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작가, 거울을 말하다
거울을 닮은 다섯 사람에게 듣는 거울의 가장 아름다운 단면. 때론 소박하고 때론 멋스럽게, 명민하고 화려하게 공간을 완성해주는 오브제와 그 순간을 기록했다.
설치 작가 차명혜 씨
거울,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희망 오브제
거울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사명은 두 가지다. 전신을 비추거나, 옷매무새를 확인하거나. 설치 미술가 차명혜 씨의 거울 작품은 거울이 수행해야 할 이 기본 사명 대신 흐르는 풍경을, 시간을, 빛을 담는 역할을 택했다. 예전부터 창작하는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메타로그의 최성우 대표는 파리 유학 시절 알게 된 설치 미술가 차명혜 씨에게 낡은 적산 가옥에 어울릴 만한 설치 작품을 의뢰했다. 프랑스 보자르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활동하다 6년 전 귀국한 차명혜 씨는 마침 보안여관에서 LED 조명과 거울을 함께 설치한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거울을 소재로 완성한 작품, 일명 ‘미러볼’은 오래된 적산 가옥 지붕 아래에서 가벼운 깃털 날개를 달고 부유한다. 공기가 순환하면 거울 조각이 움직이면서 햇볕을 반사해 벽면에 반짝이는 빛을 흩뿌리는데, 마치 어린 시절 손거울로 햇볕 총을 쏘던 추억을 연상시킨다. 해가 지면 천장에서 늘어뜨려진 미세한 LED 조명과 마주해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로 변신한다. 그는 거울의 ‘맑음’에도 주목한다. 누구든 내면에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그 내면에 숨어 있는 모습을 자극하는 오브제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 . “사물을 비추는 거울은 많아요. 하지만 상처받은 현대인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요?” 거울 조각이 유난히 작은 것은 아마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비추기 때문이리라. 그런 만큼 거울은 아주 작은 조각이어도 상관없다. 보려는 마음만 있으면 될 테니. 촬영 협조 메타로그
크리스털 공예가 홍현주 씨
낡은 고재와 화려한 거울이 만났을 때
도곡동 라쉐즈 쇼룸에 들어서면 손님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거울이다. 벨을 누르고 쇼룸을 지나 사무실로 내려가는 내내 마주하게되는 온갖 형태의 거울. 그토록 다양한 거울을 보며 감탄하는 표정은 여인의 얼굴에, 고슬고슬한 고봉밥에, 소반에, 책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라쉐즈 홍현주 대표는 우리나라 고가구의 단순하면서도 깊은 멋을 발견하고, 크리스털과 옛 물건 장식을 더해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소품을 완성하는 작가다. 그가 만든 거울은 한마디로‘형태의 자유로움’이라 정의할 수 있다. 평범한 액자 프레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문짝, 솥뚜껑, 빨래판, 함지박 등 낡은 물건이 프레임이 된다. 투박하기 짝이 없는 낡은 고재는 크리스털, 놋수저 등과 만나 아이러니하게도 화려함의 대명사인 거울이 된다. 양극단의 조화 때문일까? 그렇게 완성된 거울은 소박함과 화려함을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표현해낸다. 이번 칼럼에 소개하는 거울은 솥뚜껑으로 골조를 만들고 놋수저를 이용해 꽃문양처럼 프레임을 완성했다. 마치 새해맞이 인사를 하듯 빙그레 웃는 ‘해님’을 연상시키는 작품. “거울은 낡은 나무 소재가 바탕이 되면 소박한 오브제가 됩니다. 집 안 구석구석에 이런 재미난 형태의 거울을 다는 것만으로도 공간에 생생한 표정을 불어넣을 수 있지요.” 화려한 느낌을 더하고 싶다면 조명을 활용하라는 홍현주 대표. 거울 프레임에 크리스털 장식과 은은한 알전구를 더하면 거울이자 아늑한 조명이 된다는 팁도 곁들였다. 촬영 협조 라쉐즈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이정화 씨
거울, 반전의 묘미
“거울은 좁은 공간을 바꾸고 싶을 때 가장 효과적인 아이템이지요. 어떤 면을 커팅하느냐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집니다. 단, 창과 같아서 작을수록 안락하고, 클수록 불안한 느낌을 줄 수 있어요. 자연의 품에서 소박한 삶을 추구한 타샤 튜터 할머니 방의 창문이 무척 작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온전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공간, 예를 들어 스파라면 큰 거울보다는 작은 거울을 추천합니다.” 수많은 데커레이션 소품 중 특히 ‘거울’을 편애한다는 스타일리스트 이정화 씨. 감각적인 거울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은 뷰티 숍, 조성아 앳폼과 라뷰티 코아 도산점 인테리어가 모두 그의 솜씨다. “라뷰티 코아 도산점에는 화장대를 거울로 감싸 제작했어요. 화장대 거울 한쪽에 매화를 실사 프린팅했는데, 거울 자체가 하나의 화폭이고, 비친 얼굴은 작품이 됩니다.” 예전에는 거울 하면 으레 어떤 프레임을 고를 것인지를 물었지만, 요즘은 어떤 ‘커팅’을 원하는지를 물을 정도로 프레임의 종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해마다 찾는 파리 메종&오브제 박람회에서 유럽인의 각별한 ‘거울 사랑’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 부티크 호텔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인데, 세계 유수의 호텔마다 거울 데커레이션이 왕왕 등장한다. 