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렁은 우리나라 9월의 들길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 있는 잡초 같은 식물이다. 하지만 가끔은 파란 햇살 아래 가을 정원을 빛나게 하는 주연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고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_정일근의 <쑥부쟁이 사랑> 중에서
제가 매년 한 살 더 먹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때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연말이나 떡국을 먹는 설날이 아니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이맘때입니다. 정원의 9월은 인생이라는 가파른 고갯길의 정점, 즉 더 이상 올라갈 곳 없이 내려갈 곳만 보이는 지점쯤에 대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땡볕, 더위, 습기, 벌레에게 물린 쓰라린 고통을 참아가며 풀을 매던 정원사는 어느 순간 더 이상 풀들이 자라지 않는 것을 발견합니다. 무성하게 자라던 초록 잎들이 성장을 멈추고 잎 끝이 연하게 타들어가거나, 차츰 색이 바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생명체가 생장을 멈추고, 점차 수습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정원은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열매를 여물게 하고, 여름 내내 힘차게 가동하던 생장 엔진을 서서히 줄여 속도를 늦춰갑니다. 그래서 사람이고 정원이고, 그동안의 생을 생각하는 계절이 바로 가을입니다.
1 새잎 날 때 빨간색 하트 모양에서 물들고 떨어질 때 빛바랜 녹색으로 변하는 캐나다산 박태기나무 잎.
2 보랏빛 열매를 맺어 가을 정원의 충만을 더하는 좀작살나무 열매.
우리네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는 언제일까요? 정원사인 저는 계절 중에서는 가을, 인생에서는 가을을 닮은 시기가 제일 화려하다고 생각합니다. 봄, 생동감 넘치고 싱그럽지만 어딘가 산만하고 어수선합니다. 봄은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풀리면서 수분이 증발하고, 기압이 수시로 변해 일기 변화 역시 극심합니다.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는 것, 잎이 먼저 나고 꽃이 피는 것, 봄의 정원은 시각적으로 혼란스럽고 복잡합니다. 귀룽나무처럼 3월 초에 잎이 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배롱나무같이 5월 말이 되어서야 잎이 나오는 것이 있지요. 여름, 최고의 계절이지요. 인생의 30대라 할까요? 몸의 감각과 머리 회전, 가동률이 극상입니다. 정원은 온전히 푸르며 세련된 초록 농담의 계조를 보여줍니다. 가장 왕성한 외형의 성장을 드러내는 안정된 초록 배경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더욱 선연하고 향기마저 매혹적입니다. 그러나 여름 숲은 너무 가열차서 비움에서 오는 숲의 여유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3 가을이 일찍 오는 북미의 기후에 적응한 서양 단풍은 우리나라에서도 비교적 일찍 단풍이 든다.
4 탱자나무 열매.
그렇다면 가을, 가을의 정원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여름까지 치열한 자리다툼에 열을 올리던 식물은 힘이 부쳤는지 스스로 자기 몸을 추스르기 시작합니다. 예전 같지 않은 생장에 식물들은 자신을 뒤돌아 보게 되고 조금 유연해집니다. 진한 초록 외에는 어떤 다른 색도 받아들이지 않던 잎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하지요. 언제나 청춘일 것 같은 정원의 식물들은 더 이상 거만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겸손을 배웁니다. 생장의 정점에 올라 내려가는 길만 있는 시점에서 초록 잎사귀들은 점점 투명해지고, 가을의 정원은 성숙하고 농익은 아름다움을 발하게 됩니다. 이것이 가을 단풍의 미덕이지요. 겸손과 비움의 미학이 녹아 있는 가을 정원은 조금 다른 색깔의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가을만이 줄 수 있는 결실인 열매가 풍성함과 화려함을 더합니다. 사실 가을은 다시 찾아온 꽃의 계절입니다. 봄꽃만큼 힘차고 싱싱하지는 않지만, 쪽빛 가을 햇살 속에 모습을 드러낸 가을꽃들은 은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정원에는 여름의 무더위와 비바람을 견뎌낸,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성숙한 가을꽃들이 만발합니다. 쑥부쟁이, 구절초, 개미취, 해국, 산국, 뚱딴지…. 가을에 피는 야생화부터 화려한 색과 향기를 전하는 달리아, 아네모네, 장미, 꽃무릇, 금목서, 은목서 등이 산과 들에 가득합니다. 가을은 실로 눈과 마음이 충만한, 가장 화려한 계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김없이 시련의 겨울이 다가오겠지만 여러분의 인생에서 이 가을의 겸손과 충만함, 화려함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 모든 미덕을 품고 있는 가을 정원의 모습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시기를 빕니다. 9월로 제가 정원을 소개한 지 일 년이 되었습니다. 벌써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그동안 정원 이야기로 여러분을 만난 시간은 저에게 무척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의 정원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주신 <행복이 가득한 집>에 찬사를 전하고, 발전을 염원합니다. 저는 이 가을에 또 다른 정원 구경과 충전을 위해 떠나려고 합니다. 어느 좋은 날, 꿈꾸는 정원에서 다시 여러분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5 화려한 가을꽃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9월의 아네모네.
