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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평 주상 복합 아파트의 화려한 변신 색깔 있는 클래식 하우스
공간에서 컬러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한 집을 소개한다. 10년 된 243㎡(73평형) 주상 복합 아파트는 레노베이션을 통해 집 안 곳곳에 컬러를 입고 개성 넘치는 표정을 만들어낸다. 유쾌한 세미 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컬러풀한 이곳, 강렬하다!


재미있고 유쾌한 세미 클래식을 콘셉트로 레노베이션한 이준경 씨의 집. 다이닝룸에서 바라본 거실 모습으로 경쾌한 컬러 매치가 돋보인다.

특별히 부부만의 아늑한 공간을 원한 집주인의 의견을 반영해 집 가장 안쪽 공간에 마련한 부부 침실. 짙은 남색과 빨간색을 더해 묵직하면서도 글래머러스한 공간으로 꾸몄다.


“집을 고치려 하는데 요즘 트렌드는 뭔가요?” 이런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나름대로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성심성의껏 대답하지만, 한편으로는 ‘굳이 유행을 따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을 꾸밀 때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해야한다. 인테리어는 패션과 달라 유행이 바뀌었다고 시즌마다 쉽게 바꿀 수가 없으니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를 해야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공간을 잘 즐길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집 주인 이준경 씨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화이트와 무채색에 우드를 매치한 비슷비슷한 집들 사이에서 이준경 씨의 집은 단연 돋보인다. 미니멀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독보적 위치에 올라선 요즘, 집 안 전체에 강한 컬러를 사용하고 가구나 패브릭, 조명등, 액세서리 등 인테리어 아이템도 클래식한 스타일로 꾸민 이곳은 “오랜만이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반가웠다.
“사실, 처음에는 저도 막연히 화이트의 깨끗한 공간을 머릿속에 그렸어요. 레노베이션을 하기 위해 인터넷과 잡지를 보며 자료 조사 를 하는데 대부분 그런 집이더라고요. 자연스레 ‘우리 집도 그렇게 해야지’하고 생각했어요. 디자이너를 만날 때까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며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건 그게 아니더라고요. 이런 집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고쳤다면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준경 씨는 분당의 10년 된 주상 복합 아파트로 이사해야 했기에 레노베이션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집을 계약하고 레노베이션을 하기 위해 많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상담을 했다. 그러던 중 ‘하우스테라피’ 송상철 소장과 장주희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차분하고 꼼꼼하게 집을 대하는 태도에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 거기에 유행 스타일을 강요하지도 않고, 디자이너만의 스타일을 고집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조차 확실히 알지 못한 자신의 취향을 차근차근 찾아주며, 최대한 예산에 맞춰 디자인 시안을 잡 아주는 태도는 집주인으로서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디자인하고 공사하는 한 달 동안 저희한테도 이 집은 기억에 남는 즐거운 프로젝트였어요.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배려도 많이 해주셔서 시공한 기술자들까지도 좋아하는 집주인이었지요.”
주거니 받거니 미담을 나누는 디자이너와 집주인의 모습에 절로 흐 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그리고 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집 구경을 했다.


1 방의 벽면은 기존 벽지를 떼어내지 않고 그 위에 페인트칠을 했다. 부부 침실은 기존 벽지의 다마스크 패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클래식 스타일의 장식 요소가 되었다.
2 클래식한 방문 손잡이에 걸어둔 이국적인 컬러풀한 소품.
3 컬러를 다양하게 사용한 대신 장식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클래식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작은 소품이 눈에 띈다.
4 현관에서 거실로 향하는 복도.
5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현관.

가구와 패브릭에 컬러를 더해 더욱 유쾌한 클래식 스타일 공간을 완성했다.


컬러, 인테리어의 메인 도구가 되다 이준경 씨의 집은 243㎡(73평형) 크기의 ㄱ자형 구조다. 그래서 긴 복도가 두 개있고 여기에 방 다섯 개가 놓인 형태다. 부부와 딸 한 명, 아들 두 명, 가사 도우미와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중국인 입주 선생까지 일곱명이 사용할 공간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다 몇 년 전 한 국에 들어와 재택근무를 하는 이준경 씨의 조용한 업무 공간과 부부만의 아늑한 공간을 원하는 집주인의 의견을 반영해 디자이너는 일단 부엌 옆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배치된 방 두 개와 드레싱룸, 욕실로 구성된 곳을 부부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연출했다. 거실과이 공간 사이에는 슬라이딩 도어로 중문이 설치되어 있어 프라이빗 한 공간으로 꾸미기에 적당했다고. 물론, 중문을 열면 자연스레 거실과 부엌이 한 공간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현관에서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복도의 방 세 개를 다른 가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했다. 여기에도 중문이 하나 있는데 문을 닫으면 방과 욕실, 좁은 거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만들어져 이곳에 사춘기에 접어드는 열두 살 딸과 중국인 선생님이 함께 쓸 수 있는 방을 마련했다. 그리고 방 한 개는 두 아들이 함께 사용하는 침실로, 다른 방 하나는 아이들 공부방으로 꾸몄다.