규모가 작은 부티크 호텔을 보다 에지 있는 공간으로 연출하는 데에는 거울만 한 소품이 없기 때문. 보통 입구에는 크고 화려한 거울을, 룸에는 모던하면서도 디자인을 가미한 작은 거울을 여러 개 장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티크 비즈니스호텔을 표방하는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유럽의 클래식한 거울 데커레이션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가 레노베이션을 맡은 이곳에서는 유난히 거울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만약 좁은 방이라면 거울과 거울이 마주 보게 달아보세요. 마주 보도록 거울을 달면 공간이 회오리치는 현상을 담을 수 있지요. 간단한 원리지만 공간에 신비로운 느낌을 불어넣는 색다른 오브제가 됩니다.” 집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볼록 서클 거울을 달면 공간에 생동감을 줄 수 있다고 귀띔하는 이정화 씨. 이쯤 되면 그를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거울 전문가라 부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촬영 협조 서울 프라자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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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라이트 드로잉 아티스트 최수환 씨
수천 개의 구멍과 빛이 만드는 환영
거울 속에 투영된 이미지는 시각적인 인식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거울의 속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라이트 드로잉 아티스트 최수환 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우리의 눈이 인식하는 경계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화려한 프레임으로 장식한 흑경의 형상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것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아요. 네모난 블랙 아크릴판일 뿐이죠.” 아크릴판과 LED 조명을 이용해 입체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평면 작업을 전개해온 최수환 씨. 그는 거울의 역할을 하는 블랙 아크릴판에 수천 개의 구멍을 뚫어 첨단 LED 기술을 이용해 거울을 상징하는 프레임의 이미지를 구현해냈다. 불이 켜지면 이미지가 형상을 드러내며 최수환식 라이트 드로잉이 완성된다. 라이트 드로잉 앞에 선 관객은 다양한 구멍의 크기로 인해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경험하지만, 그는 그것조차 빛이 만들어내는 트릭이라 역설한다. 거울은 더 이상 실용 소품이 아니다. 거울의 다양한 가능성은 첨단 기술과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통해 실험적인 아트 월로 거듭났다.
(오른쪽) 빈티지 컬렉터 사보 씨
스토리가 담긴 빈티지 거울의 매력
일러스트 작가라는 본업보다 빈티지 컬렉터로 더 유명한 사보 씨. 얼마 전 PMK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그가 선보인 거울 컬렉션은 좀처럼 보기 드문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디자인 제품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략 3백 개가량의 거울을 소장하고 있다는 그에게 거울을 모으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프레임 하나로 저마다 다른 표정을 드러내는 거울이라는 매개체가 흥미로웠어요. 나라별 또는 연도별로 저마다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 컬렉션하는 재미도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일상의 물건이라는 점, 생활과 밀접한 디자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죠.” 그가 소장하고 있는 거울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장식적인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실용성과 조형미의 경계쯤에서 언제나 거기 있었던 듯 담담하게 놓여 있을 뿐이다. “제 컬렉션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어요. 만든 시기나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보다는 거울의 쓰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보면 볼수록 마음을 끌어당기는 디자인을 골라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은 세월에 상관없이 그 가치를 발하니까요.” 얼마 전 새로 옮긴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1960년대 독일의 알리베어트사에서 생산했다는 원형 거울과 심플한 블랙 프레임의 1940년대 빈티지 거울은 혼자 또 같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Part 2 상업공간에서 찾은 거울 데코레이션 아이디어
이제 거울은 단지 생활용품이 아니다. 흑경에 실사 프린팅해 거대한 작품처럼 연출한 아트 월부터 천장을 지배하는 거울까지, 거울로 완성한 특별한 3D 공간을 소개한다.
