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빙디자인페어 _ 트렌드 리포트
전문가에겐 트렌드를 살펴보는 생생한 필드, 주부에겐 안목을 높여주며 내실을 다지는 기회가 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올해 새롭게 론칭한 가구와 소품 그리고 전시 공간이 돋보였거나 콘텐츠가 훌륭한 제품을 소개한다.
리빙디자인 어워드 인기상
소파는 왜 늘 같은 옷만 입나요?
최근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다. 표준이라 여기던 4인 가족 대신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 일룸(02-3400-0700)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커플을 위한 서재형 거실과 침실, 싱글을 위한 홈 오피스 등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공간을 선보였다. 특히 신축성 있는 소재와 벨크로 방식을 적용해 누구나 손쉽게 커버를 교체할 수 있는 신제품 ‘패브릭 커버 교체형 소파’는 이번 전시에서 단연 인기를 끈 슈퍼 스타. 오염이 걱정돼 패브릭 소파를 기피한 소비자의 귀가 솔깃한 소식이다.
리빙디자인 어워드 인기상
현대 공간에 부활한 담백한 조선 풍류
지난 2011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론칭한 이래 다양한 행보를 보여주는 청송백자 (054-870-6226). 단순히 가업을 잇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과 협업, 동시대적 언어를 갖춘 작품으로 컬렉터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석이라는 돌을 빻아서 빚는 것이 특징인 청송백자는 독특한 제작 방식과 전통을 간직한 장인 정신으로 그 가치를 더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마치 공중 부양을 한 듯 높이 자리잡은 백색 공간 안에서 가족의 특별한 파티, 건강한 아침 식탁, 원재료의 진정성을 보여준 돌가루 설치 작업 등 감각 넘치는 연출로 리빙디자인어워드 인기상을 수상했다. 흙 대신 돌가루로 색을 내기 때문에 다른 도자보다 가벼운 데다, 모든 작품이 자연스러운 흰색을 띠는 독특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청송백자와 공간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 일부러 꾸미려 하지 않는 진실성, 간결한 선 하나로 제 취향을 드러내는 그릇 등 청송백자의 도약을 기대해보자. 공간 디자인은 아트디렉터 류창성 씨가, 설치 작업은 스타일리스트 문지윤 씨가 맡았다.
통영12공방(055-645-3266)은 올해 전시를 통해서도 송방웅 장인의 산수 무늬 서류함, 박재성 장인의 애기장, 조대용 장인의 귀문양발, 김금철 장인의 사방탁자 등 장인의 손길이 녹아 있는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통영의 푸른 바다를 형상화한 공간은 아트디렉터 박현주 씨가 연출했다.
일룸 마케팅 팀장 김태은 씨 계절마다 취향대로 골라 입는다! 커버 교체형 소파를 출시한 배경은? 시즌별로 인테리어를 바꾸는데 소파 컬러도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계절에 따라, 혹은 분위기를 바 꾸고 싶을 때 커버만 교체해도 집 안 분위기를 다르게 연출할 수 있지 않나. 메인 타깃을 20~30대 신혼부부로 잡은 이유는? 신혼부 부는 자녀가 태어난 이후까지 고려하게 마련이므로 패브릭 소파를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캐주얼한 신혼집 인테리어에 가죽 소파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고, 가격 부담도 상당하다. 자바핏과 롤리는 단순히 덮어씌우는 게 아니라 완벽히 밀착하도록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아래서 고정하는 벨크로 방식을 추가해 스타일도 살린 제품이다. 기존 일룸 제품에 비해 형태, 컬러, 소재가 전반적으로 부드러워졌다 집은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편안해야 한다. 따라서 형태는 부드럽게, 컬러는 한 톤 다운된 파스텔 컬러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원하는 컬러, 패턴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1인~3인용까지 팔걸이 유무에 따라서 다르게 조합할 수 있으니 이사 후에도, 아들 방에서 딸 방으로, 거실에서 침실로 가변적으로 구성해 사용할 수 있다. |
젊은 당신을 응원합니다
한국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사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이다.
