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본원의 조구나무는 겨울 나목의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며 겨울 정원을 지휘하는 조 마에스트로다. 왼쪽부터 황금사철, 화백, 측백나무 등의 상록수들이 앞장서 연주하고 뒤에는 줄지어선 해송들이 상록의 대합창을 들려주는 듯하다.
시간 진행의 공백과 같은, 겨울의 마지막 달 2월입니다. 그러나 차고 푸르기만 하던 하늘에는 따뜻한 연녹색의 기운이 스미고, 멀리서 어렴풋이 봄 냄새가 묻어나는 설렘의 달이기도 하지요. 이미 정원의 납매臘梅는 여린 꽃을 피워 섣부른 봄의 향기를 미리 전합니다. 이맘때쯤이면 기나긴 겨울 정원의 여백을 채우던 상록수도 자신의 임무를 다한 듯 엷어진 초록에 투명한 햇살을 머금습니다. 대지에 새로운 초록이 선보이기 전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반짝하고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온갖 화려한 유혹의 꽃들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는 봄이 오기 전, 우리 곁을 지키는 상록에 대해 상찬賞讚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질 또는 동급의 조직이나 집단 속 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가까이는 형제, 자매간의 가족생활부터 초・중・고・ 대학에 이르는 학창 시절, 그리고 직장 생활에서의 사회 경험까지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그들을 대별해보면 신기하게도 식물의 세계와 별 차이가 없음을 느낍니다.
1 남쪽 해안 지방의 상록활엽수 돈나무.
2 햇살 가득한 2월의 초록을 보여주는 홍가시나무.
3 일반 동백과 달리 꽃잎이 하나씩 낙화하는 애기동백.
초등학교 때 반짝했던 사람, 뒤늦게 공부 머리가 트인 사람, 공부는 잘하나 외모가 안 받쳐주는 사람, 얼굴도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나 병약한 사람, 말만 앞서는 사람, 나서지 않으나 시키면 잘하는 사람, 결과는 시원찮으나 열심히 하는 사람, 남들 앞에서 노는 것 같으나 남몰래 밤을 새우는 사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우리는 매 순간 이러한 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여러 사람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그 실체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1년을 주기로 변화하는 사계절이 식물에는 인간 생애의 축소판 같은 시간입니다.
유혹과 모색과 시도의 계절 봄, 힘과 기가 정점에 있는 성숙의 여름, 여과와 순응의 시절 가을, 그리고 모든 면모를 드러내는 겨울까지 날고 뛰는 수많은 주・조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명멸해가지만 조금 멀리서 보면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반짝거리는 것은 한순간,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4 2월의 겨울 정원에 은은한 초콜릿 향을 전하는 납매꽃.
5 잘게 갈라진 잎으로 겨울 햇살을 산란하는 상록침엽수 솔송. 앙증맞은 솔방울은 차라리 꽃 같다.
6 상록침엽수의 볼륨과 질감, 다양한 색채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형적인 겨울 정원.
상록수는 남들이 너도나도 한 번씩 반짝거릴 때도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키다가 다들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나 한결같이 빈자리를 채우고 세상을 유지시키는 ‘민초 民草’ 같고 ‘백성’ 같은 나무입니다. 시각적으로도 초록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는 꽃과 단풍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다가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놓는 겨울에야 비로소 눈에 띕니다. 그것으로 겨울의 시각적인 상실감과 허함을 보완하고 위안하는 착한 색깔입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경제 위기가 10년 만에 다시 찾아왔고, 이번에는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감염된 바이러스 같은 악성 위기입니다. 역설적으로 상록수처럼 언제나 한결같이 지구를 지키는 푸르고 건강한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서글픈 반증일 것입니다.
