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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바라본 2009년 세상만사, 세상만세
한 해를 흘려보내기 아쉽다면, 한 해를 어디서부터 정리해야 좋을지 망설여진다면 올해의 키워드를 살펴보자. <행복> 편집부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뽑은 16개 키워드만 읽어봐도 한 해의 흐름도 잡고 정보도 잡을 수 있다. 정밀한 렌즈가 달린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보고 내다본 2009년 세상만사. 참신한 디자인, 건강한 맛, 감동적인 예술, 재미난 사건으로 가득 찼던 세상, 만세다!


가전 디자인, 복고 바람은 계속된다
소녀시대의 복고 팬츠,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김남주의 굵은 웨이브…. 올 한 해 빛바랜 추억에 사람들은 울고 웃었다. 가전업계도 복고 바람은 마찬가지. 올 한 해 1950~60년대 향수가 묻어나는 디자인의 가전제품이 대거 출시됐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가전 디자인 4.
1 올림푸스 PEN E-P1 출시 2시간 만에 완판, 예약 판매 5시간 만에 1천 대 판매. 50년 전에 출시된 모델과 거의 흡사하면서 모던하기까지 한,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콤팩트한 디지털카메라보다 조금 더 크고 웬만한 DSLR 이상의 기능을 갖추었다. 팝아트, 거친 필름 효과 등 다양한 기능은 PC의 포토샵 기능 없이 카메라상에서 보정 가능하다.
2 LG전자 클래식 TV 한국전자전 ‘2009 KES’에 처음 소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14인치 CRT TV.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게 1950년대 배불뚝이 TV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고 기능까지 복고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게임기에주로 쓰는 ‘조그휠’ 방식을 적용해 다이얼 오른쪽을 누르면 채널 번호가 올라가고, 왼쪽을 누르면 내려간다. 디지털 튜너도 내장돼 있어 2012년 디지털 방송이 전면 시행되어도 셋톱 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 시청이 가능하다.
3 LG전자 싸이언 와인폰 3 와인폰은 진화하고 있다? 올 9월에 출시된 와인폰3는 옛 향수가 한껏 담긴 디자인이 특징이다. 폴더 외부에 가로 폭 1.77인치의 원형 LCD창을 채택하고 손목시계를 연상시키는 아날로그 시계를 적용한 것. 평소에 휴대폰을 시계 용도로도 즐겨 사용하는 이라면, 폴더를 열지 않아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와인폰 3의 편리성에 박수를 보낼 듯. 위급 상황에 볼륨 키와 카메라 키를 누르면 사이렌 소리가 난다.
4 삼성전자 지펠냉장고 퍼니처 스타일 한껏 멋을 낸 ‘아트형 냉장고’에 밀렸던 백색 냉장고가 다시 부활했다(1960년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는 모두 백색). 기존의 단순한 백색 대신 무색에 가까운 백유리를 사용해 모던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21세기형 백색이다. 이는 오늘날의 경제 불황 상태를 반증하는 실례로, 사람들이 가전제품을 고를 때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추천 <행복> 주거문화팀


2009년 감동의 건축
건축계 또한 경기 한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그래도 올 한 해 건축계를 바라보며 헛헛한 마음을 달랠 수있었던 것은 조민석, 조병수, 이타미 준, 리카르도 레고레타 4인방의 ‘의미 있는’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 지금껏 그들이 구축해온 건축 세계의 완결판을 보는 듯한 작품들이다.

1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카사 델 아구아’ 리카르도 레고레타는 건축계의 ‘색채의 연금술사’다. 남미의 강렬한 태양과 멕시코 문화의 활력을 빛과 색채를 통해 건축으로 드러낸다. 그의 건축이 모더니즘 건축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그는 토속 건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제 그의 건축을 제주도에 짓고 있는 ‘카사 델 아구아’ 모델하우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추천 김성은 기자


