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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아이디어를 실험해보는 스타일 공작소 [인테리어 특집] M style 유미영 씨의 남미 콘셉트로 꾸민 아파트
남다른 호기심과 바지런함으로 직접 발품 팔아 고친 집이 예쁘기로 입소문 난 덕에 ‘옥’을 알아보는 기자들에게 발탁돼 12년 차 스타일리스로 활동하고 있는 유미영 씨. 매달 트렌드를 짚어주는 잡지 화보를 진행하며 공간 리모델링, 각종 인테리어 강의까지 영역을 넓혀온 그가 1년간의 뉴욕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집을 또 한 번 레노베이션했다. 그에게 집은 12년 차 스타일리스트의 내공이 집약된 아이디어 창작소이다.


1 집을 예쁘게 꾸미기 위해 직접 소품을 만들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데뷔한 유미영 씨. 자재 쇼핑, DIY, 트렌드 화보 등 잡지에 다양한 칼럼을 소개하며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 안방 침실은 상하가 분리되는 미닫이문을 시공. 평소 위쪽 미닫이문만 열어두어도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 
3 언제든지 컬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침실 포인트 월. 
4 스케치북처럼 한 장씩 뜯어 사용할 수 있는 일인용 테이블 페이퍼. 앤스로폴로지 antropologie에서 구입했다.


인테리어 시공을 하면서 간절히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클라이언트의 취향과 구조적 특성상 실현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모아 자신의 집에 펼쳐놓은 유미 영 씨. 그의 집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란한 4인 가족이 사는 122.3㎡(37평) 경기도 남양주시 아파트. 여기까지는 비교 적 평범한 스펙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상 그 이상, 화보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데커레이션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키워드는 가변적 공간 구성 유미영 씨는 지난 6년간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대신 베란다 확장, 욕실 타일 교체, 주방 레이아웃 변경 등 부분 공사 만 10여 차례 했다. 기능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조금씩 손보면 나머지는 페인팅과 래핑, 아트월 시공, 가구 배치 변경 등을 통해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 “다양한 자재를 사용하면 마치 색조 화장을 많이 한 것처럼 요란스럽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번 스타일링은 처음부터 멕시코, 쿠바 등에서 영감을 얻어 남미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지라 그리 큰 문제가 되 지 않았죠.” 보통 방 세 개짜리 아파트는 부부 침실, 아이들 침실로 나누고 여유 공간이 있으면 서재나 드레스룸으로 꾸미게 마 련인데, 이 틀을 깨고 공간을 ‘가변적’으로 구상하면 작은 평수라도 뉴욕의 스튜디오형 주거 공간처럼 자유로운 디자인이 가능 하다. 그는 침실 베란다와 거실 한쪽에 책상을 두고 서재 공간으로 활용한다. 소파는 현관과 주방을 등지게 배치하니 한결 입체적인 거실 공간이 완성되었다. 커다란 티 테이블 대신 3단 네스트 테이블을 매치한 것도 공간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다. 평소에는 소파 뒤에 두고, 손님이 오면 하나씩 분리해 개별 티 테이블 혹은 스툴로 사용한다.

컬러를 즐겨라 가장 강렬한 색감을 선보이는 공간은 안방. 몬드리안의 작품처럼 면 분할을 한 창은 아랫부분에 백페인트 글라스(컬러 유리)를 사용해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했다. 아파트 1층이라 늘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사는 게 답답했 는데, 아래쪽만 컬러 유리로 막고 위쪽은 고방 유리(무늬 유리)를 사용하니 난간이 가려지면서도 은은한 채광을 유지할 수 있 다. “안방은 이번에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넓힌 부분을 석고보드로 마감해 도장이 가능하도록 했어요. 언제든지 컬러를 쉽게 바꿀 수 있는 캔버스가 된 셈이죠. 컬러감이 강한 벽이라 침대 헤드보드를 생략하고 대신 가는 프레임으로 부피감이 거의 없는 스트링 선반장을 달아 이미지 아트월처럼 연출했어요.” 그러고 보니 유미영 씨의 집은 화이트 벽을 찾아보기 힘들다. 거실 한 쪽 벽은 전면 책장이요, 안방 침실은 컬러 이미지 월이고, 아이 방 침대 헤드보드 벽면에는 타이포가 가득하다. ‘신문 도배’는 유럽의 상업 공간이나 주거 공간에서 종종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지만, 우리 주거 공간에 선뜻 도입하기는 어려운 아이디어. 종이를 붙이는 것 자체가 수작업으로만 가능하고 영자 신문을 사용하면 지나치게 빈티지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이 두 가지 고민을 말끔히 해결했다. 아이 들이 자라 더 이상 보지 않는 책이기에 과감히 ‘벽지’로 사용. 두 딸에게 자신의 머리맡에 붙이고 싶은 만큼 붙이라고 했더니 신나게 붙여 지금의 포인트 월을 완성했다. 영자 신 문처럼 누렇게 바랠 걱정 없고, 제법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아 뿌듯하단다.

