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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빙디자인페어 디자이너스초이스
디자이너스 초이스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특별전으로, 뛰어난 감각으로 무장한 디자이너를 선정해 각자의 스타일을 반영한 콘셉트 공간을 제안하는 자리다. 올해는 ‘新가족풍경’이라는 주제 아래 공간 디자이너 김윤수 씨(실버 부부), 건축가 안경두 씨(싱글 남자), 공간 기획자 김경수 씨(4인 가족),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홍희수 씨 (무자녀 부부)가 그들만의 감각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해 주거 형태에 따른 리빙 솔루션을 제안했다. 리빙디자인세미나의 디자이너스 초이스 오픈 토크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리빙 어워드 대상
‘싱글 남자의 공간’ 제안한 건축가 안경두 씨
떠나기 위해 머무는 집


1 원룸 스튜디오 공간에 ‘공간 속의 집’을 완성했다.
2 벽면에 박스를 쌓아 수납장을 만들었다. 팔레트를 쌓아 생긴 단 아래 공간도 훌륭한 수납공간.
3 허니콤보드를 겹겹이 쌓다가 하나를 빼면 책장이나 잡지꽂이가 된다.

‘남성’과 ‘싱글’이라는 두 화두를 고민하던 건축가 안경두 씨는 접근 방법을 완전히 달리했다. 가구를 중앙에 배치하고 사람은 반대로 가구 주변을 돌며 생활하게 했다. 가족이 있을 땐 불편할 수 있지만 싱글이기에 그 가능성이 무한한 것.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팔레트는 나무 부재를 모아 만든 재료로 한 판에 겨우 1만 원에 불과하다. 이 팔레트를 활용해 재구성이 가능한 가변 공간을 완성했다. 테이블과 수납장은 흔히 골판지라 불리는 허니콤보드로 꾸몄다. 1톤 무게의 압력도 거뜬히 견디는 내구성을 자랑한다. 가격이 저렴한 합판, 등산용 로프, 포장 벨트, 칠판 등 포장재나 구조재를 사용해 분리와 조립을 용이하게 했다. 공간에 싫증이 나거나 부득이하게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분해했다가 재조립하면 된다. 안경 두 씨는 집이 영속적이고 편안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변화무쌍하고 다이내믹하며 놀이터 같은 공간, 그가 생각하는 집의 새로운 해석이다.


리빙 어워드 올해의 디자이너상
‘실버 부부의 공간’ 제안한 공간 디자이너 김윤수 씨
추억이 담긴 ‘스마트’ 가구


3단장을 리폼한 가구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한 실버 부부의 공간. 리모컨으로 활동 반경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간 디자이너 김윤수 씨는 실버 부부 공간 형태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의료 혜택과 자녀와의 접근성을 선호하는 도시형 주거와 자연에서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주거 형태. 그는 두 번째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이 든 부부가 심리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가 찾은 답은 위로와 추억의 정서다. 실버 부부의 삶의 일부이던 손때 묻은 가구들을 버리지 않고 리폼해 그 안에 담긴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하는 리빙 솔루션을 제안하기로 한 것! 그는 한때 부의 상징이던 자개장을 선택해 리폼했는데, 서랍은 의자와 조명등이 되었고 자개는 침대의 근사한 장식이 되었다. 여기서 더 추가한 것이 리모컨과 터치로 작동하는 디지털 기능이다. 실버 부부가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도록 부분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도입했다. 이렇게 변형한 가구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추억이라는 감성과 디지털 시스템이 라는 기능이 결합해 윤택한 삶의 가치를 부여했다.

다실을 구현한 테이블도 리모컨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무자녀 부부의 공간’ 제안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홍희수 씨
따로 또 같이 사는 놀이

침구를 비롯해 대부분 둘로 분리되는 가구로 꾸민 무자녀 부부를 위한 공간.