제한된 시장에서 쏟아지는 매스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고, 디자이너로서 안목과 대중의 눈높이를 적절히 조율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떼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작업을 꾸준히, 고집스럽게 선보이는 이 젊은 프로젝트 그룹을 응원할 수밖에. 먼저 이준규, 김기석 씨가 의기투합해 만든 스튜디오 브라운핸즈Brown Hands(031-964-0332). 이들의 가구를 보면 왠지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르는데, 이는 단순히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재료가 지닌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옛 가공 방식과 수작업, 자연 미감을 고집한 결과이기 때문. 두 디자이너는 주물 생산, 조립, 겹겹의 도장, 샌딩 공정까지 모든 제품을 손으로 완성한다. 디자이너 김승일 씨가 이끄는 스탠다드에이STANDARD.a(02-335-0106)는 이름처럼 기본 이상은 하는 맞춤형 원목 가구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인기를 모은 가죽 소파는 이탈리아산 투톤 천연 가죽 방석에 골드폼 50%와 오리털 50%가 들어 있어 체중을 실어도 푹 꺼지지 않고 서서히 내려앉는다. 좌석마다 등받이를 분리할 수 있고, 원목 프레임이 드러나는 디자인이라 가죽 소파 특유의 육중한 느낌도 없다.브라운핸즈, 스탠다드에이와 함께 전시에 참가한 패브릭 브랜드 아키트ARCHIT(www.architwork.com)는 장인이 직조한 인도 면으로 만든 쿠션과 테이블 리넨 등을 소개했다. 바닥에 실제 가구 사이즈를 도식화해 눈길을 끌었던 프로젝트 그룹 마누파쿰manufakum(02-3401-9458)은 문전성시를 이뤘던 부스. 마누파쿰은 ‘만들다’라는 뜻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다양한 스마트 기기, 문구류, 식기까지 수납할 수 있는 테이블을 선보여 화제를 보았다.
왼쪽부터 스탠다드에이 김승일 씨, 아키트 정지희 씨, 브라운핸즈 김기석&이준규 씨, 아키트 김가은 씨.
장인이 직조한 인도 면으로 만든 패브릭 소품을 선보이는 아키트.
프로젝트 그룹 마누파쿰의 박상현, 이한영, 박재문 씨.
마누파쿰에서 선보인 침대. 책을 읽거나 식탁에서 컴퓨터를 하는 등의 행동을 고려해 추가 기능을 부여한 제품이다.
휴식을 짓는 디자이너, 김한규
셀레티가 픽업한 제품 디자이너로 유명한 김한규 씨. 그가 이끄는 에이치콤마 디자인스튜디오(02-3443-5654)의 첫 번째 자체 브랜드 가구가 탄생했다. 에이치콤마는 홈home과 휴먼human의 앞 글자 ‘H’와 휴식을 뜻하는 ‘콤마’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이번에 발표한 콤마 시리즈는 곡선을 강조한 소파와 테이블, 데이 베드, 선반장, 스툴 등인데 이는 산업 디자이너의 기술력에 목수의 손길이 접목된 결과다. 물푸레나무의 물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테이블 등 모든 가구는 오일 스테인 코팅을 하지 않고, 모서리를 둥 글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사용자가 어루만졌을 때의 촉감을 고려한 것.
디자이너 김한규 씨. 휴식을 테마로 한 콤마 시리즈를 소개했다.
소프트 인테리어의 시작, 복bogg
옛것의 현대화는 자칫 고리타분할 수 있는 소재지만 패브릭 아티스트 장응복 씨의 작품을 보면 뭐가 달라도 다르다. 더 이상 한국적 작업을 의식하거나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는 ‘초월’한 느낌이랄까. CJ오쇼핑과 함께 전개하는 홈인테리어 브랜드 복(02-2107-6448)을 론칭하면서 국내 침구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소프트 인테리어’의 가능성을 열었다. “소프트 인테리어란 패브릭을 이용한 파티션, 모듈 쿠션 등 가변성 있는 인테리어를 말해요. 공간에 따라 큰돈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죠.” 복 역시 신제품을 계속 출시하지만 원칙은 기존 제품과 어울려야 한다는 것. 대부분 양면 패턴이라 굳이 세트로 사지 않아도 제품과 매치할 수 있다. 신상품 ‘꽃구경’ 역시 기대된다.
밀크 데커레이션, 킨포크, 어퍼케이스 등 요즘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라이프스타일 독립 매거진. 작가, 포토그래퍼 등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가 모여 한정 수량으로 제작하는 독립 매거진은 감성적 비주얼과 영상으로 소소한 일상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에이치픽스(www.hpix.co.kr).
