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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79㎡소형 아파트 개조기
스무 평대 아파트가 좁다는 편견은 버려라. 공간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하고 취향에 집중한다면 소형 아파트도 얼마든지 넓고 쾌적하며 세련되게 변모한다는 사실. 대형견 타이와 키시, 고양이 공주와 함께 사는 황철용ㆍ이유미 씨 부부의 아파트를 소개한다.


서비스 면적치고는 꽤 넓은 베란다를 확장하니 거실이 한결 넓어 보이는 효과. 창가에 하얀색으로 통일한 테이블과 의자를 두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얼마 전부터 작은 아파트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가족 구성원이 단출한 요즘, 큰 평수 아파트는 맞지 않는 옷처럼 관리하기 부담스러울 뿐. 이제 집의 넓이가 아닌 내 삶에 맞춘 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7년 전 결혼한 황철용ㆍ이유미 씨 부부는 직장까지의 거리,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해 관악구 성현동의 79㎡(24평) 아파트를 보금자리로 삼았다.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왜 하필 1층 집만 고집하느냐”였고, 대형견 두 마리와 함께 살 집이라고 부연 설명하면 그다음 반응은 “주택을 알아보라”였다. 정한 예산에 맞는 작은 평수에 전용 정원도 딸린 집을 어렵게 찾아 이사하니, 이번에는 동네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했다. “학창 시절부터 아프칸하운드종에 관심이 많아 전 미국을 수배해 타이를 얻었죠. 타이는 최초의 줄기세포 복제견으로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 표지에도 나온 유명 인사랍니다. 처음에는 거부 반응을 보이던 이웃들도 순하고 우아한 아프칸하운드의 매력에 푹 빠졌죠.”


거실, 주방, 침실, 강아지 방, 서재로 구성한 24평 아파트는 모든 바닥재를 청소와 관리가 쉬운 화이트 폴리싱 타일로 교체했다. 가구와 소품은 이노메싸에서 구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황철용 씨는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는 몸집보다 성향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프칸하운드는 리트리버종과는 달리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자는 일이 일과의 대부분이고, 성질도 무척 순하다. 대신 일1~2주일에 한 번씩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30분 정도) 근처 운동장이나 공원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되는데, 이는 학교에 데려가 해결한다.

그래도 작은 애완견을 키우는 것과는 달리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먼저 몸에서 털이나 분비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벽에 거뭇거뭇 얼룩이 생기고, 원목 마루재는 분비물로 군데군데 썩게 마련. 신혼 때부터 6년간 살던 집은 이런 이유로 레노베이션을 대대적으로 해야 했고, 이유미씨는 블로그에서 알게 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은정 씨에게 디자인과 시공을 맡겼다.

“아이가 없으니까 라이프스타일에 변화가 없더라고요. 평수를 넓혀서 이사할까 고민하다 이 집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으니 차라리 그 비용으로 고쳐서 살자고 결심했죠. 공간이 넓을수록 좋다는 건 잘못된 생활 습관과 고정관념에서 비롯한 것임을 아니까요. 저랑 남편 모두 정리 정돈 도사라 그런지, 이 집도 충분히 넓게 느껴져요.”



블랙 라인으로만 제작한 현관 가벽, 벽처럼 보이는 손잡이 없는 터치식 신발장, 헤이의 모듈 형 소파 등 조금씩 다른 회색 톤을 매치해 담백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컬러 통일, 낮은 시선
집을 넓어 보이게 하는 인테리어 비법은 단연 컬러 통일이다. 폭이 좁고 긴 거실과 방 세 개로 구성한 구조, 1층이기에 자칫 어둡고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집은 전체적으로 화이트로 마감해 소형 아파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확 트인 공간감을 자랑한다. 거실은 컬러가 다른 가구를 전혀 섞지 않고 화이트와 그레이로만 완성해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 남성스러운 느낌이 콘셉트다. 특히 소파 맞은편 무지주 선반은 높이와 길이에 따라 공간 전체의 비례미가 달라져 전문가의 디테일이 중요한 아이템. 이유미 씨 집 거실에 연출한 선반은 TV나 전자 제품을 올리는 수납 역할보다는 장식 역할을 하는 요소인데, 일반 선반보다 폭을 좁고 길게 제작하니 공간에 확장감을 더해준다.

침실은 호텔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할로겐 등만 은은하게 연출했다. 바닥 타일의 차가운 느낌을 상쇄하기 위해 베이지가 가미된 회색 벽지를 바르고, 거즈 손수건 같은 성근 재질의 커튼을 이중으로 달아 로맨틱한 무드를 완성했다. 붙박이장이 있던 방을 서재로 사용하는데, 붙박이장 문짝은 하얀색 시트지로 래핑하고, 모듈 타입의 스트링 책상과 책장을 두어 북유럽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 집은 거실이나 방은 이미 확장되어 있었고, 주방을 ㄷ자 구조로 디자인하면서 뒤쪽 베란다만 확장해 낮은 수납장을 짜 넣었다. 욕실 천장은 낮고 답답해 보여 가능한 한 높이 올리고 간접 조명으로 단점을 보완했다. 사실 구조변경을 하면 드라마틱한 변신을 기대하지만 비용도 비례해서 높아지게 마련이다. 컬러 매치에 따라, 가구나 조명, 가벽의 배치만으로도 공간의 쓰임새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 한두 평 확장되어 보인다는 사실을 참고할 것.


