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의 여름 정원. 아침 햇살에 불을 밝히는 상사화.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은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_이해인의 ‘상사화’ 중
1 6월에서 8월 사이 약 100일 동안 연이어 붉은 꽃을 선보이는 목백일홍꽃은 현재 흰색과 적색 계통의 다양한 꽃으로 개발되었다.
2 8월의 해 질 녘에 보랏빛으로 물든 무릇.
6월에서 8월이 여름인 북반구의 나라들(남반구는 겨울입니다)은 지금 일 년 중 가장 긴 낮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위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낮은 더욱 길어져 밤이 되어도 멀리서 동이 튼 듯한 여명의 시간, 백야 白夜의 여름을 보내는 곳도 있지요. 백야의 정원. 단어만 들어도 근사한 그림이 떠오르는군요. 오랫동안 기나긴 겨울밤을 보내야 했던 북유럽이나 캐나다 북부 지역의 여름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습도가 높지 않아 기후 조건이 좋고, 자연의 아름다움은 최고조에 달하지요. 그야말로 ‘서머 페스티벌’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지역일 것입니다. 물론 한국의 여름 역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짙게 무르익은 초록과 새롭게 피어난 녹지 綠枝의 여린 연둣빛이 초록의 관능을 깨우는 정원의 아침, 한낮의 땡볕을 막아주는 여름 숲 그늘에서 얻을 수 있는 청량제 피톤치드, 아스라이 저무는 석양을 즐길 수 있는 정원의 오후…. 그리고 여름 꽃들의 릴레이가 이어지는 정원에서 한여름의 아름다운 꽃의 축제를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3 진초록과 연초록 잎이 한데 어우러진, 여름에만 구경할 수 있는 자귀나무의 견지와 녹지.
4 여름이면 지천에서 만날 수 있는 루드베키아. 시든 꽃을 따주면 훨씬 오래가고 깔끔하다.
백 일 동안 피는 여름 꽃, 헌드레드 클럽 백일잔치, 100승, 100회 출전….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갓난아기가 태어난 지 100일이 지나면 백일상을 받는 것처럼 100이라는 숫자는 인정할 만한 최소한의 시간,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횟수를 의미합니다. 백일홍은 개화 기간이 길어 100일 동안 탐스럽고 붉은 꽃을 볼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확히 100일은 아니겠지만 6월에 피어 8월이 끝날 때까지 개화하기 때문에 여름 내내 꽃을 감상할 수 있지요. 반면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은 10일 이상 피는 꽃은 없다는 뜻입니다. 좋은 일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의미를 꽃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지요. 사실, 실제 100일 동안 계속 피는 꽃은 없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죠. 개화 기간이 길다고 언급되는 꽃은 대부분 줄기에 많은 꽃망울을 달고 있는 형태가 많습니다. 엄밀히 말해 꽃 한 송이의 개화 기간은 하루 이틀 사이지만 하나의 꽃이 지면 그 주변에 달린 꽃망울들이 연이어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하나의 나무에서 릴레이 경주를 하듯 꽃을 피우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이런 특성이 있는 꽃과 나무의 개화 시기는 여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정원사의 선택에 따라 여름 내내 꽃의 축제가 열리는 정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6월에서 8월, 여름 동안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여름 정원에 화려한 색감을 만드는 꽃과 나무를 헌드레드 클럽이라 명명해보았습니다. 백일홍, 백일홍나무, 무궁화, 능소화, 루드베키아, 수국, 원추리 등이 그 멤버입니다. 이러한 꽃은 시든 꽃 따주기 등의 관리만 잘한다면 여름 내내 정원의 아침을 화사하게 밝혀줄 것입니다.
5 잎 가장자리가 차례로 흰색으로 물들어 눈이 내린 듯한 모습을 한 설악초.
6 붉은 상사화의 원예 개량종.
7 나비의 날렵한 날개를 연상시키는 부분은 정작 수정 능력은 없는 바람잡이 공갈 꽃이다. 개량종 수국.
