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층 스페이스 G.i.
2 화이트와 블랙의 모던한 공간에 안 타워 전인자 대표의 작품 ‘아바타’가 걸려 있다.
3 한쪽 벽면을 차지한 유리창 너머에는 마치 중정에 와 있는 듯 또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고층 빌딩이 늘어선 역삼동 테헤란로에 들어선 ‘안 타워’는 복합 문화 공간을 겸비한 9층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2~8층 오피스를 제외한 3개 층이 바쁜 일상 속에서 한숨 돌릴 여유를 갖고 다채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1층에 자리한 갤러리 카페, 지하 1층에 마련한 갤러리, 9층의 게스트하우스는 층별로 서로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안 타워를 기획한 전인자 대표는 “갤러리 이마주와 갤러리 카페 G.i는 그림만 걸어두거나 차만 마시는 공간이기보다 볼거리 많은 문화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휴식과 문화가 있는 공간 ‘갤러리 카페 G.i’. 카페에 들어서면 맞은편으로 시원스레 뚫린 격자 모양의 창문에 가장 먼저 시선이 닿는다. 창문 너머 푸른 나무가 있는 공간 앞에 서면 마치 조용한 중정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품과 함께 어우러진 카페는 차 한잔 마시며 자연스럽게 작품을 감상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한다. 전인자 대표가 하나하나 신경 써서 골랐다는 빈티지 가구가 오랜 시간을 거쳐 손때 묻은 깊은 맛으로 멋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4 지하 1층에 마련한 갤러리 이마주.
5 복합 문화 공간 안 타워를 기획한 전인자 대표.
다채로운 문화 공연이 기대되는 ‘갤러리 이마주’. 10월 16일까지 두 번째 개관전으로 <더 쓰리 The Three>전이 열리고 있다. 쌀이나 곡물 등 일상의 흔한 재료를 이용해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동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상 작업 그룹 뮌, 주변 인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태경의 작품 전시가 한창이다. 사무실 일색의 테헤란로 거리에 갤러리를 마련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1986년 유학을 하는 남편을 따라 미국에 머무른 전인자 대표는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미술관에 들렀다 렘브란트를 비롯한 16세기 작가의 작품에 감동을 받았다. 그들의 그림을 모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그림 공부는 2002년 서양학과 대학원 입학과 6회의 개인전으로까지 이어졌다. 1978~79년생 동기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 하니 나이가 무색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젊은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다 보니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전인자 대표는 자신의 작업실을 비워 갤러리 이마주를 마련했다. 그는 갤러리 이마주를 그림만 걸어두는 정적인 공간이기보다 영상, 퍼포먼스, 밴드 공연 등 볼거리 가득한 문화 공간으로 여러 사람이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 바람을 보여주듯 <더 쓰리 The Three>의 오프닝 파티에서 요리를 하나의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봉춘홍 밴드의 공연이 열렸다. 젊은 작가 양성에 적극적인 전인자 대표는 올해 12월, 상하이 한국문화원 주최로 열리는 한국의 젊은 작가를 후원하는 전시에도 함께한다. 이런 적극적인 기획 활동을 하는 전인자 대표는 작가로서 어떤 작업을 할까. “저는 주로 옷에 관한 평면 작업을 해요. 제가 입던 옷을 모아 붙이거나 옷의 실루엣을 이용한 추상 작업을 하죠. 그 작업을 ‘아바타 Avatar’ 시리즈라고 하는데,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는 자기가 선택해서 보여주고 싶은 대로 표정을 짓고 옷을 갈아입잖아요. ‘겉으로 보이는 나’를 의식하며 스스로가 선택해 만들 수 있는 가변적인 기호가 옷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것이 아바타의 의미와 연결된다고 봤죠.”
1 2006년에 그린 전인자 대표의 작품 아바타 시리즈 중 ‘드레스’.
2 카페에 설치한 그룹 뮌의 영상 작업. 각국의 주식 거래량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 작품이다.
파티와 세미나를 위한 공간 ‘스페이스 G.i’. 9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펼쳐진 녹색 정원은 또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하늘과 가까운 듯 닿은 초록빛 정원이 갑갑한 도시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스페이스 G.i 내부는 화이트와 블랙의 모던함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연출한 공간이다. 안에서 바라본 정원과 정원에서 바라본 안은 전혀 다른 별개의 공간이지만 서로 마주하며 어우러져 있다. 통유리로 마감한 한쪽 벽면은 보는 이의 가슴이 시원스럽게 뚫리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세미나와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 오디오와 빔 프로젝트, 아일랜드형 주방과 그 앞으로 길게 뻗은 테이블은 여러 사람이 빙 둘러앉아 작가와 관객이 자유로운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하는 곳으로 제격이다. “안 타워의 2~8층 오피스 공간은 디자인이나 문화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사용했으면 해요. 그들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디자인과 문화가 더욱 다양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따뜻한 빛을 내는 ‘갤러리 카페 G.i’, 다채로운 문화 공간을 연출하는 ‘갤러리 이마주’ 그리고 도시적 세련미가 느껴지는 공간 ‘스페이스 G.i’. 작가와 관객, 기획자가 한자리에 모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안 타워를 시작으로 테헤란로의 문화 공간이 흥미롭게 번져나가길 기대해본다. 문의 02-557-1950
3 카페 G.i에는 손때 묻은 멋스러운 빈티지 가구들이 어우러져 있다.
*안 타워의 인테리어는 움스페이스(02-514-6708)의 박용철 대표가 맡았다.
- [눈에 띄는 문화 공간]복합 문화 공간 안 타워 문화, 여유, 휴식이 있는 인생 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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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빌딩 숲이 우거진 테헤란로에 숨통을 틔워주는 복합 문화 공간이 들어섰다. 젊은 아티스트에게는 흥미로운 무대요, 일반인들에게는 일상 속에서 좀 더 가깝게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안 타워를 만나보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