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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묻어나는 공간 플라워&케이크 카페 _블룸 앤 구떼의 두 번째 시작
꽃과 케이크라는 콘텐츠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깨알 같은 감성과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며 지난 8년간 가로수길의 아궁이 역할을 해온 카페 블룸 앤 구떼. 6개월간 다가구 주택을 개조한 후 새롭게 둥지를 튼 블룸 앤 구떼의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내가 편한 공간에 손님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는 이진숙, 조정희 대표. 그들이 완성한 두 번째 ‘블룸 앤 구떼’는 향기롭고 아늑하고, 싱그럽다. 카페 앞 작은 화단에 매료되어 무더운 날인데도 ‘노천’을 고집하는 손님이 꽤 많다.

동네 방앗간, 사진관, 쌀집처럼 세월과 상관없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곳이 있다. 지난겨울 블룸 앤 구떼가 문을 닫고 잠정 휴업에 들어갔을때 더욱 헛헛하던 이유는 아마도 그곳이 가로수길의 터줏대감처럼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믿음 때문이었을 터.
가로수길은 2004년 블룸 앤 구떼가 오픈할 당시만 해도 갤러리와 화방이 모여 있던 한적한 거리였다. 같은 출판사 선후배 사이로 각각의 유학 생활을 마친 후 청담동에서 나란히 꽃집과 빵집을 운영하던 플로리스트 이진숙 씨와 파티시에 조정희 씨는 한적한 거리에서 유럽 노천카페의 싹을 엿봤단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 게다가 꽃과 케이크라는 낭만까지 버무려졌으니 가로수길 카페 문화의 선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
하지만 가로수길이 패션 로드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예상이라도 했을까? 8년간 많은 이에게 노천카페의 참맛을 전한 블룸 앤 구떼가 지난 7월, 가로수길 뒷골목인 일명 세로수길로 자리를 옮겼다. 이진숙, 조정희 씨가 꽤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새로운 보금자리는 전형적인 다가구 주택을 개조한 4층 건물이다. 예전처럼 한 지붕 아래 플라워 숍, 베이킹 작업실이 사이좋게 둥지를 틀고, 골목길 안쪽 한 뼘 마당으로 지나는 모든 이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곳. 인테리어도 화려함보다는 건물이 가진 본래의 분위기를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카페를 위한 카페보다는 우리나 손님이나, 또 직원들이나 이곳에 머무는 이 모두 편안한 일상이 함께하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뒷골목으로 들어온 것도, 주택의 일부 면적을 과감히 정원으로 활용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죠.”
무더위 속에서 오픈을 준비하면서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꽃 시장을 찾는 이진숙 씨. 달콤한 케이크는 물론 샌드위치와 샐러드에 들어가는 쫄깃한 치아바타까지 직접 굽는 조정희 씨. 숱한 프랜차이즈 제안을 고사하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자신들의 손을 거쳐 특유의 색깔을 완성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두 사람이 지난 6개월 동안 공들여 작업한 공간, ‘블룸 앤 구떼’의 시즌 2가 시작되었다.


1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뉘는 주택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카페 블룸 앤 구떼(02-545-6659). 1층은 꽃 작업실과 음료 바로, 2층은 화덕과 카페로, 3층은 베이커리 작업실과 라운지로, 4층은 사무실로 활용한다. 5층은 공간 디자인을 맡은 디자이너 백진&김지현 씨의 작업실. 벽면의 그래픽 작업은 김미재 씨 솜씨.
2 구경할 것 많은 카페에서 숨바꼭질 놀이에 빠진 꼬마 손님들.


1 계단을 활용한 플라워 쇼케이스. 이곳의 꽃들은 햇볕도 듬뿍, 바람도 듬뿍, 사람들의 관심도 듬뿍 받으면서 쑥쑥 자랄 터.
2 이진숙 씨의 꽃 작업실. 낡은 듯한 고재 패널과 빈티지 소품이 농장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3, 4 분위기 있는 조명과 자리마다 반겨주는 꽃이 함께하는 블룸 앤 구떼. 1층은 작은 펍을 연상시키는 공간이다.