가슴으로 낳은 가구
단어 하나로 눈길을 끈 부스가 있었으니, 바로 화천에 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목수 이정인(blog.naver.com/joungin) 씨의 부스였다. 전시 주제 ‘슴 아트’는 가슴으로 디자인하고, 나무 고유의 맛을 살려 디자인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옹이를 그대로 살려 디자인한 책상은 센서가 장착 돼 옹이 부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 조명등이 켜지는데, 이는 나무의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자신을 치유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 스마트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슴 아트 가구로 일상에 쉼표를 찍어보자.
깨어 있는 자연 소재, 나무 이야기
“나무만큼 따뜻하고 정직한 물성을 가진 재료가 또 있을까요?” 동신종합목재(031-581-2660) 최두영 대표가 건넨 첫마디였다. 아프리카 티크 원목 ‘아프로모샤’를 통나무째 전시해 관람객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동신종합목재는 일본산 편백 나무, 동남아산 멀바우, 북미산 하드 우드 등 1백여 종의 질 좋은 원목을 취급하는 대규모 목재상이다(제재소도 함께 운영해 가구도 제작한다). 30년 동안 나무를 취급한 최두영 대표는 건축 분야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할 정도로 나무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며, 최근에는 아카시아ㆍ밤나무ㆍ참나무ㆍ육송 고재 등 가격 대비 만족도와 쓰임새가 높은 국산목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특히 겉을 살짝 태워 고재 느낌이 나는 탄화목은 인테리어 마감재로 인기가 높은 제품으로, 디자이너들 사이에 입소문이 자자하다. “디자인 분야는 잘 모르지만, 나무 물성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거라 예상합니다. 실내 마감재로 사용하면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환경호르몬 같은 화학 물질을 내뿜지 않아 신체적으로 개운함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소재니까요. 원목을 제재목으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콘크리트나 철강 소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적으니 환경적으로도 가장 믿음직하고요.”
공간의 유쾌한 터치, 한 롤의 미학
인테리어의 결정적 장면은 스케일에 비례하지 않는다. 때론 3인용 소파 위에 놓인 자그마한 쿠션이, 방과 방 사이의 포인트 벽 하나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도 하니까. 그러니 소파나 침대, 테이블 등 멋진 가구로도 채워지지 않는 부족한 무엇이 있다면, 다양한 패턴의 패브릭이나 벽지를 눈여겨보자. 키워드는 유럽 디자인 전성기인 1950~1960년대의 레트로 스타일. 다이아몬드, 삼각형, 스트라이프 등 현대 감각이 더해진 새로운 레트로 패턴과 컬러 조합은 경쾌하고 유쾌한 공간을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단순히 과거를 불러들이기보다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 포인트. 솔리드 컬러와 패턴을 조합해야 질리지 않는다.
1, 2 나뭇잎을 단순화한 올라 케일리 패턴과 영국 그래픽 디자이너 샌드라 이삭슨의 레트로풍 패턴 벽지는 루밍(02-6408-6700).
아트 한 점 거실래요?
분명한 취향으로 고른 그림 한 점은 넓지 않은 공간에도 특별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아늑하고 집 안에 좋은 향기가 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유행하는 아트 프린팅은 부담스럽지 않게 그림 거는 연습을,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적용해보는 연습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기프트 숍처럼 쉽게 오갈 수 있는 아트 숍을 표방하는 아티초크(02-3785-0924), 마치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미술품 컬렉션을 즐거운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옥션에서 론칭한 브랜드 프린트 베이커리(02-395-0330), 비핸즈의 그림닷컴(02-2275-3105) 등 전시 내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 데미언 허스트 등 유명 작품의 포스터를 판매하는 아티초크.
2 사진, 민화 등 다양한 장르의 아트 프린팅 선보인 그림닷컴.
3 프린트 베이커리에서는 <행복> 표지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제품상
85인치, 웅장한 스케일의 TV 앞에 거대한 만화경이 설치됐다. 날로 커지는 TV가 ‘소비자의 집 안에 어떻게 존재해야 할까’라는 고심의 답이다. 디자이너 유재헌 씨의 판타스틱한 연출이 돋보인 삼성(02-2255-0114) 타임리스 갤러리. 미니멀의 극치를 보여준 삼성 UHD TV와 하이테크적 설치물이 마주해 미래의 기술 디자인을 경험하는 근사한 공간이었다.
