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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아이디어 체감온도 5도씨 낮추는 색과 리빙 오브제
‘복날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옛말이 있을 만큼 예나 지금이나 무더위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덥다고 종일 에어컨만 켜는 것이 정답은 아니지요. 눈으로 느끼는 체감온도가 ±5℃라 하니, 차가운 컬러와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전통 세시 풍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요. 단옷날 선물로 주고받던 부채, 삼복 때 지어 입은 모시 저고리, 시원한 낮잠 친구 죽부인 등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그 옛날에도 우리 조상들은 슬기롭게 여름 더위를 이겨냈으니 말입니다. <행복>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효과는 물론 피부에 닿는 감촉, 상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풀냄새까지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쿨 인테리어를 제안합니다.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에 대한 경각심이 한껏 높아진 요즘, 이것이야말로 친환경적으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라이트 블루에서 셀룰리안, 튀르쿠아즈, 인디고블루로 이어지는, 지금 주목해야 할 다채로운 블루 컬러의 조우. 천장에서 노방을 드리운 설치 작품은 로리 킴의 ‘Landscape of Emotions’으로 장소는 갤러리 CSP111 아트 스페이스. 디자이너 이정섭 씨의 참나무 벤치는 그미그라미에서 판매. 한지로 만든 롱 재킷과 이너로 입은 톱 원피스, 스커트, 목걸이는 모두 수우 컬렉션의 한지 라인, 화이트 웨지힐 슈즈와 컬러 비즈 팔찌는 구호 제품.


(왼쪽) 커다란 토분 오브제는 윤현상재 제품, 종이 의자 위글 사이드 체어는 프랭크 O. 게리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비트라에서 판매.
라탄 소재로 만든 선풍기는 선혁구디에서 판매. 코르코 소재 볼은 비트라에서 판매.
베이지 컬러의 트위드 재킷은 샤넬, 화려한 참 디자인이 돋보이는 목걸이는 피아자 셈피오네, 화이트 톱은 바슈, 화이트 팬츠는 미니멈, 베이지 스트랩 슈즈는 나무하나 제품. 장소는 공근혜 갤러리.
(오른쪽) 짚으로 만든 스툴은 윤현상재, 야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코르크 스툴은 코르크 패밀리 시리즈 ‘C’ 모델로 비트라에서 판매.


천연 소재가 전하는 원초적 쾌적함
무더위와 불쾌감을 모두 날려주는 똑똑한 아이템은 다름 아닌 왕골과 라탄이다. 뜨뜻한 바닥 열기를 식혀주는 아이템으로는 왕골 방석이 제격이고, 더운 여름날 라탄 소파에 앉으면 땀이 나 끈적거리는 일이 없어 좋다. 왕골은 사초과의 한해살이풀을 실 모양으로 가늘게 쪼개 말린 것으로 돗자리와 방석, 베개, 발 등으로 이용된다. 라탄은 야자과의 덩굴식물로 줄기가 길고 질기며 탄력이 뛰어나 가구, 바구니 등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다. 습기는 쏙 빨아들이고 상쾌한 감촉만 남기는 천연 소재로 두 소재 모두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자연초 역할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젖은 수건으로 닦은 뒤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 관리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종이, 코르크 등 최근 유행하는 색다른 천연 소재 가구와 소품 역시 담백한 공간을 연출해주는 아이템이다.


작은 소품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투명한 유리나 아크릴 소재의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고, 유쾌함을 주는 위트 있는 디자인의 소품도 괜찮은 선택이다. 유리 LED 오브제는 빛과 조명의 조각가 임명옥 씨의 ‘A Sacred Landscape’. 화이트 면 소재의 롱 원피스는 자딕&볼테르, 브라운 컬러 샌들은 스티븐 매든 제품.