2 조민석의 ‘에스 트레뉴 S- Trenue’ ‘건축계의 뜨거운 소년’ 조민석을 많은 이들이 렘 콜하스의 ‘아들’로 치부하거나 자본주의 시스템을 건축에 끌어들인 장본인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서울을 치밀하게 조사해가며 자신의 건축 언어를 축적하고 있다. 그 과정이 꽤 재미있다. 그를 알면 알수록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그의 매트릭스 스터디 과정이 그 유명한 ‘부티크 모나코’와 최근 완공한 ‘에스 트레뉴’다. 에스 트레뉴는 번들 매트릭스라는 파생어를 낳기도 했다.
3 이타미 준의 ‘하늘의 교회’ 이타미 준은 장인이다. 조병수가 옹기장이라면 이타미 준은 도공이다. 제주도 하늘의 교회는 이런 점에서 그의 대표작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을 들여 제주도의 자연과 관계를 맺고 있다. 하늘과 물이 안으로 들어 왔다 나갔다 반복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오브제로 존재하면서도 사람을 끌어들이고 다시 내보내는 공간의 흐름을 구성해낸다. 그의 공간에는 시선을 바꾸고 경험의 폭을 넓히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요소들이 담겨 있다.


4 조병수의 ‘한일시멘트 게스트하우스’ 조병수의 건축은 오브제다. 그의 건축은 놓여 있는 것이 전부다. 세련되고 풍부한 경험을 주지만 정적이다. 조민석의 공간이 움직여야 전부를 볼 수 있다면, 조병수의 공간은 가만히 있어도 다 보이는 건축이다. 조민석이 복잡한 도시에 대응한다면, 조병수는 자연에 유기적으로 조화한다. 특히 단양 ‘한일시멘트 게스트하우스’는 그의 작품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다. 그냥 콘크리트 박스가 아니라 부순 콘크리트와 캐스팅한 콘크리트를 병치했다.자연과 공존하는 감동스러운 모습이다. 추천 박성태 (월간 <공간> 편집장)

200
최신 리빙 문화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주거문화 수준을 한층 높이는 데 기여해왔다. 15회를 맞은 올해는 ‘그린 스타일’을 주제로, 경제 불황인데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200개 브랜드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참 순한 마감재
각종 수식어를 달고 친환경 마감재가 무수히 출시되고 있다. 제품이 다양할수록 선택은 어려워지는 법. 이럴 때는 직접 사용해본 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 이상 없다. 스타일리스트 유미영 씨가 직접 시공해 효과 본, 믿을 만한 제품을 소개한다.
1 동화자연마루의 ‘디자인 월’ 아트월 시공은 벽면에 붙일 때 쓰는접착 본드가 문제였는데, 이 제품은 홈을 끼워 맞추는 조립식 공법을 사용해 시공 시 접착제가 필요 없는 것이 장점.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하지 않는 에코 보드를 사용하고 디자인도 멋스럽다.
2 IS 동서의 ‘에코카라트 브릭’ 디자인이 다소 밋밋하다는 단점을 보완해 아트월 효과를 연출하는 파벽돌 모양으로 취향에 따라다섯 가지 컬러 중 선택할 수 있다. 시공비는 1㎡(약 0.3평)당 10만 원 선.


3 천양제지의 ‘닥종이 벽지’&에덴 바이오의‘한지 벽지’ 실크 벽지는 비닐 코팅 때문에 벽지 자체가 무거워 접착제 사용이 불가피하나, 닥종이나 한지 등 천연종이 벽지는 가볍기 때문에 풀만으로도 시공이 가능하다.무늬가 이어져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인도1 쉽게 바를 수 있다. 추천 유미영(리빙 스타일리스트)

멀티숍이 스타일을 찾았다
욕실 타월부터 커튼, 소파까지 한곳에서 쇼핑할수 있는 멀티숍이 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멀티숍의 특징을 꼽으라면 ‘스타일’이다. 그냥저냥 생활용품 백화점 같은 멀티숍이 아닌 ‘모던’ ‘빈티지’ 같은 하나의 콘셉트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개성 만점 인테리어 스타일을 살려주는 멀티숍 네 곳을 뽑았다.
1 프랑프랑 일본에서 건너온 라이프스타일 잡화 브랜드 프랑프랑. 캐주얼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싱글족을 위한 1인용 제품과 아담한 크기의 제품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문의 02-365-2070~1
2 스페이스 사보 빈티지 하면 으레 가구를 떠올리지만 스페이스 사보는 가구와 조명등은 물론 1950년대 독일 가정에서 사용하던 부엌 가구까지 없는 것이 없다. 문의 02-537-1448
3 도데카 아기자기한 선물 아이템부터 패브릭 제품, 디자이너 가구까지 갖추고 있으며 갤러리와 카페, 패션 코너도 마련했다. 세계 각국 젊은 디자이너들의 재기 발랄한 디자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한국에 처음 소개된 영국 디자이너 그룹 코미티니의 스탠드 램프는 도데카만을 위해 디자인한 리미티드 제품이다. 문의 02-3445-0388
4 더도어 중국 베이징 치조바에서 앤티크 가구 숍을 운영한 최광돈 대표가 셀렉팅 한 가구와 직접 디자인한 캐시미어 의상을 선보인다. 탤런트 박시연 씨의 동생 박민주 씨가 디자인한 주얼리, 쿠룬의 가방 등 핸드메이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문의 02-541-8751 글 박은영 기자


