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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디자인 벽이 된 바닥, 바닥이 된 벽
합성수지와 비닐, 래미네이트 소재의 바닥재는 자체에 패턴을 더해 벽지처럼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나무·돌·세라믹·코르크 등 자연 소재는 디지털 프린팅이라는 첨단 기법을 통해 패턴 디자인으로 거듭나 공간에 풍성함을 더해준다. 바야흐로 바닥재 르네상스 시대. 그 중심에는 벽과 바닥 구분 없이 영역을 넘나들며 맹활약 중인 디자인 ‘벽재’가 있다.

‘비닐’ 타일로 공간을 디자인하라
다양한 패턴 조합, 자연 질감이 대세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가소제를 사용한 직조 비닐 바닥재 볼론.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연출할 수 있다.

거꾸로 책을 읽는 남자, 천장에 매달려 차 한잔을 즐기는 표정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서 있는 방향에 따라 천장과 벽, 바닥의 구분이 사라지는 이 환상적 공간은 지난 2월 2012 스톡홀름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볼론Bolon의 전시 부스다. 부스 디자인을 맡은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국내에서는 최근 갤러리아 포레를 설계했다)은 바닥과 벽, 천장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감재 볼론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무중력의 공간을 모티프로 삼았다. 벽과 바닥의 구분이 사라지는 개념의 부스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동상을 네 개로 만들어 네 방향에 설치한 것. 전시 부스는 수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매끈한 질감을 직접 만져보고 다양한 패턴을 체험함으로써 바닥재는 ‘무겁고 단순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이제 더 이상 포인트 데커레이션은 벽 공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바닥재를 기초 화장에 비유하며 다른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는 무난한 제품을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좀 더 과감하게 개성을 더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내구성과 소재로만 따지던 바닥재가 패턴과 디자인을 도입하며 공간의 스타일까지 좌우하게 된 것.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혁신적 제품을 선보이는 대표 브랜드는 스웨덴의 바닥재 전문 기업 볼론으로, 국내에는 지난해 말부터 두오모 퍼니처에서 소개하고 있다. 볼론은 비닐 소재라 내구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 세척하기 간편하다. 다양한 패턴을 적용할 수 있고 재단이 자유롭다는 것도 장점. 바닥뿐 아니라 벽과 천장에도 활용 가능하고 가구에 문양을 입히는 마감재로도 인기다. “시공법은 무척 간단해요. 전용 접착제를 바르고 원하는 사이즈로 잘라 붙이기만 하면 되는데, 벽에 시공할 때는 접착력의 강도가 높은 것을 사용해야 하죠.” 두오모 퍼니처 홍보팀 박선재 씨는 특히 타일 타입은 손상된 부분만 교체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두오모 퍼니처는 최근 볼론으로 커버링한 스툴을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데 반응이 꽤 좋다고.

이러한 데커레이션 타일이 그래픽적 패턴만 선보일 거라 예상했다면 오산. 바닥재와 친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거친 나뭇결, 나이테 등을 모티프로 디지털 실사 프린팅한 아이템도 속속 선보인다. 이탈리아 타일 브랜드 14오라이탈리아나14Oraitaliana 의 신제품 우온우온Uonuon은 언뜻 보면 나무 바닥재 같지만, 실제로는 도자로 만든 타일이다. 앤디 워홀의 실크스크린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품으로 포인트 월로 제격. 미끄럼 방지 처리해 욕실은 물론 바닥, 계단에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스페인 타일 브랜드 페론다Peronda의 포레스타Foresta는 화물 운반 나무 박스를 모티프로 타일에 거친 나뭇결 문양을 프린팅했다. 벽에 붙이면 소박한 오두막집에, 바닥에 깔면 유럽의 고즈넉한 고택에 와 있는 듯 따스한 감성을 불어넣어준다.