눈에 띄는 공간상
자연에서 잠을 자다
리조트의 침실을 옮겨놓은 듯 자연을 느낄 수 있던 코코맡 부스.
1, 2, 3 모든 공정이 장인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침대와 스툴, 쿠션.
4 천연 재료를 겹겹이 쌓은 매트리스 내부 단면도.
지중해의 이국적 리조트가 안착한 전시 부스. 평화로운 자연 정취를 그대로 담은 이곳은 그리스 아테네의 천연 매트리스 브랜드 코코맡COCO-MAT(02-515-2626) 공간이다. 코코맡은 스프링 대신 100% 자연 소재로 이루어진 매트리스다. 베개, 침장, 가구 역시 자연 소재를 수공예 방식으로 제작해 토털 에코 리빙을 실현한다. 부스를 감싸는 나무들 사이로 천연고무와 해초, 말총, 유칼립투스 등이 유리 볼에 담겨 있다. 향을 맡고, 만져보며 재료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으로 모두 매트리스의 원료란다. 창업자 파울 에프모르피디스Paul Efmorfidis은 고대 철학자들의 잠자리를 연구했다. 그들은 식물이나 울, 해초류 등 자연 소재를 가지고 손으로 매트리스 형태를 만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코코맡 매트리스가 탄생한 것. 천연고무 97%, 그 밖의 자연 소재를 켜켜이 쌓아 만들어 누웠을 때 체중의 모든 압력과 충격, 마찰, 무게를 동등하게 재분배한다. 4레이어 시스템 기능은 놀라운 탄성과 내구성으로 신체 각 부위를 완벽하게 받쳐준다. 따라서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베개를 매듭지어 매달아 장식한 코코맡의 전시 부스.
자연과 인간 존중을 실천하는 방법 한국에 코코맡을 알리는 시작이 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그 자리를 함께한 그리스 본사의 안겔로스 기아노투스 Angelos Giannoutous와 박은정 실장은 연신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코코맡의 기본 철학은 자연과 더불어 살며, 베풀자는 것이죠.” 침구 브랜드임에도 카페테리아를 만들어 신선한 과일과 차를 제공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코맡은 굴뚝이 없는 공장으로 유명하다. 화학 재료를 쓰지 않고, 모든 공정이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고대 그리스의 유구한 역사와 철학을 기 반으로 한 곳, 현대의 산업화 속에서도 욕심내지 않고 가치의 본질을 중요시여기는 이곳은 자신들의 철학에 자부심 을 느끼고 있었다. “유럽에선 고객이 원하는 경우 매트리스를 자전거 수레로 배달해요. 차량 사용 시 발생하는 공해와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함이죠.” 원료부터 공정, 주변 환경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해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는 코코맡. ‘유럽 품질 관리 우수 모델’로 자연주의 브랜드의 입지를 다져온 것처럼 한국에서의 행복도 기대된다. |
평생토록 사용하는 주방용품이 몇 가지나 될까. 컷코CUTCO(02-595-8220)는 영원히 성능을 보증하는 브랜드다. 제품에 영원이라, 가당키나 한가 싶다가도 제품력 하나는 끝내주겠다는, 믿음이 간다. 미국 대표 칼 브랜드인 65년 전통 기업 컷코. 특수 원료인 440A 고탄소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해 녹과 부식을 방지하고, 양손 구분 없이 안정적인 그립감을 제공한다. 뛰어난 절삭력과 예리한 칼날이 장기간 보존되는 것은 요리 좀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진 얘기. 그 명성과 인기는 컷코 부스에 운집한 사람들로도 증명됐다.
충분한 수납공간을 배치한 마이퍼니처카페의 키친 세트.
1 도마는 정균, 하빛색 나무작업실.
2 뜨개 바구니는 나무사이에.
3 빈티지 워싱으로 느낌을 살린 컴홈 캐비닛.
4 빈티지 컬러의 조합이 돋보인 빠빠메종 부스.