역사와 인생의 고난은 반복된다고 하지만 개인에게는 상록수같이 한결같은 마음이, 조직에는 상록수 같은 사원과 기업 정신이, 국가에는 변치 않는 가치를 존중하는 상록수 같은 기업이 늘어난다면 다가올 위기를 마음 든든하고 순탄하게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 2월의 정원은 상록의 이파리들이 유난히 투명합니다. 우리 곁에 아직 그들이 있어 희망의 새봄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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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물의 다양성을 원초적으로 보여주는 각종 씨앗들. 껍질과 크기, 색, 과육, 표피가 모두 다르다.
2 파종 방법 중 점뿌림으로 발아한 새싹들.
2월의 가드닝 코치, 종자 깨우기와 파종
일반적으로 씨앗을 파종하는 시기는 봄과 가을입니다. 더위에 강하고 추위에 약한 것은 봄에, 추위에 강하며 더위에 약한 것은 가을에 파종합니다. 일년초의 경우 한랭지를 제외하고는 봄에 꽃을 피우는 종은 가을에 파종하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 종들은 봄에 파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노지 파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봄 파종은 늦은 봄에, 가을 파종은 땅이 얼기 전에 일찍’하는 것입니다. 봄에 너무 일찍 파종하면 어린싹이 늦서리의 피해를 받을 위험이 있고, 가을에 파종이 늦으면 어린 묘가 활착이 되기 전에 추위가 와버리기 때문입니다. 2월은 바깥 노지에서 파종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그러나 일수가 가장 적은 2월은 여느 달보다 빨리 지나갈 것이고, 자칫 씨 뿌리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본류나 어린 나무는 발아 온도가 적정한 4, 5월에 심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온도가 일정하지 않고, 비나 바람에 의해 씨앗이 지표면에 드러나거나 유실되기도 하며, 때로는 새들이나 벌레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보다 안전하게 싹을 틔우고 식물의 환경 적응을 쉽게 하기 위해 좀 이른 시기에 실내나 비닐하우스에서 씨앗 뿌리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농원에서 포트에 담긴 이른 봄꽃들은 모두 이런 방법으로 키운 것들이지요.
이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파트 베란다 정도의 온도라면 언제라도 씨를 뿌려 종자를 깨우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너무 일찍 깨우면 계절 감각이 떨어지는 이상한 꽃으로 눈총받을 것이고, 유행을 선도하는 한 박자 빠른 행보로 2월에 심어 3월에 싹을 낸다면 당신은 멋쟁이 정원사입니다. 거기다 지난해 채집한 씨앗이나 구입해둔 종자로 직접 씨를 뿌려 싹을 틔우면 화초를 사는 기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생명을 얻는 희열과 자신감을 느낄 것입니다.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종자 깨우기와 파종법을 천리포수목원의 최창호 식물팀장이 전합니다.
파종 용기 많은 양의 씨를 뿌릴 때는 육묘 상자(종묘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가 편리하지만, 가정에서는 집에서 사용하는 화분을 준비해도 무방합니다. 중요한 것은 씨앗 분량에 알맞은 크기의 용기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종자 1개당 지름 5cm 정도의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적정합니다.
파종 용토 화원에서 판매하는 파종 전용 배양토를 사용하면 간편합니다. 정원이 있는 가정에서는 통풍성과 보습성이 있는 흙이라면 정원 흙을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파종 용토 조제는 피트모스, 펄라이트, 마사토를 3:1:1로 섞어 약간의 비료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때 비료는 완전 발효된 제품이어야 하며 혹시 발효여부가 의심스러우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발효 중인 거름인 경우 그 발효열로 인해 종자 자체가 녹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은 씨앗뿐만 아니라 모든 원예작물이나 나무에 적용될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파종 방법 노지에서 씨앗을 뿌리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점뿌림, 줄뿌림, 흩어뿌림이 있습니다. 종자가 굵은 것은 점점이 뿌려 심는 점뿌림 기법을 주로 이용합니다. 일정한 간격으로 골을 만들어 씨를 뿌리는 줄뿌림은 양분과 수분의 공급이 좋고 통풍도 좋아 관리하기에 편리한 방법입니다. 종자가 작은 경우에는 종자를 경지 전면에 흩어 뿌리는 흩어뿌림을 이용하는데, 이는 노동력이 적게 들고 잡초의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육묘 상자(원예용 규격 모를 기르는 격자 모양 상자)나 화분을 사용하는데 굵은 종자는 점뿌림, 미세 종자는 흩어뿌림으로 파종합니다.