1 이탈리아 타일 브랜드 14오라이탈리아나가 선보이는 타일 우온우온 제품. 나뭇결이 아닌 나이테를 문양으로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2 LG하우시스 Z:IN 인테리어 필름은 프탈레이트 프리 가소제를 사용해 문양을 입힌 제품. 다양한 표면 처리와 독특한 질감의 인쇄 엠보 기법을 적용해 공간에 풍성한 표정을 불어넣는다.
3 볼론은 2012 스톡홀롬가구박람회에서 건축가 장 누벨과 협업해 새로운 패턴을 선보였다. 
4 벨기에의 에뷔론Eburon 호텔. 볼론의 우븐 비닐 플로링 제품 중 핫 핑크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나뭇결을 실사 프린팅한 포레스타 제품은 상아타일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마루, ‘벽’이 되다
아트 월, 빈티지 원목 마루가 대세

(위) 마루와 벽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구정마루의 맥시강.
(아래) 동화자연마루 디자인월의 시공 이미지. 대리석처럼 보이지만 나무 벽재로 타일보다 시공하기 간편하면서 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 침대 헤드보드나 거실, 현관 아트 월로 마루 바닥재가 인기다. 이는 친환경 인테리어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행복>은 독자 엽서를 통해 마감재에 관한 설문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응답자 대부분은 마감재를 교체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으로 ‘친환경 소재 여부’를 꼽는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동화자연마루, 구정마루 등 마루 회사는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살려 ‘벽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루재 업체의 신제품을 보면 벽과 바닥 모두 커버링되는 리버서블reversible 제품이 대세다. 활용 방식뿐 아니라 소재나 기법이 리버서블되는 아이템도 재미있다. 대리석 느낌이 나는 나무 벽장재, 나무 질감을 살린 타일이 그 예.

동화자연마루의 나무 벽장재 ‘디자인월’은 최근 표면에 엠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는데, 나무 패널에 기존의 벽재인 벽지·무늬목·대리석·페인트·패브릭 등 다양한 질감을 표현한 것이 특징. 디자인월의 모든 제품은 E0 등급의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접착제 대신 패널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새집증후군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9mm 두께도 장점. 콘크리트의 독성과 냉기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희선 씨는 “색다른 소재의 나무 마감재를 벽면에 활용해 가구나 소품 없이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루재를 포인트 월로 시공하면 인테리어 필름지나 벽지 등도 자유롭게 붙였다 떼어낼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아이들이 낙서해도 쉽게 지울 수 있어 관리하기 편하며 바닥과 같은 소재라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단, 이를 시공하기 위해 석고보드 위 패널 마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공사는 필수다.

친환경, 내구성도 중요하지만 스타일도 포기할 수 없다면 그 해답은 ‘빈티지’에 있다. 최근 구정마루에서 선보인 맥시강 제품은 고목의 내추럴한 질감과 빈티지한 색상이 특징. 역시 바닥과 벽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마감재로 카키, 와인 컬러에 이어 화이트, 블루, 퍼플 등 산뜻한 컬러를 추가했다. 하농 조르다노에서 소개하는 메독은 형태가 독특한 바닥재다. 각 쪽이 사다리꼴 모양으로 네모반듯하게 정해지지 않아 시공했을 때 멋스러운 제품.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미켈레 드 루키Michele de Lucchi와 협업해 만든 제품으로 거친 스크래치를 강조해 빈티지한 효과를 극대화했다.


1 마루와 벽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구정마루의 맥시강.
2 강화 마루 소재인 고밀도 목질 섬유판에 문양을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한 동화자연마루의 ‘내추럴 블록’.
3, 아래 하농 조르다노에서 선보이는 메독. 블랙에 가까운 그레이 컬러가 차분하면서도 멋스러운 공간을 완성해준다.




마루로 패턴을 넣고 싶다면?
마루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시공하는 헤링본, 가로세로의 연속무늬를 만드는 모자이크, 시원시원한 모양새가 대청마루를 떠올리게 하는 H자 시공, 바닥재의 컬러를 믹스한 줄무늬 시공 등 패턴 마루재를 이용하면 시공법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거실이나 침실 등 한 공간에만 시공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 헤링본 시공은 이국적이고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하기에 제격. H자 시공은 정갈하고 시원한 느낌을 내며 한식 스타일에도 잘 어울린다. 사진은 H자 시공한 구정마루의 프라하 제품.