꽃의 번식을 돕는 설악초, 상사초, 산수국 8월의 정원에는 꽃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정원을 물들이는 잎사귀들이 있습니다.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무더운 여름 정원에 생기를 더하는 여름 꽃들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세 가지 식물을 소개합니다.
설악초, 새하얀 꽃에 물들어 꽃과 하나 되다 설악초를 처음 만난 어느 가을날의 성당. 화단 가득 피어 있던 새하얀 무늬의 이파리들이 꽃보다 어여쁘다 생각했습니다. 가지를 잘라내니 하얀 액이 묻어 나와 신기해하던 기억이 납니다. 순교, 순결을 강조하는 성당의 이미지에 무척 잘 어울리는 식물이지요. 씨를 받아 몇 년을 키우면서도 작년에야 알게 된 설악초의 독특한 생장 과정이 있습니다. 설악초 꽃이 피는 7월이면 초록 잎은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흰색으로 물들어가고, 이 같은 변화는 한 달여 동안 진행됩니다. 와이셔츠 단추보다 작은 꽃들이 하얗게 변해가는 잎사귀들과 어우러지면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꽃처럼 보입니다. 5월에 떡잎이 올라와 10월이면 생을 다하는 일년초인 이 초화는 자신의 초록 잎을 감추고 꽃과 하나가 되어 번식을 돕는 것이지요. 생애 자체가 희생과 봉사의 도우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사초, 잎을 태워 꽃불을 밝힌다 7월에서 8월, 고요한 아침 정원에 불을 밝혀주는 듯한 붉은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상사화 잎은 봄에 나와 초여름까지 뿌리로 영양을 내려주고, 여름이 되면 말라 없어집니다. 대신 한 줄기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웁니다. 자신의 잎을 태워 새로운 불을 밝히는 듯한 모습에 빛의 윤회가 생각나는 꽃, 잎과 꽃이 평생 서로를 보지 못하는 숙명의 꽃, 등신불 等身佛의 열반과 해탈이 생각나는 꽃. 그래서 상사화는 깊은 산사에서 많이 보이는 걸까요?
산수국, 꽃보다 아름다운 공갈 꽃을 피우다 어떤 꽃보다도 더욱 기품이 느껴지는 산수국은 손톱보다 작은 잔잔한 꽃 가장자리에 나비처럼 우아한 장식 꽃이 에둘러 있습니다. 장식 꽃은 향기도 꿀도 없는 일명 공갈 꽃으로, 너무 작아 눈에 띄지 않는 진짜 꽃 대신 벌과 나비를 유혹합니다. 여름 정원을 풍성하게 하는 아름다운 도우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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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잦은 비로 무성해진 여름 정원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꽃이 진 후의 초화와 관목은 종자 채집의 여부에 따라 전정을 결정해야 한다.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식물팀장에게 배우는 친환경 거름 만들기와 관목 전정
장마철의 잦은 비와 집중호우, 무더위로 인해 정원을 손볼 엄두가 나지 않는 시기 8월, 정원의 수목들은 과도하게 자란 잎과 가지로 인해 생기를 잃고 때로는 노랗게 잎이 변하며 조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여름 무더위에 사람들도 활동을 자제하고 보양식을 챙기듯이 식물도 적당히 부피를 줄여 몸을 가볍게 하고 영양 보충을 위한 거름을 주어야 합니다. 산에 오르면 자연의 적재적소에 위치한 다양한 식물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인분이나 축분을 발효시켜 다시 논밭으로 보내는 자연적인 순환이 이루어졌지만 식량 증산을 위한 화학비료가 만들어지면서 인분이나 축분은 강이나 산에 버려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땅속 미생물을 죽이는 원인이 되었고 작물 알갱이는 커졌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잘 걸리기 때문에 농약을 더 많이 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지요. 거름은 땅속에 사는 미생물의 자연 식재료입니다. 천리포수목원 최창호 식물팀장과 함께 친환경 거름 만들기와 작은 나무(관목)의 전정 방법을 배워봅니다.
