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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광고 크리에이터 김혜경 씨의 가족 이야기 폴의 골목에서 함께 나이 드는 즐거움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에 따르면 노년기 행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의 하나로 형제간의 우애를 꼽고 있습니다. 돈이나 명예는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보다도 형제간의 우애가 노년기 행복의 우선 조건이라는 문구,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소에서 나온 연구 결과라는 근거를 알고도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혜경 씨 가족을 만나보니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네요. 꿈에 그리던 자연에서 살기 위해 중년의 세 가족이 한데 뭉쳤습니다. 경기도 양평의 산자락에 ‘폴의 골목’이라 부르는 멋진 집을 함께 짓고, 노모를 모시고 3대 네 가족이 살아가는 대가족의 좌충우돌 ‘전원 일기’를 만나러 갑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자리한 ‘폴의 골목’. 이곳에서 김혜경・박철양 씨 부부를 비롯한 3대 네 가족이 모여 살고 있다. 외롭지 않게 자연에 살고 싶어 뜻을 모은 삼 남매 부부는 3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함께 집을 짓고, 지난해 봄 드디어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집이 자리를 잡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듯, 지난 1년간 좌충우돌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골살이가 더없이 행복하다. “양평 공기가 나와 안 맞다”고 너스레를 떠는 김혜경 씨 아들 승윤 씨와 대학원생 조카 준수 씨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어머니 최한규 여사를 중심으로 왼쪽으로 손주 박고은・김동민 부부, 둘째 사위 박강호 씨, 막내 사위 박종민 씨, 어머니 오른쪽으로 김혜경・박철양 씨 부부, 막내딸 박경옥 씨, 둘째 딸 박경숙 씨, 손자 박찬 씨

여자 1. 그는 대한민국 광고계의 우먼 파워, 광고계 이력 26년 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산 좋고 물 좋은 양평 산자락에서 이름 있는 건축가가 설계한 멋진 집에 살고 있다. 여자 2. 그의 취미는 바느질. 퀼트로 이불도 만들고, 인형도 만든다. 남편이 호숫가에 운영하는 작은 카페는 그가 만든 패브릭 소품과 남편이 직접 만든 가구로 꾸몄다. 바리스타 남편은 카페 옆 동물 병원의 수의사이기도 하다. 여자 3. 결혼한 후 20여 년간 줄곧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수년 전부터 계획을 세워 시누이들과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지금은 함께 모여 살고 있다. 그는 삼 남매 가족이 모두 모이면 10명이 훌쩍 넘는 대가족의 외며느리다. 소설 속 인물처럼 머릿속으로 세 여인을 상상해보자. 성격과 외모, 옷과 헤어스타일, 사는 집, 심지어 즐겨 먹는 음식조차 다를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 여자 1, 2, 3은 모두 한 사람이다. 지난해 가을 지인에게 처음 소개받은 광고 크리에이터 김혜경 씨가 첫 번째 여자다. 이후 인터넷을 뒤지다 찾은 블로그(그의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펜션 블로그www.paulsalley.co.kr)에서 본 그는 두 번째 사람이고, 얼마 전 에세이집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를 통해 알게 된 그는 세 번째 여인이다.


1 김혜경・박철양 씨 부부가 폴과 함께 마을 골목길 산책을 즐기고 있다. 폴의 골목 식구들은 건물 2층에 독립된 출입구가 있는 로프트 구조의 펜션(www.paulsalley.co.kr)을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어놓은 듯한 모습의 이정표는 남편 박철양 씨가 직접 만든 것이다. 가구를 만들고 목공을 즐기는 그는 요즘 정원 한쪽으로 작은 부엌과 황토방이 있는 작업실을 짓고 있다.


2 폴의 골목은 구조와 크기가 같은 ㄷ자 집 세 채가 연결된 건물이다. 거실은 중정을 향해 통창을 뒤뜰로 차경을 냈다. 김혜경 씨는 남편 박철양 씨가 직접 만든 테이블로 거실을 좌식으로 꾸몄다.