과거로 소환된 주방
감성 디자인, 과거 지향은 가족 중심 공간이 된 주방을 통해 빛을 발했다. 수제 가구 전문 브랜드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복고풍 주방 가구를 대거 선보인 것. 화이트 워시, 패치워크, 하드 우드 스타일 등 여러 종류의 원목이 조화를 이룬 마이퍼니처카페My Furniture Cafe(02-322-0185)는 현대적 주방 기기와 내추럴한 디자인의 가구를 믹스 매치해 현대인의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주방 연출법을 제시했다. 화려하면서도 감성적인 컬러가 돋보인 컴홈COME HOME(070-4236-0409)은 손때 묻은 세월의 흔적을 더한 빈티지한 터치를 가미해 고급스러운 섀비 시크 스타일을 즐길 수 있던 공간. 집 고치는 여자와 집 꾸미는 남자의 공방 이야기, 빠빠메종PAPAMAISON(070-4148-8886)에서는 내추럴 빈티지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크림, 아이보리, 페일 블루 컬러와 원목의 만남을 통해 손맛 느껴지는 주방 공간을 완성했다. 수전 하나, 작은 접시 하나까지도 빈티지 스타일로 세팅한 그들의 감각은 딱딱하고 획일화된 국내 주방 가구 시장에서 새로운 아이콘이 될 거라 기대한다.
핫 컬러, 핫 스타일!
뉴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핫 키워드는 네온 컬러다. 2013년 메종& 오브제 박람회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덴마크 브랜드, 블루밍 빌레 blooming ville는 매 시즌 1백 점 이상의 리빙 소품을 선보인다. 그중 워너비 아이템은 별과 십자 등 도형 모티프를 네온 컬러로 물들이고, 빈티지 소재를 매치한 쿠션과 침장. 이미 발 빠르게 수입돼 8colors(070-8564-3637)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노메싸(02-3463-7752)에 가면 늘 눈이 즐겁다. 그중 옷걸이 여러 개가 교차된 노만 코펜하겐의 훅이나 헤이의 티 타월은 형광펜으로 칠한 듯 색깔도 곱고, 가격 부담도 적다.
1 별 쿠션과 침구는 블루밍빌레.
2 그리드 패턴의 티 타월은 헤이 제품.
비스킷이 가구로 탄생했다. 자작나무와 MDF 도장 도어를 믹스하고 손잡이를 없애 매끈하고 귀여운 디자인이다. 따끈따끈한 신진 브랜드 에이모비Amobi(031-908-3867)의 첫 컬렉션으로 컬러풀하고 유연한 스틸 가구를 선보인 디자이너 이천식 씨가 만든 가구 회사다.다섯 가지 형태로 원하는 크기를 골라 자유롭게 배치하면 된다.
스타일 가치를 배우는 장소, 키즈룸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휴식 공간인 키즈룸이 스타일 조기교육 장소로 주목받는다. 루밍(02-599-0805)의 키즈룸 전시 부스는 알록달록 컬러 세러피와 패턴 플레이가 인상적이던 곳. 모리스 벤암펠Morris Van Ampel(070-4616-0516)은 오염과 세균에 강한 친환경 소재인 그린 PVC를 이용해 숨기 좋아하는 아이의 니즈를 반영한 플레이 하우스, 수공예 감성과 그래픽 패턴을 매치한 가구, 블라인드 등의 제품을 선보였다. 자유로운 색감과 패턴으로 아이의 감성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키워주는 데코 트렌드를 읽어보는 시간이었다.
1 루밍이 제안하는 키즈룸. 알록달록한 컬러와 패턴의 강약을 통해 아이의 감성과 상상력이 자라나는 공간이다.
2 인디언 텐트는 에이치픽스.
3, 4 친환경 신소재로 제작한 소파와 플레이 하우스는 모리스 벤 암펠.
우아한 명제, 섀비 시크
고급 목재가 주는 우아한 자연미, 숙련된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예술성, 전통과 현대적 감각 그리고 기능의 조우. 1백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클래식 가구 그랑지Grange(02-591-9203)는 오랜 시간 가구장이로 살아온 장인들이 주문 생산 방식을 통해 가구를 만드는 아틀리에다. 프랑스 리옹 지역의 세 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통 클래식 가구 브랜드로, 클래식을 기반에 두지만 모듈 시스템을 적용해 현대적 실용성이 결합됐다.
지난해 리빙페어를 통해 대중과 첫 소통을 시작한 그랑지. 한 해를 거치며 더 고풍스럽고 풍성한 제품을 소장한 브랜드로 거듭나 있었다. 여성스러움 가득한 섀비 시크 스타일의 베딩룸, 과감한 크기와 색채로 중성적 느낌을 강조한 디스플레이 캐비닛, 페일 퍼플 컬러로 물들인 테이블 세팅, 남자의 로망을 채워줄 클래식 서재까지. 캐주얼과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스타일을 믹스한 프랑스 클래식 가구를 통해 그랑지의 다양성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무엇보다 스탠드와 테이블웨어, 패브릭, 욕실용품 등 바로 생활에 적용 가능한 소품들은 봄맞이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인기를 얻었다.
