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반듯한 데다가 구조 변경에도 제약이 따르니 아파트의 모양새는 어딜 가나 크게 다르지 않다. 20~30평대 아파트의 경우 그 답답함은 더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평수의 주택일 경우는 좀 다르다. 안과 밖으로 다채로운 표정을 지닌 주택은 작은 공간의 정겨움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황의정・ 이수영 씨 부부의 상수동 주택은 바로 이러한 작은 주택의 매력이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아내 황의정 씨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숍, 엣코너(02-322-0244)의 공간을 제외한 20평 남짓 되는 살림집은 따뜻한 나무 질감과 손때 묻은 정겨운 살림살이로 둘러싸인,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공간이다. 4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오래된 주택에서 이들 부부는 주택이 지닌 본연의 느낌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존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집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은 집 특유의 아늑함을 느끼고 싶다면 아파트보다는 주택이죠. 주택에는 예기치 않게 만나는 여분의 공간들이 있습니다. 마당, 다락,
지하실, 옥상….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개성 있게 활용할 수 있죠. 하지만 주택살이는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우선 냉난방은 꼭 미리 체크하세요. 오래된 주택의 경우 외벽체의 단열에 문제가 있는 집이 많아 개・보수 공사를 꼼꼼히 해야 합니다.”_인테리어 디자이너 이수영씨
1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안은 물론 바깥까지 집주인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주택의 매력. 정체를 알 수 없는 시퍼런 천막으로 둘러싸여 있던 음식점이 이들 부부의 손을 거쳐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예쁜 집으로 새로 태어났다. 하얀 울타리, 빨간 지붕, 30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외관에서 정겨움이 느껴진다. 집주인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이수영 씨와 아내 황의정 씨, 세번 째 식구 두식이가 집 앞 마당에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 방안의 숨통을 틔워주는 작은 창문
황의정・이수영 씨 부부의 집에는 방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유리창이 액자처럼 달려있다. 이 집에서 창문은 단조로운 벽면에 은은한 빛을 들이며 한 줄기 휴식 같은 역할을 한다. 엣코너(02-322-0244, www.at-coner.com)에서 데커레이션용 빈티지 스타일 창문을 구입할 수 있다.
3 방과 방으로 통하는 동선
황의정・이수영 부부의 상수동 주택은 40평 남짓 되는 공간을 살림집과 가게, 둘로 나눠 쓰면서 독특한 동선을 갖게 되었다. 모든 공간은 방에서 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현관에서부터 작업실 겸 서재, 부엌, 거실, 침실, 화장실 순으로 이어진다. 문을 같은 위치에 일렬로 배치하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1 창틀을 활용한 책장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창이 있어 창틀에 딱 맞게 선반을 짜 넣었더니 빌트인 가구처럼 책장이 만들어졌다. 미송 합판으로 제작한 4단 책장은 10만 원 선(목공비 별도).
2 다용도 파티션을 짜 넣은 현관
현관과 서재를 분리시키기 위해 신발장 겸용으로 쓸 수 있는 파티션을 짜 넣었다. 좁은 현관이 답답해 보이는 것을 우려해 파티션을 유리로 제작하고, 현관문과 장은 모두 흰색으로 칠했다. 현관에 만든 파티션은 신발장, 선반, 메모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석사조 디자인이다.
3 벽과 담 사이를 막아 만든 드레스 룸
건물 외벽과 담장 사이에 시멘트로 천장을 설치해 독립적인 드레스 룸과 창고를 만들었다. 드레스 룸은 문을 달고 안쪽에 조명등까지 설치하니 다락방처럼 정겨운 모습이 되었다. 화이트 워시 마감한 고재 문은 30만 원 선에 제작. 침실 문 뒤쪽으로 만든 창고는 따로 문을 달지 않고 패브릭을 드리워 가렸다.
4 외부 공간을 활용한 부엌
원래 외부 공간이던 부분을 개조한 부엌은 낮에는 전혀 불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채광이 좋다. 싱크대는 맞춤 제작했다. 하부 장의 일부는 문을 없애 오픈 장으로 만들었으며 대신 면 커버를 씌워 자연스럽게 통풍이 되게 했다. 싱크대로 제작한 하부 장과 나무 선반 제작 비용은 1백50만 원 선.
5 깔끔하고 경제적인 페인트 마감
오래된 주택에서는 천장 높이가 방마다 조금씩 다르거나 벽이 완벽하게 직각을 이루지 않고 형태가 틀어진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도배 대신 페인트로 시공하면 훨씬 깔끔하고, 경제적이다. 또한 칠 마감 특유의 내추럴한 느낌도 살릴 수 있다. 먼저 벽에 붙어 있는 벽지나 이물질을 전부 뜯어내고 방수용 페인트를 칠한다. 원하는 색으로 조색한 친환경 페인트를 두 번 정도 반복해서 칠해준다. 화이트 보다는 크림색 계열이 더 아늑한 느낌을 준다. 벽과 천장까지 모두 시공할 경우 페인트를 칠하면 실크 벽지로 도배하는 것보다 30~40%까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6 전선 가려주는 벽 선반
자연스럽게 칠이 벗겨진 나무 패널로 자그마한 상자를 제작해 지저분한 전선과 배관을 가렸다. 각종 스위치를 상자 밖으로 빼고, 상자 아랫부분에 고리를 달아 가방을 걸 수 있게 했다
7 평범한 듯 특별한 펜던트 조명등
공간마다 각기 다른 조명등을 단 것이 재미있다. 거실, 부엌, 화장실에는 알 전구 위에 철제 범랑으로 갓을 씌운 펜던트 조명등을, 침실에는 꽃무늬가 장식된 유리 조명등을 달았다. 소박하지만 특별한 멋을 더해주는 인테리어 소품이다. 엣코너에서 빈티지 스타일의 펜던트 조명등을 구입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