6 화단에서 비교적 낮게 자라는 맥문동은 음지에서도 잘자라기 때문에 가로수나 정원의 큰 나무 밑에 심는다. 그 그늘을 배경으로 햇살이 비치면 보랏빛으로 가을의 계절감을 느끼게 하는 지피용 초화다.
꿈꾸는 정원사 이동협 씨는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했으나 현재 SBS 아트텍에서 방송 관련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조그만 정원을 12년째 가꾸면서 각지의 정원 탐방과 공부에 열심인, 꿈꾸는 정원사다. 그는 얼마전 <천리포수목원의 사계-정원 소요>(디자인하우스)란 책을 펴냈다. 1992년 어느 일간지 기사를 보고 연을 맺어 이후 5년 동안 1백1번이나 드나들었던 천리포수목원의 사계를 에세이식 문장으로 정리해놓은 책이다. 블로그(blog.chosun.com/ydh208)를 통해 여전히 계속되는 그의 정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식물팀장에게 배우는
9월의 가드닝 고치, 분갈이
분갈이란? 식물을 키우는 화분에 담긴 흙과 화분을 교체하여 식물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식물의 종류 및 특성에 따라 적절한 시기를 고려해야 합니다.분갈이는 왜 합니까? 식물은 잎과 가지에 비례하여 뿌리가 성장합니다. 그렇게 되면 식물이 자람에 따라 기존 화분에서 계속 생육하는 것에 한계가 생깁니다. 뿌리의 생육 공간이 부족해 뿌리가 화분 밖으로 돌출할 수 있고, 식물과 화분의 비례가 맞지 않아 관상 가치도 떨어지지요. 식물에 비해 화분 크기가 작을 때 외에도 배양토가 더 이상 식물에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할 때 분갈이를 합니다. 배양토의 영양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식물에 모두 흡수되어 고갈되기 때문입니다.
분갈이가 필요한 시기 식물의 특성과 생장 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이 점에 유의합니다. 식물에 비해 화분이 작다고 느껴지거나, 생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분갈이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분갈이는 보통 5월 중순부터 7월 초순 사이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 시기는 식물에 있어 생장 초기이기 때문에 분갈이 후, 새 뿌리가 발달하여 가을까지 생육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자라 2~3년이 지나면 뿌리가 화분에 가득 찹니다. 이 시기가 되면 화분의 물 빠짐이 좋지 않고 식물에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잎 아래쪽이 누렇게 되기도 합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물을 주어도 배양토가 스며들지 않을 때, 화분 밑의 구멍으로 뿌리가 나오거나 화분 위로 돌출되어 있을 때, 이유 없이 잎의 색깔이 변하거나 마를 때가 분갈이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면 됩니다. 분갈이 후에는 화분을 반드시 그늘에 놓고, 잎과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1 우리나라의 대표적 단풍 팔마텀 Palmatum이 본격적으로 물들기 전의 모습.
2 분갈이 준비물. 분갈이 용토는 마사토와 혼합 배양토로 준비한다.
