매치해 자신만의 취향을 살릴 것.

자주 가는 그릇 쇼핑 공간 그릇을 고를 때 원칙이 있다면 비싼 그릇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 황학동과 인사동의 노점에서도 ‘득템’할 때가 많다. 일본 도쿄에 가면 주방용품을 총망라한 갓바바시 도리에 꼭 들르고, 그릇 도매 사이트 아시아브릿지(asiabtob.co.kr)도 애용한다.



1
갤러리아백화점에서 구입한 레볼의 블랙 그라탱 용기.
2 무겐의 저그와 유리컵들은 컬러 식기와 믹스 매치하기 좋다.
3 일본 여행 시 구입한 컬러 컵들.
4 동서양 요리에 두루 잘 어울리는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화이트 오벌 접시와 볼은 피숀에서 구입.
5 로얄코펜하겐의 블루 플루티드 라인 접시와 찻잔 세트. 특히 이 브랜드의 찻잔은 입술에 닿았을 때 느낌이 좋아 선호한다.
6 모던한 디자인의 흑유는 일본에서 구입.
7 세라믹요에서 구입한 민트 그린 티포트와 잔.
8 나무 테이블에 잘 어울리는 블랙 패턴 그릇들은 무겐 제품. 국, 밥, 반찬 등을 담아 일상 밥상에도 많이 올린다.
9 물레의 손맛을 모던하게 표현한 백자 접시는 정소영의 식기장 제품.
10
안쪽은 유광, 바깥쪽은 무광 처리한 파스텔컬러 볼은 정소영의 식기장에서 구입.
11 뉴욕에서 한 개씩 구입한 머드의 파스텔컬러 접시는 앞 접시로 제격.
12, 13
유리잔과 블랙 패턴 컵은 무겐 제품.
14 뉴욕에서 구입한 크레이트 앤 베럴의 저그.
15 모던한 디자인의 블랙 합은 일본에서 구입.
16, 17 화려한 패턴의 파스텔컬러 식기와 식기로도 쓰는 도마는 무겐 제품.

김윤정의 그릇
“손맛 나는 그릇으로, 두 개 이상 사지 말 것”
 그릇은 주방의 보석이나 다름없다. 매일 마주하는 집밥도 어떤 그릇에 담아 식탁을 차리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니 그릇은 내게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절대 똑같은 그릇을 두 개 이상 구입하지 않는다. 모양이 같다면 컬러가 비슷한 톤을 여러 개 고르는데, 테두리 라인이나 패턴 등이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이어야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다. 같은 브랜드의 동일한 라인이라도 일일이 다른 색깔을 구입할 정도다. 그릇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흰 그릇도 마찬가지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모양과 사이즈가 천편일률적인 그릇을 여러 개 세트로 구입하는 것은 지양한다. 흰 그릇일수록 작가의 손맛이 밴 도자기라야 형태가 저마다 조금씩 달라 쉽게 질리지 않는다.

특히 질감이 살아 있고 두께가 도톰한 것은 양식과 한식, 어떤 음식을 담아도 잘 어우러진다. 흰 그릇이 많다면 그다음에는 믹스 매치할 그릇으로 컬러 그릇을 구입하게 마련인데, 이때 블랙과 파스텔컬러 그릇이 제격이다. 검은빛 그릇은 모던하면서 중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파스텔 톤의 그릇을 섞으면 식탁이 한결 화사해진다. 여기에 문양 있는 플레이트를 매트나 개인 접시, 받침 접시로 사용하면 상차림이 한결 멋스럽다. 이때 과감한 원색과 패턴의 그릇은 테이블을 산뜻하게 연출해주지만 쓰임새는 다소 떨어지므로 피한다. 대신 도마, 컵, 저그 등을 여기저기 쓸모 있게 활용한다. _김윤정(그린테이블)



의외의 쓰임새

1 도마는 치즈나 빵, 과일을 올리는 플레이트로도 손색없다. 테이블 중간에 음식을 담아 올리면 센터피스가 필요 없다. 치킨, 스테이크 등 구이 요리를 올려 뷔페식으로 즐길 때도 유용하다. 칼집이 너무 많아 거친 도마는 사포로 갈아 매끄럽게 만들어 쓸 것.
2 그라탱 용기는 내열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그라탱이나 라자냐, 베이킹 등 서양 요리 이외에 다양한 찜 요리나 샐러드 등에도 제격인 것. 대표 요리가 달걀찜으로 별것 아닌 평범한 요리도 그라탱 용기에 담으면 폼이 난다. 뚜껑이 있어 합으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다조 그릇이다.
테이블 세팅
3 매트와 식기는 컬러를 두세 가지 이상 사용하지 않되 패턴으로 포인트를 주면 세련된 테이블을 연출할 수 있다. 식기의 컬러를 통일해 각각의 스타일링을 달리한 초대상은 오히려 받는 이와 차리는 이 모두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센터피스
4 센터피스는 앉았을 때 눈높이보다 낮거나 반대로 훌쩍 높은 것이 정석. 집에서는 키가 낮은 센터피스가 안정감을 주어 알맞은데, 커피잔ㆍ유리컵ㆍ저그 등을 화병으로 연출하면 제격 이다. 꼭 그릇이 아니어도 통조림 용기나 와인, 음료수 등 빈 병을 화기로 재활용하면 멋스러 운 센터피스가 된다. 우아한 분위기를 내려면 칵테일 잔을 촛대로 활용할 것. 
자주 가는 그릇 쇼핑 공간 한식기 등 자기류는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과 세라믹요 (02-548-7371)에서 주로 구입하고,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로는 피숀, 이브콜렉션, 프랑 프랑을 좋아한다. 크레이트 앤 베럴은 미국 여행 시 꼭 들르는 그릇 매장이다.



