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경남 하동, 소박한 한옥 별채에 마련한 한 칸 다실.


2 다실 한가운데 소나무를 켜서 만든 오픈 수납장이 있다. 차 사발을 하나씩 장식하면 그 자체로 소박한 아트월이 된다.
3 조각보와 문틀, 다기, 꽃이 어우러진 다실 풍경. 나뭇가지와 들꽃이 어우러진 자연스러운 꽃꽂이를 즐긴다.
한 칸 다실로 사용하는 별채에는 원래 방이 두 칸 있었다. 한옥과 흙집의 경계가 모호한 별채의 방을 하나로 트고 천장을 뜯어낸 뒤 서까래 구조를 살렸다. 대신 방 가운데 오픈 수납장을 세워 내력벽처럼 천장을 지지할 수 있게 했다. 크고 작은 창문이 많은데, 전면에는 통창을 만들어 조각보를 커튼 삼아 드리웠다. 조각보를 짓는 것 외에도 전통 문을 컬렉션하는 김명숙 씨는 문을 가로로 뉘어 다기장으로 사용한다. 청자, 백자, 분청사기부터 투각한 것까지 많은 종류의 찻잔이 문창살에 하나씩 끼워져 있다. 송판 두 개를 겹친 소박한 찻상을 사용하고 바닥에는 다다미를 깔았다. 여름에는 눅눅하지 않고 겨울에는 한기를 막아주어 방석이 필요 없다. 마치 꽃이 자연 속에 있을 때 제일 예쁜 것처럼, 집 자체가 소박하니 집처럼 소박한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은 듯 잘 어울린다.
“찻잎을 직접 따고 덖어보니 세상에 맛없는 차는 없더라고요. 좋은 차, 좋은 다기, 좋은 찻상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 우선 차 마시는 것 자체를 즐기세요. 형식은 그다음에 갖추어도 충분합니다.” 얼마 전부터 그의 딸도 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여느 젊은이처럼 차보다 커피를 좋아하던 딸 윤나 씨는 하동 집에 놀러 올 때면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곤 했단다. 어머니의 영향 때문인지 결혼 준비를 하면서 거실을 다실로 꾸미고 싶어 하는 딸에게 아끼던 느티나무 찻상과 찻잔 몇 가지를 내주었다는 김명숙 씨. 처음에는 무리하지 않고 분수에 맞게 차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차를 즐기다 보면 다도의 형식적인 부분들을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단다. 차를 왜 조용히 마셔야 하는지, 찻잔은 왜 두 손으로 잡아야 하는지, 찻상은 왜 낮아야 하는지 머리로 배우지 않아도 가슴으로 깨닫게 된다.
대나무를 스치는 바람이 맑은 소리를 선사하는 오후 3시, 녹차를 마시기 좋은 시간이다. 멀리 짙푸른 산 그림자가 바라다보이는 다실에 앉아 차를 마시고 조각보를 지으며 마음을 걸러낸다. 자신을 돌아보며 몰입하는 행복한 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소박한 다실 꾸밈 아이디어
1 한식 다실에 조각보 소품이 조화롭다. 조각보는 버려지는 조각 천을 바느질해 또 다른 쓰임새를 만드는 것. 보통 옷을 짓고 남은 천, 오래 사용해 낡은 천 등을 오려 이어 붙이는 것으로 이 세상에 허투루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조상들의 지혜다. 한복집에서 자투리를 얻어다 조각보를 짓는 김명숙 씨는 모시 조각보를 창문에 드리워 커튼처럼 사용한다.
2 오래 전부터 옛날 문을 수집했다는 김명숙 씨. 안동 골동품 가게 학고당(054-857-3331)에서 구입한 것이다. 오래된 한지를 뜯어내고 가로로 뉘여 벽에 세워두면 다기장으로 변신. 액자처럼 걸어 황토벽을 장식하기도 한다.

3 조각천과 바느질 도구들이 들어있는 바구니는 소박한 다실에 잘 어울리는 소품이다. 자연의 감각이 느껴지는 찻상은 소나무 송판 두 개를 겹쳐 사용하는 것. 소나무를 두툼하게 켜서 사포질하고 동백기름을 발라 말린다. 동백기름 대신 올리브유를 얇게 세 번 정도 덧발라도 된다.
4 벽장 아랫부분은 문을 달지 않고, 색동 베개를 넣어 장식했다. 겨울에는 몸이 따뜻해지는 발효차를 즐기는데, 발효차는 작은 항아리에 넣고 한지 뚜껑을 덮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다실 안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가 곳곳에 놓여져 있는데, 물을 담아두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단지에 물을 정화시켜 사용하는 것은 차를 마시는 데 기다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