분갈이는 어떻게 합니까? 식물의 종류 및 특성에 따라 분갈이 방법이 다릅니다.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싫어하는 식물이 있는데, 이들은 관수 관리과 배양토의 종류를 다르게 해야 합니다. 먼저 식물에 대한 특성을 잘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자는 뿌리에 붙어 있는 흙을 다 털어내고 분갈이를 합니다. 흙을 다 털어내면 식물이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분갈이 후 처음에는 물이 화분 바닥에 흐를 정도로 주되 너무 자주 주는 것은 피합니다. 식물은 새로운 화분과 흙에 적응하는 동안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뿌리가 썩거나 상할 수 있습니다.
분갈이 순서 분갈이용 화분은 기존 화분보다 20~30% 큰 것을 준비합니다. 식물과 화분을 분리할 때는 화분 가장자리를 손이나 고무망치로 조금씩 두드려 뿌리를 들어냅니다. 상했거나 오래된 뿌리는 잘라주고 겉흙과 뿌리 속의 흙을 20% 정도 걷어냅니다. 이때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뿌리를 과다하게 잘라내는 것은 피합니다. 준비한 배양토를 식물의 특성에 맞게 혼합합니다. 원활한 배수를 위해 화분 맨 아랫부분에 굵은 자갈과 잔자갈을 골고루 섞어 깔고 준비한 배양토를 약간 채운 다음, 식물을 고정하고 용토를 화분 높이의 90%까지 채웁니다. 분갈이를 마친 화분은 관수 후 강한 햇빛에 노출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늘에서 밝은 곳으로 적응 시켜줍니다.
분갈이용 배양토 종류
버미큘라이트 고온에서 가열한 입석이 고른 입자로 변화 된 흙입니다. 알칼리성 흙이므로 산성인 피트모스와 함께 사용합니다. 보수력, 보비력 등이 좋으며 경량의 배양토입니다. 거의 모든 식물의 배양토에 이용할 수 있으며 가장 기본이 되는 흙입니다. 피트모스 식물의 잔재물이 부식되어 쌓인 흙입니다. 산성이며, 버미큘라이트와 섞어 많이 사용합니다. 보습력이 좋고 영양분이 많으나 오래 사용하면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식물이 썩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펄라이트 화산 작용으로 생긴 진주암이 1000℃ 정도의 열을 받고, 팽창한 흙으로 배수성이 매우 좋습니다. 색은 하얗고, 가벼운 것이 특징입니다. 식물 번식이나 분갈이를 할 때 다른 배양토와 섞어 사용합니다. 바크 목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나무껍질을 바크라고 합니다. 수분 증발을 막고 통기성이 좋아 난 재배에 많이 이용합니다. 마사토 화강암이 풍화된 모래흙을 마사라고 부릅니다. 배수성과 통기성이 좋고, 일반적으로 야생화, 분재를 기르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분갈이 시 배양토 혼합 비율 다육식물배양토 만들기 다육 식물의 배양토는 화원에서 판매하는 일반토와 마사토의 비율이 7:3 정도가 가장 무난합니다. 습기를 좋아하는 식물이라면 마사토를 좀 더 적게 넣어야 수분 함량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때 마사토는 물로 한 번 씻어 쓰는 것이 좋습니다. 마사토에 붙어 있는 작은 입자들이 화분 밑에 침전되어 배수를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엽식물 배양 토 만들기 관엽식물은 화원에서 판매하는 일반토, 부엽토, 마사토를 6:2:2로 섞습니다. 마사토의 역할은 다육식물과 동일합니다. 화분의 재질과 크기 또한 흙의 혼합 비율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사기분이나 백자분 또는 플라스틱 화분의 경우 물이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과습 예방을 위해 마사토를 많이 혼합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화분이 클수록 물 마름이 더디고 배수가 잘 안 되기 때문에 마사토를 충분히 혼합하여 과습 피해를 예방해야 합니다.
관엽식물 분갈이 순서
1 배수가 원활하도록 크기가 큰 자갈이나 화분 조각, 스티로폼 조각을 바닥에 깐다.
2 마사토를 화분의 20% 선까지 채운다.
3 혼합 배양토를 화분의 40% 선까지 채운다.
4 흙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존 화분에서 식물을 꺼낸다.
5, 6 뿌리 흙을 20% 정도 걷어내고 엉킨 뿌리를 정리한다.
7 식물을 넣고 80% 선까지 배양토를 채운다.
8 나머지 20%를 다시 마사토로 채우고 물을 흠뻑 준다.
관엽식물 관리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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