2009 가장 행복한 얼굴
김수환 추기경, 마이클 잭슨, <짱구는 못 말려> 작가, 장영희 교수, 화가김점선 씨, 전 대통령 두 분까지 많은 이들이 하늘나라로 간 해이기에 ‘행복’이란 말을 꺼내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올해도 <행복> 독자에게 행복이라는 ‘경이롭고도 평범한 말’을 가르쳐준 이들이 있었다.
1 지구환경 파수꾼이 된 엄홍길 대장(2009년 4월호 ‘귀 기울여 들어보니’) “히말라야를 38번 도전했다가 20번 성공했고 그동안 10명의 동료를 잃었다. 지금 난 살아 있다. 기적이다. (중략) 무사히 내려오면 ‘인간세계에 내려가 내가 너에게 베푼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라’는 신의 속삭임이 생생히 들리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지금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지구환경 파수꾼’이 되어 동분서주한다. 산악인을 위한 산이아닌 모두를 위한 산, 모두를 위한 지구를 꿈꾸는 ‘지구 용사 엄홍길 대장님’. 극한의 정점에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일까. 그의 얼굴엔 ‘다 지나온 사람’만의 평온이 깃들어 있었다.
2 큰 작가 오정희(2009년 3월호‘귀 기울여 들어보니’) 대한민국 작가들의 모범인 교과서, 얼굴 없는 선생 오정희 작가. 그러면서도 아들딸이 잠들고 나서야 밥상 위에서 원고를 쓰기 시작하는 ‘건전 모범 주부’로 산 그의 지난날들. 밥 짓기와 글쓰기를 성실히 다한 그가, 사느라 낡아버린 우리에게 위로를 건넸다. “애초에 인생이 우리에게 약속한 건 없었다. 사는 건 별것 아니면서도 아주 특별한 기회다.”
단 한 번 만났을 뿐인데도 자꾸 그립고 안기고 싶은, 내 엄마 같은 사람.
3 오월에 그리는 친정엄마(2009년 5월호 ‘포토 에세이’) 결혼을 하면 ‘시집’이내 집이 되고, 나서 자란 집은 ‘친정 親庭’이라는 뜰이 된다고 했던가. 흑백사진 속에 담긴 친정엄마의 일대기는 그래서 더 애틋하고 매만지고 싶고 입가에 웃음도 물렸다. 이동 사진관 카메라 앞에서 45도로 각 세운 처녀 적 엄마의 보드라운 얼굴, ‘누구 엄마’ ‘몇 호 형님’으로 불리는 중년의 엄마 얼굴,아랫목에서 늙은 등허리를 드러내고 잠든 노년의 엄마 모습, 그리고 그 딸이 낳은 딸에게서 발견한 친정엄마의 얼굴. 다시 한 번 세상 모든 엄마에게 이 사진을 바친다. 글 최혜경 기자