미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 첫 전화 통화 이후 두 번의 계절이 바뀌고 나서야 드디어 그를, 아니 그의 가족을 만나러 ‘폴의 골목’으로 향했다. 폴의 골목은 김혜경 씨네 3대 네 가족이 모여 사는 집의 이름이고, 폴은 김혜경 씨 부부가 기르는 두 살배기 골든 레트리버다. 집 어귀인 듯 나무로 만든 멋진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이를 따라 언덕길로 올라 드니 마을 끝자락에 네모 상자를 여러 개 연결해놓은 듯한 모양의 벽돌집이 나타났다. 각각의 중정을 품은 ㄷ자 집 세 채가 나란히 늘어선 모습. 한 집은 중정에 돌을 깔아 마당을 만들었고, 한 집은 담벼락 아래로 나란히 꽃나무를 심었다. 또 한 집은 아직 벌거숭이 흙더미째 꽃모종이 여럿인 걸 보니 이번 주말께에 화단을 꾸밀 모양이다. 세 집이 공유하는 넓은 잔디밭도 있고 각자 취향에 따라 꾸밀 수 있는 중정도 있으니, 따로 또 같이 모여 사는 대가족에 더없이 좋은 정원 구조다. 먼저 김혜경 씨 가족의 집으로 들어섰다. “아파트는 계절이 변해도 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이곳의 삶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일이 많으니 항상 생각을 해야 하고, 하루하루가 결정의 순간이죠.” “아, 그리고 시골에 살려면 몸으로 때우는 걸 좋아해야 해요. 일하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 여기서 살 수 없어요. 아니면 돈이 많든가. 하하하!” 바리스타 남편이 내온 커피를 마시며 전하는 부부의 첫마디를 들어보니 토요일인 어제도 꽤 많은 일을 해치운 모양이다. “몇 년 전에 1년 동안 휴가를 얻어 캐나다의 빅토리아 섬에서 산 적이 있어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살아보니 그 후론 도시에서 살기가 싫더라고요. 강원도 어디쯤 가서 살고 싶었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은퇴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는 줄 알았죠. 그런데 막내 시누가 양평은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 길로 막내 시누네와 함께 양평에 들어와 살 궁리를 하자, 둘째 시누네가 “우리도!”를 외쳤고, 세 가족의 동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시누들과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지어 함께 사는 일.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그래요. 미치지 않았느냐고. 하하. 그런데 살아보니 옛날 대가족 제도가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구가 많다 보니 일이 끊일 날 없고, 시댁 형님들과 마냥 좋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리 식구끼리 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여럿이 하다 보면 판이 커져 일이 되기도 하지만….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데…, 힘들다면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참 재미있어요.”


3 취미로 핸드 드립 커피를 배운 수의사 남편은 양평으로 이사한 후 동물 병원 옆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4 소반 위를 장식하는 매트는 퀼트를 즐기는 김혜경 씨가 만든 것이다.



1, 7 건축가 서용근 소장이 설계한 폴의 골목은 높은 천장고를 활용해 다양한 로프트 공간을 만들었다.

함께 살지만 따로 살고, 따로 살지만 함께 산다 건축가 서용근 소장이 설계한 폴의 골목은 ‘함께 살지만 독립된 생활 또한 보장되어야 하는 가족 공동체’를 위해 소통과 단절의 공간을 적절하게 배치해놓았다. 세 채의 집은 엄밀히 말해 하나의 몸체다. 건물은 연결되어 있지만 공간은 분리된 구조. 그러나 건물은 집과 집 사이에 소통의 공간도 마련해놓았다. 거실과 중정 사이를 가로지르는 수로는 세 채의 집을 관통하며 집과 집으로 통하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집이 ㄷ자 구조이다 보니 수로 위로 복도가 지나게 되는데 복도 양쪽 벽을 통유리로 마감해, 어느 복도에 서더라도 양옆을 바라보면 발 아래로 흐르는 수로와 중첩되는 유리창을 통해 집 세 채를 관통하는 조망을 갖게 된다. 물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지만 정서적・시각적 소통의 공간을 품은 것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은 집이라 한들 수십 년간 각자의 삶을 살던 형제가 모여 산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세 가족은 이 공동체 생활을 위해 꽤 오랜 기간 준비를 했다. “주말마다 모였어요. 막내 시누네 주말 텃밭 근처에 전셋집을 얻어놓고 매주 금요일이면 양평에 내려왔죠. 방 하나씩을 제집 삼아 주말 가족으로 지냈어요. 과연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인지를 시험하는 기간을 가진 거죠.” 서로를 알아가기에 여행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2006년 겨울, 세 가족은 함께 스페인과 남프랑스로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렇게 햇수로 3년이라는 연습 기간을 거친 중년의 형제들은 지난해 봄, 마침내 폴의 골목에 따로 또 같이 둥지를 틀었다.


