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한옥마을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북촌8경. 그 여덟 경치 중에서도 손에 꼽는 북촌6경과 어깨동무하는 자리에 쉼터를 겸하는 갤러리 하나가 문을 열었다. 가회동 31번지 언덕 위에 자리한 미음 갤러리. 하루가 다르게 옷을 갈아입는 삼청동 일대의 갤러리나 카페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진짜’ 한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미음 갤러리가 품고 있는 정취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북촌6경으로 눈을 돌려보자. 북촌6경은 북촌 한옥마을 일대에서도 ‘유일하게’ 온전한 한옥 골목이 남아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한옥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지만, 이 일대를 형성하는 1천8백 가옥 중 한옥 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집은 불과 8백여 채. 한두 집 건너 양옥이 자리한 경우가 다반사니 골목길 하나가 온전히 한옥으로만 채워진 곳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 귀하디귀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6백 년 고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에 미음 갤러리가 자리 잡았다.
축대 위로 난 계단을 올라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대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풍경. 유리 담장 너머로 중첩되는 기와지붕은 막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처럼 오묘한 빛을 발한다. 이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장작 가마 기와지붕이다. 지붕이 펼쳐 보이는 점묘화 같은 풍경 너머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음 갤러리 주인장인 디자이너 김경수 씨. 그는 이 터가 지닌 절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하게 돌담을 내리고 유리 담장을 세웠다. 가회동 언덕 위에, 그것도 축대 위에 지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담장이 너무 높아 대청마루에서조차 그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ㄱ자 집에 별채가 더해져 ㄷ자 구조가 된 이 집에는 지난 세월,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해온 한옥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전통 창호 문살부터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무틀 유리창, 바둑판처럼 깔려 있는 1960년대 타일, 소나무로 된 대청마루, 안방의 콩댐 장판, 온돌 마루. 거기에 유리 담장처럼 김경수 씨가 실험적으로 시도한 변화들이 더해져 있다.
(위) 부엌과 접한 응접 공간은 빈티지 의자들로 꾸몄다. 지난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한옥과 빈티지 가구가 조화롭다. 이 공간은 한지 도배 장인을 모셔다 한지로 7겹 도배를 했다. 도배를 한 겹씩 더할 때마다 분위기는 물론 방음 효과도 높아졌다.
대청마루는 한옥의 청취를 경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1 돌담을 거두고 유리 담장을 세워 전망이 좋아졌다. 유리 담장 바로 앞으로 바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그에게 이곳은 일종의 ‘개방형 실험실’이다. 건축으로 한옥을 실험하고 젊은 작가들의 디자인을 실험하고 공간의 성격을 실험한다. 그가 이 한옥을 얻은 것은 1년 전, 그동안 느릿느릿 이 공간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그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음 갤러리: 서른한 번째 쉼터’. 이곳은 활동 무대가 부족한 젊은 디자이너를 돕는 갤러리로, 북촌 한옥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단지 눈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한옥을 경험할 수 있는 쉼터가 된다. “바로 대문 앞이 북촌6경이에요. 하루 종일 대청마루에 앉아 있다 보면 꽤 많은 사람이 한옥마을을 보기 위해 북촌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이 이 언덕까지 올라와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남의 집 대문과 담장 한 번 바라보고 사진 한 장 찍는 거예요.” 자신이 한옥을 경험해보니 그들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더란다. “대청마루에 올라 해바라기하며 바람도 쐬어보고 빗소리도 들어보고, 온돌방에 앉아 차도 한잔 마셔봐야죠.” 좌식을 기본으로 한옥은 방방이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꾸몄다. 각양각색의 해주 소반을 한데 모아 커다란 좌식 테이블을 만들고 방석을 놓은 대청마루, 전망이 가장 좋지만 창이 높아 입식으로 꾸민 응접실, 살구나무가 있는 마당 풍경이 그림 액자처럼 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자리를 마련한 건넌방, 커다란 등받이 쿠션을 함께 두어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 작은방. 쉼터라는 이름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이 공간은 동시에 전시장이기도 하다. 김경수 씨는 이곳이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날개를 펼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는 패브릭과 가구 디자인을 하는 스물다섯 살 신참내기 작가 엄준정 씨의 스툴과 조각보 방석을 전시 중이다. 12월에는 고암 정병례 선생의 전각 작품을 전시할 예정. 그는 이미 선생에게 해주 소반 30개를 보내놓았다고 한다. 해주 소반에 선생의 전각 작업이 더해져, 전혀 새로운 차원의 작품이 탄생할 것이란다.