거름 주는 시기와 종류 가끔 거름을 주는 시기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은 어떤 거름을 줘야 하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거름 주는 시기와 그 식물에 맞는 거름이 따로 있습니다. 거름의 종류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밑거름 식물을 심기 전, 밭이나 화분 용토에 뿌려 섞는 지효성 거름을 말합니다. 발효가 잘된 좋은 거름은 흙을 떼알 구조(토양을 이루는 알갱이 구조를 이르는 말로 흙에 틈새가 많아 물과 공기가 잘 통한다)로 만듭니다. 떼알 구조가 잘 형성되면 토양의 보수력(물을 지니고 있으려는 능력)과 보비력(양분 보유력)이 좋아지고 땅을 부드럽게 만들어 뿌리가 잘 뻗게 하며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웃거름 식물이 자라면서 보충해주는 거름을 말하며, 식재한 식물 사이에 뿌려줍니다. 뿌리에 직접 주는 것은 금물입니다. 보통 꽃이 피기 시작할 때와 열매가 맺기 시작할 때, 식물의 잎이 노랗게 변하여 잘 자라지 못할 때 웃거름이 필요합니다. 엽면시비 작물의 잎에 직접 거름을 주는 방법으로 잎이 호흡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을 섭취합니다. 주로 상용화된 액비(액체 비료)를 사용하는데 농약사나 화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 쉽게 액비를 만들어 쓸 수 있는 방법은 깻묵을 발효시킨 물이나 효소액을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액비는 식물이 빨리 흡수할 수 있어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지속성은 떨어지므로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친환경 거름, 분변토 만들기 일반적으로 풀, 나뭇잎, 음식물 찌꺼기, 가축 배설물, 깻묵 등을 모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쌓아두고 물을 첨가해 적당한 습도를 맞추고 비닐로 덮어 발효시키면 식물성 거름이 됩니다. 이를 퇴비라고도 합니다. 퇴비를 만들 때 습도는 60% 정도로 맞추는데 이는 손으로 꼭 쥐어 뭉치는 정도입니다. 습기가 너무 적으면 발효가 일어나지 않으며 습기가 너무 많으면 부패가 일어나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좋은 거름은 향긋한 냄새가 납니다. 최근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하루 발생량은 약 1만 1천3백 톤이며 이는 생활 폐기물 발생량의 약 23.4%를 차지합니다.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가정용 퇴비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지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거름을 만들어보세요. 지렁이의 자연 생태적 특성을 이용해 만든 지렁이 분변토는 보수성과 배수성, 통기성이 뛰어나 뿌리 활착에 도움을 주고 생장을 촉진하며 토양을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유용한 미생물이 다량 서식해 유해균의 발생이나 번식을 억제해줍니다.
조팝나무의 전정 전과 후 이 조팝나무는 전정이 늦어 전체적으로 가지가 성기게 자랐다. 꽃이 진 후 바로 전정하면 한 가지에서 잔가지를 내어 다음 해에 더 풍성한 꽃을 볼 수 있다.
참조팝나무의 전정 전과 후 아래쪽 가지에서부터 시든 꽃을 잘라 전체적으로 정리한다. 적절한 전정은 정원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함은 물론, 이듬해의 개화와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
관목 전정 각각의 식물의 개화 습성에 맞게 전정 시기를 조정합니다. 봄에 일찍 개화하는 관목을 이른 봄에 전정하면 지난해 이미 형성된 꽃눈이 제거되어 꽃을 볼 수 없습니다. 개화가 끝난 직후, 다음 해 꽃눈이 형성되기 전에 전정하는 게 관목 전정의 포인트입니다.
