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로나 프라우, 까시나, 카펠리니, 네모
폴트로나 프라우 그룹의 네 개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조나 토르토나의 밀라노디자인빌리지 전시장. 공장을 개조한 거대한 스튜디오는 들어서는 순간 탄성을 자아낼 만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수많은 인파가 북적였다. 4층 높이의 스튜디오는 가운데 전시 공간이 뻥 뚫린 메자닌 구조로 1층 전시장 풍경과 공중에서 떨어지는 설치물, 수많은 관람객이 오버랩되며 다이내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첫 번째로 만나는 공간은 카펠리니 존. 카펠리니의 대 표적 디자인 아이콘을 활용해 실제 집처럼 꾸민 이 공간은 그린, 블루, 핑크, 오렌지, 옐로 등 다채로운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하모니’를 콘셉트로 복잡한 라이프스타일의 조화를 느낄 수 있게 한 것. 카펠리니 존은 아방가르드하고 재기 발랄한 디자인 덕분인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다. 또한 브랜드의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해 서포트하는 ‘카펠리니 넥스트’는 신진 디자이너의 프로토 타입을 실물로 제작해 천장 무빙 레일에 설치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카펠리니 옆, 전시장의 중앙에 자리한 카시나 존은 안락한 소파 위로 프랑코 알비니Franco Albini의 조명등 3백60개가 내려와 방문객을 맞이한다. 샤를로트 페리앙이 1938년도에 디자인한 우주선 셔틀 마운틴 셸터를 그대로 재현했는데, 이 요새 같은 공간은 일반인에게 처음 오픈하는 것으로 전시 기간 내내 문전성시를 이뤘다.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폴트로나 프라우 존은 콘크리트 박스 형태의 블록으로 2단 전시장을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박스 안쪽, 1층 전체 섹션은 폴트로나 프라우 1백 주년을 기념한 디자인 콘테스트 작업물에 할애하고, 블록 윗면에 2012년 신상품을 전시해 화이트로 통일하고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했다.특히 올해는 폴트로나 프라우 그룹이 1백 주년을 맞는 해로 ‘A Chair to spend time in’이라는 주제로 전 세계에서 선정한 12명의 영 디자이너에게 스페셜 에디션 디자인을 맡겼다. 넨도, 스테판 버스크, 니카 주팡크, 콘스탄스 귀세, 다프나 라우렌스 등 세계적 영 디자이너가 이탈리아로 초대되어 제품을 디자인했고, 벤저민 허버트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의복의 줄리엣 슬리브(팔에 꼭 끼며 퍼프가 넓은)에서 영감을 얻어 의자를 디자인했다. 시트의 삼각 패턴은 의자의 편안함을 나타내주는 요소인데, 숙련된 장인이 이 가죽 커버의 패턴을 만드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위) 벤자민 허버트가 디자인한 줄리엣 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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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패션은 인테리어! 패션 브랜드의 가구 디자인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관람하는 또 다른 묘미는 패션과 가구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올해는 마르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모스키노 등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의 의미 있는 시도가 주목을 끌었다. 상상 그 이상의 공간을 제안하기로 유명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02-3440-1136)는 ‘친애하는 이웃에게’라는 테마로 세루티 발레리가 제작한 가구 컬렉션을 공개했다. 사선의 비정형 커튼과 침대 헤드보드 라인이 선사하는 역동적인 공간감, 쪽마루와 타일을 프린트한 카펫의 4차원적 매력 그리고 수납장의 도어와 파티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패널 등 비대칭과 눈속임 등의 초현실적 언어를 구사하며 디자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제안했다.
2 카펠리니의 클럽 체어.
벤자민 허버트, 가구에 옷을 입히다
차세대 영 디자이너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둔 런던의 영 디자이너 벤자민 허버트 Benjamin Hurbert. 재료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을 영리하게 해석하는 그가 최근 주목하는 분야는 바로 ‘업홀스터리’다. 어떻게 하면 가구에 ‘옷을 잘 입힐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제품을 속속 선보여 화제다. 그가 생각하는 뉴 업홀스터리의 요건은 간단하다.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하고 누구든 유연하게 적용 가능해야 한다는 것. 카펠리니에서 출시한 클럽 체어는 오직 한장의 천을 벨크로로 고정해 바느질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천을 느슨하게 입히면 주름이 생기면서 시각적 아름다움을 완성하는데, 누구나 쉽게 벗길 수 있어 세탁과 관 리가 용이하다. 까사마니아의 마리타임Maritime 체어도 시트에 펠트를 입힌 디자인을 추가로 선보였는데, 가벼움은 유지하면서 앉았을 때 편안함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왼쪽) 최근 가장 주목받는 런던의 영 디자이너 벤자민 허버트.
시트 부분을 펠트로 커버링한 까사마니아의 마리타임 체어.
문의 밀라노디자인빌리지(02-516-1743), 디사모빌리(02-512-9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