타일, 욕실에서 나오다
아트 타일의 화려한 귀환

다양한 사이즈와 컬러의 모자이크 타일을 조합하면 취향에 맞는 독특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모자이크 타일은 과거와 달리 10mm 이하의 초소형 사이즈와 타원형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 비사자 제품은 논현동이나 을지로의 수입 타일 전문점에서 구할 수 있다.

몇 해 전,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 LG하우시스의 아트 타일이 화제를 모았다. 그가 디자인에 참여해 만든 형형색색의 타일은 멘디니 특유의 화려한 컬러와 기하학적 형태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40여 가지 색상과 물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패턴 모듈을 적용해 1만 3천여 가지의 패턴 조합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 같은 모양과 동일한 컬러로 줄 맞춘 타일이 아닌, 내가 디자인하는 ‘그림 같은’ 타일로 개성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클래식의 인기와 더불어 화려한 모자이크 아트 타일이 인기다. 모자이크 타일의 특징은 세 가지. 첫째 매우 세밀한 부분까지 다양한 형태와 독특한 질감으로 표현할 수 있는 디테일, 둘째 우수한 접착력, 셋째 이동과 재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모자이크 타일은 10mm 이하의 초소형 사이즈, 타원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해 다른 마감재에 비해 곡선 시공이 용이하다. 따라서 벽면이나 계단, 바닥 등 평면뿐 아니라 조명 기구나 욕조 등 굴곡진 제품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마르셀 반데르스가 디자인한 까사 손 비다Casa son Vida 빌라는 바닥과 벽을 둥글게 연장하는 방식으로 입체적 공간을 완성했다. 골드 톤의 비사자 타일로 화려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멀리서 보면 큰 이미지가, 자세히 보면 타일 하나하나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것이 매력이다. 시치스SICIS의 스카이라인Skyline은 도시의 고층 건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전망을 모자이크로 그대로 옮긴 제품으로, 아트 월로 설치하면 공간에 드라마틱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바닥에 시공했을 때는 자체로 카펫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유니크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제품도 있다. 상아타일의 키즈 퍼즐 타일은 국내에 없던 비비드한 컬러를 입힌 것이 특징. 마치 퍼즐을 맞추듯 시공하는 콘셉트도 재미있는데, 바닥과 벽면에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카펫이나 벽지보다 감각적인 아이 공간을 만들어준다. 이처럼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각기 다른 패턴과 컬러를 조합하는 제품이 인기. 터키 타일 브랜드 카레KALE에서 선보이는 큐브Cube는 마름모꼴 모양의 글로시한 타일이 서로 다른 양감을 만들어 입체적 벽면을 완성해준다. 이처럼 타일은 ‘욕실에서만’ 사용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거실 아트 월과 바닥, 아이 방에 이르기까지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각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와 입체감(양감)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타일. 세밀하게 시공하면 마치 붓으로 그린 듯 정교한 그림도 빚어내니 아티스틱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빛의 연금술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시치스의 네오글라스Neoglass는 빛에 따른 무한한 컬러 변주로 바닥에 풍성함을 더하는 제품. 채광 좋고 넓은 공간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알루미늄 패널 위에 작업하면 해체와 재설치도 가능하다. 하농 조르다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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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가지 퍼즐 형태와 아홉 가지 색상으로 구성한 퍼즐 타입 타일. 아이 방에 포인트를 주기 좋은 제품으로 상아타일에서 구입할 수 있다. 
2 시치스의 스카이라인. 도시의 야경을 옮겨놓은 듯한 문양으로 이것만으로도 공간에 확실한 포인트가 된다. 하농 조르다노 판매.
6 시치스의 플라워 파워 제품. 화려한 꽃 패턴을 모아놓은 컬렉션으로 글라스 타일과 백금 및 금분으로 제작한 콜리브리Colibri 타일 등으로 구성했다.

자료 협조 구정마루(02-556-8685), 동화자연마루(02-2212-0576), 두오모(02-544-2975), 상아타일(02-3442-1250), 시치스&하농 조르다노(02-515-2626), LG하우시스(02-776-2540)

글 이지현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