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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하우스 북유럽문화원
기분까지 청량해지는 블루 바탕에 핀 율의 글씨체로 선명하게 쓴 ‘Nordic Culture Institute’. 사람, 자연, 디자인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노르딕 문화의 플랫폼, 북유럽문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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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문화원의 메인 공간이자 전시 공간에선 현재 <노르딕 일러스트> 전이 열리고 있다. 스웨덴 대표 작가 잉엥라 P. 아르헤니우스의 일러스트를 비롯한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2 북유럽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네 멤버. 왼쪽부터 김진희 부원장, 김희진 부원장, 이정민 원장, 강호정 이사장. 문화원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저 좋아서 빠져든 사람이 지니는 즐거운 열정과 특유의 행복감 때문인지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3 청량한 블루 컬러로 ‘환영’을 알리는 북유럽문화원의 개방적 입구.

북유럽문화원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먼저 문화원의 구심점이 되는 네 명의 멤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북유럽문화원의 이사장을 맡은 강호정 씨는 20년간 경영 컨설턴트로 일해왔다. 딱히 각별하다 할 만큼도 아닌 정도의 일을 통해 접해본 몇 번의 북유럽이 그와의 인연 전부다. 하지만 북유럽과 관련한 일을 할 때마다 느낀 그들의 문화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그건 바로 기업 경쟁력과 행복 지수 모두가 높은 나라들의 집합체라는 점이었다. 게다가 북유럽 빈티지 셀렉트 숍 빈트Vint의 박혜원 대표와의 오랜 인연도 한몫했다. 다국적 회사의 한국 지사장을 끝으로 회사 생활을 끝낸 박혜원 대표는 15년 이상 다져온 컬렉터로서의 안목과 심미안으로 빈티지 셀렉트 숍을 준비 중이었다. 북유럽의 생활과 감성을 담은 빈티지 셀렉트 숍과 이웃하며 그들의 문화와 가치를 알리는 북유럽문화원을 설립하겠다는 결심을 한 강호정 이사장은 제일 먼저 덴마크 대사관을 찾았다. 그리고 거기에서 북유럽문화원의 또 다른 멤버가 될 이정민 원장을 만난다. 대사관에서 상무관으로 일하며 오랜 기간 북유럽 문화를 한국에 소개하는 일을 도맡아온 이정민 원장은 최근 북유럽식 행복 레시피를 정리한 수필집 <오픈 샌드위치>를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북유럽의 전통 음식인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 듯 인생을 균형 있게 디자인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행복과 지혜를 담은 이 책에는 그가 필터링한 북유럽 특유의 문화와 일상이 기분 좋은 기억으로 정리돼 있다. 각기 다른 시기에 덴마크 대사관을 떠나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펼치던 김진희, 김희진 부원장이 합류하면서 북유럽문화원의 본격적인 메이킹 스토리가 시작된다.

북유럽에 대한 전문성과 확실한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멤버의 세팅과 함께 강호정 이사장은 설명이 필요 없는 강릉의 커피 공장형 로스팅 카페 테라로사를 찾았다. 빈티지 셀렉트 숍 빈트, 북유럽문화원과 함께 제대로된 감도의 카페가 뭉친다면 다양한 네트워크가 자유롭게 소통하는 멋진 공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용덕 대표가 정중히 거절했음에도 강호정 이사장의 삼고초려 끝에 테라로사는 두 번째 분점을 이곳 양평에 냈고, 각기 다른 요소의 흥미로운 이슈들이 드디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1 갤러리 앞, 위부터 노르딕Nordic으로 일컫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국기가 차례로 붙어 있다.
2 카이저 이델 펜던트 조명등이 설치된 검색대 위로 노르딕 다섯 나라의 국가별 웹진을 볼 수 있는 아이패드가 놓여 있다. 클래식한 디자인에서 모티프를 따온 ‘하이디 체어’ 뒤로 문화원의 남다른 셀렉션이 돋보이는 북유럽 관련 서적이 전시돼 있다.
3 다양한 북유럽 관련 서적을 감상할 수 있는 북유럽문화원의 오픈 서재형 공간.
4 북유럽문화원 1층은 커피를 좀 마신다는 사람이면 알 만한 커피 공장&카페 테라로사가 자리한다. 진하고 그윽한 커피 향만큼이나 깊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테라로사 전경.

투박한 철제 계단이 바로 북유럽문화원으로 오르는 입구. 직접 제작한 나무 가구와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가구가 편안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열정을 지닌 사람들과 제대로 된 콘텐츠를 갖춘 공간은 조용한 물길을 따라 다다르는 양평군 서종면 오래된 공장을 연상케 만드는 빈티지 벽돌 벽 안에 사이좋게 자리를 잡는다. 특히 북유럽문화원은 그동안 북유럽 가구와 디자인의 엄청난 유행에 가려 미처 탐구하지 못한 그들의 교육, 자연을 대하는 태도, 디자인 스토리 등을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좋은 예로 따돌림, 폭력 등을 방지하기 위한 ‘안티 불링Anti-Bullying’ 프로그램의 대표 기관인 핀란드의 ‘키바KiVa’와 파트너십을 맺어 우리 실정에 맞는 아카데미를 구상 중이고, 안데르센 스토리텔링 센터 등의 앞선 북유럽 교육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각종 세미나와 쿠킹 클래스, 아트 교육 등 북유럽 생활과 예술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과정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갤러리 형태의 열린 문화원은 오픈과 함께 스웨덴 대표 작가 잉엥라 P. 아르헤니우스Ingella Arrhenius의 일러스트를 비롯한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노르딕 일러스트>전을 시작했고 앞으로 사진전, 유리공예전, 레고 전시회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북유럽 바자회, 스토리텔링 페스티벌, 노르딕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촘촘하게 구성한 문화원의 일정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북유럽 문화의 진가를 제대로 경험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북유럽문화원장 이정민 씨의 <오픈 샌드위치>에 인용해놓은 미래학자의 이야기처럼 이젠 우리도 ‘행복 성장률’에 신경 쓸 때가 왔다. 메시지에서 그치는 ‘행복’이 아니라, ‘진짜 행복’을 찾아가기 위한 북유럽 사람들의 남다른 노력이 북유럽문화원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고맙게도 그 방법을 모아놓은 열정적인 사람들의 솔선수범을 그저 즐기고 습득하며 누리면 되는 것이다.

1 북유럽 빈티지 셀렉트 숍 빈트. 오리지널 디자인 컬렉션은 물론 다양한 이지 체어, 거실, 주방, 서재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2 테라로사 트레이닝 센터로 사용할 공간이자 타셴의 디자인 서적을 만날 수 있는 서재형 카페 공간.
3 빈티지 벽돌과 흰색 벽, 청명한 하늘이 멋진 구도를 연출하는 서종면 문호리 623. 왼쪽 1층이 테라로사, 2층이 북유럽문화원, 정면 건물은 테라로사 트레이닝 센터 겸 디자인 서적 카페, 오른쪽 건물이 북유럽 빈티지 가구 셀렉트 숍 빈트가 자리한 구성이다. 정면 건물엔 곧 베이커리도 오픈할 예정이라고.

글 곽소영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