68
지난 6월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행복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68위를 차지했다. 작년에는 102위로 최하위권이던 것에 비하면 더 행복해진 셈이지만. 1위는 코스타리카가 차지했고, 이를 비롯해 4위까지는 모두 중남미 국가들의 몫이었다. 한국 국내총생산은 세계 15위라는데 우리의 행복 지수는 언제쯤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신조어로 본 신인류
신조어로 한 해를 돌아본다.
1외모형 몸을 노골적으로 비유해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초콜릿 복근’(초콜릿처럼 각진 식스팩 복근), ‘꿀벅지’(꿀을 바른 듯 탄력 있고 매력적인 허벅지)가 쌍벽을 이뤘다.
2 남녀형 스스로 ‘건어물녀’(일하느라 지쳐 ‘연애세포’가 건어물처럼 바짝 마른 여자)임을 토로한 여성들이 눈에 띄었고, ‘초식남’(온순한 초식동물처럼 여성적 취향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남성)이 등장했다. ‘품절남?품절녀’(애인이 있거나 결혼해서 ‘품절’된 남녀)가 부럽긴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외모보다는 내실 있는 ‘만두남’ (속이 꽉 찬 남자)이 최고다.
3 아이돌형 대중가요계는 아이돌 그룹이 휩쓸면서, ‘신종 아이돌’이 생겼다. ‘짐승돌’(짐승처럼 터프한 매력이 있는 아이돌)을 필두로, ‘체육돌’(운동신경이 뛰어난 아이돌), ‘예능돌’(입담과 개인기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아이돌)이 주목받고 있다. 이 틈에 리쌍처럼 30대이면서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엉아돌’(‘형아’ 아이돌)도 등장했다. 추천 최규성(대중문화 평론가)

치유의 문학
‘불통 공화국’이어서 더 그런 걸까. 사람들은 ‘소통’과 ‘치유’란 단어에 몰두했다. 그중 더 편애하고 싶은 책 세 권.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창비) 올해 1백만 부가 팔렸다.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엄마 이야기는 그렇게 호로자식들 가슴에 죄책감을 꽂으며 읽히고 또 읽혔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간단한 줄거리다. 그러면서도 지독히 미련한 모성, 그래서 위대한 모성을 촌티 안 내고 부각시킨 건 신경숙 작가의 힘이다. 읽고 나면 나도 어느새 엄마를 과거형으로, 실루엣으로 잊고 산 게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내년엔 <아빠도 부탁해>도 나왔으면 좋겠다.
<돼지꿈>(오정희, 랜덤하우스 코리아) 오정희 작가에 대한 무한 사랑을 들키는 것 같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당대 작가 중 오정희만 한 문장가를 찾기 힘들다’는 김동리 선생의 이야기가 옳다는 걸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짧은 소품들을 모은 책이지만, 치밀한 문장과 그 안에 담긴 훈기는 여전하다. “삶이 낡아가기 시작했다. 그제야 사는 기쁨을 알았다.” 그의 문장은 일상을 살아내느라 상처 입은 우리를 뭉클하게 어루만진다.
<서른 살이심리학에게 묻다>(김혜남, 갤리온) 40만 부가 팔린 책이니 책 소개보다 다른 이야길하련다. 사랑을 독차지하는 둘째 언니에 대한 질투 속에서 언니의 불행을 상상하던 고3 때, 언니가 갑작스레 죽었다. 그 사건의 영향으로 정신분석을 전공했다. 2002년 갑자기 다리를 끌고, 글씨를 쓰면 자꾸 끊기더니 신경계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그때 그에게 온 건 절망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언가’라는 물음이었다. 그 후 ‘내 인생,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방황하는 서른 살에 대해 써 내려갔고 상처투성이 현대인은 당연히 그 글에 열광했다. 진솔하고 겸손한 자세로 위안을 건네는 그만의 글은 다 이유가 있었다. 글 최혜경 기자


1 블랙 라이더 재킷과 그레이 티셔츠는 타임.
2 어깨 라인이 살아 있는 블랙 재킷은 타임, 스카프는 마리아꾸르끼.


파워풀한 파워 숄더
그 옛날의 두꺼운 패드에 럭비 선수처럼 두툼하게 올라온 어깨를 말하는 게 아니다. 2009년식 ‘어깨 패션’은 예전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날렵해졌다. 양쪽 어깨가 솟아오른 디자인의 파워 숄더는 발망이나 구찌 등 여러 브랜드에서 선보였지만, 역시나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스타 파워 덕분. 얼마 전 열린 ‘2009 스타일 아이콘 어워드 SIA’에서 올해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김혜수나 드라마 속에서 도도한 부잣집 아가씨 역을 맡았던 윤은혜, 영화 시사회 등 행사장에서 하지원, 신민아, 이효리가 한껏 올라간 파워 숄더 룩을 선보였다. 그래서 올겨울 재킷은 물론 원피스나 티셔츠의 어깨까지도 제대로 각이 잡혔다. 파워 숄더 재킷을 입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둘 사항.
1 파워 숄더의 파워 어깨선이 강조되어 전반적으로 날씬하게 보이도록 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2 파워 숄더의 부작용 다만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도전은 괜한 눈총만 받기 십상이라는 것도 기억하도록. 자칫 어깨가 더 넓어 보이고 팔뚝이 두꺼워 보일 수도 있으니 어깨선이 과하게 올라가지 않는 선에서 선택하는 것이좋다.
3 파워 숄더의 궁합 어깨는 힘주고, 다리는 힘 빼자. 하의는 스키니 팬츠 등의 타이트하거나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템으로 매치 해야 ‘오버’스럽지 않은 스타일이 나온다. 글 김윤화 기자



