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여든네 곳이 참여한 2013 서울오픈아트페어 현장.
건축가 정의엽 씨의 아트 퍼니처를 전시한 VIP 라운지.
1 자선전의 일환으로 출품한 화가 홍지민 씨의 작품들, 작품 20여 점이 모두 판매되었다.
2 배우 하정우, ‘Love Sauna’, 80×61cm, mixed media on panel, 2011.
3 배우 강석우, ‘무제’, 90×60cm, arcrylic on canvas, 2013.
4 알렉산더 안타제, ‘A Bull’, 50×60cm, 캔버스에 유화, 2013, 갤러리선컨템포러리 소장.
5 피카소화랑 조형 예술가 김문수 씨의 작품.
누구나 ‘물 좋은’ 그림을 살 수 있다
국내에만 미술 비엔날레가 열두 개, 한 해에도 약 마흔 개의 아트페어가 열린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1980년대에 시작된 것을 볼 때 예술 시장의 과잉이라 평할 만큼 빠른 성장이다. 하지만 계속된 경기 불황이 미술계로 이어지면서 아트페어도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서울오픈아트페어Seoul Open Art Fair(이하 소아프)가 찾은 대안은 대중성이다. 작품 가격을 낮추고 일반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와 기부 예술로서 자선전을 늘렸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쉽게 소장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려는 소아프의 취지와도 잘 맞는다.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이 BMW, 크라운 해태, 앱솔루트 등 기업의 참여로 구성한 <컬처노믹스Culture-Nomics>전. 브랜드의 노출만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 자체에 대한 총체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소아프가 전체적으로 대중 전시를 기획해 젊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집중했다면, 참여한 화랑주는 기존 컬렉터와의 관계에 집중했다.
VIP 컬렉터의 명단을 재정돈해 갤러리에서 코엑스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한 것도 화랑주들이다. 컬렉터와 일반 미술 애호가 모두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하지만 대중성을 통해서라도 예술 시장이 살아나는 것, 그 가능성이 우리가 소아프를 주목하는 이유다.
신생 갤러리의 작품이 궁금하다
아트페어에서는 갤러리를 대표하는 기존 작가의 새 작품과 신생 갤러리의 참신한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 소아프에 참여한 갤러리 가운데 약 10%가 처음 참여하는 갤러리. 갤러리 통큰은 세네갈 출신 화가 두츠, 탄자니아의 릴랑가 등 아프리카 작가 5인의 작품을 소아프에서 소개했다. “해외의 아트페어는 여러 번 참여했지만, 국내 아트페어는 처음 찹여합니다. 국내에서 아프리카 미술은 여전히 생소한 편인데요, 이번 소아프 참여를 계기로 아프리카 미술이 예술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갤러리 바네사 프로젝트의 대표 엄선영 씨는 예화랑의 김방은 대표가 권유해 참여했다. “토끼와 고양이를 소재로 회화 작업을 하는 신예 작가 강예신 씨의 드로잉과 세라믹 작업,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33세의 젊은 화가 황성규 씨 등 신진 작가 작품을 주목해주세요.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갤러리의 특성이 소아프의 콘셉트와 잘 맞습니다.”
오직 작가를 위한 기업 컬래버레이션
매년 소아프에 참여해온 BMW는 장재철 작가와 ‘타임-스페이스Time-Space’라는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BMW 6 시리즈 그란쿠페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BMW 차량의 도색 업무를 담당하는 공식 서비스 센터에 직접 들어가 일주일간 작업한 결과다. 장재철 작가는 조각과 페인팅의 경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이번 작업을 소개했다. “캔버스 천의 탄력성을 이용해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플라스틱 액체를 여러 겹 칠한 후 수백 번의 우레탄 도장 작업을 했어요. 자동차의 기계적 생산 방식과 아날로그적으로 완성한 작품의 이분법적 구조에 협업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언뜻보면 자동차 구조를 형상화한 플라스틱 작품 같지만, 캔버스 천을 하나의 구조물로 입체화한 것.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획 전시였다.
1 중앙 호주 원시 미술 특별전.
2 임근우, ‘Cosmos- 고고학적 기상도’, 90×60cm, arcrylic on canvas, 2013, 갤러리아트힐 소장.
3 호주 디쟈트 문화 센터(Desart Culture First) 필립 왓킨스 대표.
4 BMW와 협업한 장재철 작가의 작품.
5 트레이시 에민, ‘For you’, 186×174cm, pink and blue neon, 2008, 더컬럼스갤러리 소장.
6 크라운 해태 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조각가 전강옥 씨의 작품.
7 갤러리 미즈의 작가 이상하 씨의 양 시리즈.
8 소아프 운영위원인 예화랑의 김방은 대표. 배경으로 보이는 작품은 오상택 사진가의 작품 ‘(Un)Necessaries #48-49’.
9 성홍기, ‘Who are you? Basic-1’, 28×25×70cm, mixed media, 2012, 봉성메트로갤러리 소장.