2 김혜경 씨의 막내 시누 박경옥 씨 부부. 거실 차경 앞으로 기다란 벤치를 두었다.


3, 4 세 집의 안주인 모두 손재주가 좋아 집 안 곳곳에서 손바느질로 만든 크고 작은 소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5 둘째 시누 박경숙 씨네 안방. 폴의 골목 안주인들은 침구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것도 기본으로, 펜션에서 사용하는 침구도 모두 직접 만들고 손수를 놓았다고.


시골살이가 가져다준 행복 김혜경 씨는 “나 정말 열심히 살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서울에서 직장과 집만 오가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바쁜 광고쟁이. 그런 그가 양평 산자락까지 기어 들어와 서울로 출퇴근하며 직장 생활에 시골 살림까지 하려면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싶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퇴근해 돌아와 구두를 벗고 남편이 양평장에서 사다준 빨간색 고무장화로 갈아 신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그래도 우리 가족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박 원장일 거예요.” 수의사인 그의 남편 박철양 씨는 양수리 호숫가에서 작은 동물 병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시골로 내려 오니 병원을 찾는 동물도 다르고 진료도 달라졌다. 사람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 애완견과 달리 시골에서 자라는 개들은 성격도 온순하다. 도시 애완동물은 미용이나 귀 진드기 청소 따위로 병원을 찾지만, 이곳에서는 뼈가 부러지거나 뱀에 물리는 등 크게 다치지 않고서야 병원 신세를 지는 개나 고양이는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병원을 찾는 손님도 얼마 없는게 당연지사. 처음 양평에 병원을 열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송아지 받으러 다니려고 그러냐, 거기서 뭘 어쩌려 고 그러냐”며 말도 많았지만, 이곳에서 쭉 살 거라 터를 잡는 마음으로 병원을 열었다. 호수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의 동물 병원. 수입으로만 치면 도시와 비교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수의사 중 그보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는 이가 또 있을까.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까 이게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골 생활이라는 것이 욕심을 버리면 정말 살 만한 것 같아요.” 아내 김혜경 씨가 말한다.둘째 시누네는 결혼한 딸 부부와 함께 산다. 서울에서 약국을 하는 신혼부부는 이곳이 좋아 처가살이를 선택했다. 간호사인 둘째 시누이는 양평보건소로, 환경 공무원인 아주버님은 안산 시청으로 출퇴근한다. 아무래도 안산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대학생 아들과 함께 인근에서 자취를 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양평으로 내려온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그는 요즘 원 없이 꽃나무를 심고 키우며 산에 가서 나물 캐는 재미에 폭 빠져 있다. 미술 선생님이던 막내 시누이는 양평으로 들어오면서 일을 그만두고 호젓하게 집에서 그림 그리고, 도자기 빚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영어 선생님인 아주버님은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한다. 버스가 들어오는 큰길까지 걸어 다니는 탓에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동네 어귀의 소소한 풍경도 놓치지 않는다. 소를 키우는 앞집 형님을 위해 가끔씩 퇴근길에 파리바게뜨에 들러 빵도 사다 드리며 이웃 간의 소박한 정을 나누는 것도 참 좋단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대가족의 탄생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어머니 최한규 여사다. 지금껏 막내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지만, 두 딸을 옆에 두고 사는 것은 분명 또 다른 기쁨일 것이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식과 손주들 얼굴을 매일 보며 살게 되었으니 노모는 세상 부러울 게 없다.