“이 집은 구조 변경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벽을 세우거나 무너뜨리지 않고 기존 구조를 활용해 가족 구성원이 모두 만족하는 레노베이션을 하는 게 미션이었어요. 문도 교체하지 않고 리폼을 했고요. 그래서 인테리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죠. 대신 집 안 전체에 컬러를 입혔기 때문에 인테리어 효과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장주희 씨의 이야기처럼 이 집에서는 컬러가 가장 중요한 인테리어 도구가 되었다.
디자이너는 집주인과 상담을 하면서 집주인이 갖고 있는 소품이나 취향이 클래식 스타일에 더 잘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클래식 스타일은 자칫 지루하고 무거워 보일 수 있기에 좀 더 유쾌하고 밝은 느낌으로 집을 꾸미기 위해 공간마다 다른 컬러를 입히기로 했다. 디자이너의 의견에 집주인 이준경 씨도 적극 찬성했고,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벽면에는 벽지가 아닌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다. 보통 벽지가 시공된 벽면에 페인트칠을 하려면 벽지를 모두 떼어내고 벽면이 고르지 않을 때에는 보드를 덧댄 다음 페인트를 몇 차례 덧발라야 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든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거실을 제외한 방은 모두 기존 벽지 위에 페인트칠을 해 집주인의 걱정을 해소해주었다. 게다가 디자이너는 여러 차례 벽지 위에 페인트칠을 하는 공사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하우가 있어 집주인도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기존 벽지의 다마스크damask 패턴은 이곳의 클래식 스타일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했다. 짙은 남색과 청록색, 밝은 남색, 톤 다운된 연두색, 채도를 낮춘 노란색은 공간마다 각기 더해져 개성을 내비치고 있었다. 특히 거실과 복도, 다이닝룸의 노 란색 컬러는 컬러칩에는 존재하지 않는 자체 제작한 컬러로 보는 각도에 따라, 시간에 따라, 어우러지는 패브릭 컬러에 따라 다른 표정을 만들어낸다.
이준경 씨는 욕실이 이 집에서 최고의 힐링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컬러는 욕실에도 더해졌다. 그것도 타일이 아닌 페인트칠을 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이 작업은 디자이너에게 결코 쉽지 않은 숙제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시공 사례가 거의 없어 외국 사례를 모았고,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찾고 조언을 구했다. 그 결과 고강도 콘크리트와 스테인, 에폭시 등을 이용해 지금의 욕실을 완성했다고. 그렇게 세 개는 각기 베이지, 그린, 퍼플 컬러를 입게 되었다.
“욕실에 있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졌어요. 혹시 미끄럽지 않냐고 걱 정하는 이들도 있는데 오히려 타일보다 미끄럽지 않고 청소하기도 훨씬 더 수월해요.”


침실은 재택근무를 하는 이준경 씨의 업무 공간도 된다.

거실 한쪽에는 작은 실내 정원을 만들었다. 푸른 자연에서 느끼는 상쾌한 기분을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컬러를 잘 사용하면 별다른 장식을 더하지 않고도 재미있고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연출할 수 있다. 다소 묵직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클래식 스타일 공간에 다양한 컬러를 더하니 한층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색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딸 방과 마주한 공간이다. 
2 아준경 씨가 갖고 있던 벽난로는 이 집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훌륭한 스타일링 요소다. 
3 부부 침실 옆에 마련한 드레싱룸. 
4 거실에 있는 욕실을 포함해 세 개의 욕실에도 타일 대신 페인트칠을 해 마감했다. 
5 깨끗한 이미지의 부엌과 다이닝룸.

공간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준경 씨는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는 풍수지리에도 관심이 많다. 이 집을 레노베이션할 때에도 그가 특히 원한 몇 가지가 있었다. 부부 침실에 레드 컬러를 가미해 글래머러스한 공간으로 완성한 것도,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설치한 것도, 곳곳에 골드 컬러 장식을 가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의 의견은 디자이너의 감각을 통해 컬러풀한 클래식 스타일 공간에 적절히 녹아들었다.
“저희 집에는 아파트치고 녹색 식물이 정말 많아요. 풍수지리에도 식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생활해보면 실제로 생 명이 있는 식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공간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해져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이너에게도 특별히 거실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이준경 씨의 요구에 디자이너도 적극 동의했다. 베란다 공간이 없어 창을 활짝 열 수 없는 주상 복합 아파트에서는 자칫 공기가 탁할수 있고 답답할 수도 있어 작은 실내 정원을 만들면 그런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아직 어린 세 아이에게 실내 정원은 정서 발달에도 도움을 주며 놀이 공간도 겸하는 자연의 축소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 곁에 놓인 거실 소파에 앉아 있으니, 졸졸졸 작은 우물 속 앙증맞은 물레방아가 돌아가며 내는 물소리까지 더해져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했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이제 3~4개월 되었는데 저는 물론 가족들 모두 너무 좋아해요. 이래서 인테리어를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래도 집은 가장 편한 곳인데 이렇게 예쁘게 꾸미고 잘 정돈된 집에 누가 들어오고 싶지 않겠어요. 가족 모두 이 집만큼이나 한층 밝아지고 화목해진 것 같아요.”
맞다, 정말 그렇다! 이준경 씨의 말처럼 공간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녔다. 그러니 우리가 집에 애착을 갖는 것도, 인테리어에 점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취재하기 위해 머문 서너 시 간 동안에도 이 집의 기분 좋은 기운을 충분히 만끽했다.

글 신혜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