블루,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색컬러군 중 가장 차가운 색인 블루는 대표적인 여름 컬러로 손꼽힌다.
블루 컬러의 종류에는 인디고, 아콰마린, 튀르쿠이즈, 네이비, 머린, 코발트 등 1백여 가지가 넘는다. 깊은 바다색을 닮은 짙은 푸른색부터 투명한 물빛에 가까운 옅은 푸른색까지 명도와 채도에 따라 그 표현이 매우 다양하다. “색채는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는데, 이것은 색을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노란색은 따뜻함, 검은색은 공포심, 빨간색은 활력, 파란색은 시원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색채마음연구소 장성철 소장의 말이다.
사람의 호흡과 맥박을 빠르게 하는 빨간색과는 반대로 파란색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맥박을 느리게 하고 체온을 낮춰준다. 따라서 블루 컬러의 차가운 성질, 안정감 등을 활용해 집을 꾸미면 무더위와 열대야로 지친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시원한 느낌을 선사할 수 있을 듯. 개성 있고 강렬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선명한 비비드 블루를,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을 원한다면 부드러운 파스텔블루를, 모던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다면 짙은 쪽빛 컬러의 블루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공간을 온통 블루 계열로만 꾸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들어선 지중해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풍경이 아닌가? 이처럼 블루는 화이트와 함께하면 그 시원함이 배가된다. 또 같은 블루 컬러여도 패턴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스트라이프 패턴은 공간을 생동감 있고 경쾌하게 만들어주며, 기하학적 패턴은 미니멀한 공간을 좀 더 세련되게 연출해준다. 이처럼 패션과 가구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과 문화 예술, 음식 등이 ‘푸른색’과 만나면 한결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벽에 걸린 물결 사진 작품은 미국의 사진작가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The Elements: AirWater Part 1, #5’로 공근혜 갤러리 소장품. 장소는 멜랑꼴리 판타스틱 스페이스 리타.

상상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그 집은 배처럼 느껴졌다. 폭풍을 이겨내도록, 마치 섬의 일부인 것처럼 지어졌다. 모든 창으로 바다가 내다보이고, 그 창들로 바람이 이리저리 통해 더운 밤에도 시원하게 잘 수 있었다.” _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만류 속의 섬들>중 우선 여름 침실은 체감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눈이 먼저 시원해지는 공간’을 콘셉트로 삼는 것이 좋다. 화이트로만 꾸민 방도 시원해 보이지만 여기에 블루나 실버 컬러를 포인트로 매치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해먹이 걸린 평화로운 해변이나 선선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크루즈 여행, 사막 어딘가에 숨어 있는 오아시스 마을 등 상상 속의 여름 풍경이 펼쳐진 작품을 들인다면 금상첨화일 듯. 눈을 감고 상상해보라, 지금 떠나고 싶은 곳을!


바닥에 놓인 화기는 앤블랙 제품으로 덴스크에서 판매. 보료로 연출한 아사 이불은 은채, 면 소재의 메밀 베개는 모노콜렉션 제품, 유창목으로 만든 사각 나무 쟁반은 큐빅미터에서 판매. 투명 아크릴 소반은 김재경 작가의 작품. 죽부인은 채상장 彩箱匠 서한규 씨가 제작한 것. 천연 소재인 사이잘삼으로 만든 멜라우 카펫은 우양알앤비에서 판매.

거리 두기, 여백의 미학
“덩그러니 침대 하나가 놓여 있는 소박한 농부의 방. 벽지도 바르지 않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방이 그립다.”_알퐁스 도데의<풍차 방앗간에서 온 편지> 중.
여름 공간 연출의 포인트는 바로 ‘비움’ ‘거리 두기’의 법칙이다.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미니멀한 공간이 시각적으로 시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루의 4분의 1 내지 3분의 1은 침실에서 생활하는 만큼 침실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건강한 여름을 보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되지요. 너무 많은 가구를 두거나 지나친 장식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재화 씨의 조언처럼 취향에 맞는 한두 가지 소품만 둘 것. 숙면에 도움이 되는 잔잔한 음악과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 아로마 향초를 살짝 켜두면 더운 열대야 속에서도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
침대 커버나 이불 등의 침구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소재나 촉감까지 꼼꼼히 살펴 선택한다. 까슬까슬한 감촉이 거슬리지만 않는다면 전통 소재인 모시와 삼베, 아사 면 등이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사용하기 좋다. 식물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젖어도 금방 마르는 장점이 있다. 사각사각 버석버석, 이불이 스칠 때마다 나는 소리가 마치 시원한 파도 소리처럼 들리는 것도 매력적이다.
유리와 아크릴 역시 여름을 대표하는 쿨링 소재. 최근 모던하고 유니크한 디자인 브랜드에서 많이 선보이는 아크릴 소재 가구도 모던한 여름 공간을 완성해주는 아이템이다.