풍성한 꽃을 감상하기 위한 전정 방법 여름에 개화하는 식물은 올해 새로 나온 가지의 눈을 2~3개 정도 남기고 자릅니다. 수국 종류는 4월, 목서 종류는 7월, 무궁화는 5월, 배롱나무는 6월에 전정합니다. 봄에 개화하는 식물의 대부분은 전년에 꽃눈이 형성되어 꽃을 피웁니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꽃이 떨어지자마자 전정을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식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등나무 5월에 꽃이 피고 난 후 곧 새로운 꽃눈이 형성되기 때문에 꽃이 지자마자 곧바로 전정해야 다음 해에 더 풍성하게 꽃을 피웁니다. 철쭉, 영산홍, 말발도리, 조팝나무 30~40일 이내에 꽃눈이 형성되므로 그 이전에 전정을 해야 합니다. 그 밖의 관목으로 식물의 특성에 따라서 솎아내거나 고사한 가지를 정리해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산울타리(산나무를 심어 이루어진 울타리) 같은 경우는 불필요한 헛가지(영양 상태나 환경 조건에 의해 충실한 생장을 못하고 웃자란 가지) 등을 먼저 정리한 후 일정한 폭으로 양옆과 윗부분을 가지런히 잘라주면 아름다운 잎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잎을 감상하는 관목은 5월에서 11월에 걸쳐 1~3회 정도 전정합니다. 전정 시 처음 가지를 다듬을 때는 한 번에 자르지 말고 여러 차례 다듬어 서서히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분변토 만드는 방법
1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박스를 준비하고 1/3 정도 일반 밭 흙을 넣는다.
2 지렁이를 넣은 후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흙과 섞는다. 흙을 손으로 쥐었을 때 손가락 사이로 스며 나올 정도로 물을 넣는다.
3 뚜껑을 덮어 햇빛이 많이 비치지 않는 서늘한 곳에 놓아둔다. 지렁이가 배설하는 분변토는 식물이 자라는 데 아주 유용한 거름으로 이용된다.
주의 사항 지렁이가 자라기에 좋은 온도는 15~25℃ 정도. 여름철에는 직사광선과 더운 곳을 피해 그늘이나 시원한 곳으로 옮겨둔다.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고 해서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니 지렁이의 크기에 따라 먹이가 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정성껏 돌보아주어야 한다. 지렁이는 비 온 뒤 땅에서 직접 잡을 수도 있지만 낚시용품을 파는 가게나 농원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적합한 지렁이는 수평 이동을 하는 지렁이가 좋다. 음식물 쓰레기에 조미료나 소금이 많이 가미된 것은 지렁이가 싫어하니 넣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넣은 후에는 꼭 흙과 섞는다. 그렇지 않으면 벌레가 생겨 악취가 날 수도 있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지렁이가 죽을 수 있으니 적당량만 준다.
거름의 성분과 역할 질소(N)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잎사귀 거름이라 한다. 잎과 줄기의 성장에 도움을 주며 깻묵이나 분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도하게 주면 병충해 발생의 원인이 되며 식물이 웃자라고 열매가 부실해지며, 부족하면 잎이 황색으로 변하고 열매 수확량이 떨어진다. 인산(P) 꽃과 열매를 잘 맺게 하여 수확량을 높여주는 성분으로 열매 거름이라고 한다. 주로 쌀겨를 발효시켜 쓴다. 칼륨(K) 뿌리 생장에 필요한 성분으로 뿌리 거름이라고 한다. 발육을 촉진시키며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 주 공급원은 풀・ 볏짚・나무 등을 태워 만든 재, 숯가루, 석회 등이다. 칼슘(Ca) 식물의 골격을 강하게 하며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고, 산성인 토양을 개선해준다. 석회, 조개껍데기 등이 주 공급원이다. 마그네슘(Mg) 광합성에 필수적인 요소로 이에 해당하는 공급원은 고토다. 붕소(B) 잎채소를 키우는 데 필요한 성분으로 적은 양으로도 작물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고 칼슘 치환 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