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싱 쿠키로 <말괄량이 삐삐>를 오마주하다
스웨덴의 유명한 아동 문학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으로 원제는 <삐삐 롱스타킹>, 주인공 삐삐의 본명이 ‘삐삐로타 델리카테사 윈도셰이크 맥크렐민트 에프레임즈 도우터 롱스타킹’으로 긴 이름만큼이나 아주 엉뚱한 아홉 살배기 소녀입니다. 금화가 가득 든 트렁크를 가진 백만장자에, 힘이 장사인 데다 쿠키도 마음대로 먹는 삐삐는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이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그 덕분에 삐삐를 오마주한 동화도 있습니다. 유은실 동화 작가의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이 그것이지요.
아이싱으로 그려 창의성을 표현한 쿠키.
체크 패턴 원피스는 봉쁘앙, 스트라이프와 도트 패턴이 조화로운 머플러는 일루 제품.
<피터팬> 엄마의 정성으로 차린 음식을 꿈꾸다
아이는 모두 자라게 마련입니다. 한 아이만 제외하고 말이지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 제임스 배리의 <피터팬>은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거부한 소년의 신나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피터팬의 초대로 네버랜드로 간 웬디의 엄마 노릇도 잊을 수 없지요. 속이 깊은 웬디에게는 어른이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매 끼니 손수 준비한 음식도 모두 정성으로 차린 것이고, 식사 후에는 꼭 휴식을 취하게 했으니까요.어쩐지 이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의 바람이 투영되어 있는 듯합니다.
레드 와인에 재운 바비큐 립과 시나몬 가루를 뿌려 구운 바나나, 통감자버터구이.
피터팬의 꼬임 디테일 초록색 니트 톱은 일루, 웬디의 흰색 블라우스는 미니부띠끄, 핑크색 민소매 원피스는 웨딩트리 제품.
민화 <빨간 망토>와 패러디 동화 속 음식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다
빨간 망토를 두른 소녀가 엄마의 심부름으로 편찮으신 할머니에게 빵과 포도주를 가져가다 늑대의 꼬임으로 위험에 빠지는 내용을 다룬 민화로, 샤를 페로가 처음 책으로 엮었지요. 이 이야기는 그 옛날에도 여자아이들에게 낯선 이를 조심하라는 주의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지요. <빨간 망토> 속 늑대는 유독 현대 동화의 패러디 소재로 자주 등장합니다. 심미아 동화 작가도 <쳇! 어떻게 알았지?>로 ‘혼자서 길을 가다가 유괴범을 물리친 빨간 모자 이야기’를 다루었고, 잔 피어리의 <미스터 늑대의 팬케이크(mr.wolf’s pancakes)>, 존 셰스카의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삼 형제 이야기>도 모두 기발한 패러디 동화지요. 늑대의 시점으로 풀어내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한답니다. 잘잘못을 가릴 때 쌍방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그보다 아기 돼지 삼 형제 살해 사건의 누명을 썼다고 억울함을 주장하는 늑대가 만든 팬케이크에 담긴 비밀은 무엇일까요?
(왼쪽) 빨간 두건을 두른 소녀가 포도주와 함께 바구니에 담은 프랑스의 전통 빵은 밀가루, 물, 소금으로 반죽한 것. 프랑스어로 ‘젓가락’인 바게트, 밀을 본떠 만든 바게트 에피, 동그랗게 생긴 미슈 등이 있다. 모두 기욤에서 판매. 빨간 면 케이프와 레이스 디테일의 화이트 원피스는 퓨쳐퍼펙트 제품.
