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스스로 풍경이 되다
‘창’이라는 단어에는 ‘무언가를 들여다봐서 속사정을 알아낼 수 있는 통로’라는 뜻이 담겨 있다. 외부 풍경을 끌어들이는 통로이자 풍경을 담는 액자 역할을 하는 창의 색다른 변주.
사각 박스를 액자 삼아 창밖 풍경을 담다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은 창의 기본적인 기능이다. 이 기본적인 기능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액자 프레임’을 활용했다는 디자이너 최선희 씨. 논현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시공한 미니 홈바는 통창 너머의 풍경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은 원래 한 평 남짓의 다용도실이었어요. 하지만 뷰가 좋아 다용도실보다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길 권했지요.” 다행히 천장이 석고 보드로 마감되어 있어서 가구를 매달 수 있을 정도로 보강 작업을 한 뒤, 가벼운 합판으로 사각 프레임을 제작해 창을 꾸며주는 액자 프레임 겸 바 테이블로 연출했다. 테두리는 블랙 페인트로 도장하고 내부는 가죽 텍스처와 기하학 패턴이 살아 있는 도미니크 크린슨 벽지를 발라 마무리. 선반 안쪽에 타일을 붙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무게를 버티려면 천장 보강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각 프레임의 폭은 책을 읽거나 작업 테이블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 투박해 보이지 않는 정도의 사이즈, 40cm 정도가 적당하다. 촬영 협조 FR 디자인(02-3446-5113)
한옥 창문을 형상화 한 접이문을 설치한 서울 신라 호텔 영빈관.
모던 공간에 부활한 한옥 창살의 매력
그림은 벽에 고정되어 있어 인공적인 요소인 반면 창 속 풍경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림이 2차원이라면 창밖 풍경은 3D 입체 영상인 것. 나무 한 그루가 온전히 보이기도 하고 처마 끝만 살짝 보이기도 하며, 저 멀리 솟을대문이 위엄 있게 서 있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 창살 문양은 그림보다 앞서 감상과 유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리뉴얼한 서울 신라 호텔 영빈관의 리뉴얼을 맡았던 디자이너 피터 리미디우스는 한국 건축에 대한 이해가 상당했는데, 특히 한옥의 격자창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자연과의 조우’를 키워드로 한옥 창문의 격자무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접이식 문을 설치했다. 우리 전통 창살을 심플하고도 모던하게 연출한 접이문은 햇빛이 비치면서 바닥에 생기는 창살 문양이 또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주는 아이템. 선이 절제된 모던한 아파트나 자연과 호흡하는 전원주택에 시공하면 중후한 멋을 더해준다. 접이문은 루버 셔터(02-448-3533)에서 제작.촬영 협조 서울 신라 호텔(02-2230-3305)
창문에 자연 오브제를 들이는 방법
침실이나 서재, 조용히 침잠하고픈 공간에는 넌지시 창밖 풍경을 관조하며 여유를 맛볼 수 있는 뷰 포인트를 만들어보자. 자라나는 식물처럼 하나가 된 넝쿨 블라인드,대숲에서 밖을 내다보는 어릿어릿한 현상을 연출한 오브제는 잠시 숨을 고르라는 듯 한 단계 시선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넝쿨 블라인드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비트라 쇼룸.
식물이 자라나는 창문
햇빛 쏟아지는 창가에 특별한 멋이 느껴지는 나뭇잎 모티프를 장식하고 싶다면? 스크린이나 파티션으로 연출할 수 있는 넝쿨 오브제 알그 Algue를 활용해보자. 이 나뭇가지 모양의 플라스틱 오브제는 혜성처럼 떠오르는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홀렉이 디자인한 것으로 자연주의 데코의 붐과 함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이다. 하나하나를 엮어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제품. 청담동 비트라 쇼룸에서는 그린, 레드, 오렌지 등 다양한 컬러의 알그 제품을 만날 수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화이트 컬러다. 화이트 블라인드를 함께 연출, 칸막이 역할을 하는 데이베드를 매치해 정돈된 회의 공간을 완성했다. 알그는 햇볕을 가려주는 스크린 기능은 없기 때문에 블라인드와 함께 레이어드한다. 20개 한 세트(30만 원)로 구성. 연결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촬영 협조 비트라(02-545-0036)
도심에서 느끼는 대숲의 정취
‘30대 남자를 말한다’를 주제로 한 모 자동차 광고 속 멋진 배경을 기억하는지. 광고 배경으로 등장한 장소는 바로 청담동의 카페 라운지 T 라운드 T Lound(02-517-7412)이다. 공간 디자이너 김백선 씨가 디자인한 이곳은 전통 모티프인 대나무 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층부터 4층까지 연출한 거대한 벽면 오브제가 포인트. 대나무 마디와 가지, 줄기와 뿌리 등을 T자 형태의 오브제로 단순화해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묻어나는 공간을 완성했다. 하부의 블랙 컬러 오브제가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화이트 오브제가 조형성을 더욱 빛내주었다는 평가.벽면을 오브제로 꾸밀 때 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싶다면 천장에 거울을 붙이는 것도 방법이다. 입구의 상부와 벽면을 채우고 있는 스틸 소재의 거울은 공간을 시원하게 완성해주는 것은 물론 대담한 스케일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촬영 협조 백선 디자인스튜디오(www.paiksundesign.co.kr)
대숲 오브제로 웅장한 느낌을 더한 카페 라운지 T 라운드.
