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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VISION 2013 TOKYO EXHIBITION 새로운 주거의 미래를 모색하다
지난 3월 2일부터 24일까지 일본의 도쿄 오다이바에서 열린 을 찾았다. 일본의 건축가와 굴지의 기업, 단체들이 협업해 ‘집’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이번 전시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다양한 산업의 교차점으로, 앞으로 다가올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다.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HOUSE VISION 실행위원회에 있습니다.
ⓒ HOUSE VISION photo by Nacasa & Partners inc.
오다이바에서 열린 전시장 전경.


“집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물리적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우리의 약한 면을 보상받기 위해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마음을 받쳐줄 피난처가 필요하다.” 알랭 드 보통이 <행복의 건축>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집을 꿈꿀까.

집은 최초의 세계이자, 우리가 가진 수많은 습관을 압축해놓은 곳이다. 집을 보면 주인의 취향이나 성품을 알 수 있듯 라이프스타일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기에 점점 고령화되고, 세대 구성도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이 시대의 사회 현상을 반영한 미래의 집을 제안하는 것은 건축가와 기업에는 큰 숙제일 터. 에서는 ‘새로운 상식으로 도시에 살자’라는 모토로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제안한다. 일찍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고령화 사회, 1인 가구 시대를 맞은 일본은 집에 대한 생각이 매우 치밀하고 섬세하다. 집을 건축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통신, 복합 가전, 마켓 등 다양한 산업의 교차점이 되는 삶의 공간으로 해석하는 것. ‘집’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은 이번 전시는 일본의 건축가와 기업, 단체가 각각 팀을 이루어 집의 미래를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총 일곱 개의 테마관으로 구성한다. 저마다 다른 시선으로 제안한 ‘주거’의 면면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또한 제각각이다.


이번 전시의 제1관 ‘앞으로의 주거’는 생활 패턴과 취향에 맞게 재이용하는 레노베이션을 제안한다. 추억을 재생하는 마당과 툇마루 모습.

집에서 소외된 공간 화장실을 재해석한 제6관 ‘극상의 사이’에서는 초록빛 자연과 바람이 드나드는 창 덕분에 환상적인 공간으로 거듭난다.

후륜 하나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체 로봇 ‘UNI-CUB’.

제2관 ‘이동과 에너지의 집’은 주거 공간의 모빌리티를 실현한 곳으로, 집의 안팎이 서로 통하는 공간 흐름과 연결을 유독 강조한다.

제1관의 주제는 ‘앞으로의 주거’로, 건축 리폼 회사 릭실LIXIL과 건축가 도요 이토가 함께 제안한다. 이전까지 일본에서 집을 산다는 것은 거주보다는 부동산을 위한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변화하면서 부동산보다는 거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급증해 기존 주택의 용도 또한 변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집을 신축하기보다 자신의 생활 패턴과 취향에 맞춰 레노베이션한 집을 선보인 것.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마당과 툇마루다. 이러한 옛집의 정취는 육체적 충전은 물론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가져다주는데, 이는 공간에 스며든 추억을 되살려주기 때문이다. 마당에 바비큐 테이블을 두어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집은 일상이 이루어지는 곳인 만큼 집 안 구석구석을 다채로운 취미를 즐길 수 있게 꾸며 삶의 질도 향상할 수 있다.

혼다Honda와 건축가 소우 후지모토가 함께한 제2관의 주제는 ‘이동과 에너지의 집’이다. 후륜 하나로 움직이는 1인용 이동체 로봇인 ‘UNI-CUB’가 눈에 띄는데, 폭이 좁아 집 안에서도 편하게 운행할 수 있다. 집의 안과 밖, 즉 공간의 연결과 흐름을 유독 강조한 것도 로봇의 보행과 이동 때문이다. 모빌리티 기술이 집약된 이 집의 에너지는 60%가 바로 열. 집 구조가 3중인 것이 특징으로, 태양열과 가스, 폐열을 이용해 자가발전으로 얻는다. 이동과 에너지 문제를 보완한 곳으로, 특히 실버타운에 적합한 주거 형태가 될 듯하다.