가족 부양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각각 독립된 경제적 자립을 추구하는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 결혼하는 커플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한 사회 현상인데, 왜 전통적 결혼관과 주거 형태를 고집하는 걸까?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홍희수 씨는 ‘결혼’에 부담을 가지지 않아야, 공간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기하학적 비용을 들여 내 집을 마련하느라 삶이 피곤해지거나, 과도한 혼수로 가구에 눌려 사는 삶이 아닌 ‘짐이 되지 않는 집’을 제안했다. 공간을 둘러보면 무거워 보이는 것은 침대뿐, 망사나 와이어 소재를 사용해 무게에서 탈피하려 했다. 주목할 것은 접히거나 분리되어 하나가 둘이 되는 가구들이다. 테이블, 책상, 침대 등 한 덩어리로 보이지만 모두 분리할 수 있는 가구들이다. 대신 무자녀 부부의 취향이 드러나도록 마니아 성향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삶, 일심동체가 아닌 독립적 개체로서 남녀.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무자녀 부부의 행복이 가득한 집이다.

테이블 아래 포인트를 준 도형 문양의 바닥 또한 분리된다.


‘4인 가족의 공간’ 제안한 공간 기획자 김경수 씨
마음을 나누는 가족 이야기

시선의 통로를 만들어줌으로써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의 공간이 탄생했다.

일하느라 항상 분주한 아버지, 사춘기에 접어든 딸, 한창 궁금한 것이 많은 막내아들 그리고 가족 챙기기에 여념 없는 어머니, 모두 각자의 방에 들어가면 감감무소식이다. 김경수 씨는 구조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경계가 사라진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 종이와 나무, 돌 등 변하지 않는 자연 소재를 사용해 한옥을 모티프로 한 열린 공간을 완성 했다. 중간에 오픈 책장을 두어 거실과 주방을 열린 구조로 꾸민 것. 그래서 어느 쪽에서 보아도 공간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가족이 주는 평온함을 강조하기 위해 벽면을 ‘백선지’로 도배하고 40년 된 고재를 다듬어 마루를 만들었다. 주방에는 8~10인용 식탁을 두어 식사뿐 아니라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으며, 아이들이 악기 연주나 놀이 등을 할 수 있는 취미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열린 구조처럼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스한 공간이다.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4인 가족의 따스한 집 풍경.

디자이너 4인과 함께한 <행복> 오픈 토크

‘디자이너스 초이스’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행복>이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 김경수, 김윤수, 안경두, 홍희수 씨가 다양한 주거 형태를 보이는 ‘新가족풍경’의 공간을 탁월한 감각으로 구현해냈다. 그 어떤 섹션보다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았기에 그들이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특별 세미 나는 인기가 있었다. <행복>의 구선숙 편집장이 진행을 맡아 디자이너 네 명과 함께하는 오픈 토크. 그들이 공간을 기 획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했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듣는 흥미로운 자리였다. 먼저 실버 부부, 싱글 남자, 4인 가족, 무자녀 부부를 위한 각자의 공간 콘셉트와 구현 방법을 간단하게 프레젠테이션하는 시간을 가졌 다. 전체적인 설명과 함께 공간을 채우는 가구, 재료, 사람을 이해하는 접근법 그리고 공간에 대한 철학 등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어진 오픈 토크 시간에는 각자 주제를 선택한 이유와 구현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그리고 ‘新가족풍경’에 대한 개인적 의견 등 관람자로서 바라보았을 때는 결코 알 수 없는 솔직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이 가득한 집’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이 이어 졌는데, 그 대답이 흥미롭다. 비일상적 공간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집(안경두 씨), 보는 즐거움과 사는 즐거움이 존 재하는 곳(홍희수 씨), 미생물과 함께 살 수 있는 집(김경수 씨), 두 딸과 함께 있는 집(김윤수 씨)! 가족 구성원의 변화에 따라 가족 풍경은 점점 다채로워지지만, 우리가 원하는 ‘집’의 근원은 여전히 ‘행복’과 ‘가족’에 있는 것이 아닐는지.
사진 이경옥 기자
글 신진주 기자 | 사진 이명수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