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백, 물질을 말하다’ 주제로 열린 특별 기획전의 대표 작품인 서영희 작가의 ‘선+선+선’이 입구에 설치된 모습.
2 지역별로 대표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꾸민 지역 공예관.
3 이번 페어를 주관한 KCDF 홍보관.
4 권대섭 작가의 백자 항아리.
5 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의 최정철 원장과 그가 주목한 스타 상품 프로젝트 전시 부스.
공공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오랜 시간 광고업계에 몸담은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 최정철 원장의 디자인 철학은 분명하다. 고객의 중심에서 생각할 것, 그리고 고객이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그 방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성장할 것. 여기서 고객이라는 단어 대신 소비자 혹은 대중을 대입해보면 앞으로 그가 진흥원을 이끌어갈 목표가 확실해진다.
“공예도, 디자인도, 혹은 어떤 다른 분야도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작품이 훌륭해도 대중 또는 소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자신만의 세계에 함몰되기 마련이지요. 공예와 공공 디자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진흥원이 상대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 또한 이것입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진흥원의 상대는 바로 ‘대중과 공예인’. 진흥원이 먼저 대중의 기호와 수요를 파악해, 공예인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사업 방향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공예ㆍ디자인 상품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판로를 확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나의 작품이 곧 상품으로서 대중에게 알려져야 합니다. 현재 진흥원에서는 프랑스의 메종&오브제와 같이 규모 있는 국내외 공예 전시회에 참가해 한국 공예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사동 KCDF 갤러리와 온라인 숍 등 매장을 늘려 대중에게 다가갈 접점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 바로 공예트렌드페어와 스타 상품 개발 프로젝트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2013 공예트렌드페어’는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공예 분야의 성과를 총정리한 연말 결산과 같은 행사다. 대중에게 공예 상품을 소개하고, 일상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업체를 선정했다. 그중 최정철 원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스타 상품 개발 프로젝트’. 매년 한국 공예 산업을 대표하는 작가를 선별해 발굴하는데, 작가의 아이디어가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상품성을 지닌 작품으로 완성하기까지 전 과정을 멘토링 형식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예인의 입장에서는 대중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지원받고, 또 다른 공예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진보, 성장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인 셈이다.
“최근 진흥원이 계획하고 있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는 ‘공예 인증 제도’입니다. 현재 한지 품질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공예ㆍ디자인 전 분야에 확대한 사업이지요. 이것이야말로 공예품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을 제대로 짚어낸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공산품과 달리 공예품은 아직 형태적 요소, 가격, 물량 확보 등 여러 가지 기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특정 기준을 부여해 소비자가 공예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진흥원의 인증을 더하는 식이다. 진흥원은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 형태로 ‘공예 문화 상품 지정제’를 도자 분야에 적용해 시행하고 점차 목공, 금속 등 다른 분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그뿐만 아니라 ‘문화역서울 284’ 공간을 통해 앞으로 공공 디자인과 지역 공예를 발굴해내는 데까지 힘을 쏟을 계획이다. 최정철 원장은 한국 공예가 이미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스토리가 탄탄하고, 미적으로도 우수한 수준이라고 단언한다. 더 많은 국민이 한국 공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기획하고 지원할 계획이라는 그의 말처럼 앞으로의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의 적극적인 행보를 기대해본다.
공예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 여덟 편을 상영한 영국 공예청 부스.