1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강아지 방은 벽도 타일로 마감하고 띠 타일을 둘러 포인트를 주었다. 반려견 용품을 넣는 수납장을 제작해 실용적이다.
2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 ㄷ자 형태의 아 일랜드 조리대를 짜 넣으니 작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3 모듈 타입 스트링 선반장으로 꾸민 서재.
4 낮은 시선 효과. 액자는 벽에 기대어두면 공간감이 한결 살아난다.
5 벽에 선반만 달고 뒤쪽 베란다를 확장해 수납장을 제작했는데, 같은 회색 컬러로 통일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6 따뜻한 느낌이 드는 회색 벽지로 마감한 침실. 침대 옆에 조지 넬슨의 버블 등을 두었는데 그 자체로 포인트가 된다.
7 정사각 화이트 무광 타일로 개성을 더한 욕실. 천장이 낮아 한쪽을 확장하고 매입 조명등을 설치했다.



스무 평대 집의 로망, ㄷ자형 조리대. 아일랜드 아래쪽에 수납장이 충분해 상부장을 과감히 없애고 선반만 달았더니 공간이 한결 시원해 보인다.

소원 성취한 ㄷ자형 주방
이 집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인테리어는 뭐니 뭐니 해도 일반 스무 평대 아파트에서 만나보기 힘든 ㄷ자형 조리대다. 한 면은 개수대로, 또 다른 면은 조리대 겸 식탁으로, 한쪽에 인덕션 레인지를 놓아 사용하는 조리대는 식탁을 따로 놓을 필요가 없고, 평소에는 책상처럼 활용한다. 또 아래의 수납장만으로도 두 식구가 사용하는 식기를 충분히 수납할 수 있어 상부장을 없앴더니 결과적으로 집이 훨씬 넓어 보인다. 디자이너 김은정 씨는 작은 아파트일수록 주방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어차피 작은 공간이라면 누군가에게 넓어 보이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부엌 용도에 맞게, 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쓰기 편한 구조로 만드는 게 포인트라고. 보통은 답답하거나 좁아 보이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이유미 씨는 디자이너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지금은 부엌이 대부분의 일을 하는 메인 공간이 되었다. “제가 주부이다 보니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실용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게 돼요. 디자인보다 앞서 수납이나 동선의 불편함을 해결해야 하죠. 이유미 씨 또한 주부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는 점이 많았어요. 부엌 소품이나 그릇 중 2년 정도 쓰지 않은 물건은 가차 없이 정리하고, 밥솥 같은 전자 제품과 자주 쓰지 않는 그릇을 둘 수납장을 곳곳에 넉넉히 계획했죠.”

단, 수납장을 짤 때는 한 가지 톤을 사용하는 게 좋다. 그래야 공간이 정리되어 보이고, 거기서부터 작은 집 디자인이 시작되는 셈이다. 쉽지 않은 반려동물과의 동거, 모든 것이 세팅된 듯 완벽하게 정리 정돈하고 사는 바지런한 생활 습관…. 취향과 긍정적 삶의 태도가 버무려지니 79㎡ 아파트가 좁기는커녕 넓고 깊고 시크하기만 하다.


작은 아파트 넓게 쓰는 데코 아이디어
1
평수가 작을수록 공간감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장식이나 알록달록한 컬러를 자제할 것. 화이트-그레이-블랙이라는 통일감 있는 컬러 매치로 작지만 시크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2 덩치 큰 가구대신 모듈 타입 스트링 선반장으로 책상과 책장을 구성했다. 화이트 컬러로 마감하니 알록달록한 책과 소품이 포인트가 된다.
3, 5 아파트는 저층일수록 천장고가 낮은데 게다가 1층이라 전체적으로 어둡고 답답해 보인다. 길게 늘어지는 펜던트 조명등 대신 LED 할로겐 등으로 천장 라인을 깔끔하게 마감하고, 곳곳에 벽등을 매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4 수납과 장식의 경계가 없는 거울. 욕실에 수납장이 없어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 역시 습관에서 비롯된 것. 필요한 물건은 침실 화장대에 두고, 쓸 때마다 가져가는 것 역시 정리 정돈 습관에 도움이 된다.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작은 평수 아파트에 가벽을 세우면 집이 더 좁아보이나? 사람들 대부분이 단순하게 가벽을 세우면 집이 좁아보인다고 생각하는데, 양쪽 벽으로 수납장이나 가구를 배치하거나 하나의 방을 두 가지 용도로 쓰는 등 가벽을 세우면 공간 분할과 쓰임에 더 효과적이다. 요즘 가벽은 강화유리나 부분 창문을 적용한 것이 많아 답답하지 않게 공간을 분할할 수 있으니 활용해봐도 좋다.

무조건 밝은 컬러만 사용해야 하나? 평수가 작으면 무조건 화이트 가구에 컬러가 밝은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고정관념이다. 어두운 컬러라도 톤을 유지하고 톤이 같은 가구로 통일감을 주면 좀 더 세련된 느낌으로 꾸밀 수 있다.

개조 비용
기초 공사 2백60만 원 목공사 4백30만 원 창호 8백10만 원(창호 교체비 포함) 타일 1천 10만 원 전기 공사 4백70만 원 수장 3백68만 원 욕실 5백20만 원 주방&기타 가구 1천 62만 원 잡비 1백70만 원 총 금액 5천 1백 만 원 디자인 및 시공 김은정(blog.naver.com/0612kim)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김덕창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