2 감나무 그늘 아래 이웃집 담장과 지붕을 이웃하는 자리도 멋스럽다.
3 미음 갤러리의 주인장 디자이너 김경수 씨.
4 지난 11월 이곳에서 전시한 엄준정 씨의 조각보 쿠션과 김경수 씨의 소나무 스툴.
5 마당에서 부엌을 들여다본 풍경.
“한옥에서 지난 1년 동안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운 것들이오. 이곳에 있다 보면 땅의 기운을 느껴요. 내가 지금 따뜻한 자연의 품에 앉아 있구나 하는 기운이오.” 한옥은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집이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그에 대처해야 한옥에서 살 수 있어요.” 때로는 이런 것들이 귀찮기도 하지만, 그 귀찮음이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가 이야기한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살구나무는 지난여름 많은 열매를 맺었다. 수확한 살구는 매실처럼 액을 내어 차로 마실 수 있게 했다. 감나무에서 수확한 홍시로는 감식초를 만들어 여름에 음료로 선보일 예정이다. 미음 갤러리는 쉬어 가는 객을 위해 음료와 디저트 몇 가지를 마련해놓고 있다. 즉석에서 핸드밀로 콩을 갈아 준비하는 핸드 드립 커피, 레모네이드 등 각종 홈메이드 과실 차 등이다. “갤러리에서 차와 음료를 파는 것이 상업적이라면 상업적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해서라도 이 갤러리를 유지하고 싶어요.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갤러리가 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지요.” 미음 갤러리는 입장료 2천 원을 받아 젊은 작가들의 활동을 후원하는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문의 02-741-8889
6 소반 앞에 놓인 조각보 방석은 엄준정 씨 작품.
7 미음 갤러리는 조금씩 다른 분위기의 좌식 방으로 꾸며져 있다.
축대 위로 난 계단을 올라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예상대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풍경. 유리 담장 너머로 중첩되는 기와지붕은 막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처럼 오묘한 빛을 발한다. 이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장작 가마 기와지붕이다. 지붕이 펼쳐 보이는 점묘화 같은 풍경 너머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음 갤러리 주인장인 디자이너 김경수 씨. 그는 이 터가 지닌 절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하게 돌담을 내리고 유리 담장을 세웠다. 가회동 언덕 위에, 그것도 축대 위에 지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담장이 너무 높아 대청마루에서조차 그 절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ㄱ자 집에 별채가 더해져 ㄷ자 구조가 된 이 집에는 지난 세월,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해온 한옥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전통 창호 문살부터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무틀 유리창, 바둑판처럼 깔려 있는 1960년대 타일, 소나무로 된 대청마루, 안방의 콩댐 장판, 온돌 마루. 거기에 유리 담장처럼 김경수 씨가 실험적으로 시도한 변화들이 더해져 있다.
(위) 부엌과 접한 응접 공간은 빈티지 의자들로 꾸몄다. 지난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한옥과 빈티지 가구가 조화롭다. 이 공간은 한지 도배 장인을 모셔다 한지로 7겹 도배를 했다. 도배를 한 겹씩 더할 때마다 분위기는 물론 방음 효과도 높아졌다.
대청마루는 한옥의 청취를 경험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1 돌담을 거두고 유리 담장을 세워 전망이 좋아졌다. 유리 담장 바로 앞으로 바 형태의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다.