파종 후 씨앗 덮기 파종한 씨앗 위에 복토를 할 때는 너무 두껍게 덮으면 발아가 늦거나 어렵습니다. 작은 씨앗은 흙에 숨는 정도, 큰 씨앗은 씨앗 지름의 2배를 기준으로 흙을 덮습니다(단 진달래류, 용담, 물매화, 앵초 등과 같이 씨앗이 매우 미세하거나 햇빛을 보아야만 발아되는 종자는 복토하지 않습니다). 복토에 사용하는 흙은 일반적으로 펄라이트를 많이 사용합니다. 펄라이트는 환기성과 보습성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너무 가볍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흙이 가벼우면 물 뿌릴 때 흙이 파여 종자가 흙 표면에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분재석이나 석분을 복토용 용토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관수 및 발아 온도 종자 발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배양토의 습도 유지입니다. 따라서 복토를 한 후엔 관수를 충분히 해주어야 합니다. 굵은 종자를 파종한 것은 물뿌리개를 사용해 관수하며, 미세 종자는 용기에 물을 담고 화분을 담가 저면 관수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작업은 새싹을 볼 때까지 지속적으로 정성을 들여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발아가 잘되는 온도는 20~30℃인데 종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효과적인 발아를 위한 종자 깨우기
침수 처리법 파종 전 종자를 물에 담가 물을 충분히 흡수시키는 방법으로, 종자를 물에 담그면 종피가 연해지고 발아 억제 물질이 제거되어 발아 속도가 빨라집니다. 용기에 담갔을 때에는 하루에 한두 번 깨끗한 물로 갈아주어야 합니다. 종피가 딱딱한 씨앗은 하루 정도 물에 넣어 수분을 충분히 흡수시킨 후 부푼 상태로 파종하면 발아가 빨리 됩니다.
노천 매장법 채집하여 엄선한 종자를 땅속에 묻어두었다가 파종하는 일명 종자 저장법입니다. 수종별로 노천에 종자를 매장하는 시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종자 채집 후 바로 매장하는 수종 : 들메나무, 단풍나무류, 벚나무류, 은행나무, 잣나무, 백송, 가래나무, 느티나무, 백합나무, 목련류, 벽오동, 팽나무, 물푸레나무, 신나무, 피나무, 층층나무 등
- 씨 뿌리기 1개월 전에 매장하는 수종 : 소나무, 해송, 낙엽송, 가문비나무, 전나무, 측백, 리기다소나무, 삼나무, 편백 등
냉습적법 종자와 같은 분량의 보습재를 혼합하여 용기에 담아 4℃의 냉장고에 저장합니다. 보습재는 깨끗한 이끼, 톱밥 등을 쓰는데 노천 매장법과 같은 효과를 보이는 저장법입니다.
기계적으로 상처를 내는 법 씨앗이 소량이고 굵은 경우에는 샌드페이퍼나 줄을 써서 종자를 마멸시키거나, 망치로 때려서 종피를 깨거나, 집게 사이에 종자를 넣어 누르거나 해서 상처를 내어 파종합니다.
실내에서 파종하는 방법
1 육묘 상자와 파종용 화분.
2 파종 용토를 구성하는 마사토, 펄라이트, 피트모스, 입자 비료.
3 육묘 상자에 점뿌림.
4 화분에 점뿌림.
5 씨 뿌린 후 분재 용토로 복토.
6 다소 굵은 입자의 분재 용토는 물 뿌릴 때 흙이 튀어 종자가 노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7, 8 화분의 경우 복토면을 편평하게 해 종자의 노출과 흙의 유실을 방지한다.