10 김준용, ‘Blaze’, 26×35cm, Blown and coldworked glass, 2012, 갤러리스클로 소장.
(테이블) ‘Wrinkle’, 티크, 230×70×75cm, 2013.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예술
일반 관람객의 주목을 받은 것은 단연코 스타들의 자선전이다.서울오픈 아트페어의 조직위원이기도 한 배우 강석우 씨를 비롯해 김영호, 박상원, 백승주, 솔비 그리고 하정우 씨가 자선전에 참가했다. 전시장을 찾은 배우 김영호 씨는 직접 작업한 ‘하늘’ 시리즈 중 세 점을 출품했다. “오로지 사진 촬영을 위해 비행기를 탑니다. 하늘은 제게 머물 수 없는 공간이자, 죽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을 상징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구름은 이곳이 실제 하늘인지, 꿈속인지 불분명하게 만들어요. 회화적 느낌이 좋아 한지 작업을 했습니다. 좋은 일에 기부하는 자선전이니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배우 하정우 씨의 그림은 미술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데, 페어 기간에 출품한 세 점 중 두 점이 팔렸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메이크어위시 Make a Wish재단과 한국근육병재단에 기부한다. 또한 국내 최초의 전문 장애인 문화 예술 공간인 에이블 아트센터Able Art Center와 함께 지적 장애우의 작품을 전시했다. 애니 모드Any Mode의 협찬으로 완성한 장애우들의 그림이 담긴 휴대폰 커버는 기업과 그림의 사회적 기능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행복>이 함께한 VIP 라운지
서울오픈아트페어에 <행복>도 참여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이름으로 디자이너 김유라 씨가 꾸민 VIP 라운지에는 건축가 정의엽 씨가 디자인한 아트 퍼니처가 전시됐다. 갤러리 위가 주관한 <LOVE&HEART>전시가 어우러져 휴식과 담론을 위한 장소를 넘어서 가볼 만한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건축가의 눈으로 재해석한 가구가 실용적 기능성과 심미적 가능성을 어떻게 융합했는지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청작화랑 손성례 대표, 더컬럼스갤러리 장동조 대표, 갤러리 미즈 정종현 대표와 함께 소아프 공동 운영위원장을 맡은 예화랑의 김방은 대표는 2013 서울오픈아트페어가 미술 시장의 도약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간 미술 시장이 침체되면서 창작 발표 공간이 위축되었고, 작가의 어려움이 가중됐어요. 그런 때일수록 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에는 그래서 더 축제 같은 전시를 많이 준비했습니다. ‘하트heart’를 소재로 작업한 국내 작가 김용철, 김인태, 한송이 씨의 <LOVE&HEART>전과 <컬처노믹스>전, 호주 원시 미술 특별전이 대표적이지요. ‘사랑’을 주제로 한 캠페인도 전시 공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K-pop 시장만 한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술 시장의 한류, 서울오픈아트페어가 그 가능성의 시작이 되리라 믿습니다.”
VIP 라운지에 아트 퍼니처를 선보인 건축가 정의엽 씨 건축가가 디자인한 가구는 무엇이 다를지 궁금하다.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 달라. 작품 네 점 중 세 점, ‘허그Hug’ ‘카우Cow’ ‘링클Wrinkle’이 완성되어 전시했다. ‘카우’는 투우처럼 강인한 동물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금속 재질의 다리는 육중한 것이 아니라 경쾌하고 유쾌하게 달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허그’는 나무 두 개가 서로 껴안은 구조다. 한쪽이 반대쪽을 물고 있어 서로를 지지한다. 서로 다른 나무 두 개가 하나로 결합할 때 생기는 견고한 움직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가장 공들인 것은 나무의 표피를 소재로 사용한 ‘링클’이다. 수백만 년간 완성한 나무의 주름을 그대로 살려 그 생명력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억겁의 시간과 역사가 접힌 주름과 일상의 순간이 만나는 그 지점이 흥미로웠다. 평소 가구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나? 주택을 설계할 때 집에 어울리는 가구를 만드는 경우가 잦다. 부엌 가구나 책장은 건물의 성격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구조를 다룬다는 점에서 건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가구 디자이너가 접근하는 방법과 차이점이 뭘까? 새로운 형태와 구조에 대한 관심, 공간과 가구와의 관계에 대한 통찰 등 생활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의 시선에선 가구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다. 가구 디자이너가 볼 수 없는 시선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가구가 아니라 아트 퍼니처다. 테이블의 기능성보다 심미적 관점에서 더 접근한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공간에서 잠깐이라도 음미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오브제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숨은 감각을 들춰내고 싶다. 가구 디자인은 처음이다. 어려움은 없었나? 구조에 대한 이해, 소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 인간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 등 가구 디자이너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화두가 흥미로운 도전이었고, 고민이기도 했다. 목표 의식을 갖고 완성했으니 만족하지만, 시간 부족으로 의자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
취재 협조 서울오픈아트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