5백 명이 함께 생활하는 나눔 공동체(sharing community)를 모형으로 제안한 제3관의 주제는 ‘지구 사회권’. 미래생활연구회와 야마모토 리켄, 슈미쓰 히로카주, 나카 도시하루 건축가 3인은 지금까지의 공동주택과는 개념이 다른 공유주택을 선보인다. 얼핏 주상 복합 형태지만, 공용 공간을 잘 만들어 생활을 공유하는 대가족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 급증하는 1인 가구에 대한 대안으로, 비용ㆍ안전 등의 부담감을 줄여주면서, 공적 공간을 공유하며 사회적 연대감을 강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센서를 통해 거주자의 정보를 수집하고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일종의 라이프 로 그life log 시스템으로, 개인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안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제4관은 ‘풍류의 집’으로 주우림업住友林業과 건축가 스기모토 히로시가 ‘나무, 자연, 차茶’라는 테마로 전통적 미의식을 갖춘 다실을 복원하고, 전통 요소는 가져오면서도 현대적 다실을 제안한다. 70%가 산림 지 대인 일본에서 나무는 문화다. 차 또한 일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다실은 삶의 격을 높이는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전통 재료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현대적 다실은 미래에도 각광받을 풍류의 장소로, 전원주택이나 은퇴 후 주거에서의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손색없는 듯하다.


제3관 ‘지구 사회권’은 늘어난 1인 가구와 핵가족을 위한 나눔 공동체로 공유주택이라 할 수 있다. 사적 공간은 최적화하고 공적 공간은 기능을 다양하게 한 것이 특징.

라이프 로그 시스템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해 주거 공간과 환경을 최적화한다.

제5관 ‘가구의 집’의 주방 모습. 무인양품의 모듈화된 가구와 소품만 사용해 처음부터 수납을 생각해서 제안한 공간이다. 이곳에서의 가구는 건축의 기둥과 같이 주거를 형성하는 구조로서 역할을 하지만, 원하는 대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변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 앙케트 결과 가장 인기 있었던 제7관 ‘편집의 집’ 속 거대한 테이블은 식탁이자 작업대로 여러 기능이 한곳에 집중되고 융합된다. 주거 공간을 구성하는 부품과 소재가 다양한데, 심지어 스툴 스타일의 의자 상판은 펠트 천을 여러 겹 겹쳐 만든 것.

상식에서 벗어난 침실은 마치 기차 속 침실을 연상시킨다. 스스로 구상한 나만의 공간으로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전통의 미의식이 담긴 다실을 복원한 제4관 ‘풍류의 집’ 외관.

전통 가치를 담은 풍류의 장소로 나무가 중심인 현대적 다실을 제안한다.

제5관은 ‘가구의 집’이다. 무인양품과 건축가 시게루 반이 함께 제안한 공간으로, 벽과 기둥 없이 가구가 구조체를 이룬다. 무인양품의 모듈화된 가구로만 이루어져 원하는 대로 공간을 재구성하고 변형할 수 있다. 처음부터 수납을 생각해서 제안한 곳으로, 수납장을 채운 소품 또한 가구와 마찬가지며 공간에 기능을 더한다.

제6관의 주제는 ‘극상의 사이’로, 토토TOTO와 YKK AP가 건축가 나루세 유리, 이노쿠마 준과 함께 제안한 것. 이 공간은 화장실을 최상의 공간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혼자만의 공간인 화장실을 자연과 만나는 은밀한 장소로 둔갑시켰다. 창의적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집에서 소외된 공간인 화장실을 힐링 스페이스로 활용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제7관은 쓰타야Tsutaya 서점과 도쿄R 부동산(Toobox 사이트 운영)이 함께 선보인 ‘편집의 집’. 빈 공간에 거주자가 스스로 편집을 통해 주거 공간을 구상하는 맞춤형 주거로, 이른바 취향에 따른 주거 DIY다. 이제 집도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스스로 구상해 만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는 스켈턴skelton, 즉 집의 골격을 이루는 벽, 바닥, 천장 등과 인필infill(빈 공간 채우기)을 서로 다른 것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특히 식탁과 작업대가 한곳에서 이루어지고, 욕실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서재 속에 화장실이 있는 등 기능이 융합된 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1인 가구 증가 등 일본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 이런 사회 변화를 어떻게 담아내느냐는 한국 건축가들의 숙제이기도 하다. SE공간환경디자인그룹 김경진 소장은 “집은 일종의 세계 공용어다. 지리적ㆍ기후적 환경으로 인해 그 형상은 서로 다르지만 기본 개념과 기능은 유사하다. 그리고 생활양식은 날이 갈수록 지구촌이 서로 닮아가고 있다. <하우스 비전 2013>은 미래의 주거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은 물론 가족과 지역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사회적 가치를 잉태하는 곳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고 말한다.


도움말 김경진(SE공간환경디자인그룹 소장)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제공 HOUSE VISION 실행위원회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