취향대로,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집 좋아하는 선인장으로 현관 입구에 자그마 한 정원을 마련한 아이디어도 재미있다. 사진을 실사 프린트해 붙인 것 같은 벽면은 사 실 타일 자체에 문양을 입혀 찍어낸 것. 무광 도자 타일에 선인장 사진을 전사하고, 앞에 선인장 화분을 배치해 디스플레이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태양광 역할을 대신할 HQI 조명등(높은 조도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램프)을 천장에 설치했어요. 화사하게 꽃이 핀 나무, 푸른 잎이 무성하고 때로는 낙엽 지는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주택은 아니지만 ‘선인장 가든’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죠.” 이처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유미영 씨 집이 가진 독창성이다.

우리 집에 적용하기
침대 헤드 대신 포인트 월
요즘은 헤드보드 대신 머리맡에 벤치를 두거나 선반을 다는 등 헤드보드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침실의 무드 완성하는 데는 조명의 역할이 중요하다. 벽에 설치하는 조명등은 공사를 해야 하지만 스탠드 조명등은 따로 전기 설비 없이 놓을 수 있으니 포인트 소품으로 활용해보자.

너무도 과감한 ‘문’상업 공간에 주로 사용하는 철문이나 덧창이 그 예. 유미영 씨는 특히 베란다의 난간이 거슬릴 때, 외부 섀시를 교체하기 힘들 때 덧창을 시공하라고 조언한다. 덧창에는 1970년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고방 유리를 곳곳에 활용했는데 이 또한 각기 다른 패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이 있는 공간 거실 한쪽 또는 아이 방이나 서재의 좁은 벽면을 색다른 책 테마로 꾸며보아도 좋다. 유미영 씨처럼 책등을 거꾸로 꽂는 아이디어도 재미있는데,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과월호 잡지, 더 이상 읽지 않는 유행 지난 책을 활용하면 좋다.


1 거실의 5m짜리 오픈 서가도 과감히 시도했다. 뭐든 한눈에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자칫 지저분해 보인다는 단점도 수반하게 마련인데, 선반과 동일한 색감의 소품을 적절히 매치하고 책등이 책장 안쪽을 향하도록 책을 거꾸로 꽂는 등 스타일리스트의 감으로 이를 보완했다.


2 주방에 아일랜드 조리대를 설치하면서 상부장 대신 스테인리스 스틸 선반을 달았다. 컬러나 패키지가 예쁜 그릇, 식재료 등을 디스플레이하고 실제 사용하는 물건은 아일랜드 조리대 아래 수납한다. 
3 개방형 욕실의 진수! 유리창이 달린 슬라이딩 도어를 활용, 문 안쪽 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손님이 와도 걱정 없다.


4 가족을 모티프로 한 오브제나 여행지에서 구입한 소품을 보기 좋게 진열하면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5 고등학교,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방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으로 포인트 월을 만들어 색다른 매력을 더했다.


6 몬드리안 스타일 창은 뉴욕 디아 비컨Dia Beacon 뮤지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한 것. 
7 인테리어에서 식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아이콘. 실사 프린트 아이디어로 데커레이션의 묘미를 더했다.

글 이지현 기자 |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