손 말고 진동으로 예뻐지다
올 한 해는 기계로 예뻐지는 방법이 유독 많았다. 물론 손보다 쉽고, 다른 뷰티 도구들보다 편리하다. 비결은 바로 진동. <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의 저자이자 뷰티 칼럼니스트 이나경 씨가 3가지 제품을 추천했다.
1 헤라의 ‘글램 바디 에스라이트 디자이너 키트’ 기존의 보디 슬리밍 제품은 바르는 것에서 끝났지만, 이 제품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진동을 이용한다! 에스라이트 디자이너의 성분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에스라이트 이오나이저라는 기기를 더한 것. 배와 팔다리 모드가 따로 있어 뭉친 지방, 단단한 셀룰라이트를 진동으로 풀어주고 이온의 반발력을 더해 핵심 성분이 피부 속으로 빠르게 침투된다. 꾹꾹 눌러주기만 하던 마사지 도구보다는 좀 더 진보된 형태라고 할수 있다.
2 랑콤의 ‘오실라씨옹 진동 마스카라’ 속눈썹을 더 길고 더 풍성하게 만들려면 진동시켜라! 마스카라가 진화를 거듭해 진동 마스카라가 됐다. 진동 마스카라는 랑콤, 에스티로더뿐 아니라 메이블린과 같은 저렴한 가격대의 제품까지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3 뉴트로지나의 ‘웨이브 파워 클렌저’ 클렌징 도구의 중요성은 간과되기 마련인데, 최근 재미난 클렌징 도구가 출시됐다. 이 제품은 집에서 세안하면서 에스테틱의 초음파 클렌징 효과를 누릴 수 있다. 1초에 1백 번 진동으로 클렌징과 각질 제거를 동시에 해결해주어 일석이조. 글 김윤화 기자



에지 있는 꿀벅지가 물결친 2009년
1에지 잡지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타일>에서 김혜수가 입에 달고 살았던 에지 edge는 실제로 잡지사에서 쉽게 들을수 있는 단어다. 상황에 따라 수많은 의미를 포함하는 신기한 단어지만 ‘감각 있는’ 혹은 ‘스타일리시하게’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패션 스타일을 평가할 때는 물론, 요즘에는 어떤 행동이나 제스처에도 사용된다. 사실 하도 회자된 탓에 정작 잡지사 기자들은 흥미를 잃었다.
2 물결 웨이브 역시 김남주는 당대의 트렌드를 진두지휘하는 아이콘임이 물결 웨이브를 통해 증명됐다. 아줌
마 캐릭터로 도전장을 던진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선보인 물결 웨이브는 다른 스타들의 헤어스타일에도 영향을 줄 만큼 인기를 끌었다. 물결 웨이브는 머리 윗부분을 안쪽으로 말아 웨이브를 만든 후 그 아랫부분을 바깥으로 말아주는 과정만 반복하면 끝. 긴 얼굴형이거나 광대뼈가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3 꿀벅지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몰라도 ‘꿀벅지 유이’는 들어봤을 듯. 소녀시대 티파니도 꿀벅지를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다. 이 둘의 공통점은 적당히 날씬하면서도 탄탄한 허벅지를 가졌다는 것. 이를 두고 꿀벅지라는 말까지 등장했는데, ‘꿀’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성적 암시 때문에 여성 비하라는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이 슬리밍 센터로, 성형외과로 몰리는 것을 보면 여성의 로망임은 분명한 듯. 꿀벅지를 가지고 싶다면 비율부터 계산해야 한다. 허벅지 윗부분부터 나눠 이른바 5:3:2의 비율이어야 가장 아름다운 꿀벅지 라인이 나온다고. 그런 황금 비율은 병원으로 달려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유이도 어린 시절 운동을 한 덕분에 탄탄한 허벅지 라인을 가질 수 있었음을 기억하도록. 꿀벅지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글 김윤화 기자