마켓에서 모티프를 얻은 열린 공간 예전 블룸 앤 구떼가 뉴욕 센트럴 파크 바로 앞에 있는 노천카페였다면, 지금은 뒷골목에 있는 셈. 어느 곳보다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던 최적의 입지 조건이 사라진 지금, 블룸 앤 구떼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위해 어떤 비장의 무기를 사용했을까?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백진 실장은 ‘빵 선생’ ‘꽃 선생’에서 그 키워드를 찾았다. 사람 자체가 살아 있는 콘텐츠이자 인테리어고 디자인이라는 것. 꽃이 있고 케이크가 있다면 그게 어디라도 ‘블룸 앤 구떼’ 아닌가. 그래서 층마다 카페 한쪽에 작업 공간을 마련했다. 1층엔 꽃 작업실, 2층엔 빵을 굽는 화덕, 3층엔 케이크 작업실을 더하는 식. 이는 매일 아침 8시에 빵을 굽기 시작하고, 꽃과 함께하는 일상을 실천하는 작업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리라. 또 ‘가로수길의 사랑방’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강했던 만큼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쉬고 갈 수 있는 ‘열린’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디자이너의 의도도 포함된다. 백진 실장은 스페인의 한 재래시장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 곳곳에 ‘마켓’ 모티프를 적용했다. 진한 브라운 톤 나무 몰딩에 빈티지한 타일을 장식한 음료 바, 실용적인 앵글 수납장으로 꾸민 꽃 작업실, 케이크 쇼케이스로 구성한 1층은 꽃 가게 옆에 채소 가게가 있는 유럽 재래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것. 꽃의 아름다운 스타일링을 따지기보다는 그저 꽃이 주는 생기와 일상의 활력에 순수하게 반할 만한 공간이다.
설사 꽃 가게에 손님이 없어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하는 이진숙 씨는 작은 유리병에 예쁜 꽃 한두 송이씩 다듬어 테이블 위에 두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런던의 재래시장 버러borough 마켓을 상상해보세요. 발 디딜 틈 없는 시장 입구에는 오랜만에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이 장을 보고 가볍게 맥주 한잔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죠. 버러마켓처럼 카페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사이에 앉아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만끽한다면 오히려 제가 이곳에서 얻는 에너지가 더 크지 않을까요.”


1 블랙 철제 빔과 핸드 레일로 꾸미지 않은 듯한 창고 느낌 완성.
2 화덕에서 빵을 구우니 장작 냄새가 배어 더욱 맛있다.
3, 5 카페 매뉴얼 작업과 컨설팅 등 카페의 ‘공기’를 디자인하는 박민수 이사와 영국에서 온 파티시에 토비아스 일켄 씨.
4 올 데이 브런치 메뉴. 미트볼과 에그 베네딕트, 크로크 무슈 등 기름지고 묵직한 맛이 당기는 날 추천.

새집 같지 않은 익숙한 공간, 칩&시크 레노베이션 새로 생긴 카페라고 꼭 반짝반짝 빛나는 가구나 통창을 자랑해야 할까? 나무 창, 배관이 그대로 드러난 벽, 벽에 장식한 실크스크린 목재 틀이 얼마나 모던하고 감성적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공간. 결국 아름다운 인테리어란 시각적 자극뿐 아니라 주인이 공간에 머무 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어떤 ‘기운’을 담아야 할지니, 그것이 바로 앞서 말한 마켓의 생동감이자 새집 같지 않은 편안함, 익숙함이다. 단, 채소 가판대, 빵 가게, 꽃 가게 등 수평으로 펼쳐진 가게를 수직 구조로 배치했을 때 과연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소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마련. 카페 컨설턴트 박민수 씨는 1층과 2층 홀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2층에 브리지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로 이러한 문제점을 간단히 해결했다.
“2층에 앉아도 핸드 레일 너머로 1층의 음료 바와 꽃집이 보이고, 1층에서도 2층 홀이 보이는 독특한 구조가 완성되었죠.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는 공간 배율이 필수적이었어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화덕에서 구수한 빵 냄새가 풍겨오고 몇 계단 내려가면 직원들이 반갑게 맞는 바가 나오죠. 뒤 테라스로 연결되는 계단 옆쪽으로는 꽃길이 펼쳐지고! 꽃집 옆에 주방 대신 음료 바를 설치한 것은 냄새 때문에 서로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작은 스테인드글라스 창, 빈티지 조명등, 아날로그 감성의 목욕탕 타일까지… 정감 있는 디테일도 특징. 하지만 사용한 빈티지 마감재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싼 재료다. 공사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중요한 역할이니, 빈티지한 타일은 지하철 역사 철거 현장에서 공수한 것이고 창틀과 문은 모두 합판으로 현장에서 제작한 것이다. 거창한 아트월 대신 시멘트 벽에 까만 페인트를 쓱쓱 바르고 수입 물류 박스를 스토리지로 활용하는 등 숨바꼭질하듯 안팎으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블룸 앤 구떼. 전면의 나무 문이 천장 레일을 타고 완전히 열리고, 이제 곧 타파스 메뉴까지 선보인다고 하니 노천에서 가을 운치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을 듯.

