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관 앞에 작품처럼 놓인 피아노가 제일 먼저 손님을 반긴다.
집을 아름답게 꾸미는 이는 유독 사람을 좋아한다. 집을 누리는 본인뿐만 아니라 그 집을 찾는 손님에게도 특별한 기쁨을 안겨주기 위해 꾸미고 가꾸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다.
미국에서 블루프린트라는 유명 가구 회사를 운영하는 조하연 대표의 집은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 설계하고, 꾸미고, 채운 집으로 LA의 고급 주택가 베벌리힐스의 언덕 꼭대기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블루프린트는 할리우드의 영화사들에게 가구나 조명, 각종 영화 소품 등을 렌털하는 회사다.
독창적이고 모던한 사각형의 몸체를 지닌 이 집 현관에 들어서면 다채롭고 다양한 예술품이 먼저 손님을 반긴다. 앞마당 연못 위에는 우아한 조각품이 서 있고, 로비에서는 멋진 그랜드피아노가 큰 팔 벌려 환대한다. 뉴욕의 유명 피아니스트에게 부탁해서 특별 제작했다는 피아노는 이 집의 분위기와 어울려 ‘악기’라기보다는 차라리 ‘미술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단지 장식을 위한 피아노가 아니므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직접 연주할 때는 이 집에서 감동과 환호를 이끌어내는 멋진 생명체가 된다. 조하연 씨는 이 아름다운 집에서 벗들과 함께하는 작은 살롱 콘서트를 즐긴다. 음악과 건축이 어우러지면 또 다른 차원의 음악이 탄생한다고 한다. 올 8월에는 이탈리아의 한 바이올리니스트를 초청할 예정이라고.
2 응접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갤러리처럼 작품이 벽에 줄지어 걸려 있다.
3 한쪽 벽을 제외한 삼면을 유리로 마감한 조 대표의 집.
“내가 사랑하는 공간에서 나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과 더불어 최상의 음악을 듣는것,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뒤쪽으로 한국이 낳은 천재 예술가 백남준 선생의 작품이 눈에 들어와, 새삼 백남준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정원이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주방은 원목과 철재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인테리어로 주인의 이미지처럼 정갈하고 깔끔한 인상을 풍긴다. 그린 푸드를 즐겨 요리하는 조 대표는 이 주방에 특히 심혈을 기울였단다. 사람을 가깝게 하는 데는 어떤 예술보다 더 효과적인 예술이 바로 음식 예술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터놓고 나누는 대화와 맛있는 식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꾸민 공간이다.
화랑처럼 이어지는 1층 복도는 예술품들이 줄지어 선 갤러리다. 복도를 지나면 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공간에 조각품 하나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거기 공간이 있어 작품을 인위적으로 배치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작품을 배치하는 주인의 안목이 돋보여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1 현관에 전시된 작품들. 왼쪽은 침실로 올라가는 복도, 오른쪽은 와인을 마시거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지하로 연결된다.
2 정원에 꾸민 젠 스타일의 노천 온천.
3 각양각색의 디자인 작품으로 꾸민 네 개의 게스트룸 중 하나.
4 조명을 매입해 아트 월로 꾸민 지하 층의 한쪽 벽.
5 응접실 옆에 크리스털 오브제를 배치해 꾸민 다이닝 룸.
리빙 룸의 문을 열면 코발트빛 물이 찰랑이는 수영장의 푸른빛이 밀려들어온다. 수영장 전망대에 서면 저 멀리 할리우드의 톱스타인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자택이 보인다. 이 집에서 조하연 씨가 특별히 자랑하는 것은 젠 zen 스타일의 노천 온천. 이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온천을 즐기면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신다고.
“저에게 행복한 삶이란 바로 이런 아름다운 것들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20대부터 미술품을 수집해온 조하연 씨는 스스로 작품 수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 고전이든 현대든 유명작가든 무명작가든 자신의 기호대로, 자신의 장소에 어울릴 만한 작품을 자유롭게 수집한다. 자신의 공간을 빛내주는 존재감, 그것이 바로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다.
베벌리힐스 정상에 위치해 가슴까지 탁 트이는 360도 파노라마 전망을 자랑하는 조하연 대표의 집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자연이 연출하는 다양한 빛깔과 정취의 예술이나 다름없다. 낮에는 시원한 계곡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자연의 미학에, 밤에는 LA 시내에서 화려하게 뿜어내는 네온사인이 만드는 빛의 예술에 매료된다.
로비에서 오른쪽 침실로 올라가는 한쪽 벽에는 파도치는 사진이 지나는 사람을 짙푸른 바다로 이끄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사진은 조 대표의 작품이다. 집주인의 빼어난 감각이 온 사방에서 생동하는 이 집은 어느 면면을 보더라도 예술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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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층에 마련한 응접실에 앉아 있는 조하연 대표.
7 식사 후 지인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소극장 같은 공간. 한쪽 벽면은 평소 조 대표가 좋아하는 영화의 스틸 컷으로 장식했다.
지하 1층에는 DVD를 감상할 수 있는 홈 시어터가 마련되어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를 상대로 사업하는 만큼 조 대표는 영화를 무척 사랑한다. 벽면 한쪽은 옛 추억을 음미하게 하는 영화의 스틸 컷이 가득하다. 이 서재는 어느 건축가가 자신의 책에 ‘미국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서재’로 소개했을 만큼 멋진 공간이다.
공간마다 각기 다른 색깔과 의미를 두고 방을 꾸미는 조 대표는 게스트 룸도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 테마별로 꾸몄다. 손님이 내 집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책상, 전화, 침대 등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춘 깔끔한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을 다녀간 이는 누구나 잊지 못할 감동과 멋진 추억을, 다시 오고 싶은 소망을 안고 되돌아간다.
“이 집을 설계할 때 저는 이곳에 머물다 갈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을 상상했습니다. 집이 나만의 공간에서 우리의 공간으로 확대될 때 그 기쁨은 배가된답니다. ”
영화, 음악, 미술, 자연, 그리고 집과 사람에 대한 철학까지,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특별한 행복과 기쁨을 주는 조하연 씨의 자택은 이렇게 비벌리힐스 언덕에 우뚝 서서 한국 여인의 남다른 배려와 예술적 감성을 웅변하고 있다.
1 요리하는 동안 야외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주방.
2 심플함을 콘셉트로 꾸민 게스트 룸.
3 조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로 전면을 유리로 마감한 젠 스타일의 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