막걸리의 신명 나는 부활
2009년의 ‘막걸리’는 뜨거웠다. 일본에서 ‘마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로 불리며 인기가 급상승하자 수출이 10년 만에 9배 이상 증가했고,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서민 술’이었던 막걸리가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만찬 때 의도적으로 내놓는 술로부활한 지금, 청년 시절부터(실은 유년기에 술 받아오는 심부름을 할 때부터) 막걸리를 즐겼다는, 종종 ‘막걸리는 고향’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성석제 씨에게 그가 마셔본 가장 맛있는 막걸리와 그에 어울리는 안주를 물었다.
1 은잣골 막걸리 고향(경북 상주) 막걸리이니 당연히 추천. 3할이 쌀, 6할이 소맥(밀)인 이 막걸리의 안주로는 담담한 배추전이나 골곰짠지가 잘 어울리지만(이 두 가지의 중용은 고추장떡)이 지역의 특산물인 채소를 이용한 배추(무) 겉절이도 좋을 듯. 얼큰한 순두부찌개도.
2 안성 막걸리 90년대 후반 작업실 근처에서 퍼 마시던 막걸리. 발효된 맛이 그대로 살아 있고 누르께한 색깔이 값싼 밀막걸리임이 분명하나 친숙하고 서민적인 술이라 한 말들이 통으로 마실 때 제격. 안주로는 봄날의 닭백숙도 좋고(양동이에 시장서 사 온 생닭을 서너 마리 넣고 마늘 듬뿍 넣고 푹 고아서 열 명쯤 둘러앉아 마시고 뜯고 마시고 물고…) 잘 익은 김장김치, 땅속에서 무김치를 가져와서 으드드득 소리 내어 씹어 먹을 때의 그 겨울밤 기억. 김자반도 좋음.
3 참살이 막걸리 근자에 몇 번 마신 깔끔한 맛의 고급 막걸리. 너무 깔끔해서 마시는 사람도 근신하게 만드는 기미가 느껴짐. 안주? 깔끔하기로는 배추 고갱이를 씻어서 쌈장에 찍어 먹으면 좋을까. 장아찌를 잘게 썰어서 참기름 넣어 조물조물 무친 것이나 청포묵!추천 성석제(소설가) 마트에 가면 곧잘 다른 사람의 카트를 엿보곤 한다. 카트에 담긴 내용물을 보면 아직 들르지 않은 다른 층에서 반짝 세일하는 품목을 눈치 챌 수도 있고, 요즘 뜨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으며, 장을 보다 깜박 잊은 물건이떠오르기도 하고, 미처 구비하지 못한 계절 상품(모기약, 방습제 등)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카트 주인의 식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혼자 상상해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주스, 빵, 치즈, 맥주, 3분 카레가 담긴 카트와 콩나물, 사과, 갈치, 김, 잡곡이 담긴 카트 주인공의 라이프스타일이 같을 리 없다. 마트에서 2009년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무엇일까? 홈플러스의 2009년 3~10월 중 베스트 상품 10가지를 살펴보았더니 그중 절반인 다섯개 품목이 라면이다. 작년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라면은 84개. 전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국가로 집계되었다. 양은 냄비에 팔팔 끓여 후루룩 먹는 라면부터 커피믹스, 맥주는 기자 역시 매일 달고 사는, 즐겨 먹는 것들이지만 안타깝게도 건강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식품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장을 보러 가는 대형 마트의 판매 순위, 2010년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 과일, 곡물이 상위에 랭킹되기를 소망해본다. 글 이화선 기자

카트를 점령한 마트 인기 상품 베스트 10
1위
맥심모카골드믹스(동서식품)
2위 하이트캔맥주(하이트맥주)
3위 카스캔(오비맥주)
4위 신라면(농심)
5위 안성탕면(농심)
6위 올리브짜파게티(농심)
7위 삼다수(농심)
8위 얼큰한너구리(농심)
9위 삼양라면(삼양)
10위 3겹 크리넥스 데코소프트(유한킴벌리)
집계:홈플러스

