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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강원도 홍천의 마을, 내촌 사는 목수 이정섭 씨가 동네 허름한 창고에 눈독을 들인지도. 지금은 폐허가 된 40여년 관록의 농협 비료 창고가 벌써 세 번이나 경매에 유찰되었으니 값만 제대로 치르면, 운까지 따라준다면 그의 몫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 벌써 이름까지 다 지어놓았다. ‘갤러리 내촌 창고’. ‘먹고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여기는 이정섭 씨는 이곳에서 소박해서 더욱 멋진 식당을 차리고(실제로 손으로 하는 일 중 가장 자신있는 것이 요리라고) 담백한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자신의 가구를 전시하는 갤러리를 만들고 싶다. 전형적인 관공서 건물로,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천장고 8미터, 평수 1백 평의 창고를 바닥만 정리하고 갤러리로 쓸 참이다. 비료 창고를 사면 덤으로 얻을 수 있는 40평짜리 작은 창고는 전통성이 남아 있는 모양새가 식당으로 쓰면 딱이지 싶다. 둘 다 멋 하나 없이 ‘목적’대로만 지어졌지만 묵은 맛이 훈장처럼 보태진 것이 보면 볼수록 반하게 된다고. 이곳을 향한 그의 마음이 어찌나 극진한지, 행여라도 이곳이 다른 이들의 눈에 띄면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길까 봐 이번 드림 하우스 공개에 응하는 데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이처럼 내촌 농협 창고를 향한 그의 시선은 가히 경이롭다. 집이란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담는 것이 아니던가. 이정섭 씨는 이미 1년이 넘게 마음으로 이 창고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