집의 표정을 바꿔주는 윈도 트리트먼트
커튼을 포함해 블라인드, 버티컬, 갤러리 창 등 윈도 트리트먼트로 분류되는 아이템은 가리개로서의 기능적인 역할뿐 아니라 방의 표정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따라서 색깔은 물론 빛의 투과성이나 소재, 모양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
(왼쪽) 넓은 통창에 루버 셔터를 시공한 송도 포스코 더 샵 이종승 씨 댁.
(오른쪽) 가구와 커튼의 톤 온 톤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선혁커튼스 쇼룸.
(왼쪽) 공간에 낭만을 더하는 루버 셔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송도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시공된 루버 셔터. 루버 셔터는 날개가 상하로 움직여 집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과 방향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전히 닫으면 프라이빗한 공간을 완성해주는 아이템이다. 블라인드보다 날을 세밀하게 또는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밋밋하고 넓은 창에 멋스러운 옷을 한 겹 더 입혀 공간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쪽창이 많은 유럽에 비해 창이 넓은 우리나라의 경우 접이식 루버 셔터를 많이 시공한다. 두 짝 접이식 루버 셔터는 파티션으로도 활용하기 간편해 침실 구석에 두면 간단한 드레스 룸이, 부엌 한쪽에 두면 작업 공간이 탄생된다. 촬영협조 갤러리 창(02-1688-8533)
(오른쪽) 보일 듯 말 듯, 커튼의 은근한 매력
선혁커튼스 쇼룸에 연출한 커튼은 창을 가득 채우는 디자인 대신 벽면 양쪽을 장식하도록 연출한 것으로 요즘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창을 많이 드러내는 동시에 비치는 소재의 속지를 넣어 창밖이 보일 듯 말 듯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 커튼을 선택할 때 커튼 자체의 컬러나 문양에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창호, 가구와의 조화가 관건이다. 두 겹으로 커튼을 달 때 블랙&화이트 가구가 많다면 아이보리+그레이, 갈색 톤의 가구가 많다면 아이보리+베이지를 매치한다. 색상 톤이 비슷하더라도 리넨+새틴, 면+리넨과 같이 소재를 달리하면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촬영 협조 선혁커튼스(02-3443-3784)
카페에서 발견한 빈티지 창의 매력
노트르담 대성당에 가면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비치는 몽환적인 햇살이 무척 감동적이다. 이처럼 창은 풍경을 보여주는 기능 외에 그 자체로 공간의 표정을 결정짓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컬러 유리, 칠이 벗겨진 나무 프레임, 철제 창살 등 소박해서 더 멋스러운 빈티지 창의 재발견.
(왼쪽) 컬러 유리를 쪽창에 설치한 카페 west19th.
(오른쪽) 모던한 공간에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창을 시공한 카페 55D.
(왼쪽) 컬러 유리의 소박한 멋
소박하면서도 동화 같은 분위기를 내는 일등 공신은 바로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아닐까. 요즘 아파트는 기능성 창호를 사용해 옛날 창문처럼 멋을 더할 수 없지만 거실과 주방 사이, 베란다와 거실 사이 등에 파티션을 제작할 때 컬러 유리를 사용하면 공간에 소박한 멋을 더할 수 있다. 카페 west 19th는 코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파티션에 컬러 유리를 활용. 컬러가 강한 유리는 큰 창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색을 2~3가지로 제한하거나 패턴이 다른 투명 유리를 섞어서 매치하는 것이 포인트다.빈티지한 컬러 유리는 을지로 유리 가게 혹은 대동유리(www.daedong-glass.com)에서 주문할 수 있다. 촬영 협조 카페 west19th(02-720-6619)
(오른쪽) ‘빈티지 스타일’을 입혀라
고즈넉한 한옥의 지붕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자아내는 인더스트리얼 빈티지 창은 팔판동 퍼니처 카페 55D에서 발견한 것. 이러한 빈티지 양식의 창문은 예전에는 상업 공간에서 주로 이용했지만 요즘에는 주거 공간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다. 빈티지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차용하되 합리적인 가격과 현대적인 기능으로 포장한 ‘빈티지 스타일’ 제품이 많기 때문. 가운데 4쪽만 개폐가 가능한 창문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DOOV(www.dindustry.co.kr)에서 맞춤 제작한 것. 촬영 협조 카페 55D(02-720-5014)
- [리빙 디자인] 창이 아름다운 풍경 윈도 드레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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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임석재 씨는 저서 <나는 한옥에서 풍경 놀이를 즐긴다>에서 “창 만드는 행위가 붓 놀려 난초 치는 그림 그리기와 같은 의미를 지녔으니 진정 풍류의 극치요, 예술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예부터 계절따라 다른 풍경을 담는 창의 그 변화무쌍함은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즐거운 놀이였습니다. 빛을 머금은 한옥 격자 문창, 동화같은 분위기의 스테인드글라스, 커튼이 드레스처럼 드리워진 멋진 통창…. 창이 있어 더욱 드라마틱한 공간과 컬러 유리부터 신소재와 기능으로 무장한 다양한 창호까지 창문 데커레이션에 관한 알찬 정보를 담았습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1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