과거와 현재의 경계에 서다 전통과 현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옛말. 많은 공예인이 오랜 시간 축적된 전통문화에 현대적 감수성을 더해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있다. 이번 행사의 특별 기획전 주제는 ‘소素백, 물질을 말하다’로, 소재의 근원을 가장 잘 표현하는 색인 백색의 맛과 다양한 물질이 만나 만들어낸 공예 작품들을 선보였다. 소재는 자체의 특성이나 아름다움이 쉽게 변하거나 사라지지 않지만, 공예가의 의도에 따라 폭넓게 해석되고 재탄생되기 때문에 소재야말로 작품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자연의 소박한 멋과 실용적 기능미를 갖춘 작품부터 화려한 장식으로 조형미를 뽐낸 작품까지, 전통과 현대라는 시간 사이에서 공예의 변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초청전은 영국 공예청과 프랑스 공예협회가 참여했다. 영국 공예청은 ‘영국 컨템퍼러리 공예의 가치(The Value of British Contemporary Craft)’라는 주제로 공예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물 여덟 편을 제작해 수작업으로 만든 오브제의 스토리를 담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공예 진흥 기관인 프랑스 공예협회의 전시 주제는 ‘네 개의 손에 대한 이야기’로, 작가 두 명, 즉 손 네 개가 함께 고민하고 작업한 작품을 소개했다. 듀오 작가가 하나의 콘셉트를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역 공예관은 국내 각 지역별 대표 공예품으로 꾸몄다. 서울의 종로구 북촌, 전남 담양, 경북 안동, 충남 예산, 경남 통영 등 지자체와 공예 단체가 참여해 각지의 특색을 뽐낸 자리. 전남 담양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죽 제품 주산지로, 죽세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채상장, 대나무 차 바구니 등을 선보였다. 경남 통영시의 전시 또한 인상적이었다. 통영 나전칠기의 전통을 이어오는 장인들과 신진 공예인들의 신작을 한데 모아 구성했는데, 나전과 옻칠의 과학적 장점을 접목한 기능적이고 현대적인 소품과 상품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신예 작가 1백 명을 선정해 발굴, 육성하기 위한 전시인 창작공방관 부스는 그 열기가 대단했다. 죽음과 생사를 유희적으로 풀어낸 작품, 전통 재료인 한지의 장점만 살려 디자인한 모던 조명등, 금속판을 반복해서 두드리는 담금질 기법으로 완성한 오브제 등 다소 실험적이지만 신선한 전시가 펼 쳐진 것. 올 2014 공예트렌드페어는 규모를 더욱 늘려 공예인을 꿈꾸는 대학생 창작공방, 실질적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중견 기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목하는 열 명의 디자이너&상품
2013 한국공예트렌드페어 KCDF 홍보관에서 만난 이 작품들은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의 스타 상품 개발 프로젝트에 선정된 젊은 공예가들이 완성한 공예품이다.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일상생활에서도 아름답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다.
1 모시 장신구 by 강미나 전통 소재인 모시를 이용해 만든 귀고리와 브로치. 모시 조각의 면과 면을 잇는 실의 굵기와 색, 바느질 기법에 따라 다양한 표정의 장신구가 만들어진다. 조각의 추상적 형태가 현대적이다.
2 옻칠 젓가락과 받침대 by 강희정 소소라는 이름의 수저와 받침대. 나전, 금박 등에 전통 옻칠 기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옻칠 목걸이 펜던트는 수저받침을 만들면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제품으로 옻칠이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모습이 멋스럽다.
3 매듭 가방 by 문유진 전통 갓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에코 백. 말총의 짜임을 주름으로, 갓의 끈을 매듭 끈으로 풀어냈다. 가방은 담는 물건의 크기에 따라 자유롭게 늘어나며, 부피가 작고 가벼워 들고 다니기 편리하다.
4 펠트 가방 by 이음 옛 조상들이 씨실과 날실을 엮던 기법을 이용해 디자인한 펠트 가방이다. 가방의 중심부를 전통 기법으로 엮어 포인트를 주었으며, 아랫부분은 가죽을 덧대어 무거운 물건도 거뜬히 넣을 수 있다.
5 색칠 놀이 책 by 윤진초 한 번 색칠하고 버리는 놀이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보다 쉽고 즐겁게 우리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든 색칠 놀이 책이다. 우리 고유의 문양을 담은 백자, 청자 등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6 모듈 시계 by 강지혜 가장 일상적 소재인 나무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나이테의 고유 문양을 이용한 육각 형태의 시계다. 큰 사이즈의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작은 사이즈의 시계는 초침만 움직인다. 나이테의 결에 따라 원하는 방향대로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7 도자 컵 by 이지수 기존에 선보인 백자 컵 시리즈 ‘솔리드 앤 보이드 Solid&Void’에 독특한 소재를 접목해 예술 작품처럼 만든 스페셜 에디션 시리즈. 전통 기법으로 만든 모던한 디자인의 백자 컵에 수금과 레진 등을 더해 마치 컵의 아랫부분이 깨지고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8 다기 by 인현식 고전 다기의 디자인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격식을 잃지 않는 다기를 디자인했다. 백자에 한국 전통 문양인 참외 무늬를 양각 기법으로 조각했으며, 다관의 손잡이, 잔 안쪽에 은을 입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9 도자 등잔 by 이윤희 한국의 전통 도자 등잔을 현대적 촛대로 재해석한 오일 램프. 눈에 피로를 주는 인공 조명등 대신 여유와 휴식을 선사하는 등잔을 사용하자는 의미에서 휴(休)라는 이름을 붙였다.
10 도자 식기 by 조신현 색이 서로 다른 판이 반복적으로 겹치면서 만들어진 선을 도자 식기의 면에 조각했다. 색채와 선이 입체적 조형미를 드러내는 작품. 포트, 머그, 에스프레소 잔 등 실용적으로 구성한 데다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취재 협조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02-398-7900)
- 2013 공예트렌드페어 대중을 이해하는 공예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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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 코엑스 전시장에서 진행한 2013 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인에게는 정보 교류와 비즈니스의 장으로, 대중에게는 최근의 공예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전시를 주관하는 한국공예ㆍ디자인 문화진흥원에 작년 말 새로 부임한 최정철 원장을 만났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4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