마트에 가면 곧잘 다른 사람의 카트를 엿보곤 한다. 카트에 담긴 내용물을 보면 아직 들르지 않은 다른 층에서 반짝 세일하는 품목을 눈치 챌 수도 있고, 요즘 뜨는 제품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으며, 장을 보다 깜박 잊은 물건이 떠오르기도 하고 , 미처 구비하지 못한 계절상품 (모기약, 방습제 등) 도 챙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카트 주인의 식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을 혼자 상상해보는 즐거움은 덤이다. 주스, 빵, 치즈, 맥주, 3분 카레가 담긴 카트와 콩나물, 사과 , 갈치, 김, 잡곡이 담긴 카트 주인공의 라이프스타일이 같을 리 없다. 마트에서 2009년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무엇일까? 홈플러스의 2009년 3~10월 중 베스트 상품10가지를 살펴보았더니 그중 절반인 다섯개 품목이 라면이다. 작년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라면은 84개. 전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국가로 집계되었다. 양은 냄비에 팔팔끓여 후루룩 먹는 라면부터 커피믹스, 맥주는 기자 역시 매일 달고 사는, 즐겨 먹는 것들이지만 안타깝게도 건강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식품이다. 가장 많은 사람이 장을 보러 가는 대형 마트 순위, 2010년에는 국민 건강을 위해 채소, 과일, 곡물이 상위에 랭킹되기를 소망해본다. 글 이화선 기자


파 뿌리까지 다 먹자, 마크로비오틱
올해 초 SBS의 <100세 건강 스페셜>과 KBS의 <생로병사의 비밀>에 소개되면서, 그리고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류시원이 마크로비오틱 셰프로 나오면서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1 무슨 뜻일까? 존 레넌, 마돈나도 푹 빠졌다는 마크로비오틱 macrobiotic은 macro(큰)+bio(생명)+tic(방법, 기술)의 조합어로 ‘크고 위대한 생명을 담은 요리’라는 뜻.
2 마크로비오틱 4대 원칙 일물전체 一物全體(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다), 신토불이 身土不二(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먹는다), 자연생활 自然生活(자연의 이치와 섭리를 지키자), 음양조화 陰陽調和(중용의 밸런스를 지키자)다. 정리하면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재료로 간단하게 조리한 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다’는 의미다. 다른 부분은 이해하겠는데, 껍질과 뿌리까지 ‘통째로’가 조금 의아할 듯. 마크로비오틱에서는 식품을 통째로 먹어야 식품이 지닌 고유의 에너지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고.
3 실천 방법 <자연을 통째로 먹는 마크로비오틱 밥상>(비타북스)의 저자이자 일본 국가 공인 관리영양사이면서 정통파 마크로비오틱 요리 강사인 이와사키 유카 씨의 조언이다. “가정에서 밥상은 통곡물 50~60%, 국 또는 수프5~10%, 제철 채소 25~30%, 콩 또는 해조류 10~15%로 구성해 먹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겨울은 극양의 계절로 메밀과 흑미, 근채, 무말랭이, 마른 나물, 팥, 다시마, 곶감, 건포도, 건자두, 건살구 등으로 밥상을 차리면 몸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 도움을 준다고 하니 실천해보면 좋을 듯. 글 이화선 기자



폐허에 들어선 아트
텅 빈 군수 공장이 예술촌으로 변신한 중국 베이징의 ‘다산쯔 798’ 예술 특구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폐허 속의 예술이 태동하고 있다. 낡은 공장, 재래시장, 지하상가, 옛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가 아트 팩토리로 재탄생했다.
1 기무사의 변주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했던 그곳, 기무사가 37년의 소격동 시대를 접고 과천으로 옮기면서 이곳이 전시장이 되었다. 7월 말 대학생들의 아트 페어가 열렸고, 9월에는 ‘사무소 Samuso:’(독립 큐레이터 김선정 교수가 진두지휘하는 기획사)가 <플랫폼 인 기무사>라는 성찰적인 전시를 열었으며,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신호탄>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억압된 자유의 상징이었던 기무사에 영혼의 자유를 상징하는 예술이 들어선 광경이 볼 만하다. 문의02-2188-6037


