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티로Philippe Tirault 씨는 국제 인력개발 회사인 콘페리KORN FERRY 인터내셔널에서 부사장으로 일한다. 이 프랑스 남자의 오래된 주말 취미는 인사동과 답십리 골목을 누비며 골동품과 고가구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수집한 컬렉션이 그의 보금자리인 가회동 한옥에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마루의 걸개그림이 운치가 있어 물어보니 조선시대, 지금으로 치면 문화관광부 장관 정도 되는 벼슬을 지냈던 연기훈의 작품이라고 한다. 당시 화가들이 중국 화풍을 따랐던 반면 그는 한국 전통 화법을 고집했다고. 막힘없는 필립 씨의 설명이 놀랍기만 하다. 22년 전 한국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해 당장에 드림 하우스로 삼아버렸다. 한국 사람일지라도 한옥에 한 번 살아보기 힘든데, 그에겐 8월부터 들어와 살게 된 이 집이 벌써 두 번째로 인연을 맺는 한옥이다. 먼저 살았던 한옥은 생각대로 고치지 못하고 내부가 어두운 등 아쉬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 집은 다행히도 흡족하게 완성되었다. 특히 기존 한옥을 뜯어내면서 건져낸 보물인 생김새 멋진 보와 창밖으로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은 그가 이 집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 나중에는 좀 더 큰 규모의 옛 한옥을 개조해 한옥 문화를 보존하고 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것이 그가 드림 하우스에서 또다시 꾸고 있는 꿈이다.
그는 가회동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를 가장 좋아한다. 창문 아래로는 발품을 팔아 구한 전통 문갑과 함이 놓여있다.
그는 가회동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를 가장 좋아한다. 창문 아래로는 발품을 팔아 구한 전통 문갑과 함이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