1 3층 베이커리 작업실은 합판으로 벽을 마감하고 막대봉을 달아 수납과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해결했다.
2, 4 매일 아침, 밀가루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 가장 긴장된다는 조정희 씨.
3 딸기, 블루베리를 풍성하게 올린 카푸치노 티라미수도 인기몰이가 예상되는 신메뉴!
5 스콘, 치아바타 빵, 카스텔라 등 베이커리 종류를 점점 늘릴 예정. 타파스, 카레 등 메뉴 개발도 한창이다. 점심시간엔 샐러드와 함께 구성한 런치 박스도 선보인다.

꽃 냄새, 빵 냄새 퍼지는 우리만의 작업실 빨간 벽돌 4층 집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폴폴 풍겨 나온다. 아침 8시, 조용하고 평화로운 카페에서 밀가루를 치대며 시작하는 파티시에의 하루. 아기 피부처럼 차진 반죽을 눈대중으로 살펴 한 덩이씩 떼어놓고 살아 있는 효모를 넣으면 반죽에 기포가 생기고 밀가루는 다시 생명을 얻는다. ‘밀가루와 버터만 있으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조정희 씨. 블룸 앤 구떼에서는 빵은 물론 샌드위치와 샐러드에 들어가는 리코타 치즈까지 모두 직접 만든다. 스콘, 쿠키까지 굽고 나서야 비로소 블룸 앤 구떼의 대표 상품인 케이크를 만들기 위한 밑작업을 시작. 베이커리 작업실과 등을 마주한 주방은 온종일 주문이 밀려오는 올 데이 브런치 메뉴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고, 직원들은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늦은 점심을 먹지만 틈틈이 가게 앞 화단에 물 주는 일은 잊지 않는다고.
“꽃 작업을 해보니 살아 있는 생명을 다루는 일은 고되긴 해도 내가 소진되고 있다는 좌절감은 들지 않아요.” (이진숙) “무언가를 파는 장이기보다는 이곳을 찾고 머무는 사람들의 ‘관계’가 넓어지는 마켓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죠.”(조정희) 잠깐 동안 반짝이는 건 오히려 쉬운 일이다. 긴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잠깐의 반짝임보다는 오랫동안 스스로 빛이 되는 것이리라.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꽃과 케이크라는 콘텐츠를 고수하며 스스로를 밝힌 블룸 앤 구떼. 결국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간을 견딘 강인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아궁이 불처럼 은근하지만 꺼질 줄 모르는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블룸 앤 구떼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우리 집에 적용할 만한 데코 아이디어_ ‘블룸 앤 구떼’표 핸드메이드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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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디자인이 없어도 얼마든지 멋진 아트월을 만들 수 있다. 콘크리트 벽면에 블랙 유성 페인트를 쓱쓱 칠해 캔버스처럼 활용했다. 기분 전환 삼아 분필로 그림을 그려도 좋다.
2 목공사때 현장에서 합판으로 제작한 거울 일체형 세면대.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닫아둘 수 있어 깔끔하다. 가정집 파우더룸에 활용하면 좋을 듯.
3 흔한 철제 전등갓에 가로등 유리 볼을 붙여 디자인한 조명등. 베란다나 덱에 설치하면 고즈넉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4 실크스크린 틀 자체를 액자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재밌다.
5 계단실(전실, 복도)의 매력을 십분 활용할 것. 꽃과 케이크, 사람 등 여러 요소가 가득한 공간에서 벗어나 한결 여유로운 곳이므로 재미난 볼록 거울이나 의자 등 상징적 요소만으로 간결하게 꾸며보자.
6 현관 입구에 기분 좋은 꽃 화분 하나. 보통 꽃다발을 받으면 화병에 꽂아 테이블 위에 두는데 빈티지한 철제 양동이에 풍성하게 담아 낮게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과일, 채소를 담아둔 나무 상자를 더하면 시골 농가 같은 정취를 완성할 수 있다.
7 열대 나무 잎사귀, 몬스테라 잎사귀, 앤티크 수국, 줄 맨드라미 등 초록이 갖는 다양한 텍스처로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보자. 이때 화기는 투명한 것으로 통일할 것.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