공간, 바람과 소통하라
사실 여름철 건강을 위해서는 온도보다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먼저 실내 습도는 50% 전후로 낮춰주어야 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은 환기를 자주 시키는 것이다.
실내 온도는 26~28℃로 유지하고 외부와의 온도 차이는 5℃가 넘지 않도록 조절할 것. 에어컨은 1~2시간 정도 가동한 뒤 1시간 정도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낮에는 창문을 열어두어야 집 안에 복사열이 머무르지 않는다. 또한 아름다운 풍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를 낮출 수 있다. 여름 볕이 지나치다면 자연 햇살 받이로 전통 모시 발이나 초록 덩굴식물을 드리우자.
성근 모시 발 사이로 은은하게 비치는 햇볕은 기분 좋은 광합성 작용을 하게 하고, 초록 잎을 통해 여과된 여름 볕은 그야말로 싱그럽기 그지없다.흔히 볼 수 있는 일회용 페트병을 잘라 컬러 조약돌을 담고 덩굴식물을 심어 창가를 장식하는 것도 방법.

1 플로럴 디자인은 정훈희. 가구 디자이너 이정섭의 참나무 소재 의자는 그미그라미에서 판매.
2 모시나 삼베는 소폭 원단으로 패치워크하기 편하므로 조각보처럼 바느질해 가리개로 사용할 것. 모시 대나무 발은 채상장 서신정 씨의 작품.
캔버스 소재의 우드 노트 카펫은 인엔에서 판매. 동으로 만든 욕조와 고재 벤치는 윤현상재 제품. 타월과 딥 디시 접시는 도데카에서 판매. 좌판 부분이 옴폭 파인 디자인의 낮은 스툴은 헤이디 제품으로 인엔에서 판매. 
3 단정한 컬러, 강한 임팩트를 가진 디자인 제품 한두 개로 공간에 포인트를 줄 것. 얇은 한지 효과를 내는
신소재 펜던트 조명은 와츠에서 판매. 로낭&에르완 부흘렉 형제의 베제탈체어는 비트라에서 판매. 사이잘삼 소재 카펫은 우양알앤비에서 판매. 장소는 모벨랩.



친환경적으로 더위를 피하는 방법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더위가 시작되는 단옷날에 부채를 선물로 주고받았다. 깃털로 만든 우선, 자루 달린
둥근 부채 단선, 접었다 폈다 하는 접선 등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 때에는 개성에 맞는 부채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래도 상쾌하지 않을 때는 잠시 일상에서 한발 떨어져 정자나 계곡 바위에 앉아 싱그러운 대자연을 즐겼다. 자연의 바람보다 더 좋은 휴식이 있을까? 손수건과 부채 그리고 싱그러운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정갈하고 단정하게 하는 문화이자 멋이요, 그린 스타일의 실천이다.

(왼쪽) 테이블을 겸할 수 있는 오리엔탈 스타일의 작은 나무 스툴을 두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 부채는 한지 작가 이종국 씨의 작품. 나무 스툴은 호사컴퍼니 판매, 대나무 바구니는 효재, 플라워 프린트가 돋보이는 원피스는 겐조, 블랙 리본 장식 통은 입생로랑, 체인 목걸이는 제이미 앤 벨 제품.

(오른쪽) 산호, 라피아 등의 천연 소재와 컬러가 주는 시원한 에너지를 느껴보라. 클래식 코럴은 호사컴퍼니에서 판매. 짚으로 만든 수납함은 호사컴퍼니에서 판매. 클래식한 리본으로 포인트를 준 모자는 헬렌 카민스키, 컬러 시폰 패치가 시원한 느낌을 주는 라피아 백은 샤넬 제품. 빈티지한 골드 뱅글, 우드 뱅글은 모두 피아자 셈피오네, 크로셰 소재의 로퍼는 스티븐 매든, 무명 소재로 만든 구슬 목걸이는 수우, 불가사리 모양의 블루 컬러 뱅글은 티피&매튜, 사각형 우드 트레이는 도데카에서 판매. 원석, 진주, 리넨 소재로 만든 꽃잎 모양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젤리 슈즈는 토리버츠 제품.


이지현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