2 금천예술공장 ‘구로공단’의 일부인 금천구 독산동의 컨테이너 인쇄 공장이 예술 공장으로 변신했다.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레지던시 스튜디오와 전시 공간으로 이뤄졌으며, 초등학생을 위한 로봇 제작 강습 등 주민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의 02-807-4800
3 석수시장 프로젝트 안양의 허름한 재래시장인 석수시장에 ‘보충 대리공간 스톤 앤 워터’라는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시장이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올해가 아닌 2002년에 시작했음에도 지금 언급하는 이유는 이곳이 대안 공간의 시발점이었기 때문이고, 곧 재개발되어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찬응 아트 디렉터의 외로운 노력 덕에 조각이 설치된 슬레이트 지붕, 모빌이 달린 붕어빵 노점 등 곳곳이 예술이다. 문의 031-472-2886
4 신당창작아케이드 쇠락해서 점포의 반이 비어버린 신당역 지하상가. 이곳에 공예 스튜디오가 들어섰다. 도자?금속?판화?북아트 등 40여 개의 예술 공방을 만날 수 있다. 문의 02-3290-7070 글 나도연 기자


환경도, 스타일도 살린하이브리드 카
길가에 잘 빠진 하이브리드 카 한 대가 지나간다. 운전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왠지 우리 미래의 환경을 보호하는 ‘의식 있는’ 멋쟁이일 것 같다. 고유가 시대, 이처럼 ‘에지 있게’ 주머니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올해의 베스트셀링 하이브리드 카를 소개한다.
1 토요타 ‘프리우스’ 일반 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버전이 아니라 태생 자체가 하이브리드로, 환경에 대한 ‘의식 있는 오너’만이 선택할 수 있을 듯하다. 휘발유 1리터로 29.2km를 달리는 비현실적인 실용성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까.
2 메르세데스 벤츠 ‘S400 블루하이브리드’ 최고급 명차에 하이브리드라는 희소성까지 더했으니, 이만큼 귀한 제품이 어디 있을까? 수입차 시장에서는 ‘대형 고급차는 휘발유 차여야 한다’는 선입견이 여전히 팽배하다. 하지만 고급 수입차의 대명사 격인 벤츠에서도 그 명성에 걸맞은 하이브리드가 나왔으니 이제 난공불락의 선입견은 과감하게 깨어질 듯. 정지 상태에서 자동으로 엔진 작동을 멈추는 ECO 스타트/스톱 기능, 일시 정지 시 감속 운동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재충전한 뒤 다시 사용하는 회생 브레이크 등이 참 멋지다.
3 렉서스 ‘RX450h’ 세련미 넘치는 외모에 실용성을 교묘하게 숨겨놓은 렉서스 RX450h.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어 연비 좋다는 디젤보다도 기름이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터. 한껏 멋을 낸 스타일리시한 모습이지만, 알고보면 헛돈 쓰지 않는 깐깐한 신세대 주부를 위한 차다. 추천 임유신(월간 <탑기어> 기자)



‘길’에 반하다
올해 여행의 키워드는 그야말로 ‘길’이었다. 운동으로 시작된 걷기가 이제는 문화가 되었고, 이 열기는 점점 뜨거워질 것이다. 앞으로는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역사적인 길을 향해 발걸음이 이어질 추세다. 도보여행가 김효선 씨가 아름다운 길 네 곳을 추천한다.
1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을 오르지 않고 산 둘레를 한 바퀴 빙 돌아서 걷는 길. 정상 탈환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린 채 지리산의 절경을 긴파노라마 사진처럼 늘여서 느껴볼 수 있다. 숲에서 마을로, 능선으로 풍경이 바뀌니 지루할 틈이 없다.
2 문경새재 옛길 유적과 설화와 민요가 살아 있는 역사적인 길.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을 향해 걷던 푸른 길. 들판, 계곡, 오래된 돌담을 감상하며 부드러운 숲길을 걷다 보면 그 길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오묘한 시간 속을 향하고 있다.
3 ‘도시의 낭만 야경꾼’ 송파의 밤길 길은 먼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심에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길이 조성되고 있다. 얼마 전 송파구에서 석촌호수, 성내천, 탄천교, 한강 잠실둔치,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을 잇는 31.63km 길을 만들었다. 도심의 밤을 즐길 수 있는 ‘도시의 낭만 야경꾼’ 걷기 행사에도 참여했는데, 서울의 밤길이 이렇게 풍요롭고 황홀할 줄은 몰랐다.
4 제주 올레 두말할 것 없는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길이 될 것이다. 바람을 보고 싶다면 무작정 올레를 걸을 일이다. 특히 해안절벽과 송악산의 물결치는 수풀을 즐길 수 있는 제6코스가 백미. 추천 김효선(도보여행가)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