1
나뭇잎 모양의 오브제 접시는 서미갤러리 전시에서 구입한 이윤신 작가의 작품으로 나눔 접시나 센터피스 용기로 다양하게 쓴다.
2 이윤신 작가의 굽 있는 볼은 밑반찬이나 디저트를 낼 때 유용하다.
3 이은범 작가의 청자는 깔끔한 요리에 제격.
4 이헌정 작가의 노랑 직사각형 합은 국물 없는 요리를 담을 때나 도시락으로 쓴다. 바다디자인에서 구입.
5 후쿠오카에서 구입한 블록 모양의 접시는 센터피스용으로 좋다.
6 광주요의 아올다 라인 사발은 어떤 요리든 소화해내 가장 많이 쓰는 그릇 중 하나.
7 문지영 작가의 뚜껑 있는 국그릇과 죽그릇, 찬기는 따뜻한 음식을 낼 때 제격.
8 제기를 연상시키는 접시는 정재효 작가 작품으로 식물 그림이 그려져 있어 후식 그릇으로 좋다.
9 이창화 작가 작품인 원통형 백자는 색이 고운 음식을 담을 때 안성맞춤.
10 금속 느낌이 나는 옻칠 볼.
11 이천수 작가의 갈색 사각 접시는 개인 접시로 많이 쓴다.
12 문지영 작가의 흑유 매트. 13 이헌정 작가의 흑유 볼은 나물이나 국물 요리를 낼 때 좋다.
14 정재효 작가의 분청 퇴수기는 비빔밥 그릇으로 많이 쓴다.
15 징광옹기의 넓은 볼은 쓰임새가 많은 아이템.
16 김종훈 작가가 선물한 다완.
17 이윤신 작가의 합은 음식 선물할 때 제격.
18 김선익 유기장의 합은 꽃을 담아 센터피스 용기로도 쓴다.


노영희의 그릇
“쓰임새를 연구해, 활용도가 다양한 그릇을 고를 것”
요리의 완성도는 어디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릇의 첫째 미덕이 음식을 빛내야 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내가 볼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음식은 원래 사발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오목한 볼에 담으면 잘 어울린다. 이때 볼의 형태는 굽이 있는 것으로, 위는 넓고 밑은 좁은 것이 음식을 모아주기 때문에 좋다. 특히 다완을 좋아하는데, 간이 센 음식이나 국물 요리를 담으면 자칫 음식 냄새가 밸 수 있으니 주의한다. 엽란을 깔고 국물 없는 과일이나 디저트 등을 올리면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그릇을 본연의 쓰임새 하나만으로 한정해 사용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사장해버리는 것과 같다. 그릇은 생활 속에서 빛나며, 실용성은 사용하는 사람의 창의성과 남다른 안목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쓰임새를 연구하다 보면 찬장 안 구석구석에서 쓸모 있는 그릇이 눈에 띌 것이다. 그릇을 고르다 보면 대체로 둥근 것을 선호하는데, 네모난 것은 물론 선이 고운 오브제 도자기까지 두루 갖추면 다채로운 상차림이 가능하다. 상을 차릴 때 네모난 그릇을 동그란 그릇과 섞으면 식탁 공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고, 좋은 오브제 도자기 하나면 센터피스가 필요 없는 것. 그릇을 하나씩 갖추는 것은 옷을 살 때와 같다. 수납하기 좋은지, 다른 것들과 잘 어울리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하나를 사더라도 쓰임새가 다양한 것을 고르고, 집에 있는 식탁 사이즈에 맞춰 세트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_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의외의 쓰임새
1 위가 넓고 밑이 좁은 형태의 삼각 볼이나 다완에 음식을 담으면 가지런하고 푸근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금귤, 딸기, 포도 등 알맹이 과일만 담아도 훌륭한 디저트 차림이 되며, 볼을 편평한 매트에 올리고 물수건과 나뭇잎을 곁들이면 격식 있는 상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2
형태와 모양이 독특해 장식용으로 주로 쓰지만 오브제 도자기야말로 자체로 멋진 센터피스가 되는 일석이조 아이템이다. 밑반찬을 담아 가운데 두면 여럿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좋고, 과일이나 치즈 등을 담으면 안주상이나 다과상을 차릴 때도 유용하다.
센터피스
3 모던한 라인의 백자는 음식이나 자연 소재를 담아 센터피스 용기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다. 특히 높이감 있는 그릇은 식탁에 생기와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그릇 한편에 이끼, 돌, 큰 꽃 등을 올려 여백의 미를 살리면 동양화처럼 정갈한 센터피스를 연출할 수 있다.
테이블 세팅
4 뚜껑이 있는 합은 그릇 안에 담긴 음식에 신비감을 주어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귀한 느낌을 내 식사 자리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힘도 있다. 그래서 손님 초대상에 가장 많이 쓰는 그릇도 백자 합이다. 흑유 매트 위에 올리면 한식 상차림도 모던하게 연출할 수 있다. 흑유 매트는 유용한 아이템으로, 요리를 코스로 낼 때 백자를 앞 접시로 올려 1인 세팅을 할 때도 좋으며, 디저트 플레이트로도 손색없다.
자주 가는 그릇 쇼핑 공간 정소영의 식기장(02-541-6480)과 이도(강남점, 02-517-0756), 우리그릇 려(02-549-7573)에 자주 간다. 플래그십 스토어로 취향에 맞는 그릇을 고르기 좋다. 특히 이헌정・문지영・이윤신・이은범・이창화 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

글 신민주 수석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