나무를 자유자재로 디자인하는 벤텍의 장기
전시장에 들어서면 웅장하고 유려한 곡선이 반복되는 벤텍퍼니처Bentek Furniture(031-764-0010)의 전시 부스에 시선을 빼앗긴다. 소재를 만지고 두드려보는 관람객은 모두 나무라는 설명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무 고유의 물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는 많지만, 벤텍처럼 휘고 꼬아 자유자재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곳은 흔치 않다. 지난 35년간 고주파 성형 가구의 세계적 선두 주자로 알려진 벤텍.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도 제품을 영구 전시할 정도로 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보유한 브랜드다. “평면과 곡선, 구 등 다양한 형태로 나무를 가공할 수 있어요. 특정 목재를 정하기보다 소재의 느낌을 가구에 담도록 나무 두께를 연구합니다.” 한기만 대표는 디자인 개발에도 총력을 다한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안드레아 디키라Andrea Dichira, 일본 환경과 공업 디자이너 도시유키 기타Toshiyuki Kita 등 국내외 디자이너와의 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인 것. 이미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벤텍은 한국 가구의 미래다. 그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한 대표의 바람이자 우리가 꿈꾸는 인테리어 업계의 한류 바람이다.
도자의 도시, 이천과 피트 헤인 에이크의 조우
피트 헤인 에이크Piet Hein Eek. 폐목재로 가구를 만든 스크랩우드Scrapwood 시리즈로 단번에 업사이 클링의 대표 디자이너로 거듭난 그가 작년 말 한국을 방문한 일을 기억하는지. 스페이스 크로프트Space Croft(02-391-0013)의 소속 작가로 이천과 진행한 도자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이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한국 전통 가마와 물레를 활용한 작업에 매료돼 제삼자의 시각에서 이천 도자기와 협업한 프로젝트. 그는 도예가가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가장 크고 어려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 바람이 담긴 화기는 130cm의 높이로 웅장함마저 들었고, 층층이 물들인 컬러에서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천과 협업한 화기, 스툴, 플레이트 외에도 스크랩우드 가구와 테이블웨어 전시도 함께 진행됐다. 국내 많은 팬을 보유한 디자이너답게 연신 플래시 세례를 받은 전시는 디자인과 예술 전역을 아우르는 스페이스 크로프트가 있기에 가능했다.
1 스크랩 우드 시리즈.
2 베이스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고 다시 적층해 형태를 완성한 대형 화병.
3 옹기의 거친 질감을 살린 사각 접시.
신중한 소비와 지속 가능한 디자인
업사이클링, 하이사이클링처럼 트렌드 키워드만 봐도 현재의 디자인은 재활용에 집중해 있다. 이름도 고운 더나누기Thenanugi(053-740-0041). 섬유 기업에서 생산하고 남은 고급 원단을 재활용해 디자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손맛 더해진 쿠션과 인형, 소품은 처음 보는 것임에도 정감이 가는 모양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과 재능, 수익을 나누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답게 예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조명등은 스웨덴 브랜드 이노 스튜디오Eno Studio 제품. 디자이너 셴 칼손Chen Karlsson은 여행 중 수집한 물건을 매일 보고 싶어 이 제품을 디자인했다고. 투명한 아크릴 커버 한쪽에 구멍이 있어 물건을 넣고 빼기 쉽고, LED 전구 사용 시 발열이 없어 어떤 소품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페이보릿 띵스Favorite Things’. 루밍(02-6408-6700)에서 판매한다.
고양이와 함께 쓰는 가구
트릴로 바이 오마이캣Trillo by ohmycat(041-752-2153)은 성격이 제각각인 고양이 특성에 맞춰 모듈 형태로 가구를 제작하는 브랜드다. 원목으로 만든 캣 타워를 기본으로 선반 위에 놓인 쿠션과 카펫의 패턴ㆍ컬러를 선택할 수 있고, 숨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겐 하단 서랍인 캣 콘도 설치를 추천한다. 다이내믹한 동선과 확장성을 통해 고양이 맞춤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길쭉한 상판을 연결하면, 주인의 책상에 고양이 놀이터가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