(오른쪽) <미스터 늑대의 팬케이크>에서 빨간 망토를 두른 소녀와 아기 돼지 삼 형제에게 문전 박대를 당한 늑대가 만든 고소한 향이 일품인 팬케이크. 짙은 회색 셔츠는 플래티넘 베베, 갈색 퍼 베스트는 미니부띠끄 제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다과회를 즐기다
나른한 오후에 요상한 토끼를 따라갔다가 토끼 굴에 빠지면서 시작되는 앨리스의 모험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00년대에 루이스 캐럴이 쓴 고전이지만 오늘날에도 많은 이에게 읽히고 사랑받고 있지요. 당대의 풍자 등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해 자칫 난해하게 느껴지지만 잘 짠 농담과 말장난으로 즐겁고 유쾌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다과 시간이라 그릇 닦을 틈도 없다는 다과회도 이상하기만 합니다. 그 덕분에 테이블 위에 홍차와 어울리는 디저트가 늘 가득하지만요.
봄날을 닮은 딸기 버터 크림 케이크와 스콘 그리고 딸기와 망고 타르트.
모자 장수의 블랙 재킷은 플래티넘 베베, 플라워 패턴의 리본 타이는 미니부띠끄.
앨리스의 하늘빛 실크 원피스는 웨딩트리.
삼월 토끼의 회색 재킷은 퓨쳐퍼펙트 제품.
<빨간 머리 앤> 음식으로 소녀 시절을 만나다
초록색 지붕 집에 사는 앤 셜리는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빼빼 마른 몸, 빨간 머리에 취미는 공상, 특기는 수다입니다. ‘마음의 친구’ 다이애나에게 딸기 주스 대신 포도주를 대접하는 등 실수를 연발하지만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입니다. 생애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맛보게 될 절호의 기회이던 피크닉에 참석하지 못할 뻔했을 때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비련의 여주인공이 따로 없었지요. <빨간 머리 앤>에서 아이스크림은 작은 것에도 기뻐하던 어린 시절을 상징하는 소재였습니다. 봄이면 디저트로 딸기절임과 쿠키를 곁들여 티타임도 갖지요. 가슴 한구석 예쁜 추억으로 남아 있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의 동화 속 음식에는 소녀 시절의 달콤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철인 딸기를 설탕과 레몬즙을 뿌려 절인 딸기절임과 얼핏 포도주 같은 레몬 딸기 주스. 앤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현재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이스크림인 카우스 아이스크림Cow’s Icecream이 되었다.
레이스 트리밍의 화이트 반소매 셔츠는 봉쁘앙, 하늘색 데님 소재 원피스는 쥬시 꾸뛰르 키즈 제품.
<도깨비 살려>로 전통문화를 배우다
도깨비는 한국의 전래 동화에 심술궂은 존재로 자주 등장합니다. 사람의 형상을 띠기도 하고, 비상한 재주를 부리기도 하는 장난꾸러기지요. 대표적 전래 동화인 <흥부와 놀부>에서의 도깨비도 그러했습니다. <도깨비 살려>에서는 현대 동화답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도깨비가 아니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그려냅니다. 메밀묵 냄새에 이끌려 마을로 내려간 도깨비의 수난기를 통해 전통문화와 그 속에서 숨은 지혜를 위트 있게 풀어내지요.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조곤조곤 들려주던 재밌는 옛날이야기 같답니다.
껍질콩과 방울토마토를 올려 현대적으로 차린 메밀묵. 허브 마요네즈 소스를 곁들인다.
소매 부분의 프린지 장식이 돋보이는 짙은 회색의 티셔츠는 일루 제품.
요리 박용일 베이킹 김현숙(쿠키모리 02-544-5067), 기욤(02-512-6701) 스타일링 서영희 어시스턴트 최다희모델 메들린, 쉘비, 윤성현, 테란스 헤어&메이크업 오가영 의상 협조 미니부띠끄(02-794-8481), 봉쁘앙(02-546-4800), 웨딩트리(02-542-5953), 일루(070-4143-7333), 쥬시 꾸뛰르 키즈(02-540-4723), 플래티넘 베베(070-4090-1521), 퓨쳐퍼펙트(070-42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