그에게 이곳은 일종의 ‘개방형 실험실’이다. 건축으로 한옥을 실험하고 젊은 작가들의 디자인을 실험하고 공간의 성격을 실험한다. 그가 이 한옥을 얻은 것은 1년 전, 그동안 느릿느릿 이 공간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그 이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미음 갤러리: 서른한 번째 쉼터’. 이곳은 활동 무대가 부족한 젊은 디자이너를 돕는 갤러리로, 북촌 한옥마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단지 눈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한옥을 경험할 수 있는 쉼터가 된다. “바로 대문 앞이 북촌6경이에요. 하루 종일 대청마루에 앉아 있다 보면 꽤 많은 사람이 한옥마을을 보기 위해 북촌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이 이 언덕까지 올라와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남의 집 대문과 담장 한 번 바라보고 사진 한 장 찍는 거예요.” 자신이 한옥을 경험해보니 그들의 모습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더란다. “대청마루에 올라 해바라기하며 바람도 쐬어보고 빗소리도 들어보고, 온돌방에 앉아 차도 한잔 마셔봐야죠.” 좌식을 기본으로 한옥은 방방이 조금씩 다른 분위기로 꾸몄다. 각양각색의 해주 소반을 한데 모아 커다란 좌식 테이블을 만들고 방석을 놓은 대청마루, 전망이 가장 좋지만 창이 높아 입식으로 꾸민 응접실, 살구나무가 있는 마당 풍경이 그림 액자처럼 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자리를 마련한 건넌방, 커다란 등받이 쿠션을 함께 두어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는 작은방. 쉼터라는 이름이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이 공간은 동시에 전시장이기도 하다. 김경수 씨는 이곳이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날개를 펼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는 패브릭과 가구 디자인을 하는 스물다섯 살 신참내기 작가 엄준정 씨의 스툴과 조각보 방석을 전시 중이다. 12월에는 고암 정병례 선생의 전각 작품을 전시할 예정. 그는 이미 선생에게 해주 소반 30개를 보내놓았다고 한다. 해주 소반에 선생의 전각 작업이 더해져, 전혀 새로운 차원의 작품이 탄생할 것이란다.
2 감나무 그늘 아래 이웃집 담장과 지붕을 이웃하는 자리도 멋스럽다.
3 미음 갤러리의 주인장 디자이너 김경수 씨.
4 지난 11월 이곳에서 전시한 엄준정 씨의 조각보 쿠션과 김경수 씨의 소나무 스툴.
5 마당에서 부엌을 들여다본 풍경.
“한옥에서 지난 1년 동안 배운 것이 정말 많아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배운 것들이오. 이곳에 있다 보면 땅의 기운을 느껴요. 내가 지금 따뜻한 자연의 품에 앉아 있구나 하는 기운이오.” 한옥은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집이라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그에 대처해야 한옥에서 살 수 있어요.” 때로는 이런 것들이 귀찮기도 하지만, 그 귀찮음이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며, 이곳으로 오지 않았다면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가 이야기한다.
마당 한가운데 있는 살구나무는 지난여름 많은 열매를 맺었다. 수확한 살구는 매실처럼 액을 내어 차로 마실 수 있게 했다. 감나무에서 수확한 홍시로는 감식초를 만들어 여름에 음료로 선보일 예정이다. 미음 갤러리는 쉬어 가는 객을 위해 음료와 디저트 몇 가지를 마련해놓고 있다. 즉석에서 핸드밀로 콩을 갈아 준비하는 핸드 드립 커피, 레모네이드 등 각종 홈메이드 과실 차 등이다. “갤러리에서 차와 음료를 파는 것이 상업적이라면 상업적이지요. 그렇지만 저는 그렇게 해서라도 이 갤러리를 유지하고 싶어요.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는 갤러리가 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지요.” 미음 갤러리는 입장료 2천 원을 받아 젊은 작가들의 활동을 후원하는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문의 02-741-8889
6 소반 앞에 놓인 조각보 방석은 엄준정 씨 작품.
7 미음 갤러리는 조금씩 다른 분위기의 좌식 방으로 꾸며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