6 김혜경 씨의 둘째 시누 박경숙 씨 부부와 조카 부부.


1 카페 폴의 골목에서 박철양・김혜경 씨 부부. 김혜경 씨가 안고 있는 곰 인형과 뜨개질 쿠션 모두 그가 직접 만든 것.
2 퀼트와 뜨개질, 펠트 공예 등을 즐기는 김혜경 씨의 작업실.


우리 동네 사랑방, 카페 폴의 골목 집에서 20여 분 거리, 양수역 근처 호숫가에 폴의 골목 동물 병원과 카페가 있다. 열 평이나 될까 싶은 작은 카페는 한가운데에 그가 직접 만든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고, 김혜경 씨가 짬짬이 만든 퀼트 인형과 소품, 손뜨개 쿠션과 전등갓 등으로 아기자기하고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벽면을 장식하는 선반 위나 테이블 한쪽에 놓인 손때 묻은 물건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재미난 ‘흔적’들이 보인다. 이웃에 사는 도예가가 카페 ‘폴의 골목’에서 받은 느낌을 담아 만들어준 컵과 접시, 언제나 창가에 자리를 잡는 단골 꼬마 손님이 그려놓고 간 색연필 풍경화, 자주 들르는 화가 양반이 커피를 마실 때마다 노트에 남긴 시구 같은 선문답, 어설프게 그린 어떤 이의 드림 하우스 도면 등 도시의 카페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이 이곳에 있다. 게다가 꽁지머리를 한 동물 병원 원장님이 내려주는 핸드 드립 커피 맛이란! “손님도 도시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달라요. 한번 오면 두세 시간 앉아 있는 것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저와 대화하기를 원해요. 아니면 다른 손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기대하고 이곳을 찾아요. 일단 카페에 들어서면 의자부터 돌려놓고 앉는걸요.” 손님의 자세가 이렇다 보니 카페와 동물 병원이 어느덧 동네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우리 동네 사랑방’이 되어가고 있다.


3, 4 매주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폴의 골목(031-774-9115)은 양수역 근처 호숫가에 자리한다. 가운데 테이블은 박철양 씨가 만든 것. 카페는 부부가 직접 만든 손맛 나는 물건으로 꾸몄다.

연습생 3년, 선수 생활 1년째 세 집을 둘러보면 같은 것이 세 가지 있다. 직접 만든 가구, 손바느질 소품, 클래식 기타. 솜씨 좋은 안주인들 모두 바느질의 귀재고 남편과 막내 아주버님은 몇 년 전부터 취미 삼아 가구를 만든다. 바느질과 목공, 이 생산적인 취미 덕에 시골 생활에서 필요한 많은 것을 자급자족하고 있으니, 아무튼 재주는 많고 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기타. 이는 이상과 현실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 같은 존재다. 주말마다 모여 시골 생활을 연습하던 시절, 전원생활의 낭만을 꿈꾸며 가족 합주단을 만들자는 야심 찬 계획 아래 기타를 하나씩 장만했다. 그런데 정작 시골살이를 시작하니 어찌나 할 일이 많은지, 합주 연습을 중단한 지 오래. 전원에서 대가족을 이루고 모여 살기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다. 그간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진리를 새삼 깨우쳐 준 것이 어디 기타 하나뿐이랴. 함께 살아서 좋은 점도 있지만 힘든 점도 많고, 전원에 살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는 법. 수십 년간 각자의 삶을 살며 도시에 길들여진 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늘어난 식구들과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당연한 일이다. “좌충우돌, 한 3년 정도는 우리 모두에게 과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집 한 채를 지어도 자리를 잡으려면 3년이 걸린다는데, 하물며 사람과 자연도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하지 않겠나. 지금 내리는 저 장맛비처럼 여름에는 비를 맞고 겨울에는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단단하게 다져지는 집터처럼, 계절이 몇 번 더 바뀌고 나면 폴의 골목 식구들이 만들어가는 행복도 더 단단하게 다져져 있을 것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