(왼쪽) 롯데 호텔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클래식한 유럽 고성으로 초대
화려한 유리 샹들리에, 벨벳 암체어, 클래식한 몰딩 장식, 성대한 만찬을 준비하기에도 충분한 8인용 식탁.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프로 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이곳은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이다. 각 룸마다 인테리어 효과를 배가하는 다양한 거울의 활약이 돋보이는 공간. 곡선형 벽면을 따라 가로로 길게 붙인 거울은 마치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듯한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한다. 각각의 거울을 일정한 각도로 꺾이게 연결하면 거울 표면 역시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간을 투영해 더욱 입체적인 느낌의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클래식한 곡선 프레임이 돋보이는 대형 거울을 부착하고, 유리 소재의 조명등을 거울에 매치해 화려함을 부각시킨 스탕달 룸은 프레임을 강조한 멋스러운 거울 하나로 공간에 힘을 실어주는 좋은 사례다. 또한 좁은 공간에 활용하면 맞은편 공간이 거울에 투영되어 공간이 휠씬 넓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단, 맞은편 공간이 벽면으로 막혀 있다면 오히려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문의 02-317-7183
(오른쪽) 가구 갤러리 세덱
거울 프레임으로 완성한 월 데코
각양각색의 프레임을 조합해 만드는 멋진 거울 벽을 연출하고 싶다면 가구 갤러리 세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보자. 거울을 조합해 거는 것은 그림이나 액자를 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못질을 하기 전에 거울 모양대로 자른 종이견본을 준비한 다음 다양한 형태로 배열해보면 안정적인 구도를 찾을 수 있다. 큰 거울 견본을 먼저 붙이고, 나머지 빈 공간에 작은 거울의 견본 자리를 잡는다. 이때 거울과 거울 사이의 간격은 거울 틀 두께의 두 배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액자에 비해 거울 프레임은 형태나 모양이 다양한 편. 거울을 부착할 벽면의 컬러는 동일한 톤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또한 거울 속에 무엇이 비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맞은편 벽면에 놓일 가구의 컬러나 소재까지 고려하면 멋진 거울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가구 브랜드 세덱에서 선보이는 클래식한 프레임의 거울은 벨기에의 수공예 거울 브랜드 덱뉜트 미러 Deknudt Mirror 제품이다. 문의 02-549-6701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프랑스 국립 베르사이유 특별전>
거울 속으로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은 왕실의 사교 모임과 외국 대사를 접견하는 장소로 사용해왔다. 화려하고 값비싼 거울로 17개의 홍예문을 가득 채웠고, 대리석 바닥과 금 촛대, 샹들리에 등으로 치장한 공간이 거울에 비쳐 호화로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전에서 ‘거울의 방’을 재현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디아섹 diasec보다 빛 반사가 덜한 뮤라섹 mulasec으로 ‘거울의 방’ 사진을 실사 프린팅하고, 맞은편에 거울 벽을 세워 공간 안에 서면 실제 베르사유 궁의 ‘거울의 방’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문의 02-325-1077~8
(왼쪽) 광화문 가든 플레이스 바 Bar 153
거울의 은밀한 매력에 빠져드는 공간
바 153에 들어서는 순간, 2층 높이의 거대한 거울 벽의 웅장함에 압도당한다. 숲의 이미지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거울에 세로줄을 에칭 etching처리해 뿌옇게 만들었다. 불투명한 세로줄무늬 패턴이 반복되어 공간이 은밀하게 거울을 통해 비친다. 한쪽 벽에는 영화 <필로 북 pillow book>의 흑백 사진을 프린팅한 시트지를 붙인 대형 거울을 부착했다. 이를 통해 여주인공의 상반신에 바 공간이 비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적나라하게 모든걸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에 에칭 처리와 시트지를 통해 비밀스러움을 더한 바 153에서 위스키보다 강한 거울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문의 02-724-0153
(오른쪽) 신사동 레스토랑 컬리나리아
거울과 음식의 맛있는 하모니
크기, 모양, 프레임이 모두 다른 50여 개의 거울을 천장에 붙인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는 레스토랑 컬리나리아. ‘거울’과 ‘음식’이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공간으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거울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천장에 달린 거울을 통해 옆 테이블의 음식, 낯선 이의 표정, 바깥 풍경을 엿보는 특별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입으로 먹는 음식은 하나지만 눈으로 맛보는 요리는 여러 개인 셈. 수십 개의 거울이 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을 담아내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문의 02-515-0895
요즘 인기 디자인!
모던 공간에 부활한 멋스러운 거울 한 점
최근 레이저로 정교하게 커팅해 프레임을 입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거울이 인기다. 디자인은 심플하되 거울 자체의 커팅만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해주는 다양한 제품을 소개한다.
1 사각형 거울에 나무 프레임을 삽입해 수납이 가능하다. 디사모빌리(02-512-9162)에서 판매.
2 다이아몬드 모양의 벽걸이 거울은 디사모빌리에서 판매.
3 핸드메이드 베네치안 에르메스 골드 프레임 거울은 안나프레즈(031-717-5031)에서 판매.
4 큰 타원형 거울에 작은 타원형 거울 하나가 들어가 있는 재미난 디자인. 나뚜지( 02-571-5886)에서 판매.
5 빗살 무늬 프레임 자체가 거울인 감각적인
디자인의 원형 거울은 세덱(02-541-0269)에서 판매.
6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거울로, 여자아이 시리즈도 있다. 도데카(02-3445-0388)에서 판매.
7 화려하고 정교한 유리 조각이 돋보이는 베네치안 거울은 안나프레즈에서 판매.
8 프레임 대신 가장자리를 꽃모양으로 정교하게 커팅한 아크릴 소재의 거울은 도데카에서 판매.
거울을 맞춤 제작하려면 거울이 깨졌거나 마음에 드는 액자 프레임을 발견해서 ‘거울’을 맞추고 싶다면 거울 가공이 가능한 중간 도매상을 찾아가보자. 영동제경사(02-567-4689), 광성제경사(02-832-8525), 준포스터(02-3442-4191) 등에서 원하는 크기와 모양의 거울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