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건축가 김재관 씨와 집주인 김명옥 씨. 김재관 씨는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 대학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무회건축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철근, 쇳덩이, 시멘트, 블록 등 원초적 건축 재료를 좋아하는 그의 꿈은 목수다.www.moohoi.com


2 서초동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주택 ‘연화당’.
멀리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 건물 외벽이 무척 달라진 모습. ‘전’이라는 강도 높은 세라믹벽돌에 가문비나무 송판을 장식했다.
높은 담 대신 회색 벽돌(‘전’이라 불리는 친환경 세라믹 소재)을 낮게쌓고 가문비나무(spruce: 전나무과의 일종)로 만든 패널을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 파티션처럼 마감했다. 또 넓은 창은 외벽에 널빤지를 덧대 막아 모두 쪽창으로 바꾸어 운치를 더했다. 이는 그가 설계를 의뢰받고 집을 방문한 후 받은 첫인상에서 기인한다. “집 앞 4m 도로는 인도가 따로 없는 무뢰 無賴한 길이며, 안마당을 빤히 볼 수 있는 불온 不穩한 길이며, 여름날 민소매를 입을 수도 아니 입을 수도 없는 애매 曖昧한 길이며, 커튼을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는 우울 憂鬱한 길이며, 맛난 음식조차 몰래 해 먹을 수도 없는 얄미운 길이다”라며 첫인상을 기록해두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건축가는 길에서 집이 훤히들여다보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담 대신 나무 구조물을 활용했다.
담장 위의 나무판자는 바람이 통하는 구조물이자 안에서는 밖이 보이고,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파티션 역할까지 한다.



성인인 자녀들이 간단하게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 수 있는 공간이자 머지않아 자녀의 결혼 등으로 가족 구성원이 바뀔 것을 염두에 둔 배치다. 공간을 확장하거나 개방하지 않고, 작은 공간마다 다른 쓰임새를 부여했다는 김재관 씨. “얼마 전까지 우리가 살던 집의 방들은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고, 천장도 낮았어요. 작은 방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늑합니다. 그걸 만회할 수 있는 커다랗고 시원한 공간이집 안 어느 곳에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이 둘이 공존하지 않으면 답답하겠지요.” 작은 방들은 다양한 쓰임새로 두고, 대신 불필요한 2층 거실을 없애고 천장을 높였더니 가족이 1층 가족실에 더 자주 모이고, 종일 볕이 잘 들어 따뜻하다고 한다.
오래된 주택의 레노베이션은 새로 집을 짓는 것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고 말하는 건축가 김재관 씨. 무엇보다 기존의 집이 가지고 있던 ‘문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골조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집 개조를 시작해야 집이 편안하고 사는 사람도 편한 법이라는것. 또한 공간이 집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배경, 즉 조연 역할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흔한 몰딩이나 화려한 조명등을 생략한 것도 모두 이 때문. 집의 주인공은 멋진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깃들인 사람과 그들의 삶, 추억이기 때문이다.
3 2층과 3층으로 분리되어있던 내부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거실은 벽만남기고 천장까지 모두 철거했다. 결과적으로 집의 전체 면적이 줄기는 했지만, 덕분에 천장이 오픈된 시원한 구조의 이층집이 완성되었다. 답답한 거실대신 시원한 구조의 서재 겸 가족실이 생기니 식구들이모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천장이 높으니 채광과 환기도 좋아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1 복도를 따라 정면으로 보이는 딸 유미 씨 방은 방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방이 있는 구조다. 맞은편 화장실 옆 작은 방은 미니 주방으로, 주방과 아들 방 사이의 작은 방은 기도실로 사용한다.

2 계단 구조를 바꿔 생겨난 공간은 다실로 꾸몄다.
2층 딸 유미 씨 방 창문 옆으로 2층 덱으로 나가는 문을 만들었다. 덱은 그의 도예 작업공간으로 활용한다.
3 계단 구조를 바꿔 주방 옆 책상을 두기 좋은 자투리 공간이 생겼다. 김명옥 씨는 이 공간을 서재로, 응접실로 사용한다.

4 내부 마감재로 목잴르 많이 사용했다. 강도가 높은 가시전나무로 저쿠지처럼 연출한 욕실. 목공사 때 선반을 짜 넣어 골칫덩이 수납을 해결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